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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은 빌딩은 무너지지 않는다5화

내가 지은 빌딩은 무너지지 않는다

내가 지은 빌딩은 무너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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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무너지는 시장의 방향

동원시장은 큰길에서 한 블록 안쪽에 있었다.

낡은 아케이드 지붕 아래로 생선 냄새와 튀김 기름 냄새가 섞여 흘렀다. 1층 통로를 오가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서는 하나같이 걸음을 늦췄다.

계단 입구에는 출입을 삼가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그 아래에는 상자와 낡은 진열대가 겹겹이 쌓여 있었다.

"여기입니다. 2층 전체가 오래돼서 그렇지 당장 무너질 정도는 아닙니다."

최기석이 열쇠 꾸러미를 만지며 말했다.

승우는 대답하지 않고 계단참의 바닥을 바라보았다.

푸른 선이 어두운 콘크리트 안쪽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대상: 동원시장 2층 상가]
[구조 안정성: 주의]
[균열: 계단참 남동 모서리에서 북측 보까지 진행]
[습기: 북측 벽체 내부 수분 과다]
[공간 흐름: 입구 정체, 중앙 체류 불가]

위험도는 31퍼센트였다.

서림동 현장처럼 당장 사람이 깔릴 숫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물이 계속 스며들면 계단참 아래의 보가 약해지고 균열은 벽에서 바닥으로 이어질 것이다.

"학생이 진짜 건축가라도 됩니까?"

2층에서 기다리던 남자가 비웃었다. 앞치마에 붉은 고춧가루가 묻어 있었다.

"나는 장만수요. 멀쩡한 가게를 뜯겠다고 하면 곤란합니다."

"뜯겠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위험한 곳부터 확인하겠습니다."

장만수가 난간을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난간 아래 모르타르 가루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 정도면 버틸 만하지 않소?"

승우는 난간 대신 계단참을 살폈다. 줄자를 벽에서 바닥까지 대고 수평계를 올리자 기포가 오른쪽으로 밀렸다.

"계단참이 북쪽으로 7밀리 내려앉았습니다."

"7밀리 가지고 호들갑을 떱니까?"

승우가 계단 아래 천장을 가리켰다.

"보 밑의 페인트가 부풀었습니다. 배수관에서 샌 물이 벽 안으로 들어간 흔적입니다."

한태호가 손전등을 비췄다. 어두운 얼룩이 보를 따라 길게 번져 있었다.

"이건 결로가 아니야."

승우는 북측 벽으로 다가갔다. 낡은 간판 뒤의 벽지는 손가락으로 누르자 푹 들어갔다.

[북측 배수관 연결부: 누수 진행]
[계단참 보: 국부 부식 및 처짐]
[추가 하중: 냉장고 2대, 적치 상자 18개]

"냉장고를 한 대씩 안쪽으로 옮기고 상자는 통로 밖으로 빼야 합니다."

오복순이라는 이름표를 단 여자가 분식집에서 뛰어나왔다.

"그걸 어디로 옮겨요? 오늘 장사 접으라는 말이에요?"

"계단참 위에 붙여 놓은 상태가 더 위험합니다. 오늘은 한 대만 옮겨도 됩니다."

오복순은 입술을 깨물었다. 2층 가게들은 손님이 줄어든 뒤 하루 매출을 버티는 것만으로도 힘겨워 보였다.

승우는 복도를 바라보았다.

남쪽 계단에서 올라온 손님은 상자와 간판에 막혔다. 겨우 빈틈을 찾은 사람도 어두운 중앙에서 발을 멈췄다. 복도 끝에는 냉장고가 놓여 있어 안쪽 가게는 보이지 않았다.

사람은 길이 보이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는다.

밖에서 빗방울이 아케이드 지붕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강수량 증가 감지]
[북측 누수 위험도: 42%]

"지금 물부터 막아야 합니다."

최기석의 얼굴이 굳었다.

"배관공을 부르면 며칠 걸립니다."

"임시로 우회시키면 됩니다. 아버지. 호스와 클램프를 구할 수 있을까요?"

"시장 옆 철물점이면 금방 다녀온다."

