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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약사의 처방전1화

몬스터 약사의 처방전

몬스터 약사의 처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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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약국 문을 두드린 코볼트

서미래는 약국 폐점 안내문을 떼려다 손을 멈췄다.

유리문 바깥으로 저녁비가 비스듬히 쏟아졌다. 안내문 아래에는 아버지가 볼펜으로 써 둔 영업시간이 남아 있었다. 밤 열한 시까지. 이 동네에서 그 시간까지 불을 켜는 약국은 이제 여기뿐이었다. 건물주는 다음 달부터 월세를 올린다고 통보했고, 협회 지정 품목의 공급 계약은 미래의 약국을 작은 창고처럼 만들었다. 팔리지 않는 약이 선반을 차지하고, 잘 팔리는 약은 체인점으로 먼저 빠졌다.

“약사님, 그걸 떼면 진짜 닫는 것 같잖아요.”

반찬가게 이다정이 비닐 우산을 접으며 들어왔다. 그녀는 손등의 붉은 반점을 소매 안으로 감추려 했지만, 미래는 이미 봤다. 다정의 피부병은 지난 겨울부터 나아졌다 악화되기를 반복했다. 처방 연고를 바르면 잠깐 가라앉다가 며칠 뒤 더 넓게 번졌다.

“오늘은 괜찮으세요?”

“가렵긴 한데 참을 만해. 약값은 다음 주에 낼게.”

“외상은 괜찮아요. 대신 이번엔 바르는 횟수를 줄여요. 진물 나거나 열이 오르면 바로 연락하시고요.”

미래는 사용 중인 연고 이름을 약력 노트에 적었다. 약을 더 강하게 바꾸자는 말이 목끝까지 올라왔지만, 원인을 확인하지 못한 채 강도만 올리는 건 싫었다. 다정은 약국 유리창에 붙은 폐점 안내문을 힐끗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미래에게는 위로보다 더 무거웠다.

문을 닫으려던 순간, 유리문 아래에서 긁는 소리가 났다. 처음엔 바람에 날린 나뭇가지인 줄 알았다. 그러나 문턱에 길고 검은 손가락이 걸렸다. 미래는 다정을 뒤로 물렸다. 손이 한 번 미끄러지더니 작은 몸이 약국 안으로 굴러 들어왔다.

사람보다 작고 개보다 큰 형체였다. 비늘이 젖은 등 위로 붙어 있었고, 깨진 호흡 마스크의 끈이 목을 조였다. 코볼트는 기침을 할 때마다 가슴을 움켜쥐었다. 입가에서 거품이 나왔고, 한쪽 눈은 약국 불빛에 반사돼 노랗게 번쩍였다.

다정은 비명을 삼켰다. “게이트에서 나온 거야?”

“문 잠가 주세요. 119 말고 협회 구급대부터.”

미래는 가까이 다가가지 않은 채 장갑을 꼈다. 코볼트의 숨은 짧고 불규칙했다. 마스크 안쪽에 회색 가루가 들러붙어 있었다. 그녀는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꺼냈지만, 집게가 작은 손가락에 맞지 않았다. 손목에 대자 기계는 숫자를 잡지 못했다. 지금 필요한 건 약보다 기도 확보였다.

“이름을 말할 수 있어요?”

코볼트가 눈을 떴다. “나크. 문… 닫아.”

“숨 쉬기 힘든 거죠? 약을 써도 될까요?”

나크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미래는 인간용 기관지 흡입제를 꺼냈다가 멈췄다. 성분표를 읽어도 코볼트의 대사 체계를 알 수 없었다. 과민 반응이 오면 지금보다 나빠질 수 있었다. 그러나 가슴이 수축하는 속도를 보면 기다리는 것도 위험했다.

그녀는 용량을 줄이기로 했다. 정량 분무를 직접 들이마시게 하지 않고, 네뷸라이저 챔버에 생리 식염수와 약을 극소량만 섞었다. 먼저 빈 챔버의 김을 손등에 대어 나크가 더 숨 막혀 하지 않는지 확인했다. 나크는 마스크를 밀어내려 했지만, 미래는 손을 대지 않고 장치를 가까이 뒀다.

