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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졸 진무강의 검시록2화

포졸 진무강의 검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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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붉은 가루의 주인

홍매향이라는 이름이 약방의 등불 아래에 내려앉았다.

진무강은 종이 위에 펼쳐진 붉은 가루를 내려다보았다. 막내 표사의 손톱 밑에서 긁어 낸 가루는 피와 흙에 젖어 처음에는 벽돌 가루처럼 보였다. 그러나 서윤설이 은침 끝에 아주 조금 묻혀 불꽃 가까이 가져가자 달콤하면서도 서늘한 향이 가늘게 피어올랐다.

"백가장 물건이 확실합니까?"

윤설은 불그스름해진 은침을 등잔 곁에 내려놓았다. 남장 차림의 옷소매가 움직일 때마다 깨끗한 약초 향이 희미하게 났다.

"홍매향이에요. 홍화 기름에 설피초 진액을 섞어 굳힌 향유죠. 향만 내는 물건이 아니라 가죽과 비단의 눅눅한 냄새를 가리는 데도 쓰여요. 백가장 안채와 상단에서 귀한 손님을 맞을 때만 내보내는 물건이에요."

"장터에서도 살 수 없습니까?"

"백가장 표찰이 있는 상점에서만요. 밖으로 흘러나오는 경우도 있겠지만 일반 산적이 몸에 두를 물건은 아니죠."

무강은 붉은 가루가 놓인 종이의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눌렀다. 막내 표사가 마지막 순간에 무엇을 붙잡으려 했는지 생각하면 손가락 마디가 저절로 굳었다.

그래도 죽은 자의 손톱 밑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지울 수 없었다.

"관아에 내면 사라질 수도 있겠군요."

무강의 말에 윤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 봉만 내면 안 돼요. 가루가 적지만 둘로 나누세요. 하나는 관아에 내고 하나는 혜민당 약재함에 보관하겠어요. 감별 소견도 두 장으로 적을 테니 봉한 자리와 손도장을 맞춰 두죠."

윤설은 약방 장부에서 빈 종이를 뜯어 냈다. 붉은빛의 변화와 향의 성질, 은침 끝의 반응을 작은 글씨로 적었다. 마지막 줄에는 홍매향이 비단이나 기름 먹인 가죽에 닿으면 오래 남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무강은 대나무 숟가락으로 가루를 두 장의 기름종이에 나누었다. 손톱만 한 양이었다. 숟가락은 물로 씻지 않았다. 물이 닿으면 미세한 향유 성분까지 흩어진다는 윤설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마른 헝겊으로 숟가락을 닦아 별도 봉투에 넣었다.

두 봉투의 입구를 풀칠한 뒤 무강과 윤설은 나란히 엄지손가락을 눌렀다. 붉은 인주가 없는 약방이라 윤설은 묽은 먹에 홍화 가루를 타 손도장을 남겼다.

그때 약방 문이 세차게 열렸다.

한도겸이 찬 밤공기를 어깨에 걸친 채 안으로 들어왔다. 넓은 손에는 현령의 인장이 찍힌 종이 한 장이 구겨져 있었다. 왼쪽 무릎을 절뚝이던 걸음이 평소보다 거칠었다.

"현령의 종결 문서다. 내일 해 뜨기 전에 시신을 화장하고 표국 수레는 노표두에게 돌려보내라 했다. 산적이 저지른 강도로 결론을 냈다."

무강이 문서를 받아 들었다. 짧은 글귀였다. 검시 기록이나 물증에 대한 말은 한 줄도 없었다. 청하현의 치안이 안정되었다는 체면만 서둘러 적혀 있었다.

"수레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알고 있다."

한도겸은 이를 한 번 세게 물었다.

"이배가 관아 뜰에서 기다리고 있다. 수레는 이미 표국 마구간으로 보냈다고 했어. 네가 이 일에 더 얽히지 않기를 바랐지만 이제는 늦었다."

무강은 관아에 낼 봉투를 품속에 넣었다.

