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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주세요, 드래곤이 너무 집착해요4화

살려주세요, 드래곤이 너무 집착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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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먹으면 죽는 풀, 먹으면 사는 풀

카엘루스는 아침부터 산양 고기를 요구했다.

[어제의 것을 다시 만들어라.]

"어제의 것은 이미 먹었잖아요."

[그러니 다시 만들라는 뜻이다.]

나는 식량 구역 입구에 앉아 밤새 만든 목록을 들어 보였다. 종이에는 재료가 세 칸으로 나뉘어 있었다. 금색은 인간도 먹을 수 있는 것. 붉은색은 카엘루스의 확인이 필요한 것. 검은색은 손대지 않는 것.

"먼저 재료부터 확인할게요. 이름표도 붙이고요."

[짐은 모든 재료의 이름을 안다.]

"드래곤님만 안다고 제가 아는 건 아니죠."

카엘루스는 인간형으로 변한 채 내 앞에 서 있었다. 은금빛 머리카락 사이로 금빛 눈이 차갑게 빛났다. 그는 목록을 내려다보더니 붉은색 칸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산양과 바위 소금과 향초면 충분하다.]

"별불 버섯과 그림자 멧돼지는요?"

[짐에게는 훌륭한 식량이다.]

"저한테는 손가락이 수정이 되거나 그림자한테 잡아먹히는 물건이고요."

나는 산양 고기를 안전 칸으로 옮겼다. 바위 소금은 작은 병에 담아 이름표를 붙였다. 별불 버섯은 돌 상자 안에 넣고 뚜껑에 커다랗게 적었다.

<인간 접근 금지. 손가락을 아끼고 싶다면 열지 말 것.>

카엘루스가 문장을 읽고 눈썹을 치켜올렸다.

[짐의 식량에 협박문을 붙였군.]

"안내문이에요."

[짐이 협박당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 직접 지우세요."

카엘루스는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 내가 옮긴 물건을 다시 건드리려면 허락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는 몰래 웃었다.

"아직 관리자 말단이라도 꽤 쓸모 있죠?"

[쓸모를 자랑하는 인간은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

"그래서 조용히 일하고 있잖아요."

선반 아래에서 어제 보지 못한 풀 다발이 보였다. 잎은 길고 가늘었으며 끝이 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가까이 가져가자 달콤하고 따뜻한 냄새가 났다.

"이건 향초인가요?"

카엘루스가 고개를 돌렸다.

[아니다.]

대답이 너무 늦었다.

"그럼 뭐예요?"

[놓아라.]

카엘루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하지만 나는 이미 잎 하나를 손가락 사이에 끼운 뒤였다. 전날 사용한 향초와 비슷한 냄새라서 소스에 조금 넣으면 좋을 것 같았다.

"냄새는 괜찮은데요."

[손에서 내려놔라.]

잎 끝이 손가락을 스쳤다.

따끔한 통증이 지나갔다. 금색 표식이 번쩍였지만 이번에는 막이 생기지 않았다. 투명한 즙이 피부 안으로 스며들었다.

"어?"

눈앞의 선반이 두 개로 겹쳤다. 카엘루스의 얼굴도 셋으로 흔들렸다. 혀끝이 저리더니 손끝의 얼얼함이 팔꿈치까지 올라왔다.

[에블린!]

나는 뒤로 물러나다 식량 상자를 걷어찼다. 병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카엘루스가 손을 뻗었지만 그의 손가락이 너무 많아 보였다.

"괜찮아요. 조금 어지러운 것뿐이에요."

[그 풀은 인간의 신경을 태운다.]

"그걸 왜 이제 말씀하세요?"

[네가 묻지 않았으니까.]

"그게 지금 할 말이에요?"

숨을 들이쉴 때마다 냄새가 지나치게 선명해졌다. 산양 고기의 기름 냄새와 바위 소금 냄새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선반 아래에서는 검은 안개가 꿈틀거렸다.

안개 속에서 익숙한 흰 불빛이 번졌다. 냉장고와 전자레인지와 삼각김밥이 눈앞에 나타났다. 나는 무심코 그쪽으로 손을 뻗었다.

"집에 가고 싶어요."

[그곳을 보지 마라.]

금빛 빛살이 시야를 가렸다. 카엘루스가 내 앞을 막고 있었다. 손끝의 불꽃이 억눌린 듯 떨렸다.

[내 눈을 봐라.]

나는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황금빛 눈동자 안에 흐릿한 내 얼굴이 비쳤다.

[숨을 쉴 수 있나.]

