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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7초를 만드는 와이어팀1화

무대 위 7초를 만드는 와이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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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빈 허공을 당긴 와이어

조해린은 배우보다 먼저 화면을 봤다. 장력 수치가 올라가는 동안 무대 위의 김소하는 아직 발을 떼지 않았다. 와이어팀장 박성우가 손을 들었다. 해린은 콜을 기다렸다. 팀장은 멈추라는 신호가 아니라 지금 보이는 수치가 어느 줄인지 확인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현재 배우 줄은 정상 범위에 있었다. 오르는 것은 보조 3번이었다. 아무도 연결되지 않은 줄이었다. 해린은 번호를 두 번 확인하고 말했다.

“보조 3번, 미확인 하중. 중단 콜.”

모터 소리가 멎었다. 소하는 발을 바닥에 붙인 채 숨을 고르며 위를 봤다. 무대감독 조명숙은 대본에서 고개를 들었다. 해린의 어머니였다. 그녀는 딸의 이름 대신 와이어 막내라고 불렀다.

“무엇이 걸렸니?”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해린은 바로 답했다. 빈 줄에 사람이 걸렸다는 말이 나올 뻔했지만 실제로 본 것은 숫자뿐이었다. 팀장이 승인 전에는 다시 움직이지 않겠다고 했고, 무대 아래의 작업자들이 보조 줄의 끝을 확인했다.

아무것도 없었다. 빈 연결고리 하나가 무대 뒤편에 걸렸다. 그 아래에는 옛 공연에서 쓰던 긴 검은 외투만 접혀 있었다. 외투가 줄에 걸린 것도 아니었다. 해린은 화면과 연결고리의 위치를 함께 사진으로 남겼다. 센서 오류일 수 있으니 점검 전에는 결론을 쓰지 않았다.

소하가 안전선 밖으로 내려왔다. 그녀는 자신을 띄우던 줄에 문제가 있느냐고 물었다. 해린은 현재 배우 줄의 수치는 정상이고 다른 미사용 줄에 이상이 있다고 말했다. 배우에게 위험을 줄이려고 모호한 말을 하지 않았다. 팀장은 원인을 확인할 때까지 모든 비행 시험을 보류한다고 설명했다.

해린은 배우가 풀어 놓은 장갑을 작업대 위로 옮겼다. 소하가 돌아와 장갑 안의 작은 메모를 꺼냈다. 일곱 초 동안 쳐다볼 객석의 위치를 적은 종이였다. 배우도 수치만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 짧은 시간을 자신의 장면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해린은 메모가 젖지 않게 마른 수건을 아래에 깔았다.

“개막까지 닷새예요.”

제작 담당 한미도가 말했다. 팀장은 닷새 안에 확인하지 못하면 연출을 바꿔야 한다고 답했다. 시간이 없다는 말이 승인되지 않은 시험을 시작하는 콜은 아니었다. 해린은 팀장의 그 태도를 보며 손목의 테이프를 다시 눌렀다.

첫 공연의 7초 비행은 그녀가 직접 기록표를 맡은 장면이었다. 어머니가 무대감독이라는 이유로 들어온 막내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배우가 무대 위를 지나갈 때 각 지점의 움직임과 시간, 신호를 정확히 남기려 했다. 그런데 자신의 첫 성과는 중단된 시험이었다.

명숙은 해린을 따로 불렀다. 작은 오류면 현장팀끼리 정리해도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전 팀이 멈추면 배우의 연습 시간이 줄었다. 해린은 작은 오류인지 아직 모르므로 멈췄다고 답했다.

“너는 다른 사람보다 더 조심해야 해. 엄마가 뒤를 봐준다는 말이 나오니까.”

어머니의 말에 해린은 입을 다물었다. 더 조심하라는 뜻이 중단을 늦추라는 말로 들렸다. 그녀는 그 모순을 지금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대신 기록표에 콜의 시각과 자신이 한 말을 그대로 남겼다. 어머니가 딸을 불러 말한 내용은 아직 작업 기록이 아니라 자기 메모에 적었다.

점검 기사들이 센서와 연결 상태를 확인했다. 현재 배우 줄과 보조 줄의 데이터가 섞인 것은 아니었다. 보조 3번의 전원을 끄자 수치는 멎었다. 다시 확인용 회로를 연결하니 같은 위치에서 하중이 생겼다. 빈 끝단은 여전히 바닥에 있었다.

해린은 무대 조명이 바뀔 때 수치도 달라지는지 봤다. 소하를 띄우기 전 마지막 대사에만 반응했다. 같은 녹음이 재생되면 올라가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면 내려갔다. 대사의 내용은 '이번에는 내가 먼저 갈게'였다.

“다른 대사를 틀어 봐도 될까요?”

해린이 물었다. 팀장은 장치를 움직이지 않는 상태로 음원만 확인하는 범위를 승인했다. 모터 운용은 잠가 둔 채였다. 다른 음악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 문장을 다시 틀자 무대 뒤편에 그림자가 생겼다.

빈 허공에 긴 외투의 옆선이 있었다. 움직이는 조명으로 만든 그림자라면 빛을 끄면 사라져야 했다. 유휴 작업등만 남겨도 옆선은 보였다. 해린은 조명 담당자에게 어디서 투영한 것인지 확인했다. 아무 장비도 그쪽에 연결되지 않았다.

소하가 객석에서 일어났다. 배우는 그림자의 오른쪽 어깨가 먼저 도는 것을 보고 자기 동작과 다르다고 말했다. 옛 연출의 비행 동작이었다. 해린은 시간을 쟀다. 일곱 초가 지나면 그림자가 원래 위치로 돌아갔다.

