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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행렬의 야간 파발1화

그림자 행렬의 야간 파발

그림자 행렬의 야간 파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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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토씨까지 같은 밀지

남기석은 돈을 세고 말을 보았다. 돈은 열두 냥이었다. 말은 한 필뿐이었다. 동정의 관원이 북정령까지 오늘 밤 안에 가라고 말하자 기석은 말의 앞다리를 들어 발굽을 확인했다. 왼쪽 가장자리에 금이 있었다.

“이 말로는 못 갑니다.”

“파발이 말 탓을 하나?”

“말이 멈추면 문장도 멈춥니다. 두 번째 역에서 바꾸게 해 주세요.”

관원은 귀찮다는 얼굴로 교대표를 내밀었다. 기석은 다음 역의 이름과 시각을 읽었다. 교대마를 받을 표가 있으면 열두 냥을 받을 수 있었다. 의원이 어머니에게 더 좋은 약재를 쓰려면 이번 달에 그 정도가 필요했다.

관원은 밀지를 낭독했다. 봉인은 기석이 아니라 수신자에게 열 권한이 있었다. 파발은 실행 문장을 외워 전달하고 봉한 종이를 함께 내놓았다. 오늘의 문장은 짧았다.

“세 번째 종이 멎으면 그림자 행렬을 북정령으로 돌리고 등불 두 개를 낮추라.”

기석은 그대로 되풀이했다. ‘멎으면’이 아니라 ‘울리면’이라 바꾸지 않았다. ‘두 개’도 ‘둘’로 줄이지 않았다. 글이 다르다는 시비는 대개 전달자에게 갔다. 관원은 만족한 뒤 동정의 검은 인장이 찍힌 밀지를 주었다.

비는 해가 진 뒤 시작됐다. 기석은 외투를 허벅지 아래까지 내리고 밀지를 가슴 안쪽에 넣었다. 말은 첫 언덕에서 숨을 길게 뱉었다. 그는 한 번 더 발굽을 보고 속도를 낮췄다. 돈이 급하다고 말의 다리를 부러뜨리면 돌아갈 길도 사라졌다.

첫 역에서 물을 마시는 동안 역졸이 어머니가 사는 마을을 물었다. 기석은 답하다가 멈췄다. 늘 약값을 보내던 역졸과 얼굴이 달랐다. 새로 왔다고 했지만 말의 목을 만지는 손이 익숙하지 않았다.

“편지를 받아야 합니다.”

기석은 목적지만 말했다. 역졸은 누구에게서 오는지 더 물으려 했으나 밖에서 새로운 말이 들어왔다. 회색 외투를 입은 사자였다. 그는 기석의 이름을 부르고 오늘 동정의 파발을 맡았는지 물었다.

“그렇다면 내 말도 옮겨야겠군.”

사자는 붉은 인장이 찍힌 밀지를 꺼냈다. 서정의 것이었다. 기석은 받아 들지 않았다. 동정의 문장과 서정의 문장을 같은 가슴에 넣으면 어느 문턱을 넘든 반역자가 될 수 있었다.

“이번 돈은 이미 받았습니다.”

“이쪽에서도 지급하겠다.”

“두 조정의 돈을 다 받으면 죽을 때도 두 번 죽입니까?”

역졸이 시선을 내렸다. 사자는 웃지 않았다. 대신 봉하지 않은 낭독문을 펴고 명을 읽었다. 기석의 손이 말고삐에서 멎었다.

“세 번째 종이 멎으면 그림자 행렬을 북정령으로 돌리고 등불 두 개를 낮추라.”

그는 문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들었다. 한 자도 다르지 않았다. 기석은 사자에게 천천히 한 번 더 읽어 달라고 했다. 토씨까지 같았다. 밀지에 찍힌 인장은 다른데 전달할 명은 같았다.

“어디서 받았습니까?”

“서정의 발송함에서.”

“언제요?”

“오늘 해 지기 직전.”

기석이 동정에서 받은 것은 해가 지기 두 시진 전이었다. 서정의 수도는 여기서 말로 이틀이었다. 서정의 발송함은 중간 역에 있고 그곳에서 대행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자신에게 같은 수신자를 찾아가라는 명이 두 번 내려온 이유는 설명되지 않았다.