"기록을 접수해야 합니다. 감별 소견이 남으면 적어도 누가 무엇을 버렸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

"접수하면 네 이름도 올라간다. 백가장이 이 단서를 알게 되면 네가 먼저 눈에 띌 거다."

"죽은 이들은 더는 피할 곳도 없습니다."

짧은 대답이었다. 한도겸은 무강의 굳은 입가를 바라보았다. 진도현이 남긴 말이 무강 안에서 어떤 모양으로 살아 있는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한도겸은 한숨을 삼키고 철척을 허리에 걸었다.

"좋다. 같이 간다. 하지만 네가 본 것만 말해라. 짐작은 짐작이라고 적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적어라. 기록은 칼보다 오래 남는다. 잘못 적힌 기록도 마찬가지야."

관아 검시소의 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등불 두 개가 처마 밑에서 바람에 흔들렸다. 문 앞에는 이배와 서리 하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배는 무강의 손에 든 봉투를 보자마자 입술을 비틀었다.

"아직도 그 붉은 먼지 타령이냐? 현령 사또께서 결론을 내리셨는데 포졸이 무슨 배짱으로 판을 뒤집어?"

서리는 문서를 받아 훑어보고는 봉투를 받지 않았다.

"포졸의 감상이 사건 기록이 될 수는 없소. 백가장의 향유라 해도 표사들이 객잔에서 귀한 손님과 부딪혔을 수 있지 않겠소?"

"그럴 수 있습니다."

무강이 조용히 대답했다.

이배의 눈이 잠깐 커졌다. 무강은 서리의 손에 든 문서를 가리켰다.

"그래서 백가장이 범인이라고 쓰지 않았습니다. 손톱 밑 이물질의 성질과 출처만 적었습니다. 시신의 상처가 산적의 거친 칼자국과 다르다는 검시 결과도 함께요. 두 물증을 보존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보존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게냐?"

"나중에 다른 증거가 나오면 대조하겠습니다. 나오지 않으면 그 사실도 기록에 남겠지요."

이배가 한 걸음 다가왔다. 그의 소매 끝에는 향이 진하게 배어 있었다. 홍매향과는 달랐다. 값싼 용뇌향 냄새였다. 무강은 그 향을 구분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네가 지금 현령 사또의 판단을 의심하는 것이냐?"

"죽은 표사들의 상처를 의심하는 것입니다."

공기가 가라앉았다.

한도겸이 무강 앞에 반걸음 섰다. 철척의 쇠고리가 낮게 부딪혔다.

"포두 한도겸의 이름으로 임시 보존을 명한다. 시신과 관련 물증은 사흘 동안 폐기하지 마라. 이 검시 기록을 받지 않겠다면 거절한 사유와 시간을 적어 상부에 올리겠소."

서리는 이배의 눈치를 보았다. 이배의 턱이 파르르 떨렸다. 서리는 결국 먹을 갈아 접수 장부를 폈다.

무강은 봉투를 건넸다. 봉투 입구에 남은 두 개의 손도장을 장부에 옮겨 적고 윤설의 감별 소견 한 장을 덧붙였다. 서리가 봉투를 받아 들 때 한도겸은 마지막까지 손을 떼지 않았다.

"표국 수레는 이미 나갔습니다."

이배가 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가 봐야 바퀴 자국 몇 개밖에 더 나오겠소?"

무강은 장부에서 시선을 들었다.

"그 바퀴 자국이 무엇을 말하는지 듣고 가겠습니다."

청하표국 마구간은 관아에서 두 골목 떨어진 곳에 있었다. 밤비가 스친 짚 냄새와 마른 말똥 냄새가 코를 찔렀다. 죽은 표사들의 말은 마구간 한쪽에서 낯선 사람을 경계하듯 불안하게 발굽을 굴렀다.

수레 앞을 지키던 노표두 곽진수는 무강 일행을 보자 마른 수염을 쓸어내렸다. 눈가가 벌겋게 부어 있었다.

