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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스킬이 다 내 꺼3화

SSS급 스킬이 다 내 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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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임시 동행

“너.”

서아가 방패 끝을 들어 올렸다.

금이 간 방패였지만 끝은 태윤의 목젖을 정확히 겨누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여왕의 뿔을 막던 마력막은 꺼졌는데도 서아의 팔은 흔들리지 않았다.

“대체 정체가 뭐야? F급 짐꾼이 왜 민재혁 헌터의 검격을 쓰는 건데?”

태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오른팔은 어깨 아래에서 남의 팔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손가락을 움직이려 하자 뼈가 서로 긁히는 감각이 올라왔다. 입안에는 피가 고였고 가슴은 숨을 들이쉴 때마다 찢어졌다.

눈앞에 떠올랐던 창을 말할 수는 없었다. 민재혁의 기술을 영구히 가져왔다는 사실은 더더욱 그랬다.

“봤으니까요.”

“뭘?”

“검격을. 움직임을 보고 따라 했습니다.”

서아의 눈이 가늘어졌다.

“스킬은 동작 몇 번 본다고 따라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마력 흐름을 읽고 몸에 맞춰야 해. 너는 F급이라며.”

“그래서 저도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태윤은 민재혁의 시신 쪽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조금 전까지 검을 쥐었던 손은 손끝부터 잿빛으로 굳어 있었다. 죽은 사람에게서 무언가를 빼앗았다는 감각이 가슴에 들러붙어 있었다.

서아가 그 시선을 따라갔다.

“민재혁 헌터가 뭔가 말했지. 네가 쓰러진 뒤에는 이상한 빛도 터졌고.”

태윤은 낡은 장갑으로 피가 흐르는 손목을 가렸다.

“죽기 전에 뭘 건넸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네 비밀이면 설명해.”

“설명할 수 없습니다.”

“못 하는 거야. 안 하는 거야?”

“둘 다입니다.”

서아의 표정이 굳었다.

그때 바닥 아래에서 둔중한 소리가 올라왔다. 석실 가장자리를 따라 금이 번지고 무너진 천장 사이로 돌덩이가 떨어졌다.

서아가 방패를 돌려 낙석을 튕겨 냈다.

“질문은 나가서 계속한다.”

“나갈 수 있습니까?”

“네가 길을 알면.”

“제가 길을 안다고 믿으십니까?”

“안 믿어. 그래도 네가 아니면 여기서 나갈 사람이 없어.”

뒤쪽 통로에서 울음이 터졌다. 살아남은 초보 헌터들이 잔해를 피해 서로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 한 명은 발목을 다쳐 주저앉았고 다른 사람들은 출구가 있던 방향만 바라보았다.

태윤은 몸을 일으키려다 무릎을 꿇었다.

폭렬검을 한 번 더 쓰면 길을 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전에 심장이 멎을 가능성이 더 컸다. 머릿속에 민재혁의 검격이 번쩍였다. 손을 들기만 해도 따라 할 수 있을 만큼 선명했다.

태윤은 이를 악물었다.

이번에는 쓰지 않는다.

“열일곱 명입니다.”

그가 통로 안쪽을 보며 말했다.

“다친 사람부터 세우십시오. 짐은 전부 버리고요.”

서아가 즉시 돌아섰다.

“들었지? 무기부터 버려. 살아 나가면 다시 구하면 돼.”

태윤은 벽을 짚고 통로 입구로 갔다. 손끝에 차가운 공기가 닿았다.

중앙 석실은 사방이 막혀 있었다. 앞쪽은 여왕의 몸이 무너져 통로를 가로막았고 뒤쪽은 천장이 내려앉고 있었다. 왼쪽 통로에서는 먼지가 안으로 밀려왔다. 바깥 공기가 아니라 막힌 공간의 압력이 움직이는 흐름이었다.

