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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층에는 이웃이 산 적이 없다3화

13층에는 이웃이 산 적이 없다

13층에는 이웃이 산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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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야간 경비의 기억

민준은 비상문 앞에 선 나영을 뒤로 물렸다.

문 너머의 엘리베이터는 분명히 도착했지만, 도면에는 승강로가 없었다. 주아가 귀를 대자 모터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대신 문 건너편에서 사람들의 대화가 겹쳐 들렸다. 어린아이의 웃음, 부엌의 물 끓는 소리, 누군가 짐을 끄는 소리였다.

“우리 집 소리예요.” 나영이 말했다.

“12년 전 집이라고요?”

“엄마가 저녁을 준비할 때 냄비를 두드리는 소리.”

민준은 문에 손을 대지 않고 관리실로 돌아가기로 했다. 계단으로 이동하는 동안 비상문은 계속 두드려졌다. 세 번, 쉬고 한 번. 주아는 아파트 설비 로그를 켜고 비상문 주변의 전류를 확인했다. 13층 조명 회로가 평소보다 두 배의 전기를 쓰고 있었다. 문을 열면 산소가 빠져나가거나 설비가 멈출 수 있었다.

관리실에서 태식 대표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13층 주민 민원을 더 이상 받지 말라고 했다. 공식 도면에 없는 층이니 사기 신고로 넘기면 된다고 했다. 민준은 택배 송장과 호출 버튼을 보여 줬다. 태식은 버튼을 보자 눈을 피했다.

“본 적 있습니까?”

“현장에 오래된 부품은 많습니다.”

“이 날짜에 이 단지 주소가 있었나요?”

“없었습니다.”

민준은 태식의 말이 너무 빨랐다고 느꼈다. 주아는 그에게 과거 공사 기록을 확인할 권한이 있는지 물었다. 태식은 입주자대표회의가 현장 경비를 외주업체에 맡겼을 때 자신도 야간 근무를 했다고 인정했다. 당시 13층은 공사 인부가 잠시 쉬는 임시 거주 구역이었다. 그러나 사고 이후 비워졌고, 공식 도면에서는 삭제됐다.

“무슨 사고였죠?”

태식은 답을 피했다. 그날 밤 한 사람이 사라졌고, 공사 업체는 무단 이탈로 처리했다. 태식은 그가 13층에 남아 있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민준은 누구의 이름인지 물었지만, 태식은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이름을 말하면 다른 이웃들도 함께 사라질 것처럼 두려워했다.

주아가 전기 로그를 화면에 띄웠다. 매일 8초 동안 켜지는 샤프트 조명은 단순한 설비 오류가 아니었다. 누군가 13층에서 비상 호출을 보내고, 서버는 신호를 무시하도록 설정돼 있었다. 로그의 담당자 칸에는 태식의 직원번호가 남아 있었다.

태식은 그 번호를 보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자신의 경비일지 원본을 집에 보관하고 있었다. 일지에는 12년 전 13층 출입자 열두 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 중 한 이름은 현재 주민 명단과 겹쳤다. 김나영이었다.

“나영 씨는 그때 아이였어요. 어머니와 함께 그곳에서 살았습니다.”

“왜 지금은 그 층을 기억하는 사람이 열두 명이나 있죠?”

“다들 조금씩 그곳에 묵었어요. 몇 주씩. 공사 중에 집을 비워야 했으니까.”

기억이 각자 다른 이유가 설명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종 신고서와 택배, 지금도 작동하는 13층 회로는 해결되지 않았다. 태식은 일지를 꺼내 민준에게 주려 했지만, 관리실 문밖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비상문이 열린 상태라는 알림이었다.

주아는 안전 장비를 챙겼다. 민준은 나영과 태식을 관리실에 남기려 했지만, 나영은 어머니의 이름이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따라나섰다. 태식도 일지를 들고 함께 갔다. 네 사람은 비상문 앞에서 멈췄다.

비상문이 열리기 직전, 민준은 안전선을 뒤로 옮겼다. 문 안쪽의 공기가 복도로 밀려 나오면 입주민이 놀라 앞으로 달려들 수 있었다. 주아는 휴대용 산소 측정기를 들고 문틈을 확인했다. 수치는 정상 범위였지만, 온도는 복도보다 6도 높았다. 그 안에는 전원이 켜진 설비나 사람이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태식의 경비일지에는 열두 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민준은 이름을 소리 내어 읽지 않고 종이 위에 칸을 나눴다. 일지의 날짜, 경비 교대 시각, 승강기 정지 기록을 맞춰 봤다. 사라진 사람의 이름이 어느 시점부터 지워졌는지 확인하려면 원본을 더 찾아야 했다. 하지만 지금 문이 열리면 기록을 찾는 것보다 먼저 안전을 확보해야 했다.

“누가 들어가죠?” 나영이 물었다.

“주아 씨와 제가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태식 씨는 문 바깥에서 전원을 보고, 나영 씨는 뒤에서 대기해 주세요.”

“제 어머니일 수도 있어요.”

“그럴 가능성을 확인하되, 당신을 먼저 위험에 넣지는 않겠습니다.”

나영은 반발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수령인 이름이 적힌 송장을 민준에게 건넸다. 자기 손에 쥐고 있으면 문을 열고 들어갈 것 같다고 했다. 민준은 송장을 투명 파일에 넣어 나영에게서 떨어진 곳에 두었다.

주아는 소방용 마스크와 휴대 조명을 챙겼다. 민준은 허리에 안전줄을 묶었다. 줄의 반대편은 태식이 잡았다. 세 사람은 이름을 부르지 않기로 했다. 혹시 안쪽에서 누군가 대답하더라도, 진짜 사람인지 확인하기 전까지 문턱을 넘지 않는다. 약속은 간단했지만, 나영은 듣는 동안 계속 문을 바라봤다.