"네."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나.]

"조금요."

[내 목소리가 들리나.]

"너무 크게 들려요."

카엘루스는 바닥에 떨어진 은 쟁반을 허공으로 띄웠다. 차가운 물이 담긴 쟁반과 푸른 광석이 내 앞에 내려왔다.

[물을 마셔라.]

"마셔도 되는 물이에요?"

[짐이 주는 것이다.]

"그 말로는 안심이 안 돼요."

[이번에는 안전하다.]

나는 물을 조금 삼켰다. 카엘루스는 광석을 손가락으로 으깨 물에 풀었다.

[이것도 삼켜라.]

"맛은요?"

[없다.]

"드래곤님 기준이면 믿기 어려운데요."

약을 삼키자 겹쳐 보이던 선반이 천천히 하나로 돌아왔다. 검은 안개도 바닥 아래로 가라앉았다. 카엘루스는 내 손목을 붙들고 잎이 스친 자리를 살폈다.

[내가 확인하지 않은 것을 만지지 마라.]

"그럼 확인해 주셔야죠. 이름도 안 알려 주고 위험하다고만 하면 제가 어떻게 알아요?"

[네가 죽을까 봐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반박하려다 멈췄다. 카엘루스의 손가락이 아주 조금 떨리고 있었다. 손끝에 남은 불꽃도 꺼지지 않았다.

"이건 무슨 풀이에요?"

[금빛 몽상초. 드래곤에게는 감각을 선명하게 하는 향료다. 인간에게는 욕망을 부풀려 정신을 흐리게 한다.]

"그런 걸 향초랑 같은 곳에 두면 어떡해요?"

[짐은 인간이 아니니까.]

"저는 인간이에요."

[이제 안다.]

나는 식량 구역을 둘러보았다. 이곳에는 카엘루스에게 필요한 기준만 있었다. 내가 먹어도 되는지 판단할 기준은 어디에도 없었다.

"인간 약초상이 필요해요."

[안 된다. 인간을 레어 가까이 부르지 않는다.]

"그럼 제가 또 독초를 만져서 쓰러져도 혼자 해결하실 건가요?"

[짐이 해결했다.]

"이번에는요. 다음에는 제가 진짜 죽을 수도 있잖아요."

[죽지 않게 하겠다.]

"그 약속만으로는 부족해요."

나는 레어 입구에 놓인 낡은 돌판을 가져왔다. 그 위에 굵게 글을 썼다.

<인간에게 안전한 약초와 식재료를 찾습니다. 대가는 협의. 레어 주인의 허락 있음.>

"레어 아래에 인간 마을이 있다면서요. 약초상 한 명만 불러 주세요."

[인간과 거래할 필요는 없다.]

"제가 필요해요. 인간에게 안전한 재료 없이는 드래곤님 밥도 계속 위험해지고요."

카엘루스가 조용해졌다. 나는 돌판을 레어 입구 바깥에 세웠다.

레어 입구에서 내려다보니 산 아래로 가느다란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바위 사이에는 사람이 오간 흔적도 보였다. 약초나 식량이 레어 안에서 저절로 생겨나지는 않을 터였다.

한참 뒤 산길 아래에서 약초 바구니를 든 남자가 올라왔다. 그는 돌판과 레어 입구를 번갈아 보며 침을 삼켰다.

"글을 쓰신 분이 에블린 아가씨입니까?"

"네. 누구세요?"

"이안 로웰입니다. 아래 마을에서 약초를 팝니다. 금빛 표식이 있는 날에는 거래가 가능하다는 걸 배워서 왔습니다."

카엘루스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돌아가라.]

이안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래도 바구니를 내려놓고 허리를 숙였다.

"무례를 저지를 생각은 없습니다.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약초를 찾으신다면 제가 아는 범위에서 돕겠습니다."

나는 바구니 안의 풀을 가리켰다.

"이건 먹어도 되나요?"

이안은 곧장 손을 내저었다.

"그건 안 됩니다. 붉은 줄기가 있는 건 달빛쑥이고 노란 줄기가 있는 건 금빛 몽상초입니다. 이름은 비슷해도 효과가 완전히 달라요."

"그럼 이 하얀 꽃은요?"

"서리꽃입니다. 말려서 차로 만들면 가벼운 독을 누그러뜨립니다."

이안은 작은 집게로 약초를 나누었다. 카엘루스가 설명하지 못한 차이를 그는 냄새와 잎맥으로 구분했다.

나는 오랜만에 같은 기준으로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난 듯 어깨의 힘을 풀었다.

