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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아 뒷골목의 무림 감식반1화

관아 뒷골목의 무림 감식반

관아 뒷골목의 무림 감식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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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세 호흡의 잔영

차디찬 새벽 안개가 개봉부 뒷골목 버드나무 길을 낮게 덮고 있었다.

폐염색집 건물 주변에는 초여름의 눅눅한 습기와 삭은 염료 냄새가 엉켜 있었다. 오래된 목재가 썩어 가는 냄새 사이로 은밀한 피비린내와 식은 찻물의 약향이 미세하게 감돌았다.

서진혁은 삐걱거리는 계단을 올라 2층 문턱 앞에 섰다.

방 안은 겉보기에 야반도주나 가출 현장과 다름없었다. 옷가지가 바닥에 흩어져 있었고 궤짝 문은 넓게 열려 있었다. 장농 안쪽의 빈 상자들은 황급히 짐을 챙겨 떠난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었다.

그러나 진혁의 눈은 속지 않았다.

"짐을 챙겨 도망치는 사람이 찻잔을 바닥에 내던질 이유는 없다."

진혁은 삐뚤어지게 엎어진 찻잔 앞으로 다가갔다. 찻물은 바닥재 틈새로 스며들어 이미 식어 있었지만 찻잔 테두리에는 여전히 맑은 찻물이 맺혀 있었다. 찻물 아래 짓눌린 짚신 자국은 무늬가 어긋나 있었다.

진혁은 늘 끼고 다니던 먹빛 장갑의 왼쪽을 천천히 벗었다.

그의 손등에는 옅은 기혈의 줄기가 솟아 있었다. 남들은 보지 못하는 무공의 흔적과 기흔을 다루는 자의 손이었다. 진혁은 엎질러진 찻물 자국과 바닥 목재에 손가락 끝을 가만히 대었다.

잔영감식(殘影鑑識).

그가 가진 선천적인 감각이 일깨워지며 관자놀이가 묵직하게 떨려 왔다. 현장에 남은 기흔은 과거를 완벽한 시각이나 대화로 보여 주지 않는다. 그것은 오직 세 호흡 길이의 찰나 동안 잔향처럼 남아 있는 힘의 방향과 발걸음의 무게 그리고 기혈의 맥동만을 전달할 뿐이었다.

진혁이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첫 번째 호흡이 시작되었다.

탁자 앞에 앉아 있던 기녀 견아가 찻잔을 입가로 가져가다 말고 손가락을 경련하듯 떨었다. 찻잔이 손에서 미끄러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찻물에 섞여 있던 낯선 약향이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두 번째 호흡.

방 문 뒤의 어둠 속에서 두 개의 어두운 기운이 스르륵 나타났다. 발소리가 없었다. 사파 무공 특유의 미세기공을 실어 발걸음을 완벽히 숨긴 움직임이었다. 거친 손길 하나가 견아의 뒷목 기혈을 정확히 낚아채어 눌렀다. 억누른 공력이 기혈을 막아서자 견아는 비명 한 조각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세 번째 호흡.

두 명의 침입자가 무너진 견아의 양팔을 끌어올렸다. 발꿈치에 체중이 실린 깊은 발자국 두 쌍이 문밖을 향해 이어졌다. 의식을 잃은 몸이 바닥을 쓸고 나가며 옷자락 흔적을 남겼다.

"흐읍."

진혁이 손을 떼며 거친 숨을 내뱉었다. 관자놀이를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잔영을 강제로 불러낸 여파로 손목 기맥이 꼬여 들었다. 진혁은 오른손으로 왼쪽 손목을 세게 눌러 통증을 가라앉혔다.

현장에 남은 기흔은 아주 짧았지만 결론은 명확했다.

"가출이 아니다. 피를 흘려서 죽인 것도 아니다. 마취향으로 정신을 잃게 만든 뒤 밖으로 끌고 갔다."

진혁은 품에서 얇은 창호지 한 장을 꺼내 엎질러진 찻잔 테두리의 잔여물을 조심스럽게 묻혀 봉인했다.

그때 삐걱거리는 계단 아래에서 묵직한 발소리가 올라왔다.

"서 감식관! 아직도 거기 있는 건가?"

남색 무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포쾌 연화진이 계단을 올라왔다. 그녀의 왼쪽 눈가에 난 얕은 흉터가 새벽 빛 아래 날카롭게 드러났다. 화진은 손에 든 관아의 수색 깃발을 문틀 옆에 세우며 인상을 찌푸렸다.

