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약사의 처방전

3화: 문양이 이어지는 밤
미래는 다정의 손을 수도꼭지 아래에 넣지 않았다. 차가운 물을 갑자기 대면 피부 자극이 커질 수 있었다. 그녀는 깨끗한 거즈에 미지근한 생리식염수를 적셔 연고를 조금씩 닦아냈다. 지후는 타이머를 켜고, 나크는 상담실 문 밖에서 문양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바닥에 그어진 금빛 선은 다정이 손을 움직일 때마다 조금씩 휘었다.
“통증은요?”
“따갑지는 않아. 그런데 손가락이 저려.”
미래는 감각과 혈색을 확인했다.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고, 손톱을 눌렀다 놓으면 색도 돌아왔다. 그러나 문양은 씻겨 나가지 않았다. 약 성분만 제거한다고 끝날 일이 아닐 수 있었다. 미래는 다정에게 숨이 가쁘거나 시야가 흐려지면 바로 말하라고 했다. 그녀는 침착했지만, 연고를 시험한 자신의 선택이 환자를 위험에 빠뜨렸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지후가 바닥에 붙은 선을 휴대형 계측기로 훑었다. 수치가 오른 곳은 다정과 나크의 손목 근처뿐이었다. 문양은 약국 타일의 틈을 따라 이어진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피부 반응을 연결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즉시 나크를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크는 상담실 안으로 물러났다.
“나크가 숨을 못 쉬게 만든 건 협회 약품이에요.” 미래가 말했다. “그리고 다정 씨가 동의한 부위만 시험했습니다.”
“동의했다고 안전한 건 아닙니다.”
“맞아요. 그러니 지금부터는 새 처치를 멈추고 상태를 관찰하죠.”
미래는 다정에게 오늘부터 연고를 중단하고, 병변을 사진과 함께 기록하는 데 동의하는지 물었다. 다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크에게는 문양을 관찰해도 되는지 다시 확인했다. 그는 팔을 내밀되, 만지지는 말라고 했다. 지후도 마력계의 접촉 센서를 끄고 측정을 이어 갔다.
한 시간이 지나자 다정의 저림은 약해졌다. 대신 나크의 호흡이 다시 거칠어졌다. 금빛 선이 팔꿈치를 넘어 가슴 쪽으로 번지려 했다. 그는 마스크 조각을 꺼내 바닥에 던졌다. 그 안쪽에서 결정 가루가 퍼지며 푸른 빛을 냈다. 미래는 입과 코를 가리고 환기 장치를 켰다. 지후는 약국 밖으로 나가 문을 닫으라고 했지만, 나크가 안쪽에 남아 있었다.
“나크, 창문 쪽으로 이동할 수 있어요?”
“다리 힘이 없다.”
미래는 가까이 다가가 팔을 잡지 않고 의자를 밀어 줬다. 나크는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천천히 창문 쪽으로 이동했다. 지후는 마스크 조각을 금속 트레이에 담고, 뚜껑을 덮었다. 문양의 빛이 약해졌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 약초는 던전에서 뭘 하는 물질이죠?” 미래가 물었다.
나크는 한참 망설였다. “문을 부른다. 갈라진 문을 잇는다. 우리 마을, 문 아래 있다.”
“당신이 그 약초를 가져온 이유는요?”
“문이 닫히면 동료가 안에 갇힌다. 약초로 틈을 열려 했다.”
그의 목적은 탈출이 아니라 구조였다. 그는 던전 입구를 고치려다 포자에 노출됐고, 마스크로 막으려 했지만 호흡 곤란을 얻었다. 약초 분말을 인간에게 옮기면 문양이 새겨져 던전과 연결되는 듯했다. 치료 효과와 위험이 같은 물질에서 나올 수 있었다.
미래는 아버지 장부의 페이지를 펼쳤다. 과거 기록에는 ‘월광 이끼는 닫힌 게이트 가장자리의 균열을 메우는 데 쓰인다’는 문장이 있었다. 그 아래에는 아버지 글씨로 짧은 경고가 남아 있었다. ‘사람의 피부를 매개로 쓰지 말 것.’ 미래는 그 문장을 처음 봤다. 장부의 나머지 장이 찢겨 있었다.