그는 서정의 돈을 받지 않았다. 밀지도 받지 않고 사자에게 함께 다음 역으로 가자고 했다. 그곳의 교대표에 각 조정의 발송자가 적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사자는 자신이 더 멀리 갈 수 없다고 했다. 말이 젖은 채 달려 왔고 다리를 절었다.

기석은 말을 봤다. 동정 관원에게서 받은 말과 같은 왼쪽 발굽의 금이 있었다. 얼굴의 흰 무늬는 달랐다. 같은 말은 아니었다. 다만 같은 역에서 나왔을 수 있었다. 그는 발굽을 고친 못의 방향까지 확인했다. 두 말 모두 안쪽 못 하나를 빼고 급히 세운 흔적이었다.

사자가 밀지를 상 위에 놓고 물을 마셨다. 기석의 동정 밀지와 나란히 놓였다. 서정의 붉은 봉랍은 아직 조금 따뜻했다. 동정의 검은 봉랍은 차가웠다. 바깥의 비만으로 서정의 것만 따뜻할 이유가 없었다. 그는 봉랍을 만지지 않고 손바닥을 가까이 대 열을 확인했다.

새로 봉했거나, 따뜻한 발송함에 넣었거나, 가까운 곳에서 왔을 수 있었다. 세 가능성을 모두 남겼다. 하나를 정답으로 고르면 다른 단서를 놓쳤다. 기석은 역졸에게 마른 종이를 얻어 직접 들은 두 문장과 받은 시각을 적었다.

사자가 그 종이를 보았다.

“외우면 되는데 왜 적나?”

“똑같은 문장이 왜 두 조정에서 오는지 나중에 누가 물으면, 제 기억만 남기기 싫어서요.”

“그 말을 수신자에게 하면 명을 의심한 죄가 된다.”

기석은 붓을 놓았다. 전달자가 의심하지 않아야 발송자는 편했다. 그 편함 덕분에 지금까지 돈을 벌었다. 오늘 두 명을 모두 들어 버린 뒤에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려면 더 많은 거짓말을 해야 했다.

역 밖에서 말발굽이 네 번씩 겹쳐졌다. 다섯 필쯤 되는 소리였다. 기석은 정확한 수를 단정하지 않았다. 소리가 벽에 반사돼 두 번 들릴 수 있었다. 그는 창을 열어 등불의 수를 봤다. 넷이었다. 선두 하나는 등불을 들지 않았다.

동정의 군사들이었다. 그들은 서정의 사자가 들어왔다는 보고를 받고 왔다고 했다. 처음 만난 역졸이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기석은 그가 어머니의 마을을 물은 이유도 알 것 같았다. 전달자의 약점을 미리 찾으려 했다.

사자가 칼을 뽑으려 하자 기석이 팔을 막았다. 좁은 역참에서 싸우면 두 밀지를 모두 빼앗겼다. 그는 교대마를 받으러 뒤편으로 가겠다고 군사에게 말했다. 동정의 표를 내보였다. 군사는 먼저 서정의 사자를 잡겠다며 길을 막지 않았다.

기석은 사자의 말고삐를 함께 들었다. 군사가 왜 서정의 말도 데려가느냐고 묻자 다친 말을 마굿간에 넣겠다고 답했다. 실제로 절고 있는 말이었다. 그는 마굿간 문을 열어 두 필을 넣고 뒷벽의 낮은 창을 봤다. 마른 짚을 꺼내는 창이었다.

“오늘 교대마는 없습니다.”

역졸이 뒤따라 들어와 말했다. 기석이 표를 보이자 그는 이미 다른 행렬에 내줬다고 했다. 그림자 행렬이었다. 그 이름이 낭독문뿐 아니라 실제 길에 있었다. 기석은 누가 받았는지 물었다. 역졸은 강도윤이라는 호송 책임자라고 답했다.

동정 군사가 마굿간으로 들어왔다. 서정의 사자에게서 같은 명을 들었는지 확인하려는 얼굴이었다. 기석은 말을 붙잡고 다친 발굽을 내려놓았다. 발굽을 만지던 자세가 낮아서 군사는 가슴 안의 밀지를 바로 볼 수 없었다.

