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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층에는 이웃이 산 적이 없다1화

13층에는 이웃이 산 적이 없다

13층에는 이웃이 산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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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택배는 13층으로 갑니다

민준은 분실 택배 사진을 열두 번째로 확대했다.

상자에 붙은 송장에는 ‘B동 1304호’라고 적혀 있었다. 사진을 찍은 입주민은 아파트 앱에 택배가 사라졌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B동은 12층 위에 바로 14층이 있었다. 민준은 입주자 명부를 확인했다. 1304호는 없었다. 동마다 1201호까지 있고, 14층은 1401호부터 시작했다.

“주소가 잘못된 것 아닐까요?” 관리사무소 직원 수경이 물었다.

“배송 완료 사진에는 우리 단지 현관이 맞아요.”

“그럼 택배 기사님이 12층을 13층이라고 잘못 썼겠죠.”

민준은 민원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1204호의 김나영은 택배를 직접 받으려고 집에 있었는데 벨이 울리지 않았다고 했다. 배송 사진에는 복도 벽의 소화전과 회색 타일이 찍혀 있었다. 민준은 사진이 12층인지 확인하려고 해당 층 복도로 올라갔다. 타일 무늬와 소화전 위치는 같았지만, 벽 모서리에 작은 숫자 13이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는 관리 키로 엘리베이터를 열어 12층과 14층 사이를 확인했다. 승강기 표시에는 아무것도 뜨지 않았다. 비상 연락을 받은 설비 기사 주아가 도착해 점검 모드로 전환했다. 엘리베이터는 두 층 사이에 멈춘 적이 없다고 기록돼 있었다. 운행 로그에도 13이라는 숫자는 없었다.

“모터가 그 위치까지 올라가면 층 센서가 잡아야 해요.” 주아가 말했다. “그런데 기록이 없다는 건, 실제로 멈추지 않았거나 센서가 다른 층으로 인식했다는 뜻이에요.”

“그럼 택배 사진은요?”

“사진 하나로 층을 확정할 수는 없죠.”

나영은 관리사무소에 직접 내려왔다. 그녀는 배송 기사에게 확인했더니 13층에서 누군가 문을 열었다고 들었다고 했다. 기사는 여자가 상자를 받았다고 했고, 나영은 그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민준은 기사에게 연락하려 했지만, 배송 앱의 기록은 이미 삭제된 상태였다.

“제가 13층에서 살았어요.” 나영이 말했다.

민준은 그녀가 농담하는지 살폈다. 나영은 사진 한 장을 꺼냈다. 가족이 복도에서 찍은 사진에는 벽면 숫자 13과 낡은 초인종이 보였다. 어머니와 어린 나영이 나란히 서 있었다. 사진 뒷면에는 ‘우리 집 첫날’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사진은 언제 찍었습니까?”

“제가 일곱 살 때요. 재개발 전에 여기 살았어요.”

“이 단지는 3년 전에 준공됐습니다.”

“그 전에도 여기에 집이 있었어요.”

나영은 사진을 돌려받으려 했다. 민준은 원본을 보관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주민 동의를 얻어 사본만 만들었다. 주아는 사진 속 초인종의 모양이 오래된 모델이라는 걸 알아봤다. 지금 쓰는 제품보다 폭이 좁고, 숫자판이 금속으로 돼 있었다.

“공사 중 임시 숙소였을 수도 있어요.” 주아가 말했다. “현장 근로자 숙소는 공식 도면에 안 들어가기도 하니까.”

나영은 자신이 살던 집은 근로자 숙소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어머니가 직접 계약서를 썼고, 이웃 열한 가구와 함께 이사했다. 그 이름을 기억한다고 했다. 민준은 주민 명단에서 열두 명의 이름을 찾았다. 지금 입주민 가운데도 일부 이름이 겹쳤다. 그들은 나영과 같은 아파트에서 살았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그날 밤 민준은 관리실에서 택배 배송 사진의 위치를 다시 봤다. 사진 모서리에 작은 반사점이 있었다. 주아가 확대하자 엘리베이터 내부의 층 표시가 비쳤다. 숫자는 13처럼 보였지만, 한쪽 획이 뒤집혀 있었다. 사진이 거울 반사라면 실제 층은 12나 14일 수 있었다.