명숙이 재생을 끄라고 했다. 목소리가 평소보다 날카로웠다. 팀장은 그 신호를 받아 음원을 껐고 그림자의 움직임도 멎었다. 하중 수치는 완전히 내려가지 않았다. 누군가 허공에 매달려 그대로 멈춘 것처럼 보였다.

해린은 어머니에게 그 동작을 아느냐고 물었다. 명숙은 옛 공연의 소품 장치가 남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소품이나 투영 장치가 없다는 보고를 듣고도 같은 설명을 반복했다. 그녀의 대본이 손에서 한 번 접혔다. 원래는 두 번 접는 버릇이었다.

박성우는 보조 3번을 격리하기로 했다. 현재 배우의 승인된 경로와 물리적으로 분리하고 원인을 계속 조사하겠다는 방침이었다. 해린은 격리된 줄의 번호표를 새로 쓰고, 누구도 미확인 상태로 연결하지 못하게 작업 범위를 표시했다. 그 과정은 전문 기사들이 맡았다. 그녀는 기록을 확인했다.

연습은 비행을 뺀 장면으로 이어졌다. 소하는 땅에 발을 둔 채 같은 대사를 읽었다. 그림자는 반응하지 않았다. 해린은 음원과 배우의 실제 목소리가 다른 조건인지 기록했다. 소하의 목소리에는 아직 옛 배우의 호흡이 없었다.

쉬는 시간에 소하가 와이어팀 작업실로 왔다. 그녀는 해린에게 왜 중단 콜을 했느냐고 다시 물었다. 공연을 못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오늘 시험에서 자기 줄이 어떻게 됐는지 정확히 알고 싶었다. 해린은 화면을 보여 주고 보조 줄과 현재 배우 줄을 나눠 설명했다.

“저 때문에 지연됐다고 느껴집니다.”

해린이 덧붙였다.

“누가 이상을 보고 말했으면 저는 그 사람이 있는 무대에 올라가고 싶어요.”

소하가 답했다. 그녀는 자신의 오른쪽 어깨도 오래전 다쳤다며 하네스가 닿는 자리를 따로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린은 그 사항을 팀장에게 전달했다. 배우가 멋진 비행을 원해도 몸의 조건을 숨길 필요는 없었다.

해린은 휴게실의 옛 공연 사진을 찾아봤다. 이 극장은 오랫동안 같은 창고를 썼고 낡은 프로그램 북이 상자에 모였다. 이십여 년 전 '일곱 번째 새벽'의 첫 공연 사진이 있었다. 지금 공연은 그 작품을 새로 만든 것이었다.

사진 속 남자 배우가 긴 검은 외투를 입었다. 오른쪽 어깨를 먼저 돌리는 동작도 같았다. 이름은 윤서겸. 마지막 페이지에는 사고로 공연이 조기 종료됐다는 짧은 설명이 붙었다. 사고의 원인은 장비 이상이라고만 적혔다.

제작진 목록에 조명숙의 이름이 있었다. 당시 보조 무대감독이었다. 해린은 그 프로그램 북을 들고 어머니의 대기실로 갔다. 문을 두드리기 전에 안에서 통화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옛 기록을 어디에 보관했느냐는 질문이었다.

명숙은 해린이 들어오자 전화를 끊었다. 프로그램 북을 보고는 그 사고를 이미 정리했다고 말했다. 해린은 정리했다면 어떤 기록이 있는지 보여 달라고 했다. 어머니는 공연이 끝나고 이야기하자고 했다.

“공연 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줄에 이상이 있습니다.”

해린이 말했다. 딸의 목소리보다 작업자의 목소리로 말하려 했지만 끝이 떨렸다. 명숙은 위험한 줄은 이미 격리했으니 됐다고 했다. 그러나 반복되는 그림자가 과거 장비의 흔적이라면 다른 구조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었다.

해린은 팀장의 작업 기록 요청으로 정식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어머니와 개인 대화로만 끝내면 다음 막내는 또 아무것도 모른 채 같은 무대에 섰다. 명숙은 처음으로 딸을 이름으로 불렀다. 해린은 그 이름에 흔들렸으나 프로그램 북을 놓고 나왔다.

저녁에 점검 기사에게서 새 보고가 왔다. 보조 3번의 오래된 고정 위치와 현재 주연 배우 줄의 상부 프레임이 같은 지지 구조를 쓴다는 내용이었다. 줄을 격리한 것만으로 구조 전체의 위험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전문 구조 점검이 더 필요했다.

해린은 그 보고를 팀장에게 전달하고 다음 시험을 보류한 상태를 유지했다. 미도는 연출을 바꾸는 비용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누군가 지연 탓을 해린에게 돌리는 목소리가 났지만 팀장이 시험 보류는 자신의 결정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막내의 콜과 팀장의 책임이 같은 기록에 남았다.

밤에 무대가 비었다. 해린은 객석에서 보조 줄의 끝을 봤다. 그림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음원을 틀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외투의 긴 선이 아주 희미하게 남았다. 그녀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 반응할까 생각했지만, 허락 없이 새 시험을 하지 않기로 했다.

작업 기록판의 녹음 파일을 정리하다 오래된 파일 하나가 연결됐다. 현재 재생 목록에는 없는 항목이었다. 목소리가 작게 들렸다.

“중단. 오른쪽이 먼저 내려갑니다.”

해린은 헤드폰을 벗었다가 다시 썼다. 다음 목소리는 자신의 어머니였다.

“마지막 일곱 초만 이어 가.”

그 뒤는 긴 잡음이었다. 해린은 재생을 멈추고 파일을 복사했다. 빈 허공의 그림자는 말을 못 하는 소품이 아니라, 아무도 듣지 않은 중단 콜을 반복하고 있을 수 있었다. 그녀는 내일 확인할 첫 항목을 적었다. 그 콜을 누가 들었고 왜 공연을 멈추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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