"정식 영장도 나오지 않은 현장이다. 포두께서 뚜렷한 증거가 없으면 즉시 철수하라고 지시하셨다."

"포두께서 사건을 덮으려는 모양입니다."

진혁이 장갑을 다시 끼며 무덤덤하게 답하자 화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말조심해라. 서진혁, 상부에서는 단순한 야반도주나 가출로 보고서를 올릴 예정이다. 기녀 하나가 빚을 지고 야반도주한 일로 관아 인력을 묶어 둘 수는 없다."

"가출하는 사람이 찻잔을 입에 대다가 뒷목을 눌려 쓰러집니까?"

진혁이 바닥의 어긋난 짚신 자국과 계단 문턱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계단 세 번째 칸과 다섯 번째 칸을 보십시오. 내려간 발자국은 두 쌍인데 깊이가 다릅니다. 오른쪽 발자국은 뒤꿈치가 흙 속에 깊게 파였습니다. 한 사람이 제발로 걸어 내려간 무게가 아니라 의식을 잃은 성인 여성을 둘이서 양쪽으로 들고 내려갈 때 나오는 체중 분포입니다."

화진이 문턱으로 다가와 진혁이 지적한 발자국을 유심히 살폈다.

그녀의 눈동자가 세밀하게 떨렸다. 화진은 관아의 규정과 절차를 엄격히 따르는 수사관이었지만 눈앞에 드러난 정교한 물증과 물리적 흔적을 무시할 만큼 눈이 어둡지는 않았다.

"두 사람이 들고 내려갔다라..."

화진이 입술을 씹었다.

"최근 두 달 동안 이 뒷골목에서만 세 명의 여인이 가출이라는 이름으로 수사철에서 지워졌다. 상부에서는 잡음을 원하지 않는다. 뚜렷한 물증 없이는 정식 실종 수사를 개시할 수 없어."

"기록에서 스스로 지워진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일부러 지우고 있는 겁니다."

진혁의 단호한 목소리에 화진은 칼자루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녀는 진혁의 직감을 완벽히 믿지는 않았지만 그가 가져오는 현장 감식 소견에는 늘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증이 더 필요하다. 찻잔에 남은 약향만으로는 부족해."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사람이 마침 오고 있군요."

진혁이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폐염색집 아래 골목길에서 험한 자갈밭을 헤치고 달려오는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소매 안에 침통과 약초 주머니를 숨긴 의녀 백소담이었다. 소담은 잔잔한 인상이었지만 붉어진 숨을 고르며 방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단정한 눈빛을 세웠다.

"진혁 씨! 또 정식 통보도 없이 위험한 현장에 먼저 들어오신 거예요?"

"소담 씨, 이것부터 봐 주십시오."

진혁이 품에서 아까 봉인한 창호지를 내밀었다. 소담은 툴툴거리면서도 곧바로 소매에서 작은 은침과 감정용 시약병을 꺼냈다. 종이에 묻은 찻물 잔여물에 시약을 한 방울 떨어뜨리자 투명했던 액체가 미세하게 검푸른 빛을 띠며 타올랐다.

소담의 눈빛이 순간 엄숙해졌다.

"이건 일반적인 진정제가 아니에요. 뒷골목 암시장에서 아주 은밀하게 거래되는 흑연향(黑煙香) 성분이에요."

"흑연향?"

화진이 되물었다. 소담이 고개를 끄덕이며 진중하게 설명을 이었다.

"상대의 내공과 의식을 순식간에 마비시키는 마취향이에요. 하지만 치사량이 넘지 않도록 아주 정교하게 조제되었어요. 사람을 죽이려는 목적이 아니라 저항하지 못하게 잠재워 어디론가 운반하기 위한 약이에요."

소담의 의학 감정 소견이 진혁의 잔영감식 소견과 완벽하게 일치했다.

"그렇다면 범인들의 목적은 살인이 아니다."

진혁이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피해자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 살아 있는 채로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는 겁니다."

화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단순한 시신 유기 사건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을 노린 계획적인 납치 범죄라면 일초가 급했다.

소담이 진혁의 손목을 바라보다가 눈살을 찌푸렸다. 진혁의 왼쪽 손목 피부 아래로 핏줄이 푸르스름하게 솟아오르고 있었다.

"진혁 씨, 또 기혈을 무리하게 열어 잔영을 읽으셨죠? 역맥보의 기초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잔영감식을 남용하면 기맥이 비틀려서 감각 자체가 망가진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지금은 내 기맥보다 끊어진 발자국을 추적하는 게 먼저다."