주아는 승강기 운행 전류 기록을 불러왔다. 매일 밤 11시 40분, 엘리베이터가 12층과 14층 사이에서 8초 동안 정지했다. 층 선택 로그에는 없지만 모터의 전류가 분명히 줄어 있었다. 정지한 뒤 전력 사용량이 다시 올라갔다.

“사람이 탔을까요?” 민준이 물었다.

“그 구간에 문이 열리면 표시등이 켜져야 하는데 기록은 없어요.”

“그럼 문이 안 열렸는데 택배를 받은 거네요.”

주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승강기 도면을 켜고 12층과 14층 사이를 확대했다. 설계도에는 높이 2.7미터의 빈 공간이 있었다. 그 공간은 배관과 통신선이 지나가는 설비 샤프트였다. 사람이 서 있을 자리로는 너무 좁았다.

밤 11시 40분이 되자 엘리베이터가 저절로 움직였다. 민준과 주아는 비상 통화 장치를 켠 채 12층 복도에서 기다렸다. 문은 열리지 않았지만, 층 표시가 잠깐 13으로 바뀌었다.

민준은 엘리베이터를 다시 점검 모드로 돌리고, 상자가 떨어졌다는 소리가 실제로 났는지 확인하려 했다. 승강기 내부 마이크에는 바람 소리만 남아 있었다. 주아는 모터 진동을 그래프로 띄웠다. 8초 정지 구간 동안 수직 이동은 없었지만, 브레이크 압력은 층에 도착했을 때처럼 낮아져 있었다.

“문이 열린 건 아닌데 브레이크가 풀렸어요.”

“그럼 누가 승강기 안에서 수동으로 조작한 건가요?”

“관리 모드에 들어갈 카드가 필요해요. 내 카드와 소장님 카드밖에 없는데 둘 다 12층에 있었어요.”

민준은 자신의 카드가 복제됐을 가능성을 떠올렸다. 그는 출입 기록을 확인했지만, 카드 사용은 모두 본인이 직접 한 시각이었다. 주아는 택배 기사가 관리용 키를 썼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배송 기사는 승강기 제어반에 접근할 권한이 없었다.

나영이 관리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방금 인터폰에서 자기 어머니 목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음성은 “택배를 문 앞에 두라”고 말한 뒤 끊겼다. 민준은 통화 기록을 찾으려 했지만, 전화기에는 발신 내선이 표시되지 않았다.

“목소리를 알아들었어요?”

“네. 어릴 때 녹음해 둔 음성이 있어요.”

“지금 들려주실 수 있나요?”

나영은 휴대전화에서 가족 녹음을 찾아 재생했다. 어머니는 나영의 생일을 축하하며 노래를 불렀다. 관리실 전화에 들린 목소리와 비슷했지만, 같은 사람이라고 단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나영은 재생을 멈추고 휴대전화를 가슴에 안았다.

“그 목소리를 들으면 문을 열고 싶어질 것 같아요.”

민준은 그녀를 엘리베이터에서 떨어뜨려 놓았다. 반응을 확인하려고 일부러 음성을 다시 틀어서는 안 됐다. 주아는 택배가 실제로 이동했다면 운반 과정에서 승강기의 하중이 변했을 거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운행 전류 그래프를 다시 비교했다. 정지 구간에서 하중은 그대로였고, 문이 열린 흔적도 없었다.

민준은 배송 사진 속 상자의 크기를 재고, 택배 송장의 인쇄 기울기를 살폈다. 사진에는 상자의 그림자가 있었지만, 그림자가 벽의 모서리와 맞지 않았다. 상자가 바닥에서 떠 있었을 수도 있었다. 나영은 사진을 보고 자신이 기억하는 현관 앞과 비슷하다고 했지만, 그 기억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럼 택배가 사라진 게 아니라, 애초에 복도에 없었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배송 기사는 누군가 받았다고 했어요.”

