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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양봉가의 옥상 약속3화

도시 양봉가의 옥상 약속

도시 양봉가의 옥상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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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옥상에 남은 약속

주민 설명회는 아파트 상가의 작은 독서실에서 열렸다. 접이식 의자 서른 개 중 열다섯 개가 찼고, 문 옆에는 ‘옥상 양봉 안전 관련’이라고 적힌 종이가 붙었다. 미래는 노트북을 연결하고 온도 분포 지도를 띄웠다. 준호는 벌통에서 찍은 사진 대신 손으로 그린 귀환선을 준비했다. 장미숙은 긴 테이블 끝에 앉아 출입 기록을 봉투째 쥐고 있었다.

첫 질문은 맨 앞줄의 노인이 했다.

“우리 손자가 벌에 쏘였습니다. 약을 먹고 괜찮아졌지만, 누가 책임질 겁니까?”

준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일은 제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벌통에서 나온 벌인지도 아직 모릅니다. 날짜와 장소를 알려 주시면 귀환선과 겹치는지 살피고, 제가 한 관리에서 잘못이 확인되면 책임을 피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면서 벌통은 계속 두겠다는 거요?”

“아직 옮길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그 판단을 제가 혼자 내릴 권리는 없습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미래는 화면을 넘겼다. 열점의 사진과 배관 계기판, 임시 우회관을 차례로 보여 주었다. 숫자에 익숙하지 않은 주민들이 있어 색 범례를 키우고, 실제 바닥에 온도계가 닿았던 지점도 표시했다.

“어젯밤에 확인한 이상 열은 벌통에서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냉각 배관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쯤 열린 밸브를 발견했고, 지금은 잠가 둔 상태입니다. 다만 누가 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어요. 오늘 설명드리는 건 벌통이 안전하다는 보증이 아니라, 다음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확인된 사실과 모르는 사실을 나누는 겁니다.”

“그럼 벌 때문에 열이 오른 건 아니란 말이죠?” 누군가 물었다.

“그건 아닙니다. 열은 배관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고, 벌통의 내부 온도는 별도로 점검하고 있습니다.”

미래는 카메라 화면을 확대했다. “이 색만 보고 벌이 위험하다고 결론 내릴 수 없습니다. 반대로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도 없어요.”

준호가 자기 그림을 펼쳤다. 귀환선과 물받이 위치, 아이들이 다니는 산책로가 표시돼 있었다. 그는 벌의 비행이 바람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을 설명했지만, 전문 용어를 줄이고 주민들이 쓰는 지명을 붙였다. “서쪽 계단으로 나오는 벌은 놀이터 방향으로 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쏘임이 불가능한 건 아니에요. 보호망을 손상 없이 유지하고, 급수대는 난간 안쪽으로 옮기겠습니다.”

뒤쪽에 앉은 여성이 손을 들었다. “저는 벌 자체가 무서운 게 아니에요. 애가 알레르기 검사를 했는데 아직 결과가 안 나왔어요. 가족 정보가 관리실에 남는 것도 싫고요.”

미숙이 봉투를 내려놓았다. “알레르기 정보는 제가 수집하지 않겠습니다. 필요한 경우 본인이 원하는 연락처에 응급 안내를 전달할 수는 있지만, 그 정보는 주민 명단과 분리해야겠네요.”

“그럼 응급상황에 누가 대응해요?”

“현재 야간 경비는 응급약을 보관하지 않습니다.” 미래가 답했다. “응급 대응은 119와 보호자 연락이 우선입니다. 옥상 출입문에 신고 위치와 주소를 붙이고, 관리실에 응급 키트를 두는 건 오늘 결정할 수 있어요. 다만 약 복용이나 치료 지침을 관리인이 대신 정할 수는 없습니다.”

노인은 팔짱을 꼈다. “그렇게 할 거면 벌통을 두지 않는 게 간단하잖아요.”

“간단한 건 맞습니다.” 준호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옮기면 돌아오는 벌이 흩어지고, 봉군을 잃을 가능성이 큽니다. 제가 그 손실을 감수할 수는 있어도, 주민 여러분께 위험을 감수해 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임시 협약 기간을 정하고, 그 안에서 다시 판단하고 싶습니다.”

장미숙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관리단은 처음에 오늘 바로 철거하라고 할 생각이었습니다.”

주민들 사이에서 웅성임이 일었다. 미숙은 봉투에서 기록지 한 장을 꺼냈다. “그런데 어젯밤 옥상문을 잠근 사람이 관리단인지 확인하기 전에 준호 씨를 무단 출입자로 신고했습니다. 제가 기록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어요.”

“그럼 당신이 잘못한 거네.” 노인이 말했다.

“네.” 미숙은 고개를 숙였다. “문을 잠근 이유는 야간 안전 때문이었지만, 양봉가의 작업 권한을 끊으면서 대체 출입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급수 확인이 늦었습니다. 제가 그 점을 책임지겠습니다.”

미래는 화면을 끄지 않았다. 누군가 잘못을 인정했을 때 바로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면, 사과가 처리 절차 하나로 끝날 수 있었다. 그녀는 잠시 기다렸다. 미숙의 손이 테이블 아래에서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어린 시절 아들이 벌에 쏘여 응급실에 갔던 일을 이야기했다. 정확히 어느 벌이었는지, 지금 벌통과 연관이 있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벌을 보는 순간 생각을 멈추고 문부터 잠갔다고 고백했다.

“무섭다고 말하면 단장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규칙을 핑계로 삼았습니다.”

“무서운 사람이 관리하면 안 된다는 게 아니에요.” 미래가 말했다. “무서움을 숨긴 채 위험을 단정하면 안 되는 거죠.”

