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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실 끝자리 상담일지3화

교무실 끝자리 상담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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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교실로 돌아가는 길

유림은 학교 책임자에게 가는 길에 복도 계단에서 멈췄다. 이나경은 앞서 가지 않았다. “접수하겠다는 마음이 바뀌었어?”

“아니요. 근데 제가 민재 이름을 말하면 걔가 바로 다른 애들한테 말할 거예요.”

“그럴 수 있어. 조사 내용이 누구에게 어디까지 전달되는지 먼저 확인하자.”

“사진을 올린 애랑 다시 보낸 애랑 웃은 애가 다 달라요. 전부 똑같이 혼나면 싫어요.”

나경은 유림이 정리한 종이를 함께 봤다. 유림은 게시자를 직접 보지 않았지만, 단체방을 보여 준 친구에게서 이름을 들었다. 예진의 웃음 반응은 직접 확인했다. 민재는 복도에서 사진을 올린 일을 부인하지 않았지만, 그가 처음 만든 건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유림은 들은 사실을 직접 본 것처럼 쓰지 않기로 했다.

“누가 처음 올렸는지는 조사에서 확인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어. 네가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은 모른다고 쓰자.”

유림은 고개를 끄덕이고 서명했다. 학교 책임자는 접수서에 적힌 내용을 읽어 주고, 학생을 따로 면담할 때 보호자와 동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림은 아버지가 계속 함께 있어도 되지만 질문에 대신 답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했다. 동석은 딸 옆 의자에 앉아 말없이 손을 무릎에 올렸다.

학교 책임자는 임시 조치를 제안했다. 수업 시간 좌석을 바꾸고, 체육 수업의 조를 분리하며, 조사 기간 동안 민재와 유림이 혼자 마주치는 상황을 줄이는 것. 유림은 복도에서 마주치지 않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계단이나 급식 줄에서는 제가 혼자 있을 때가 많아요.”

담임 정민은 시간표를 펼쳐 동선을 조정했다. 쉬는 시간마다 교사를 세울 수는 없었지만, 점심 배식 순서를 바꾸고 상담실을 잠깐 대기 공간으로 쓸 수 있었다. 유림은 그 제안을 듣고도 말했다. “제가 계속 상담실로 피해야 하는 건 싫어요.”

“맞아. 네가 교실에 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자.” 정민은 자리 배치표를 새로 그렸다. “민재와 같은 모둠이 되지 않게 하고, 네가 원하면 체육 조도 다르게 하겠다. 이동할 때는 예진이와 함께할 수 있어.”

“예진이는 제가 부탁하면 같이 가 줄 거예요.” 유림이 말했다. “그런데 선생님이 시키는 건 싫어요.”

정민은 그 요구를 받아 적었다. 그는 전날 놓친 일을 인정한 뒤, 유림에게 공식 사과를 강요하지 않았다. “내가 처음 사진을 봤을 때 장난이라고 판단했어. 네가 수업에서 빠졌을 때 바로 묻지 않았고. 그건 내 잘못이야.”

유림은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선생님이 미안하다고 해서 제가 괜찮아지는 건 아니에요.”

“알아.”

“앞으로는 제가 말 안 해도 먼저 확인해 주세요.”

“그렇게 하겠다.”

학교 책임자는 유림이 원하면 담임의 대응을 조사 기록에 포함하겠다고 했다. 정민은 반대하지 않았다. 그는 상담실 밖에서 관리자에게 초기 대응을 늦춘 경위를 보고해야 했다. 그 보고는 계약 갱신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정민은 불이익을 걱정했지만, 교실에서 유림에게 사과한 말은 거두지 않았다.

유림은 처음 게시한 사람을 밝힐 때까지 공개 면담을 원하지 않는다고 다시 말했다. 학교는 각 학생을 따로 불러 사실을 확인하기로 했다. 조사자는 캡처가 어디서 누구에게 왔는지, 메시지를 직접 본 것인지 질문했다. 유림은 나경과 함께 있지 않았다. 상담교사는 조사자가 아니었고, 유림은 자신의 답을 혼자 말해 보고 싶어 했다.

점심시간에 예진은 배식 줄에서 유림 옆에 섰다. 다른 아이가 두 사람을 보며 “화해했나 보네”라고 말했다. 예진은 눈을 내렸다. 유림은 앞사람의 쟁반을 따라 한 걸음 움직였다. “화해한 건 아니야. 예진이가 잘못한 걸 인정했고, 나는 사과를 받은 거야.”

“그럼 다시 친구는 아니고?”

“그건 내가 정할 거야.”

예진은 더 말하지 않았다. 유림은 김치 반찬을 담고 자리에 앉았다. 평소 같으면 혼자 먹었겠지만, 오늘은 예진과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둘 사이에는 한 칸이 비어 있었다. 예진은 그 빈자리로 가방을 옮기지 않았다.

예진은 점심이 끝나갈 때 유림에게 편지 봉투를 건넸다. “이건 네가 읽고 싶을 때 읽어. 대답은 안 해도 돼.”

유림은 봉투를 받지 않았다. “왜 웃음 표시 눌렀어?”

예진은 쟁반을 양손으로 잡았다. “처음엔 애들이 다 웃어서 따라 했어. 그런데 네가 다음 날 체육 시간에 안 왔을 때, 그게 장난이 아니었다는 걸 알았어. 그래도 반 단체방에서 말하면 나까지 놀림 받을 것 같았어.”

“그래서 나한테만 따로 그만하라고 했어?”

“응. 그게 충분하지 않았다는 건 알아.”

유림은 예진을 살폈다. “민재가 네 동생 친구라서 못 말한 거야?”