“그 사람의 말을 확인할 다른 기록이 필요해요.”

주아가 건물 출입문 카메라를 확인하자 택배 차량은 그날 단지에 들어오지 않았다. 배송 완료 사진은 이전 날짜의 사진과 같은 프레임을 사용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사진 속 벽의 소화전 스티커는 지난달 교체된 새것이었다. 오래된 사진을 재사용한 흔적과 최근 사진의 흔적이 동시에 있었다.

민준은 이 모순을 기록하고 나영에게 사본을 보여 줬다. 나영은 거짓말을 했다는 말을 듣지 않자 어깨에서 힘을 조금 풀었다. “저도 이게 택배가 아닌 걸 알아요. 그냥 누군가 제 이름으로 문을 두드린 것 같아요.”

민준은 관리실에 남아 있는 택배 보관함을 확인하기로 했다. 보관함의 13번 칸은 사용 이력이 없는데도 잠금 장치가 따뜻했다. 주아가 열쇠를 넣자 안에서 종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택배 송장 하나였다. 수령인은 김나영, 주소는 B동 1304호. 날짜는 오늘이었다.

민준은 수첩에 택배 보관함 번호와 사진 시각을 적었다. 나영은 자기 이름이 붙은 송장을 보고도 손대지 않았다. 그녀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물건을 받으면 먼저 발신자를 확인하라”고 가르쳤다고 말했다. 그 말을 떠올린 뒤에야 상자 뒤편의 작은 발신자 칸을 보았다. 아무 이름도 없었다. 대신 오래된 우편번호 네 자리가 눌려 있었다. 나영의 옛 주소와 같은 번호였다.

주아는 상자 주변에 남은 먼지를 면봉으로 채취했다. 검은 먼지와 회색 먼지가 섞여 있었다. 회색은 현재 승강기 샤프트에서 나왔지만, 검은색은 지하 기계실의 오래된 배관 단열재와 비슷했다. 그 조합은 택배 상자가 단순히 복도에 놓인 게 아니라, 설비 공간을 통과했을 가능성을 보여 줬다.

“누군가 벽 안으로 상자를 옮긴 겁니까?”

“벽 안에서 나왔을 수도 있죠.” 주아가 말했다.

나영은 상자에 든 것을 확인하자고 했다. 민준은 상자를 열기 전에 촬영하고, 개봉에 동의하는지 다시 물었다. 그녀는 오늘 배송된 물건이 아니라면 열어도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자 안은 비어 있었다. 바닥에는 종이 완충재가 깔려 있었고, 한쪽 모서리에 어린아이의 손글씨로 ‘엄마에게’라고 적혀 있었다.

나영은 그 글씨를 보고 얼굴을 굳혔다. “제가 쓴 것 같아요.”

“기억나세요?”

“아니요. 하지만 제 글씨예요.”

그녀는 상자에서 손을 뗐다. 민준은 손글씨를 모사하려 하지 않았다. 사진을 찍고 원본은 나영의 동의 아래 보관했다. 택배 분실 민원은 이제 누군가의 기억과 주소를 둘러싼 사건이 되었다.

민준은 택배 분실을 단순한 도난으로 처리하지 않겠다고 나영에게 말했다. 대신 오늘 밤 엘리베이터의 영상과 로그를 함께 확인하자고 했다. 나영은 공식적인 민원 기록에 자기 어머니의 이름을 넣어도 되는지 고민했다. 민준은 지금은 실종 신고가 아니라 택배 배송 주소 확인이라고 적을 수 있다고 했다. 나영은 그 표현이라면 동의했다.

그 순간 관리실 전화가 울렸다.

그 순간 관리실 전화가 울렸다.

“1304호입니다.”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말했다. “택배를 문 앞에 놔 주세요.”

전화가 끊긴 뒤, 엘리베이터 안에서 상자 하나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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