“싫으면 고개를 두 번 흔들어요. 한 번이면 계속합니다.”

나크의 턱이 떨렸다. 그는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첫 흡입 뒤에도 변화는 없었다. 미래는 시간을 재며 가슴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다정이 젖은 수건으로 나크의 목에 감긴 끈을 풀었다. 갑자기 나크가 몸을 뒤틀었다. 마스크 안쪽에서 푸른 빛이 번쩍이더니, 약국의 형광등이 차례로 꺼졌다.

“중단할까요?” 다정이 물었다.

미래는 맥박을 확인하려 했다. 나크가 손을 뻗어 그녀의 소매를 움켜쥐었다. 손톱은 날카로웠지만, 힘은 약했다. 그는 숨을 들이마시려다 목에서 짧은 쇳소리를 냈다.

미래는 챔버의 농도를 절반으로 낮췄다. 무작정 약을 더 넣지 않았다. 대신 나크가 숨을 내쉬는 길이를 세고, 흡입 사이에 충분한 간격을 뒀다. 세 번째 들숨에서 가슴의 떨림이 조금 잦아들었다. 다섯 번째에는 푸른 빛이 꺼졌다. 숨이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온 건 아니었지만, 나크는 더는 바닥을 긁지 않았다.

“왜 나를 살렸지?” 나크가 쉰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 약값도 안 받았는데 죽으면 곤란하니까요.”

그 말에 다정이 짧게 웃었다. 긴장이 풀리자 그녀는 나크에게 물을 권했다. 미래는 생수를 바로 주지 않았다. 목이 부어 있다면 삼키다가 기침할 수 있었다. 대신 입술만 적실 거즈를 건넸다. 나크는 그것을 받아 코 아래에 댔다.

밖에서 엔진 소리가 들렸다. 협회 차량 두 대가 약국 앞에 섰다. 검은 우비 차림의 남자가 먼저 들어왔다. 가슴에는 약품 안전관리자 권지후라는 명찰이 붙어 있었다. 그는 나크보다 약국 선반을 먼저 둘러봤다.

“미승인 던전 생물 치료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환자와 사용 약품을 인계하십시오.”

“환자는 의식이 돌아왔고 호흡이 아직 불안정해요. 먼저 상태 확인부터 하세요.”

“그 생물은 환자가 아니라 회수 대상입니다.”

지후가 손을 내밀자 나크는 약국 카운터 아래로 몸을 숨겼다. 깨진 마스크에서 가루가 떨어졌다. 미래는 그 가루를 보며 약품 안전 담당자가 아니라 환자 쪽으로 한 발 섰다.

“회수 대상은 이 코볼트 하나가 아닙니다.” 지후가 말했다. “표본이 약국에 남아 있다면 같이 봉인해야 해요.”

그는 무전기에 손을 대고 협회 차량의 인원을 불렀다. 미래는 나크를 상담실 안으로 숨기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 그가 환자가 아니라 물건처럼 취급될 것 같았다. 대신 카운터를 돌아 문 앞에 섰다.

“환자 상태가 불안정합니다. 강제로 이동시키면 호흡이 다시 나빠질 수 있어요.”

“의료기관에 이송하자는 겁니다.”

“동의한 곳으로요?”

“지금 그럴 여유는 없습니다.”

다정이 미래의 옆에 섰다. 작고 가는 손이었지만 문손잡이를 단단히 잡고 있었다. “저 애가 싫다고 했어. 약사님도 들었잖아.”

지후는 대답하지 않았다. 밖에서 우비의 발소리가 들렸다. 협회 직원 둘이 문 너머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나크는 깨진 마스크를 주워 가슴에 안았다. 그가 한 걸음 물러서자 호흡이 다시 거칠어졌다. 미래는 그 움직임을 보고 손바닥을 아래로 내려 천천히 숨을 내쉬라는 신호를 보냈다. 나크는 그녀를 따라 했지만 세 번째 숨에서 몸이 굳었다.

“약을 더 쓸까요?” 지후가 물었다.

“아직은 안 됩니다. 첫 처치가 충분히 흡수됐는지 몰라요. 다시 쓰면 과량일 수 있습니다.”

