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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용 꼬리를 꿰매는 재봉사2화

종이용 꼬리를 꿰매는 재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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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스승이 남긴 바늘집

연지는 공방 바닥에 큰 종이를 펼쳤다. 종이용 꼬리의 문양을 손으로 옮겨 그리자, 어젯밤 열린 골목과 닫힌 솔기길이 선 하나로 이어졌다.

“여기서 이 선을 열면 반대편이 닫힌다는 거야?”

해준이 지도 위에 자전거 바퀴를 올려놓았다. 바퀴가 종이에 닿자 물결무늬가 번졌다. 그는 서둘러 자전거를 뒤로 뺐다.

“지도에 올리지 말라고 했어.”

“이게 진짜 길이면 실제 물건도 반응할 수 있잖아.”

“그걸 확인할 필요는 없어.”

“그럼 뭘 확인해야 하는데?”

연지는 선의 끝에 표식을 그렸다. “이 길을 누가 쓰는지.”

어제 길에서 나온 절임 장수 최복례는 손수레를 공방 문 안에 세워 두고 앉아 있었다. 그녀는 열어 둔 골목을 통해 시장까지 다녀왔다. 골목이 아직 닫히지 않은 건 종이용 꼬리를 묶어 둔 임시 실 덕분이었다.

“시장에는 무사히 다녀오셨어요?”

“무사했지. 그런데 솔기길은 아직 막혀 있어. 평생 저 길로 장을 봤는데, 오늘은 담벼락이 내 문 앞까지 나왔더라.”

“종이용을 수선하는 동안만 그래요.”

“그럼 언제 끝낼 거야?”

연지는 답을 고르지 못했다. “축제 행렬이 끝나기 전까지요.”

복례는 연지를 똑바로 보았다. “축제 끝나면 골목이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보장은 있어?”

“아직 없어요.”

“그럼 네가 고치는 건 용꼬리야, 아니면 우리 사는 길이야?”

해준은 지도에서 바퀴를 치웠다. 연지는 스승의 바늘집을 꺼냈다. 옥주가 쓰던 대나무 케이스는 손바닥보다 길었고, 안쪽에 금색 돋보기 자국이 남아 있었다. 잠금 끈은 오래전에 끊겼다. 그녀는 바늘을 하나씩 옮겨 보며 바닥을 눌렀다.

“바늘집 바닥이 떠 있어.”

“스승님이 숨겨 둔 게 있나?” 해준이 물었다.

“선생님은 바늘을 아무 데나 넣지 않았어.”

연지는 케이스의 양 끝을 잡고 비틀었다. 얇은 판이 열리며 접힌 지도 조각이 나왔다. 종이에는 연화읍의 옛길이 여러 겹 그려져 있었고, 골목마다 ‘열림’과 ‘닫힘’ 표시가 엇갈렸다. 지도 아래에는 스승의 서명이 있었다.

복례는 자기 집이 있던 자리를 찾아 손가락을 올렸다. 그곳에는 검은 선이 세 번 그어져 있었다. “이 길은 예전에 내 남편이 생선을 팔러 다니던 곳이야.”

“선생님이 닫았어요?” 연지가 물었다.

“그때는 더 안쪽에 살았어. 장사가 잘되는 길이 열린다고 했지. 남편은 그 길이 열리면 우리 집 앞이 막힌다고 반대했어.”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남편이 시장을 옮겼고, 나는 그 길을 다시 못 썼지. 스승님은 행렬이 끝나면 원래대로 돌려놓겠다고 했어. 결국 돌아오지 않았고.”

연지는 지도를 덮었다. “선생님이 주민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뜻이에요?”

“동의는 했을 거야. 나만 빼고.”

복례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손가락은 세 번 그어진 선을 떠나지 않았다. 연지는 말없이 지도에 복례의 집과 현재 가게 위치를 다시 표시했다. 두 곳은 한 골목을 사이에 두고 있었다. 솔기길이 막히면 복례는 시장까지 돌아가는 데 두 시간을 더 걸어야 했다.