문 너머에서 다시 세 번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나영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가 멈췄다. 주아는 손전등을 비스듬히 대어 문틀 안쪽을 확인했다. 잠금쇠는 외부에서 잠긴 것이 아니라, 안쪽에서 걸려 있었다. 문이 열리면 안에 있는 사람이 직접 열어 주는 셈이었다.

태식은 오래된 무전기를 들고 대기했다. 그는 12년 전에도 같은 문을 지키고 있었다. 당시 현장 감독은 출입자를 모두 내보내라고 했고, 태식은 복도에 남은 사람들을 세었다. 열한 명이었다. 그런데 일지에는 열두 명이 적혀 있었다. 마지막 한 사람을 기억할 수 없다는 사실이 그를 무너뜨렸다.

“그 사람을 제가 봤어요. 문이 닫히기 전에 안쪽으로 돌아갔어요.”

“왜 따라 들어가지 않았습니까?” 민준이 물었다.

“감독이 문을 닫으라고 했으니까.”

“지금이라도 그 이름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름을 찾으면, 그 사람이 그 안에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해.”

태식의 손이 떨렸다. 그는 줄을 놓칠 뻔했지만 주아가 잡아 줬다. 민준은 그에게 일지를 내려놓으라고 했다. 종이를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는 과거의 명령을 다시 따르는 것처럼 보였다. 태식은 마침내 무전기를 바닥에 놓았다.

주아가 잠금쇠에 도구를 넣었다. 안쪽에서 힘이 걸려 있었다. 그녀가 돌리자 문이 몇 센티미터 열렸다. 복도에서 따뜻한 공기가 밀려 나오며 나영의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민준은 안전줄이 팽팽한지 확인했다. 안쪽에서 누군가 발을 끄는 소리가 가까워졌다.

“문을 더 열까요?” 주아가 물었다.

민준은 나영을 돌아봤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젓지도 않았다.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문 안쪽에서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엄마가 아직 안 왔어요.”

민준은 문을 더 열지 않았다. 먼저 아이가 혼자인지, 다친 곳은 없는지 확인하려고 했다. 그러나 안쪽 목소리는 다시 들리지 않았다. 대신 벽 속의 조명이 차례로 켜졌다.

민준은 문틈에 카메라를 넣지 않았다. 아이의 얼굴을 허락 없이 찍거나, 문 너머의 생활을 바깥으로 끌어내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대신 작은 거울을 손잡이 아래에 놓아 바닥과 벽만 확인했다. 안쪽에는 낡은 운동화 한 켤레와 물이 반쯤 든 컵이 보였다. 누군가 방금까지 그곳에 있었다는 흔적이었다.

주아는 비상등 전원을 독립 차단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벽 속 조명을 끄면 문이 다시 닫힐 수도 있고, 안쪽 환기까지 멈출 수도 있었다. 그녀는 전원을 끊지 않고, 한 회로만 분리하는 우회선을 연결했다. 작업하는 동안 민준은 아이에게 질문을 반복하지 않았다. 불안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이름이나 주소를 묻지 않고, 다친 곳이 있으면 손전등을 바닥에 두 번 비추라고 말했다.

대답은 없었다. 잠시 뒤 문 아래로 작은 종이학이 미끄러져 나왔다. 학의 날개에는 연필로 숫자가 적혀 있었다. 1204. 나영이 어릴 적 살던 호수였다. 나영은 종이학을 보고 무릎을 꿇었지만, 민준이 그녀의 어깨를 붙잡아 문에서 거리를 뒀다. 그녀는 울음을 삼키며 종이학을 맨손으로 집으려 했다.

“제가 기억하는 집의 번호예요.”

“지금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그 숫자가 적혀 있다는 사실입니다.”

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주아는 종이학을 확대 촬영한 뒤 깨끗한 종이 위에 옮겨 놓았다. 안쪽에서 누가 접었는지, 언제 접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이 물건은 그들이 문을 열기 전에 안쪽의 존재가 반응했다는 증거였다.

민준은 주아에게 대피 통로가 막히지 않았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 주아는 복도 끝 비상계단을 열어 놓고 돌아왔다. 태식은 주민들에게 물러나라고 외쳤지만, 그의 목소리가 떨려 말이 잘 전달되지 않았다. 나영은 문 안쪽에서 다시 들린 발소리를 세었다. 한 사람의 발소리인지, 여러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그 선택이 자신이 아직 문 너머의 목소리를 그대로 믿지 않는다는 증거였다.

이번에는 문이 13층 쪽으로 열려 있었다. 그 너머 복도에는 공사 중이던 옛 아파트의 현관문들이 늘어서 있었다. 벽의 숫자 13은 흰 페인트 아래에서 번져 나왔다. 문 앞에는 최근에 배송된 택배가 쌓여 있었다.

나영은 그 중 하나의 송장을 알아봤다. 수령인은 ‘김은주’, 실종된 어머니의 이름이었다. 배송 완료 시각은 오늘 밤 11시 40분이었다.

문 안쪽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영아, 택배 좀 받아.”

나영은 문턱을 넘으려 했다. 민준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어머니가 살아 있다는 증거가 아직 없었다. 주아는 복도 천장의 비상등이 순서대로 꺼지는 것을 보았다. 불이 꺼진 곳마다 엘리베이터 위치가 한 칸씩 위로 이동했다.

태식은 오래된 일지를 펼쳤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자신이 쓴 한 줄이 있었다.

‘13층에는 이웃이 산 적이 없다. 모두 철수했다.’

그 아래에는 다른 사람의 필체로 덧붙인 문장이 있었다.

‘그럼 지금 문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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