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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양봉가의 옥상 약속1화

도시 양봉가의 옥상 약속

도시 양봉가의 옥상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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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민원 속 벌통

밤 열한 시 사십 분, 서미래의 열화상 카메라 화면에 옥상 한가운데 주황색 얼룩이 떠올랐다. 외기 온도는 스물아홉 도였다. 방수층 표면은 낮 동안 열을 머금어 서른여섯 도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화면의 얼룩은 그보다 높았다. 좁은 사각형 안쪽만 마흔한 도. 주변보다 다섯 도나 뜨거웠다.

미래는 카메라를 내리고 맨눈으로 옥상을 봤다. 물탱크와 배기구 사이에 푸른 차광막이 쳐져 있었다. 모서리 하나가 찢어져 바람에 펄럭였다. 차광막 아래에는 벌통 세 개가 일렬로 놓였다. 벌들이 불빛에 쏠리지 않도록 덮은 방충막 가장자리에서 검은 점들이 들고났다.

“거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뒤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미래가 돌아서자 보호망을 머리까지 내린 남자가 계단문 옆에 서 있었다. 가죽 장갑은 손가락 끝이 해져 있었고, 한쪽 손에는 투명한 물통이 들려 있었다.

“시설관리팀 서미래입니다. 열점 신고가 들어왔어요.”

“누가 신고했죠?”

“옥상 천장 아래 세대에서요. 더운 공기가 내려온다는데, 일단 표면 온도부터 보고 있습니다.”

남자는 잠깐 말이 없었다. 그러곤 벌통 쪽으로 몸을 틀어 물통을 내려놓았다. “이준호예요. 옥상 양봉을 맡고 있습니다. 여기서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면 벌들이 놀라요.”

“플래시는 꺼져 있어요. 다만 벌통 가까이는 가야 합니다.”

“왜요?”

“열이 어디서 생기는지 확인해야 하니까요.”

준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와 벌통과 미래 사이를 막았다. 위협하려는 자세라기보다, 오래 지킨 자리를 내주지 않으려는 몸짓이었다. 미래는 카메라 화면을 돌려 그에게 보여 줬다.

“벌통이 열을 내는 건가요?” 그가 물었다.

“카메라가 알려 주는 건 온도 차이뿐이에요. 원인은 아직 몰라요.”

“그럼 원인을 찾기 전에 벌통부터 치우자는 말이 나오겠네요.”

“제가 그렇게 말한 적은 없어요.”

준호는 보호망 안에서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의 눈썹에 땀이 맺혀 있었다. 미래는 물통 주변에 물기가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뚜껑은 열렸지만 흡수용 부표가 비어 있었다. 벌이 빠져 죽지 않도록 물 위에 띄워 놓는 얇은 나무 조각이 있어야 했다.

“급수대가 고장 났습니까?”

“아침부터 수압이 약했어요. 일단 여기 채워 놓으려고 했는데, 안에 들어올 수가 없어서요.”

“출입 기록에는 등록된 카드만 올라와 있습니다.”

“등록 카드는 관리단에 있어요. 제 카드는 지난달에 정지됐고요.”

미래는 키 패드를 들여다봤다. 출입 승인 상태는 정상, 잠금 시간은 밤 열 시 이후. 건물 점검자에게는 일회용 접근 코드가 발급돼야 했지만, 오늘은 코드 요청이 없었다. 이상했다. 준호는 관리단이 발급을 미뤘다고 했고, 관리단장은 그가 무단 출입했다고 민원을 넣었다. 양쪽 말 중 하나는 틀렸지만, 온도 얼룩은 누구 말에도 관심이 없었다.

“문부터 열겠습니다. 대신 벌통 바로 옆으로 가지 않고 외벽과 배수관을 볼게요.”

“그 사이 벌들이 흩어지면요?”

“조명을 끄고, 움직임을 천천히 하겠습니다. 제가 확인하는 동안 당신이 귀환 방향을 봐 주세요.”

준호는 잠깐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계단으로 내려가 관리실에 전화했다. 관리단장 장미숙은 세 번째 신호음에 받았다. 잠옷 위에 얇은 카디건을 걸친 채 금방 내려온 그녀는 옥상 문 앞에서 미래를 먼저 나무랐다.

“이 시간에 양봉가를 들이면 안 되죠. 낮에 민원이 세 건이나 들어왔어요.”

“문을 잠근 건 관리단 쪽인가요?” 미래가 물었다.