미숙은 그 말을 듣고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럼 제 두려움도 회의록에 남겨 주세요. 개인 사정이라고 지우지 말고요.”

논의는 한 시간 넘게 이어졌다. 옥상을 완전히 폐쇄하자는 주민과 벌통을 바로 옮기자는 준호의 주장 사이에서, 미래는 선택지를 세 개로 나눴다. 즉시 이동은 봉군 손실 위험이 있고, 현 위치 유지에는 안전 점검이 필요했다. 세 번째는 일주일간 산책로를 막고, 양봉가와 설비관리자가 매일 온도와 벌의 귀환 방향을 공동 기록하는 조건부 유지였다. 응급 키트와 신고 안내판 설치, 알레르기 민감 주민의 연락 경로 마련도 포함했다.

“일주일 뒤에 다시 투표합니까?” 여성이 물었다.

“네. 그때까지 확인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옮기는 안도 다시 올립니다.” 미숙이 답했다.

“준호 씨가 기록을 안 내면요?”

“관리단이 출입을 막으면 저도 옥상을 비우겠습니다.” 준호가 말했다. “서로 약속을 지키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조건 남겠다는 건 아니네요.”

“벌통은 제 것이지만 옥상은 제 소유가 아니니까요.”

말이 끝난 뒤 회의실은 잠시 조용했다. 동의서는 한 사람씩 돌았다. 서명하는 주민도 있었고, 일주일 뒤 다시 판단하겠다며 보류하는 주민도 있었다. 노인은 끝까지 서명하지 않았다. 그는 미래에게 “딸 가족이 다음 주에 와요. 그때까지 아무 사고가 없는지 직접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준호는 그가 서명하지 않은 종이를 억지로 밀지 않았다.

회의 뒤 셋은 응급 안내판을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바람이 가벼워졌지만 햇빛은 뜨거웠다. 미숙은 안내판을 문 옆에 달았다. 미래는 산책로를 막는 안전띠가 비상 통로를 가리지 않는지 확인했다. 준호는 물받이 위치를 조금 옮겨 벌이 난간 바깥으로 날아가지 않게 했다.

“이건 오늘 결과로 봐도 되겠어요?” 미숙이 물었다.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지켜볼 수 있는 상태를 만들었어요.” 미래가 말했다. “성과라고 부르려면 기록을 봐야죠.”

준호는 작업 장갑을 벗어 주머니에 넣었다. 손바닥에는 벌집 왁스가 얇게 묻어 있었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오늘 당장 내쫓기지 않은 건 작지 않아요.”

미래는 그의 손을 보다가 자신이 어제 받은 거즈를 떠올렸다. “손은 괜찮아요?”

“그건 제 질문이었는데요.”

“둘 다 괜찮은 걸로 하죠.”

“오늘은 그렇게 합시다.” 그는 조금 웃었다. “다음엔 저녁도 같이 먹을래요? 일 이야기 말고.”

“일주일 뒤 투표가 끝나면 생각해 볼게요.”

“그럼 투표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은요?”

“그동안엔 옥상에서 같이 점검하죠.”

그는 그 대답에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은 지킬게요.”

미래는 그가 마음을 재촉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 대신 같이 일할 시간을 제안했다. 그녀는 그것이 조금 더 마음에 들었다.

계단으로 내려가는 길에 미숙이 출입 기록을 확인했다. ‘냉각 공사 외주 임시’ 카드가 승인된 시간은 지난주 목요일 밤 11시 12분이었다. 그 시간에 작업한 업체는 없다고 태석이 확인해 줬다. 카드 발급은 전날 밤이 아니라 한 달 전에 등록돼 있었다. 기록 하단에는 출입 권한을 승인한 담당자 이름이 있었다.

서미래.

그녀는 걸음을 멈췄다. “이건 제 이름인데요.”

“당신이 발급했습니까?” 준호가 물었다.

“아니요. 저는 야간 설비점검 카드만 신청합니다. 외주 양봉 구역 출입 권한을 승인할 이유가 없어요.”

미숙은 기록을 확대했다. 승인 코드가 미래의 사번과 같았다. 그러나 등록 시간은 미래가 사고 조사를 받고 다른 현장으로 옮기기 전이었다. 당시 그녀가 처리한 요청은 수백 건이었다. 누군가 권한을 빌렸거나, 실수로 남은 서명이 재사용됐을 수 있었다.

“이 일과 연결된 건지 아직 모르겠어요.” 미래가 말했다. “기록부터 확인하겠습니다.”

“그럼 이번엔 혼자 확인하지 마요.” 준호가 말했다.

그의 말은 다정했지만, 일을 대신 맡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미래는 그 차이를 들었다.

“기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저뿐일 수 있어요. 대신 어디까지 확인했는지는 공유할게요.”

“좋습니다. 저는 옥상 기록을 공개하겠습니다.”

둘은 계단문에 새 자물쇠를 채우지 않았다. 미숙은 카드 사용 이력을 보존하되 외주업체 이름이 확인될 때까지 주민 공지에 개인 사번을 노출하지 않기로 했다. 옥상에는 안전띠와 응급 안내판, 벌통 세 개가 그대로 남았다. 어떤 것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다만 다음 일주일 동안 누구의 책임인지 함께 지켜볼 자리가 생겼다.

해 질 무렵, 미래는 옥상문 앞에서 한 번 더 열화상 카메라를 켰다. 열점은 가라앉았지만 화면의 문턱에 작은 온기가 남아 있었다. 누군가가 방금 손을 대고 간 흔적처럼. 그 옆에서 벌 한 마리가 천천히 돌아와 물받이 가장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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