오른쪽 벽의 발광 이끼만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태윤은 이끼 사이의 가느다란 틈을 더듬었다. 틈 아래에서 일정한 바람이 올라왔다. 벽을 두드리자 안쪽에서 빈 울림이 돌아왔다.

“여기입니다.”

서아가 다가왔다.

“길이 있어?”

“길인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공기가 움직입니다.”

“지도에는 없어.”

“여왕 둥지 뒤쪽이라서 정식 통로가 아닐 겁니다.”

태윤은 바닥에 굴러다니던 쇠사슬을 주워 금이 간 석주의 밑부분에 걸었다. 오른팔을 쓸 수 없어 왼손으로만 당기자 손바닥이 벌어졌다.

서아가 쇠사슬을 빼앗았다.

“네가 당기면 팔이 먼저 떨어져.”

“그래서 서아 씨가 당겨야 합니다.”

“말은 잘하네.”

서아가 방패를 바닥에 세웠다. 대형 방패가 기둥처럼 석주를 받쳤다.

“사람들 데리고 와.”

태윤은 통로 안으로 돌아섰다.

“한 명씩 움직입니다. 다친 사람은 가운데. 바람이 끊기는 곳은 밟지 마십시오.”

“저쪽이 출구인지 어떻게 알아요?”

어린 궁수가 물었다.

“모릅니다. 하지만 여기보다 오래 버틸 수 있는 곳인 건 압니다.”

천장이 다시 흔들렸다. 사람들은 더 묻지 않고 몸을 낮췄다.

서아가 쇠사슬을 당겼다. 돌이 갈리는 소리가 울리고 석주 아래쪽이 손바닥만큼 들렸다. 태윤은 그 틈에 부러진 창대를 밀어 넣었다.

“지금입니다. 셋씩 지나가요.”

사람들이 몸을 낮춰 틈으로 들어갔다. 서아의 방패가 떨어지는 돌을 받아 냈다.

태윤은 통과하는 사람의 수를 셌다.

열둘. 열셋. 열넷.

뒤에서 거대한 굉음이 터졌다. 여왕의 시체가 다시 무너져 검은 체액이 바닥을 타고 흘렀다. 마지막 세 사람이 미끄러졌다.

“멈추지 마!”

태윤이 소리쳤다.

오른쪽 어깨에서 불이 터졌지만 창대를 바닥에 박아 몸을 세웠다. 넘어지는 남자의 허리띠를 왼손으로 잡아당겼다.

서아의 방패가 크게 흔들렸다.

“태윤! 뒤로 빠져!”

“두 명 더!”

“내가 버티고 있어!”

“그러니까 세게 당기지 마십시오. 위쪽 석주가 먼저 무너집니다.”

서아가 이를 악물고 쇠사슬을 조금 풀었다. 기울었던 석주가 멈췄다.

마지막 두 사람이 바닥을 기어 틈을 빠져나왔다. 태윤이 창대를 놓는 순간 석주가 뒤에서 내려앉았다.

쾅!

서아가 방패로 태윤의 등을 밀쳤다. 두 사람은 돌먼지가 휘몰아치는 틈을 함께 빠져나왔다.

태윤은 네 발로 엎어졌다.

“열일곱.”

그가 숨을 몰아쉬며 숫자를 확인했다.

부상자 한 명. 울고 있는 궁수 둘. 무기를 버린 헌터 열넷. 모두 살아 있었다.

“맞아.”

서아가 짧게 말했다.

그 말에는 안도보다 놀라움이 먼저 섞여 있었다.

그러나 통로 끝에는 또 다른 돌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문 중앙에는 1층 구조도 어디에도 없는 검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처음 보았을 때보다 선이 깊어져 있었다. 문 너머에서 찬 공기가 흘러나왔지만 문짝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제는 네가 열어.”

서아가 말했다.

“저는 문을 여는 기술이 없습니다.”

“검은 쓸 줄 알잖아.”

“그건 한 번 썼고 다시 쓰면 제가 먼저 죽습니다.”

서아는 태윤의 부풀어 오른 오른팔을 내려다보았다.