"이안 씨. 내일도 올 수 있어요? 안전한 약초 목록을 만들고 싶어요."

"대신 거래 조건이 필요합니다. 마을 약초밭을 드래곤의 영역으로부터 보호해 주신다면 매일 필요한 만큼 가져오겠습니다."

[짐의 산에서 약초를 캐면서 보호까지 요구하는군.]

"드래곤님도 약초가 필요하잖아요."

[짐에게 필요한 것은 약초가 아니라 네 요리다.]

"그 요리를 하려면 약초가 필요하고요."

카엘루스는 이안을 보다가 나를 보았다.

[좋다. 한 달 동안 허락한다. 단 이 인간은 네게서 열 걸음 이상 떨어지지 않는다.]

"거래를 허락하는 것과 감시는 다르죠."

[그럼 다섯 걸음이다.]

"그게 양보가 아니거든요."

이안이 난처하게 웃었다. 그가 내 쪽으로 해독초 꾸러미를 내밀자 카엘루스의 손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꾸러미가 내 손에 닿기 전에 허공에서 멈췄다.

[내가 확인한다.]

"이안 씨가 이미 확인했어요."

[짐도 확인해야 한다.]

카엘루스는 약초를 오래 살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제가 받을게요."

그가 손을 놓자 꾸러미가 내 손바닥에 내려앉았다. 금색 표식은 약하게 빛났지만 경고하지 않았다.

"안전하네요."

"내일 해가 지기 전까지 다시 오겠습니다. 해독초와 식용 허브를 가져올게요."

이안이 돌아서자 카엘루스가 낮게 말했다.

[에블린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이안의 발이 멈췄다.

"제가 이름을 알려 줬는데요."

[그래도 허락은 받아야 한다.]

"제가 허락했어요."

카엘루스가 나를 돌아봤다. 불쾌함과 당황스러움이 동시에 얼굴에 떠올랐다.

"그리고 협박과 보호는 다릅니다. 제가 이안 씨와 거래하는 동안에는 제 선택을 막지 마세요."

[네가 또 아프면?]

"그때는 더 빨리 도움을 부를 거예요."

카엘루스는 한참 대답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이안이 내려놓은 약초 바구니를 가리켰다.

[내일 와라. 늦으면 거래는 없다.]

이안은 급히 고개를 숙이고 산길을 내려갔다. 나는 그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카엘루스의 시선이 내 손에 꽂혔다.

"왜요?"

[그 인간에게 너무 오래 웃었다.]

"약초를 가져다주는 거래 상대에게 웃을 수도 있죠. 드래곤님은 처음부터 협박만 했잖아요."

그 말에 카엘루스가 조용해졌다.

나는 약초 꾸러미를 식량 구역으로 가져왔다. 해독초를 안전 칸에 넣으려는 순간 꾸러미의 가장자리가 검게 물들었다.

처음에는 흙이 묻은 줄 알았다. 그러나 검은 얼룩은 줄기를 타고 번졌다. 하얗던 서리꽃의 꽃잎이 잿빛으로 오그라들었다.

선반 아래의 검은 안개가 가늘게 흔들렸다.

카엘루스의 표정이 굳었다.

[그것을 내려놔라.]

"이안 씨가 준 건 안전하다고 했는데요."

[안전했다. 이제는 아니다.]

나는 약초를 돌판 위에 내려놓았다. 금색 표식이 강하게 빛났고 식량 구역 깊은 곳에서 긁히는 소리가 났다.

카엘루스가 내 앞에 서서 입구를 막았다.

[내일부터는 내가 네 곁에 있는다.]

"식사 때도요?"

[잠들 때도.]

"그건 감시가 아니라 과보호인데요."

[네가 죽지 않는다면 무엇이든 상관없다.]

나는 검게 물든 꽃을 바라보았다. 카엘루스의 얼굴에는 분노가 남아 있었다. 그 안쪽에는 조금 전 내가 본 것과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

"좋아요. 대신 제가 레어를 더 정리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이 안개가 닿는 곳을 찾아야 해요."

[위험하다.]

"그래서 혼자 안 하겠다는 거예요."

카엘루스는 낮게 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는 반대하지 않았다.

먹으면 죽는 풀과 먹으면 사는 풀을 구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무엇이든 이 레어 안에 오래 두면 죽는 것으로 바뀔 수 있었다.

나는 식량 목록과 돌판을 챙겼다.

내일은 식량 목록이 아니라 레어 전체의 구역표부터 만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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