장만수가 팔짱을 꼈다.

"호스 하나 연결한다고 시장이 살아납니까?"

"호스 하나로 살아나지는 않습니다. 물을 멈추지 않으면 설계할 시간도 없어집니다."

최기석은 잠시 계단참을 바라보다가 상인회 사무실 열쇠를 꺼냈다.

"오늘 저녁에 회의를 열겠습니다. 현장 수치를 직접 설명해 주세요."

그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임시 자재는 상인회 공동비로 먼저 결제하죠."

승우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한태호가 자재를 구하러 내려간 사이 승우는 복도를 걸었다.

시스템의 선들이 사람의 움직임과 겹쳐 보였다. 남쪽에서 들어온 흐릿한 빛은 중앙에서 끊겼고 북측 벽의 붉은 선은 물길을 따라 바닥으로 번졌다.

[풍수지리 보조 분석 가능]
[남측 유입: 약함]
[중앙 체류 지점: 단절]
[북측 수기: 정체]

승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전생이라면 이 정보를 일조와 동선 분석으로 정리했을 것이다. 풍수라는 말이 붙었을 뿐 핵심은 같았다. 물이 고이고 사람이 멈추는 곳에는 이유가 있다.

그는 복도 중앙의 낡은 간판을 두 손으로 밀었다. 간판이 꿈쩍도 하지 않자 장만수가 마지못해 다가왔다.

"그걸 왜 건드리오."

"입구에서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같이 밀어 주세요."

두 사람이 힘을 주자 간판 아래의 먼지가 폭포처럼 떨어졌다. 간판은 벽 쪽으로 밀려났고 가려져 있던 복도가 드러났다.

끝에 작은 창문과 오래된 우물 터를 표시한 타일이 보였다.

최기석이 타일을 보고 말했다.

"저 자리는 원래 우물이었습니다. 덮은 뒤에도 물이 북쪽으로 빠지지 않고 자꾸 고였죠."

"우물을 다시 파자는 게 아닙니다. 배수 방향을 바꾸고 이 앞을 비워야 합니다."

승우는 복도 끝의 진열대를 가리켰다.

"여기에 작은 공동 휴게 공간을 만들면 손님이 잠깐 머물 수 있습니다. 중앙 통로가 열리면 안쪽 가게도 보입니다."

장만수가 냉장고를 노려보았다.

"냉장고 하나 옮기면 고기가 상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계단참 위의 한 대만 옮깁니다. 가게 안쪽 물건은 영업이 끝난 뒤에 움직이면 됩니다."

승우는 손으로 평면을 그렸다.

"전면 철거가 아닙니다. 위험한 곳을 먼저 안정시키고 통로를 단계적으로 여는 겁니다."

장만수는 더 말하지 않았다. 대신 계단참 위의 냉장고를 바라보았다.


저녁이 되자 상인회 회의가 2층 끝 가게에서 열렸다.

낡은 선풍기가 덜컹거렸고 상인들은 접이식 의자를 가져와 앉았다. 한태호는 문가에 서서 승우를 지켜보았다.

최기석이 탁자를 두드렸다.

"오늘 확인한 내용부터 듣겠습니다."

승우는 계단참 사진과 손으로 그린 평면도를 펼쳤다.

"균열은 단순한 벽지 문제가 아닙니다. 북측 배수관 누수로 계단참 보가 약해졌고 냉장고와 상자가 한쪽에 몰려 하중이 커졌습니다."

상인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공사는 세 단계로 나누겠습니다. 오늘 밤 임시 배수와 받침을 설치합니다. 내일은 적치물을 옮기고 중앙 통로를 엽니다. 그다음 정식 기술자와 보강 범위를 확인하고 채광판과 공동 휴게 공간을 설계합니다."

오복순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장사를 며칠이나 쉬어야 해요?"

"완전히 쉴 필요는 없습니다. 계단참과 복도 작업 시간만 나누면 됩니다. 임시 자재는 상인회 공동비에서 먼저 결제하기로 했습니다."

최기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확인했습니다. 우선 15만 원을 쓰고 정식 견적은 기술자 확인 뒤에 받겠습니다."