해준이 동생 집을 가리켰다. “내 여동생도 이 길 건너에 살아. 아이가 아파서 약을 배달해야 해.”

“그 집은 왜 말 안 했어?”

“내 계약이 끝난 뒤에 이사할 수도 있어서.”

“그럼 길이 닫혀도 괜찮다는 뜻이야?”

해준은 대답을 미뤘다. 연지는 지도에 그의 집을 표시했다. “네가 쓰는 길도 다른 사람의 동의 없이 열고 닫을 수는 없어.”

“난 닫으라고 한 적 없어.”

“닫힌 길 위에 살면서,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았잖아.”

“네가 공방을 지키려고 종이용을 열었어. 나한테까지 선택을 요구하지 마.”

연지는 반박하지 않았다. 자신의 실수로 열린 길을 지키겠다고 하면서, 해준에게는 집을 잃을 수 있는 선택을 감추라고 했다. 복례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 저녁에 골목 사람들을 불러. 다 같이 이 지도 보자.”

“마법이라고 하면 누가 믿겠어요?”

“내 문 앞이 막혔는데 그걸 믿지 않으면 뭐라고 해야 해?”

그날 저녁, 공방 앞에 골목 주민들이 모였다. 축제위원회 실무자 서명구도 왔다. 그는 큰길 행렬 계획도를 펼쳤다. “큰길로 돌리면 안전요원이 집중될 수 있습니다. 옛 골목은 비좁고, 차량 진입이 안 되니 행사에서 빼는 게 맞습니다.”

복례가 손수레 손잡이를 두드렸다. “그 골목을 빼면 우리가 시장을 못 가요.”

“차량이 못 들어가더라도 보행 통로는 열려 있습니다.”

“지금은 벽이 막고 있어요.”

서명구는 종이용 꼬리의 문양을 바라봤다. “그 낡은 장식 하나 때문에 골목이 움직인다고 생각하십니까?”

연지는 바늘집을 올려놓았다. “직접 보세요.”

“지금 열면 다른 길이 닫힌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길이 닫히는지 먼저 함께 확인하자는 거예요.”

서명구는 팔짱을 꼈다. “축제 일정은 바꿀 수 없습니다. 행렬은 큰길로 갑니다.”

“그럼 주민이 사는 길을 닫아 둔 채 행사를 하겠다는 거예요?”

“길을 닫은 건 제가 아닙니다.”

“결정하지 않는 것도 결정이에요.”

주민들은 서로 얼굴을 보았다. 해준은 발끝으로 자전거 페달을 돌렸다. 그의 동생이 사는 골목에서는 아이가 기침하는 소리가 들렸다. 연지는 그쪽을 바라보다가 실을 손목에서 풀었다.

“종이용을 완전히 수선하면 골목 하나가 닫힙니다. 저는 아직 어디를 열지 결정하지 않았어요. 먼저 문양을 펼쳐서 누가 영향을 받는지 보겠습니다.”

복례가 손을 들었다. “나는 찬성이야. 단, 내 집 앞길을 또 닫으면 네가 시장까지 걸어야 해.”

“그렇게 할게요.”

“그때도 약속을 지켜.”

해준이 말했다. “나도 지도 확인에는 찬성해. 하지만 동생 집을 열어 주겠다고 말할 수는 없어. 그 애가 이사하고 싶은지부터 물어봐야 해.”

연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네가 직접 물어.”

“그 말, 나한테 책임 미루는 것처럼 들린다.”

“아니. 네 동생의 길을 내가 대신 정할 수 없다는 뜻이야.”

그날 밤, 세 사람은 바늘집의 낡은 매듭을 풀었다. 안쪽에는 작은 청동 바늘이 하나 더 들어 있었다. 바늘 끝에 종이 부스러기가 붙어 있었고, 옥주의 글씨가 손잡이에 새겨져 있었다.

‘열 땀을 놓으면 길이 열린다. 아홉 땀에서 멈추면 문은 남는다.’