미숙은 키 고리를 만졌다. “야간 출입을 제한한 건 맞아요. 벌통 관리는 낮에 하면 되잖아요.”

“낮에는 벌이 더 활발합니다.” 준호가 말했다.

“그럼 더더욱 올라오면 안 되겠네요.”

“지금 물이 끊겼습니다.”

“벌을 그렇게 많이 들여놓고 물까지 달라고 하세요?”

미래는 두 사람 사이에 손바닥을 들었다. “지금은 벌통을 두고 다투기 전에 열점과 급수 문제를 봐야 해요. 문을 열어 주시고 15분만 같이 올라가 주세요. 위험하면 그 자리에서 중단하겠습니다.”

미숙은 ‘15분’을 곱씹었다. 관리실 시계는 자정에 가까웠다. 그녀는 결국 키 고리에서 카드를 꺼내 문을 열었다. “벌이 나와서 사람을 쏘면 관리팀도 책임 있는 거예요.”

“맞습니다. 그래서 출입자와 시간도 기록하겠습니다.” 미래는 문을 열고 조명을 최소한으로 켰다.

옥상에 오르자 바람이 불었다. 찢어진 차광막이 철제 난간을 때리며 탁탁 소리를 냈다. 벌통 앞을 지키는 준호가 손짓으로 바람 쪽으로 돌아오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 미래는 그가 알려 준 귀환선을 피해서 물탱크 뒤로 움직였다. 열화상 카메라에 배수구에서 외벽으로 이어지는 가는 선이 나타났다. 사각형 열점의 가장자리는 벌통과 닿지 않았다. 오히려 옥상 바닥 아래의 배관 방향으로 이어졌다.

“벌통에서 난 열이 아닌 것 같아요.”

“그럼 어디서요?” 미숙이 물었다.

“아직 몰라요. 표면만 봐서는.”

미래는 카메라를 조정해 각도를 낮췄다. 색 분포가 달라졌다. 벌통을 받친 나무 받침 아래가 주황빛으로 번졌지만, 방수층에서 배수구 쪽으로 갈수록 더 진해졌다. 그녀는 장갑 낀 손가락으로 바닥을 짚지 않고, 온도계 프로브를 가까이 댔다. 진동이 손잡이에 전해졌다. 낮은 모터음이었다.

“이 아래에 팬이 있어요?”

미숙이 대답했다. “저쪽은 폐기한 냉각 설비예요. 작년 공사 때 막아 놨어요.”

“완전히 분리됐습니까?”

“그건 시설팀이 알죠.”

미래는 자신이 시설팀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이 옥상 설비는 그녀가 담당하는 구역이 아니었다. 정식 도면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열점은 점점 넓어지고 있었다. 준호는 벌통 앞에서 손을 들어 벌이 몰리지 않는지 살폈다.

“귀환이 늦어졌어요.” 그가 말했다. “이 시간엔 이 정도로 맴돌지 않습니다.”

미숙은 뒷걸음질 쳤다. “봐요. 옥상에 계속 두면 안 된다니까요.”

그 순간 찢어진 차광막이 바람을 타고 벌통 위로 내려앉았다. 준호가 달려들어 천을 잡았다. 미래는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내리고 반대쪽 모서리를 붙들었다. 천이 팽팽해지자 금속 고정쇠가 날카롭게 튀었다. 미래의 장갑을 긁고 손목을 스쳤다. 피가 얇게 배어 나왔다.

“손 다쳤어요.” 준호가 말했다.

“가벼운 상처예요. 먼저 천을 고정하죠.”

준호는 그녀가 잡은 모서리를 놓지 않았다. “벌이 놀라면 안 돼요. 지금 놓으면 봉군 위로 떨어집니다.”

“고정쇠 어디 있어요?”

“난간 밑 공구함.”

미숙이 공구함을 가져오는 동안 미래는 천을 바닥에서 들어 올렸다. 준호의 어깨가 그녀의 팔 가까이에 닿았다. 둘은 서로를 보지 않은 채 바람이 멎기를 기다렸다. 고정쇠를 찾은 미숙이 차광막을 난간 쪽으로 묶었다. 바람에 펄럭이는 천이 잠잠해졌다. 놀라 날아오를 것 같던 벌들은 몇 바퀴 맴돈 뒤 벌통으로 돌아갔다.

“이걸 계속 둘 수는 없어요.” 미숙이 말했다. 이번엔 목소리가 낮았다.