미래는 약 이름과 사용한 양, 시간을 소리 내어 읽었다. 지후가 기록지에 적었다. 나크는 자기 이름을 직접 말하고, 마스크 파편을 협회에 넘기지 않겠다고 했다. 지후는 그 조각이 원인 분석에 필요하다고 했고, 미래는 환자 동의 없이 가져갈 수 없다고 맞섰다. 대신 조각의 위치를 사진으로 남기고, 나크가 참관하는 동안 일부만 채취하는 안을 제시했다.

“작은 것 하나만. 내 몸은 안 건드린다.” 나크가 말했다.

지후는 그 조건을 기록했다. 금속 트레이에 놓인 파편에서 가루를 아주 조금 긁어 냈다. 지후는 봉투를 닫고, 미래는 손을 씻은 뒤 나크의 호흡을 다시 확인했다. 가루를 채취하는 동안에도 협회 직원은 문을 열지 않았다. 작은 합의가 당장 모든 문제를 풀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나크가 누구의 선택도 듣지 못한 채 끌려갈 일은 막았다.

미래는 접수대 전화로 응급의료상담에 연결했다. 코볼트의 체온과 호흡 양상, 사용한 약품의 성분을 설명했다. 상담자는 이종족 반응 자료가 없어 추가 투약을 권할 수 없다고 답했다. 악화 신호가 나타나면 즉시 이송하되, 기도 상태를 지속해서 확인하라고 했다. 미래는 들은 내용을 메모하고 나크에게도 짧은 문장으로 전했다. “숨이 더 가빠지면 바로 말해 주세요. 약을 더 넣지는 않겠습니다.”

나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시선은 유리문 너머로 향했다. 빗속의 협회 차량 옆, 어두운 차도 한가운데서 금빛 불빛이 한 번 깜빡였다. 그때 약국 안의 온도계가 영하로 떨어졌다. 약장 안쪽의 유리병들이 동시에 떨렸다.

미래는 먼저 전기 차단기를 확인했다. 냉장고 모터는 정상 작동 중이었다. 밖의 차량 전조등이 반사된 것도 아니었다. 그녀가 원인을 찾는 동안 나크의 팔 안쪽에서 빛이 솟았다. 지후의 계측기가 날카롭게 울렸다.

“환자를 약국에 둔 채로는 안 됩니다.”

“그럼 안전한 곳을 같이 찾죠.”

“지금은 협회 격리실뿐입니다.”

나크는 그 말을 듣고 출입문 쪽으로 몸을 던졌다. 문은 잠겨 있었다. 그는 유리문을 치지 않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숨이 가빠지고 손이 떨렸다. 미래는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흡입 약을 다시 쓰지 않은 채 호흡 간격만 세었다. 나크는 한 번, 두 번, 세 번 숨을 내쉬었다. 빛은 잠시 줄었다.

지후는 계측기의 경고음을 끄려고 했지만, 측정값은 더 치솟았다. 미래는 그에게 전원을 내리라고 했다. “반응이 커지는 중이면 가까이 대지 마세요.” 지후가 기계를 끄자 경고음이 멎었다. 대신 약국 벽시계의 초침이 거꾸로 움직였다.

다정은 문턱을 지키던 손을 놓고 나크에게 담요를 건넸다. 나크는 받지 않으려다, 손이 떨려 담요를 떨어뜨렸다. 미래가 주우려 하자 그가 먼저 바닥에 손을 뻗었다. 둘의 손끝은 닿지 않았지만, 그가 담요를 어깨에 걸치는 동안 호흡이 조금 고르게 돌아왔다. 다정은 “약국에 온 손님은 다 환자야”라고 말했다. 지후는 그 말을 듣고도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그가 들고 온 회수 서류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미래는 협회 직원들에게 물러서서 대기하라고 요청했다. 한 명은 본부 지시를 따르겠다며 거부했지만, 다른 직원은 나크의 상태를 보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지후도 그쪽을 향해 지금은 진입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그 결정이 정식 승인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누구도 나크의 동의를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그 순간 나크의 팔 안쪽에 가느다란 금빛 선이 떠올랐다. 약국의 모든 시계가 동시에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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