지후는 협회 연구소에 표본 분석을 요청하겠다고 했다. 나크가 인계되어야 할 수 있다는 말에 그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 “내가 막지 않으면 약초가 더 퍼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사실에 넘기면 당신 동족의 위치가 드러나겠죠.”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안 돼요.” 미래가 말했다. “표본을 봉인하고, 환자들을 먼저 안정시키고, 던전 쪽 문양이 반응하는지 확인해야 해요.”
다정은 자기 손을 살폈다. 붉은 병변은 조금 가라앉았지만 금빛 선은 남아 있었다. “내가 같이 가면 안 되나? 약 바른 사람이 나뿐인지 확인해야지.”
미래는 동의하지 않았다. 아직 위험을 모르는 상태에서 던전으로 데려갈 수 없었다. 대신 다정은 약국에 남아 상태를 기록하고, 지후는 표본과 장부의 사진을 협회에 보내되 나크의 신원은 가리기로 했다. 각자의 역할을 나눠도 완전한 해결은 아니었다. 미래는 무균 거즈와 호흡 보조 장비를 챙겼다.
나크의 말을 들은 미래는 걸음을 멈췄다. 세 번 두드리는 신호가 구조 요청이 아니라면, 그들은 안쪽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중이 아니었다. 문 너머에 있는 존재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나크는 동료들이 아직 살아 있다고 확신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이 마지막으로 보낸 신호를 기억하고 있었다.
“문을 열면 왜 안 되죠?”
“내가 가져온 약초가 문을 당긴다. 안에서 누가 밀면 서로 만난다.”
“그럼 문양을 가진 사람도 가까이 가면 위험하겠네요.” 지후가 말했다.
그는 무전으로 본부에 상황을 알리려 했지만, 게이트 주변 통신이 끊겼다. 화면에는 출동 인원만 표시되고 음성은 잡음으로 뭉개졌다. 미래는 약국 안의 다정에게 돌아가 상태를 보려고 했다. 그러나 골목 입구에서 금빛 선이 땅 위로 번져 나왔다. 선은 빗물에 씻기지 않고 도로 배수구를 향해 움직였다.
미래는 나크의 팔을 붙잡지 않고, 그가 걸을 수 있는지 물었다. 나크는 한쪽 다리를 절었지만 스스로 일어섰다. 지후는 약품 봉투를 들고 뒤따랐다. 협회 직원 둘은 게이트 앞에 안전선을 치고 있었지만, 균열이 커지자 한 명이 선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 넘어졌다. 동료가 그를 잡아챘다. 안전선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당기지 마세요!” 나크가 외쳤다.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빗속의 금빛 선이 끊겼다. 넘어진 직원의 손목에 얇은 문양이 생겼다. 지후는 안전선의 고리를 풀어 사람을 빼냈다. 무리하게 끌어당기면 문양이 더 번질 수 있다는 나크의 경고를 믿은 것이다. 미래는 직원의 호흡과 의식을 확인했다. 그는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손끝이 저리다고 했다.
“세 분 모두 뒤로 물러나세요. 게이트를 향해 움직이지 마세요.”
미래는 소독 거즈를 꺼내 손목을 감쌌다. 거즈를 대도 문양은 가려지지 않았다. 그녀는 피부에 약품을 바르지 않고, 손을 심장보다 높게 올리도록 안내했다. 나크는 문양을 보는 순간 턱을 굳혔다. 그의 동료들에게도 같은 일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었다.
지후는 협회에 대피 구역을 열어 달라고 무전했다. 잡음 사이로 ‘샘플 회수 우선’이라는 한마디만 들렸다. 그는 무전기를 내렸다. “본부는 사람보다 표본을 원하고 있어요.”
“그럼 현장 판단을 한다고 했잖아요.” 미래가 말했다.
“내 판단으로 사람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습니다.”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더 위험해져요.”
