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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실 끝자리 상담일지1화

교무실 끝자리 상담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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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교무실 끝자리

장유림은 아침 조회가 끝나고 20분이 지나서야 교무실 끝자리 상담실 문을 두드렸다. 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상담교사 이나경은 책상 위에 놓인 녹색 노트를 덮었다. 유림은 들어오지 않은 채 말했다.

“오늘 수업 안 들어가도 돼요?”

“수업이 싫어서 온 거야, 아니면 들어가기 어려운 일이 있어?”

유림은 어깨를 움츠렸다. “그냥 배가 아파요.”

나경은 보건실에 먼저 가고 싶은지 물었다. 유림은 고개를 저었다. 대신 창가 의자에 앉아 교실 시간표를 펼쳤다. 2교시는 수학, 3교시는 체육이었다. 유림은 시간표에 검은색으로 체육을 칠했다.

“체육 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니?”

“애들이 제 사진을 올렸어요.”

나경은 더 묻지 않고 기다렸다. 유림은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 주지 않았다. “단체방에 제 졸업사진 얼굴을 붙여서 이상하게 만들었어요. 이름도 붙였고요. 다들 웃었어요.”

“그걸 직접 봤어?”

“친구가 보여 줬어요. 저는 그 방에 없어요.”

“누가 올렸는지 알아?”

유림은 입술을 깨물었다. “알아요. 그런데 말 안 할래요.”

나경은 녹색 노트에 유림의 말을 그대로 적고, 자신이 확인하지 않은 부분은 별도 표시했다. 상담 내용은 비밀로 다루지만 학생의 안전을 위해 학교에 알려야 할 수 있는 범위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림은 노트 쪽을 봤다. “그럼 제 말 다 담임한테 보여 줘요?”

“아니. 네 동의 없이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전하지 않을 거야. 다만 사진이 계속 퍼지거나 네가 안전하지 않다면, 학교에 알리고 보호 방법을 찾아야 해. 그때도 누구에게 무엇을 말할지 같이 정하자.”

유림은 “전학 가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나경이 이유를 묻자, 그녀는 손바닥을 펼쳤다. 손톱에 파란 매니큐어가 반쯤 벗겨져 있었다. “학교를 옮기면 그 사진을 아는 사람을 덜 보겠죠.”

나경은 전학을 막지 않았다. “전학을 선택할 수도 있어. 그런데 지금 가장 바라는 게 사진이 더 안 퍼지는 건지, 특정 아이를 만나지 않는 건지, 새 학교에 가는 건지 알고 싶어.”

유림은 답을 찾지 못했다. 창밖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공을 주고받고 있었다. 체육 선생님이 공을 세게 차자, 공이 담장에 부딪혔다. 유림의 어깨가 움찔했다.

그날 점심, 담임 황정민은 상담실로 와서 유림이 수업에 돌아갔는지 확인했다. “애들끼리 생긴 일 같던데요. 단톡에서 사진 한 번 돌았다고 바로 신고하면 반 전체가 뒤집어져요.”

“유림이가 사진과 별명을 봤다고 했어요.”

“누가 올렸는지는 아직 모르잖아요. 제가 반 애들끼리 사과시키면 됩니다.”

나경은 그 말을 상담 기록에 적지 않았다. 정민에게 유림의 동의를 받기 전까지 상담 세부 내용을 공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신 피해 사실을 공식 접수할 경우 학교 책임자가 절차를 안내하고, 당장 교실에서 분리할 방법을 함께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민은 한숨을 쉬었다. “이번 학기 평가 때문에 학급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무슨 일이든 조용히 풀어야 해요.”

“조용히 푼다는 게 유림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정민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경은 계약 갱신 심사가 한 달 남은 자신의 이름을 떠올렸다. 학교 관리자는 민원 수와 학교폭력 신고 건수를 함께 본다고 했다. 나경은 학생을 보호하는 일과 자기 자리를 지키는 일을 한 번에 계산하지 않으려 애썼다.

방과 후, 유림의 아버지 장동석이 상담실에 찾아왔다. 그는 작업복 위에 검은 점퍼를 입고 있었고, 손에 휴대전화를 꽉 쥐고 있었다. “애가 집에 와서 울었습니다. 당장 전학시키겠습니다. 학교가 못 막으면 제가 경찰에 갈 거예요.”

유림은 아버지 뒤에 서 있었다. “아빠, 전학 싫어.”

“아까는 가고 싶다며.”

“그때는 사진이 더 퍼질까 봐 그랬어. 학교는 바꾸고 싶지 않아.”

동석은 딸의 말에 눈을 감았다. “그럼 신고해야지. 누가 했는지 말해.”

유림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경은 아버지에게 딸 대신 신고 여부를 결정하지 말라고 요청하지 않았다. 그가 딸을 지키고 싶어 하는 마음은 분명했지만, 유림이 말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었다. 나경은 아버지에게 학교가 즉시 할 수 있는 보호 조치와 공식 신고 절차를 구분해 설명했다. 동석은 “학교가 조용히 덮으려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제가 단독으로 조사하거나 가해자를 정할 수 없습니다. 피해 사실을 학교에 공식 접수하면 책임자가 조사와 보호 절차를 안내합니다. 오늘은 아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먼저 듣고 싶습니다.”

동석은 유림을 봤다. “네가 원하는 게 뭔데?”

“사진이 더 안 퍼졌으면 좋겠어. 그리고 내일 수학 시험은 보고 싶어.”