진혁은 소담의 우려를 뒤로하고 방을 나섰다. 화진과 소담도 그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세 사람은 폐염색집 뒤편 골목을 지나 대로변으로 이어지는 진흙길을 달렸다. 새벽에 내린 비 때문에 흙길 위에는 수레와 마차 바퀴 자국이 깊게 남아 있었다. 그러나 대로변에 가까워질수록 상단 수레와 말의 발자국이 뒤섞이면서 기흔이 점차 흐려지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햇볕과 사람들의 통행으로 단서가 완전히 사라질 판이었다.

진혁은 길목 한가운데에 멈춰 섰다. 그는 다시 왼쪽 장갑을 벗어 던지고 젖은 진흙 바닥의 마차 궤적에 손바닥을 밀착시켰다.

"진혁 씨!"

소담이 말리려 했으나 화진이 손을 들어 소담을 제지했다. 화진 역시 이 흔적이 끊기면 사건이 영원히 매장된다는 것을 깨달은 까닭이었다.

진혁이 두 번째 잔영감식을 시도했다.

자신의 기혈을 역류시키듯 강하게 쥐어짜자 뇌리가 깨어질 듯한 통증과 함께 두 번째 잔영의 조각이 떠올랐다.

세 호흡.

첫 번째 호흡: 짙은 포장을 씌운 마차가 골목 모퉁이에 조용히 멈춰 섰다.

두 번째 호흡: 억센 사내 둘이 의식을 잃은 기녀 견아를 마차 짐칸의 깊은 짚단 속으로 거칠게 밀어 넣었다.

세 번째 호흡: 마차가 덜컹거리며 개봉부 외곽 관문 방면으로 빠져나갔다. 마차가 출발할 때 바퀴 축이 크게 짓눌리며 진흙 속에 깊은 궤적을 남겼다.

"크윽!"

진혁이 손을 떼며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시야가 순간적으로 붉게 물들었다가 회복되었다. 내공의 과부하로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괜찮나?"

화진이 진혁의 어깨를 잡으며 물었다. 진혁은 고개를 저으며 자신이 방금 확인한 마차 바퀴 궤적 안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바퀴 자국 안쪽을 보십시오."

화진과 소담이 진혁의 손가락 끝을 따라 시선을 내렸다.

진흙 속에 깊게 파인 바퀴 테두리 자국 안쪽에 작고 미세한 압착 흔적이 찍혀 있었다. 단순한 쇠 테두리의 마모 자국이 아니었다. 정교하게 조각된 특수한 인장의 문양이 바퀴 축 덮개 안쪽에 미세하게 남겨진 기흔이었다.

화진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

"이건... 일반 상단이나 사파의 문양이 아니다. 관아의 운송 물자나 황실 내무감 소속 마차에나 쓰이는 정교한 관용 운송 인장의 형태다."

단순한 뒷골목 무림인의 소행이 아니었다. 관의 운송 인장을 달고 이동하는 마차가 사람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그때 골목 모퉁이의 허름한 담장 뒤에서 겁에 질린 눈을 한 꼬마 아이 하나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아이는 화진의 남색 무복을 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포쾌 누나... 새벽에 커다란 마차가 지나갔어요... 견아 누나가 소리도 못 지르고 짚단 속에 들어가는 걸 봤어요... 마차 뒤에 이상한 그림자가 따라갔어요..."

아이의 목격 증언과 진혁의 감식 결과 그리고 소담의 의학 소견이 완벽히 하나로 얽혀들었다.

진혁은 차가워진 손가락으로 마차 바퀴 자국의 인장 기흔을 가만히 짚었다.

"단순한 납치가 아닙니다. 죽은 기록으로 위장해 사람을 밖으로 나르는 거대한 운송망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화진이 입술을 단단히 짓씹으며 칼자루를 잡았다.

"관용 운송 인장이 찍힌 마차라면 관문 통과 기록이 남아 있을 것이다. 당장 관아로 돌아가 운송 장부를 확인한다."

새벽 안개가 조금씩 걷히는 개봉부 뒷골목 한복판에서 진혁과 화진, 소담의 시선이 마차 자국이 향한 묵직한 관문 대로를 향해 고정되었다.

거짓으로 덮인 죽음 뒤에서 세 호흡의 진실을 좇는 무림 감식반의 수사가 막 문을 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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