“동의해요. 임시 그늘부터 다시 만들고, 열원도 찾아야 합니다.” 미래가 답했다.

준호는 찢어진 망을 살폈다. “정식으로 고칠 때까지 벌통을 옮기자는 얘기가 나오겠죠.”

“옮기면 안 되는 이유를 알려 주세요.”

“봉군마다 이동할 수 있는 시기가 달라요. 지금 급히 옮기면 돌아오지 못하는 벌이 생깁니다. 그리고 지금은 더워서 벌통 안 온도도 높아요.”

“그럼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습니까?”

준호는 대답을 망설였다. “내일 아침까지는 임시 조치가 필요해요. 그 뒤는 제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미래는 손목에 난 상처를 휴지로 눌렀다. 카메라 화면에는 열점이 아직 남아 있었다. 벌통의 온도와 배관의 온도는 함께 올라갔다. 원인이 무엇이든 오늘 밤 안에 끝날 문제는 아니었다.

관리실로 돌아오자 미숙이 민원 목록을 보여 줬다. ‘밤마다 창문에 벌이 붙는다’, ‘옥상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난다’, ‘아이와 함께 다니기 불안하다.’ 이름을 가린 신고 세 건 중 한 건에는 ‘지난달 손등에 쏘였다’는 문장이 있었다. 준호는 그 글을 보고 입술을 다물었다.

“이분이 병원에 갔습니까?” 미래가 물었다.

“확인은 못 했어요. 신고자가 연락처를 남기지 않았습니다.” 미숙이 답했다.

“그럼 당사자가 원하면 응급 안내를 전달하고, 쏘인 장소와 시간을 확인해야 합니다. 벌통 위치랑 실제 연결되는지 아직 모르잖아요.”

준호는 고개를 들었다. “제가 먼저 주민한테 공지하면 양봉이 위험하다는 소문만 퍼질 수 있어요.”

“알려야 할 정보와 홍보는 다르죠.”

“그 말은 맞아요.”

그는 처음으로 미래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눈 밑이 그늘졌지만, 눈빛은 물러서지 않았다. 미래는 휴지에 피가 번지는 걸 내려다봤다. 자신이 과거에 확인을 미루는 동안 누군가 다쳤던 날에도 이런 얼룩이 있었다. 그 기억을 여기서 꺼낼 이유는 없었다. 다만 이번엔 원인을 확인하기 전 결론을 내리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내일 오전, 설비 도면하고 출입 기록을 같이 보죠. 준호 씨는 봉군 상태와 급수량을 기록해 주세요. 미숙 단장님은 민원 세대에 연락할 방법이 있는지 찾아봐 주세요. 벌통을 옮길지 말지는 그 뒤에 정하겠습니다.”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으면요?” 미숙이 물었다.

“그때는 반대 이유까지 듣고 안전 조치를 다시 세워야죠.”

“제가 원하는 답은 아니네요.”

“저도 아직 답을 모릅니다.”

준호는 빈 물통을 들어 올렸다. “아침에 물을 채워야 합니다. 입주민에게 물이 닿지 않는 위치를 찾을게요.”

“그럼 저도 같이 보겠습니다.” 미래가 말했다. “급수관 상태를 확인할게요.”

“벌 가까이에 들어와도 괜찮겠어요?”

“안전 거리를 알려 주시면 지킬게요.”

그가 아주 짧게 웃었다. “그건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옥상 문을 닫기 전, 미래는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열점은 배수구에서 끊기지 않고 기계실 벽 쪽으로 이어졌다. 화면 한구석에 온도 상승을 알리는 작은 경고가 깜박였다. 방금 전까지는 차광막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폐기했다는 냉각 설비가 더 의심스러웠다.

미숙은 열쇠를 돌리다 멈췄다. “그 냉각 설비, 지난주에 누가 점검하러 올라왔어요. 관리업체 사람은 아니었어요.”

“누군지는 아세요?”

“얼굴은 몰라요. 카드 기록을 내일 찾아봐야겠네요.”

문이 잠겼다. 준호의 물통 안에서 빈 플라스틱이 흔들렸다. 미래는 상처 난 손목을 소매로 가리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내일 오전까지는 열원을 찾고 물을 대야 했다. 옥상에서 돌아온 벌 몇 마리가 문 유리 위에 앉아, 안쪽의 불빛을 향해 더듬이를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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