예진은 눈을 크게 떴다. “그건 아니야. 민재의 동생이 내 동생이랑 같은 축구부야. 그래서 이름이 나오면 가족끼리도 싸울까 봐 걱정했어. 하지만 그건 내가 침묵한 이유지, 네가 괜찮았다는 뜻은 아니야.”

유림은 봉투를 받아들었다. “오늘은 열어 보지 않을게. 네 동생 얘기를 학교에 할지 말지도 내가 정할게.”

“알겠어.”

예진은 그 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림은 봉투를 가방에 넣었지만, 편지에 용서가 적혀 있을 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둘은 각자 쟁반을 반납하고 다른 길로 교실에 돌아갔다.
오후에 민재는 학교 책임자 면담에서 사진을 만든 것은 자신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친구에게 받았고, 재미있어 보여 단체방에 다시 올렸다고 했다. 원래 게시자가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주장했다. 유림은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자기 말을 바꾸지 않았다. 그는 게시물을 다시 올렸다는 사실과 복도에서 사진을 보여 줬다는 일을 따로 말했다.

하교 직전, 민재가 사과를 하겠다고 담임에게 말했다. 정민은 유림에게 전달하기 전에 원하는지 물었다. 유림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만나지 않을래요. 나중에 서면으로 받는 건 생각해 볼게요.”

민재는 처음에 반발했지만, 정민은 사과를 받을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민재는 상담실 앞에서 기다리지 않고 돌아갔다. 유림은 계단을 내려가며 숨을 길게 내쉬었다. “제가 너무한가요?”

“네가 원하는 거리를 정하는 건 너무한 게 아니야.” 나경이 말했다.

“그럼 언제까지 피할 수 있어요?”

“피하는 것과 안전하게 거리를 두는 건 달라. 학교가 지원을 계속해야 해. 네가 원하는 방식도 바뀔 수 있고.”

유림은 체육관 문 앞에서 잠시 멈췄다. 다음 주 수업이 걱정됐다. 오늘은 조가 바뀌었지만, 다음 달에도 그럴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학교 책임자에게 장기 좌석 배치와 점심 동행을 요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매일 상담실로 오면 수업을 놓쳐요.”

“그 말도 기록해서 학교에 전달하자.”

“상담일지에 쓰지 말고, 제가 말한 문장 그대로요.”

나경은 녹색 노트를 닫았다. “좋아. 이 요청은 네가 직접 학교 책임자에게 말할래, 아니면 내가 동행할까?”

“제가 말할게요. 선생님은 옆에만 있어 주세요.”

회의 자리에서 유림은 장기 조치를 요구했다. 학교는 일주일 동안 좌석과 동선을 조정한 뒤 학생과 보호자에게 다시 확인하겠다고 했다. 유림은 “일주일 뒤에 다시 물어보는 것”을 조건으로 받아들였다. 아버지는 그 옆에서 아무 말도 보태지 않았다.

집에 돌아온 뒤 동석은 딸에게 전학 신청서를 꺼내지 않았다. “내가 먼저 학교를 옮기자고 해서 미안하다.”

“아빠는 무서웠던 거잖아.”

“그래도 네가 원하는 걸 물어봤어야 했어.”

유림은 책가방을 내려놓았다. “저도 무서웠어. 근데 학교를 그만두는 건 싫어.”

동석은 저녁을 차리며 대답했다. “내일 아침도 교문까지만 같이 갈게.”

다음 날 유림은 예진과 함께 급식실로 걸어갔다. 그들은 서로에게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담임은 복도에서 두 사람을 보았지만 따라붙지 않았다. 유림이 도움을 요청하기 전까지 기다렸다.

그날 나경은 교감실에서 계약 연장 면담을 받았다. 교감은 학교가 상담 건수보다 조용한 학급 분위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신고가 늘면 지역에서 학교 평판이 안 좋아져요. 지금처럼 학생을 먼저 설득해 보면 안 될까요?”

“학생이 원하지 않는 사과나 화해를 설득하지 않겠습니다.” 나경은 처음으로 평가서를 덮었다. “학교가 개입을 늦춘 부분도 상담 기록에 남겨야 합니다.”

교감은 서류를 밀어 놓았다. “기간제 선생님이 학교 운영까지 판단할 위치는 아니죠.”

“그래서 제가 조사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들은 말을 지우지는 않겠습니다.”

나경은 면담을 짧게 끝냈다. 계약은 여전히 불확실했지만, 유림의 말이 학교 지표에 맞게 바뀌는 일은 막았다.
나경은 상담실 끝자리에서 계약 갱신 평가서를 열었다. 학생 지원 실적 칸은 비어 있었고, 학교폭력 신고 건수와 상담실 이용률이 함께 표시돼 있었다. 관리자에게 사실대로 운영 결과를 쓰겠다고 말했다. “신고 건수를 낮추려고 학생에게 비공식 사과를 권하지 않겠습니다.”

그 말 뒤로 나경의 계약 연장이 불확실해졌다. 그러나 유림의 선택은 더 명확해졌다. 전학을 가지 않고, 공개 대면을 하지 않고, 학교가 약속한 보호 조치를 일주일 뒤 다시 확인하기로 했다. 그날 유림은 상담실에서 나와 교실로 향했다.

교실 문 앞에서 민재가 그녀를 불렀다. “내가 처음 올린 건 아니야. 하지만 다시 올린 건 맞아.”

유림은 멈춰 섰다. “그 말은 조사 자리에서 해.”

민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게.”

유림은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게시물을 처음 만든 사람의 이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유림은 그 이름을 혼자 감당하지 않을 방법을 선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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