장만수가 승우를 노려보았다.

"문제가 생기면 학생이 책임질 거요?"

승우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

책임진다는 말은 종이에 이름을 적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위험을 보면서도 모른 척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한다.

"제가 구조기술사 자격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철거 공사는 하지 않겠습니다. 위험한 구간은 아버지와 함께 확인하고 필요하면 정식 기술자를 부르겠습니다. 대신 제가 본 것을 숨기지 않겠습니다."

한태호가 입을 열었다.

"학생이 혼자 판단하게 두지 않겠습니다. 내가 현장을 같이 보겠습니다."

장만수는 계단참에서 떨어진 모르타르 가루를 떠올린 듯 입을 다물었다.

그 순간 아케이드 지붕 위로 빗소리가 거칠어졌다.

승우의 눈앞에 붉은 창이 떠올랐다.

[강수량 급증]
[북측 배수관 누수 확산]
[계단참 위험도: 42% -> 58%]

"회의는 여기까지 하죠. 지금 바로 물부터 돌려야 합니다."


한태호는 호스를 들고 북측 배수관 아래로 올라갔다. 승우는 사다리를 잡고 최기석은 손전등을 비췄다.

배관 연결부에서 물이 가늘게 새고 있었다. 빗줄기가 굵어질수록 물도 빠르게 불어났다.

"호스 끝을 남쪽 배수구까지 빼야 합니다."

"남쪽 배수구는 막혔어."

"그러면 아케이드 바깥으로 임시 배출하죠. 통행하는 사람에게 걸리지 않게 벽 쪽으로 붙여야 합니다."

상인들이 움직였다. 오복순은 가게 앞 상자를 치웠고 장만수는 투덜거리면서도 냉장고 한 대를 안쪽으로 밀었다.

한태호가 클램프를 조였다.

"승우야. 이 정도면 되냐?"

승우는 벽 안의 푸른 선을 확인했다. 물길이 계단참에서 옆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임시 배수 경로 확보]
[계단참 수분 증가 중지]
[위험도: 58% -> 39%]

"좋아요. 이제 받침을 넣겠습니다."

각재와 철판이 계단 아래로 들어갔다. 한태호가 받침을 세우자 승우는 하중 경로 표시를 따라 위치를 잡았다.

"보 바로 아래가 아니라 조금 옆입니다. 여기로 힘이 내려옵니다."

"더 안쪽?"

"네. 반 바퀴만 올려 주세요."

철판이 바닥에 닿고 조절식 지지대가 천천히 밀려 올라갔다. 계단참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오복순이 숨을 삼켰다.

"괜찮은 거예요?"

"지금 멈추면 됩니다. 더 올리면 반대쪽으로 힘이 튑니다."

한태호가 손을 멈췄다.

[국부 하중 분산 완료]
[계단참 위험도: 39% -> 22%]

상인들은 중앙 통로의 남은 물건도 옮겼다. 간판 뒤에 가려져 있던 우물 타일과 작은 창문이 드러났다.

1층에서 올라오던 손님 하나가 계단 앞에서 멈췄다.

"2층에도 가게가 있었네?"

그는 열린 복도를 따라 두 걸음 올라왔다. 따뜻한 어묵 국물 냄새를 맡은 손님이 오복순의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오복순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승우의 눈앞에 새로운 창이 떠올랐다.

[공간 흐름 개선]
[남측 유입 시야 확보]
[미래 가치: 12% -> 18%]
[동원시장 2층 재생 가능성: 확인]

최기석이 손님이 사라진 복도 안쪽을 바라보았다.

"이걸 전부 맡아 주겠나?"

아직 완전히 고친 것은 아니었다. 임시 배수와 받침은 시작일 뿐이다.

하지만 시작할 수 있는 건물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설계부터 하겠습니다. 구조 보강은 정식 기술자와 확인하고 상인회와 비용을 맞추겠습니다."

최기석이 손을 내밀었다.

"그럼 우리 시장을 부탁하네."

승우는 그 손을 잡았다.

낡은 시장의 복도 끝으로 빗물이 더는 스며들지 않았다.

대신 사람의 발소리가 하나둘 안쪽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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