아버지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 그럼 오늘은 전학 얘기 안 할게. 대신 학교에 정식으로 말하자.”

유림은 “아빠가 다 말하면 어떡해?”라고 물었다.

“네가 말할 내용을 같이 정하자.”

나경은 그들이 원하는 내용을 세 가지로 나눠 적었다. 사진 확산 중단, 체육 시간 자리 조정, 시험 응시. 공식 신고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유림은 자기 이름을 학교에 알려도 된다고 했지만, 사진 속 이름과 게시자 이름은 밝히고 싶지 않았다.

“그럼 오늘은 담임에게 수업 중 마주치지 않게 조정해 달라고 요청할게. 사진과 이름은 네가 정식 접수를 원할 때만 필요한 범위를 설명하고 다룰게.”

유림은 상담실 문을 나서기 전에 물었다. “제가 안 말하면 아무 일도 안 생기는 거죠?”

“어떤 일이 생기는지 나도 아직 몰라. 다만 네가 원하면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조치는 있어.”

“내일 체육 시간에 그 애들이랑 같은 조 하지 않게 해 주세요.”

나경은 정민에게 그 요청만 전달했다. 담임은 학생들의 이름을 묻지 않고 조 편성을 바꾸겠다고 했다. 그날 저녁 유림은 아버지와 함께 학교에 공식 신고를 접수하지 않고 귀가했다.

저녁 늦게 유림은 수학 문제집을 펼쳤지만 한 문제도 풀지 못했다. 아버지는 맞은편에서 급식비 영수증을 정리하다가 딸의 공책을 보았다. “시험 안 봐도 돼. 선생님께 말할게.”

“시험까지 빠지면 걔들이 제가 학교 그만둘 거라고 생각할 거야.”

“그 애들 생각을 왜 신경 써?”

“매일 같은 교실에서 봐야 하니까.” 유림은 문제집을 닫았다. “아빠는 회사를 그만두면 상사가 안 보이겠지만, 저는 반을 바꿔도 학교에서 마주쳐.”

동석은 영수증을 내려놓았다. “그럼 내가 뭘 해 줘야 해?”

유림은 한참 뒤 “내일 아침에 같이 학교 가 줘. 교무실 앞까지만”이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원하는 보호는 대신 말해 주는 일이 아니라, 문 앞까지 함께 가는 일이었다.

나경은 집에 돌아와 상담 기록의 초안을 펼쳤다. 유림의 말을 그대로 쓰는 것과 이름을 공유하는 것 사이에는 거리가 있었다. 그녀는 단체방 사진을 직접 보지 않았고, 그 사실을 기록에 분명히 남겼다. 녹색 노트에 ‘학생의 진술’과 ‘상담교사 관찰’을 다른 색으로 적었다. 다음 날 유림이 교실에 들어가기로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자신이 대신 정하지 않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유림은 교실 문 앞에 섰다. 수학 시험지가 책상 위에 놓였고, 친구들은 아무렇지 않은 척 문제를 풀었다.
시험 전 담임 정민은 교실을 돌며 계산기를 걷었다. 유림은 문제를 풀다가 4번에서 멈췄다. 옆자리 예진이 공책을 살짝 밀어 주었지만, 뒤쪽에서 누군가 웃자 손을 거뒀다. 유림은 도움을 받지 않은 척 연필을 다시 들었다. 종이 울린 뒤 예진이 “아까 미안해”라고 속삭였다.

“뭐가?” 유림이 물었다.

예진은 고개를 숙였다. “아무것도.”

그 대답은 유림을 더 화나게 했다. 누가 웃었는지, 예진이 뭘 본 건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시험지 제출 시간이 다가왔다. 유림은 끝내 4번을 비워 두었다. 교실에서 나올 때 정민이 시험지를 받아 들고 말했다. “다음엔 다 풀 수 있을 거야.” 유림은 “다음이 있으면요”라고 답했다.
그러나 쉬는 시간에 한 학생이 유림의 책상 옆에 휴대전화를 두고 갔다. 화면에는 같은 사진이 다시 올라와 있었다. 이번에는 별명 아래에 “상담실에 꼰질렀다”는 문장이 붙었다.

유림은 휴대전화를 건드리지 않고 교무실 끝자리로 왔다. “제가 신고할래요. 지금요.”

나경은 문을 열었다. “누구에게, 무엇을 알릴지 같이 정하자.”

유림은 처음으로 사진을 찍은 학생의 이름을 종이에 썼다. 그 옆에 친구 서예진의 이름도 적었다. “예진이는 웃음 표시를 눌렀어요. 그런데 제가 신고하면 예진이 동생한테도 문제가 갈 수 있어요.”

나경은 종이를 읽고도 바로 접수하지 않았다. “예진이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아직 모르고, 네가 원하는 보호도 확인해야 해. 네가 접수하겠다고 정한 사실은 학교 책임자에게 전달할게. 그다음에는 공개 범위와 절차를 설명받자.”

유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체육 시간 전에 신고서를 내겠다고 했다. 하지만 종이의 이름 두 개는 아직 누구에게도 건네지 않았다. 그녀는 먼저 예진에게 메시지를 보내기로 했다. “네가 왜 웃었는지, 직접 듣고 싶어.” 유림은 전송 버튼을 누르기 전에 휴대전화를 한 번 뒤집었다. 아버지가 방문 앞에서 기다렸지만, 그녀는 혼자 답을 보낼 때까지 잠시 시간을 달라고 했다. 문은 닫지 않았다. 오늘은 그대로 둔 채였다. 그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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