나크는 게이트 쪽을 바라보며 문을 열지 말라고 다시 말했다. 대신 던전 외벽의 환기 틈을 찾아야 했다. 그곳은 작은 운반 생물이 드나드는 통로라 사람 한 명이 통과할 수 없었다. 나크는 그 틈으로 약초의 반대 성분을 넣으면 문양이 약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 성분은 던전 안에 있어야 했다.
“어떤 성분이죠?”
“검은 뿌리. 불에 닿으면 안 된다.”
협회 직원 한 명이 화염 장비를 꺼내 들었다. 미래가 급히 손으로 막았다. 지후는 그 장비를 내리라고 명령했다. 그의 말에 직원은 불만을 보였지만, 부상자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미래는 약국에 있는 장부와 표본을 떠올렸다. 아버지는 약초를 채취할 때 뿌리와 잎을 따로 보관하라고 적었다. 남은 검은 뿌리 표본이 있다면 약국 안 어딘가에 있을 수 있었다. 지후가 약국으로 돌아가 장부를 찾겠다고 했지만, 미래는 자신이 가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의 필체와 보관 위치를 아는 사람은 그녀였다.
“당신 손목에도 선이 생겼어요.” 지후가 지적했다.
미래는 소매를 걷었다. 정말로 가느다란 금빛 선이 손목 안쪽에 나타났다. 그녀는 그 선이 약초 표본을 만진 뒤 생겼는지, 게이트 근처에 온 뒤 생겼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지후는 이동을 반대했지만, 미래는 자신이 원인을 찾아야 하는 환자이기도 하다고 답했다. 그 사실은 무모함의 허가가 아니라, 모두가 위험을 함께 알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나크는 걸음을 늦춰 미래와 보폭을 맞췄다. 그의 숨은 여전히 거칠었다. 미래는 새 흡입 처치를 하지 않고,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며 호흡을 살폈다. 약을 쓰지 않는 선택도 치료의 일부였다.
약국에 돌아왔을 때 다정은 상담실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손 문양은 희미해졌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다정은 장부가 놓인 서랍을 열어 주었다. 미래는 찢긴 페이지의 접힌 자국에서 작은 봉투 하나를 찾아냈다. 봉투에는 검은 뿌리 가루가 들어 있었고, 아버지의 메모가 붙어 있었다.
‘문을 닫을 때 쓰지 말 것. 안쪽에서 누군가 부르면 먼저 대답하지 말 것.’
나크는 메모를 읽고 문 쪽으로 물러섰다. “내가 들은 신호는 세 번이 아니야. 안에서 내 이름을 불렀어.”
약국 벽시계가 다시 멈췄다. 이번에는 멈춘 초침이 12시 41분을 가리켰다.
약국 문을 열자 바깥 골목의 공기가 비에 젖어 있었다. 그런데 멀리 있는 게이트 방향으로 금빛 실 같은 빛이 솟아올랐다. 미래의 손목에도 아주 희미한 선이 나타났다. 그녀는 놀라 장갑을 벗지 않고 거리를 재봤다. 선은 나크의 팔에서 던전 쪽으로 뻗어 있었다.
나크가 이를 악물었다. “동료가 문을 열고 있어.”
협회 무전에서 경보가 울렸다. 인근 게이트 균열이 커지고 있었다. 지후는 봉인 구역 진입을 승인받으려 했지만, 본부는 환자 격리를 먼저 명령했다. 미래는 다정의 손에서 문양이 빛나는 걸 보고, 약국을 비워 둘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녀가 병원을 지키면 나크의 동료들은 던전 안에 갇힐 수 있었다.
“문양이 약 때문이라면, 내가 원인을 확인해야 해요.”
지후는 잠시 망설이다 무전기의 녹음 버튼을 눌렀다. “현장 판단으로 이동합니다. 책임은 내 이름으로 올리세요.”
미래는 나크와 함께 골목을 달렸다. 게이트 앞에서 문양이 한 번 더 빛났고, 던전 안쪽에서 누군가 세 번 두드렸다. 나크는 그 신호를 듣자 달리기를 멈췄다.
“저 신호는 구조 요청이 아니야.”
“그럼 무슨 뜻이죠?”
“문을 열지 말라는 경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