“밀지를 내라.”

“수신자에게 드리라는 명입니다.”

“우리가 확인한다.”

기석은 자신이 받을 열두 냥을 떠올렸다. 이미 받은 돈을 돌려줘도 이런 명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군사에게 동정의 봉랍을 보여 주고 밀지를 다시 넣었다. 표면을 확인한 군사가 한 발 다가오는 순간 말의 뒤쪽 줄을 풀었다.

말은 물을 마시러 창가로 움직였다. 기석은 그 움직임에 맞춰 뒷문을 열었다. 다친 말로 빨리 도망치려는 것이 아니었다. 군사들이 좁은 문에서 말과 사람을 동시에 붙잡지 못하게 거리를 만드는 일이었다. 서정의 사자는 마굿간 앞문으로 뛰었고 군사 둘이 그쪽을 따라갔다.

기석은 뒷문에서 안장에 올랐다. 말의 다리를 아끼며 비탈을 걸어 내려갔다. 발굽을 숨길 모래길까지 가서야 속도를 높였다. 등불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동안 두 번째 역을 향해 짧게 달렸다. 말은 숨이 거칠었고 그는 고삐를 당기지 않았다.

언덕 위에 등불 행렬이 보였다. 열두 개의 불빛이 두 줄로 움직였다. 그중 가운데 둘이 낮았다. 문장을 전달하기 전부터 등불 두 개가 낮아져 있었다. 기석은 멀리서 행렬을 따라갔다. 왕의 본행렬이라면 궁중 깃발과 악대가 있었을 텐데 밤길에는 말 울음만 들렸다.

행렬의 뒤에 작은 수레가 있었다. 바퀴가 돌에 걸릴 때마다 안에서 기침이 났다. 아주 어린 목소리였다. 기석은 어머니의 기침을 먼저 떠올렸다가 그 소리가 다름을 알아차렸다. 그는 나무 뒤에서 기다려 수레가 지난 자리를 봤다. 왕실의 문양이 천에 가려져 있었다.

강도윤이 마지막 말에서 내려 바퀴를 확인했다. 기석은 그 이름을 부르지 않고 동정의 파발 표를 들었다. 호송 책임자의 칼자루가 먼저 움직였다. 기석은 말에서 내려 두 손을 보였다.

“밀지를 가져왔습니다. 같은 명이 서정에서도 왔습니다.”

도윤이 그 말을 듣고 기석의 뒤쪽 숲을 봤다. 따라온 사람이 있는지 확인했다. 기석은 두 문장을 그대로 낭독했다. 세 번째 종, 북정령, 등불 두 개. 도윤의 얼굴은 앞의 두 구절에서 변하지 않았지만 마지막에서 굳었다.

도윤의 말이 젖은 돌 위에서 발을 헛디뎠다. 기석이 먼저 고삐를 낮춰 말의 머리를 돌렸다. 앞다리의 흰 흉터가 드러났다. 작년 겨울 자신이 약값을 벌러 북쪽까지 탔던 말이었다. 그는 흉터 위를 손바닥으로 한번 쓸고 말에게 천천히 물러날 공간을 줬다.

“이 말은 비탈에서 오른쪽을 먼저 디딥니다. 수레를 급하게 끌게 하면 바퀴가 옆으로 갑니다.”

도윤이 그 말을 듣고 고삐를 풀었다. 기석은 밀지보다 먼저 말을 제대로 넘겼다는 사실로 자신을 보증했다. 호송 책임자는 칼을 조금 내렸지만 문장의 마지막 구절은 여전히 믿지 않는 얼굴이었다.

“누가 그 등불 수를 알렸지?”

그는 호송대 안의 사람들만 아는 신호라고 말했다. 기석은 처음으로 같은 밀지의 수신자가 단순한 관원이 아니라 숨겨진 사람의 보호자임을 알았다. 수레 안에서 작은 손이 천을 들었다가 곧 내려갔다. 말발굽 소리가 뒤편 숲에서 다시 가까워졌다. 이번에는 어느 조정의 군사인지 등불을 보기 전에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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