“그런데도 쓸 생각은 했지?”

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서아는 방패를 돌려 문 옆 벽면을 때렸다.

쾅!

돌벽에 금이 가고 안쪽에서 얇은 금속관이 드러났다.

태윤은 관에 귀를 댔다. 바람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끊겼다. 문 안쪽에 압력을 조절하는 장치가 있는 모양이었다.

“문이 잠긴 게 아닙니다. 이 관을 막은 돌을 빼야 합니다.”

태윤은 부러진 창대를 금속관 틈에 밀어 넣었다. 팔 전체가 저렸지만 포기하지 않고 비틀었다.

서아가 그의 등 뒤에서 방패를 받쳤다.

“힘을 나눠.”

“괜찮습니다.”

“괜찮은 팔이 아니야.”

서아가 낮게 말했다.

“네가 어디서 그런 검을 배웠는지는 나가서 묻는다. 지금은 내 방패를 빌려. 대신 네 판단도 내놔.”

태윤은 그녀를 돌아보았다.

의심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방패는 그의 몸이 아니라 벽을 향해 있었다.

“셋에 맞춰 주십시오.”

“하나.”

“둘.”

“셋!”

서아가 방패로 벽을 밀고 태윤이 창대를 비틀었다.

금속관 안쪽에서 돌멩이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바람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문 밑의 빛이 푸르게 번지더니 검은 문양이 꿈틀거렸다.

문짝이 안쪽으로 밀려났다.

그 너머에는 무너진 1층을 우회하는 좁은 유지 통로가 있었다. 멀리서 금속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붕괴 구역 안쪽을 수색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였다.

태윤은 한 걸음 옮기려다 비틀거렸다. 서아의 손이 그의 팔꿈치를 붙잡았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앞에 선다.”

“제가 길을 봐야 합니다.”

“그럼 내 뒤에서 봐.”

서아가 태윤의 팔을 방패끈으로 묶었다. 움직이지 않는 팔이 몸에 고정되자 통증이 조금 줄었다.

“밖에 나갈 때까지 임시 파티다.”

“파티요?”

“너는 길과 이상한 현상을 본다. 나는 방어하고 사람들을 데리고 간다. 서로 본 걸 숨기지 않는다.”

서아는 태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가면 관리국에 네 능력을 신고해. 그 전까지는 내가 감시한다.”

태윤은 잠시 망설였다.

관리국에 넘겨지면 다시 탑에 들어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혼자서는 42층에 닿기도 전에 죽는다. 민재혁이 남긴 목소리와 은빛 팔찌를 찬 뒷모습이 머릿속을 스쳤다.

살아서 가라.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뭔데?”

“42층에 대한 정보를 얻으면 저에게 먼저 알려 주십시오.”

서아의 눈썹이 움직였다.

“왜 42층이지?”

“확인해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

태윤은 대답하지 않고 유지 통로 안쪽을 보았다. 어둠 속 벽면에 낡은 표식 하나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보상실을 가리키는 화살표 아래에 은빛 가루가 묻어 있었다.

서아는 그의 시선을 따라갔지만 표식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 조건은 나가고 나서 생각해.”

“그럼 임시로는?”

서아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임시로 받아들인다. 한 번이라도 우리를 속여 위험에 밀어 넣으면 방패로 네 다리를 먼저 부러뜨릴 거야.”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름부터 제대로 말해. 짐꾼이라고 부르기 싫으니까.”

“강태윤입니다.”

“윤서아.”

서아가 통로 안쪽을 가리켰다.

“강태윤. 앞을 봐.”

태윤은 왼손으로 창대를 짚고 일어섰다.

유지 통로 안쪽에서 희미한 은빛이 한 번 깜빡였다. 검은 문양의 선이 태윤의 낡은 장갑을 향해 천천히 움직였다.

태윤은 그 빛을 보며 걸음을 옮겼다.

아직 밖으로 나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혼자 걷는 길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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