“그럼 어젯밤 우리가 열린 길을 고정한 게 아니었어.” 해준이 말했다.

“여덟 땀 매듭을 해야 축제 끝까지 유지돼. 마지막 두 땀은 아직 놓지 않았어요.”

복례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럼 지금도 닫을 수 있다는 거야?”

“네. 하지만 이미 길이 막힌 사람은 있어요.”

연지는 지도 조각을 등잔에 비췄다. 뒷면에 희미한 문장이 떠올랐다. ‘내가 닫은 길은 내가 다시 열지 못했다.’ 스승의 글씨였다. 그 아래에는 다른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옥주가 축제위원회에 제출한 주민 동의서의 서명들이었다.

“선생님이 혼자 결정한 게 아니었어.” 해준이 말했다.

복례는 자신의 이름을 찾았다. 서명이 없었다. 대신 남편의 이름과 그 옆에 ‘가게 이전 뒤 동의’라고 적혀 있었다. 복례는 종이를 접었다.

“남편은 나한테 묻지 않았어.”

연지는 바늘집을 복례에게 건넸다. “제가 대신 사과할 순 없어요. 하지만 이번 결정에는 모든 사람이 직접 참여하게 할게요.”

“그리고 골목이 닫히면?”

“그 길을 다시 여는 법을 찾을 때까지 같이 걸을 거예요.”

복례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거절하지도 않았다. 대신 청동 바늘을 받아 들고 손잡이에 붙은 종이 조각을 떼었다. 뒷면에는 작은 방향표가 그려져 있었다. 방향은 공방이 아니라 축제위원회 창고를 가리켰다.

“용꼬리 원본은 거기 있겠네.”

서명구가 지도를 급히 접었다. “창고에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가 돌아선 뒤, 연지는 해준에게 말했다. “내일 해 뜨기 전에 창고에 가야 해.”

“허락 없이?”

“문을 열지 않고 원본만 볼 거야.”

해준이 자전거 열쇠를 돌렸다. “그럼 내가 길을 찾을게. 대신 네가 먼저 동생한테 연락해. 그 애가 어떤 길을 원하는지 듣고.”

해준은 자전거를 세우고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네 번 울린 뒤, 아이가 기침하는 소리가 먼저 들렸다.

“누나, 약은 내가 가져갈게. 그런데 솔기길이 막혔어.”

“그럼 큰길로 와.”

“두 시간 걸려.”

“괜찮아. 아이는 열이 내렸어.”

해준은 손잡이에서 손을 떼었다. “네 집 앞길을 축제 용한테 열면 반대쪽 길이 닫힐 수도 있대. 네가 싫으면 내가 그 길은 안 열게.”

“그 길을 왜 열어? 집주인이 담을 새로 세웠다고 우리가 갑자기 다른 길로 다녀야 해?”

“그럼 열어야 해?”

“아니. 우리한테 물어보는 게 먼저지. 엄마가 살아 있을 때도 네가 먼저 문을 열고 나중에 설명했잖아.”

해준은 대답을 삼켰다. 연지는 옆에서 듣고도 대신 말하지 않았다. 전화 너머 동생은 숨을 고르고 덧붙였다. “이번엔 아이한테도 물어볼게. 매일 학교 갈 때 어느 길이 좋은지.”

“알겠어. 우리끼리 정하지 않을게.”

“그리고 오빠, 이사 계약은 아직 안 했어. 네가 걱정하던 것처럼 내일 당장 나가지 않아.”

해준은 눈을 감았다. “나도 그 얘기를 먼저 했어야 했네.”

통화를 끊자, 그는 지도에 여동생 집을 다시 표시했다. 이번에는 ‘열어야 할 길’이 아니라 ‘당사자에게 묻기’라고 적었다.
연지는 휴대전화를 꺼내 메시지를 썼다. 보내기 직전, 화면 위로 스승의 오래된 음성 메시지 알림이 떴다. 그 음성은 장례식 때 한 번도 재생되지 않은 파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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