"사람 다섯을 잃고도 장사꾼 취급을 받으라는 거요? 이 수레를 아침 장에 세워야 표국이 아직 일을 한다는 걸 보일 수 있소. 식구들이 겁에 질려 있어."

한도겸이 무거운 목소리로 답했다.

"그래서 더 봐야 하오. 누가 표국을 노렸는지 모른 채 수레를 다시 굴리면 남은 사람도 위험해집니다."

곽진수의 눈이 수레 뒤편에 묶인 말들로 향했다. 한참 뒤 그는 옆으로 비켜섰다.

"해 보시오. 대신 죽은 놈들이 헛되이 끌려갔다는 말만은 하지 마시오."

무강은 대답 대신 수레 아래로 몸을 낮췄다.

오른쪽 바퀴 홈에는 객잔 골목의 누런 흙과 다른 회색 진흙이 눌어붙어 있었다. 진흙에는 잘게 부서진 조개껍질이 섞여 있었다. 청하현 안에서 그런 흙이 묻는 곳은 강가 나루터와 그 뒤 샛길뿐이었다.

그는 차축의 갈라진 나무를 손끝으로 짚었다. 검시안을 열자 서늘한 감각이 아주 희미하게 번졌다. 살아 있는 사람의 피나 막 죽은 시신에서 읽는 잔향과는 달랐다. 물건에 남은 흔적은 엷은 연기 같아서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흩어질 듯했다.

그래도 피가 마르기 전 누군가 차축을 붙잡고 수레를 거칠게 밀었다는 감각은 남아 있었다. 손바닥이 미끄러지며 남긴 열기와 검 끝에서 튄 가느다란 진기의 찌꺼기였다.

무강은 검시안을 거두었다. 이 정도로 누가 수레를 옮겼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객잔에서 곧장 표국으로 돌아온 수레가 아니라는 물증은 충분했다.

"습격 뒤에 수레를 한 번 옮겼습니다. 객잔 길이 아니라 강가 샛길을 다녀왔어요."

이배가 뒤에서 헛웃음을 냈다.

"수레가 길을 다닌 것이 죄가 되느냐?"

"어느 길을 왜 다녔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무강은 품에서 가는 핀셋을 꺼냈다. 바퀴살과 쇠테가 맞물린 좁은 틈에 무언가 붉은 것이 들러붙어 있었다. 그는 숨을 멈추고 그것을 천천히 뽑아냈다.

손가락 두 마디만 한 비단실이었다. 끊어진 끝에는 검게 마른 피가 엉겨 있었고 가는 실오라기 사이에는 기름기가 번들거렸다.

무강은 실을 유리병에 넣었다. 마개를 막기 전 희미한 향이 새어 나왔다. 달큰한 끝에 차가운 풀내가 남았다.

"홍매향입니다."

윤설의 감별 소견이 적힌 종이가 품속에서 바스락거리는 듯했다.

곽진수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

"그런 끈은 우리 표국 것이 아니오. 포장할 때는 삼베 끈만 써요. 피 묻은 비단을 수레에 싣는 일도 없었소."

무강은 수레 위로 올라갔다. 널판 위에는 짐을 싣고 내리며 생긴 긁힌 자국이 겹겹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한쪽 구석만 먼지가 부자연스럽게 깨끗했다. 길고 좁은 네모 자리를 따라 오래 눌린 자국이 나 있었다.

그 옆에는 날카로운 칼날로 끊어 낸 포장끈 매듭 하나가 끼어 있었다. 무강이 장갑 낀 손으로 그것을 집어 들자 곽진수가 화물 목록을 펼쳤다.

"열세 상자와 약재 꾸러미 네 개다. 전부 적혀 있소."

무강은 목록과 빈자리를 번갈아 보았다.

"이 자리에 맞는 물건은 없습니다. 상자보다 작고 길어요. 목록에 적히지 않은 물건을 따로 실었거나 누군가 목록과 함께 가져갔습니다."

곽진수의 손이 떨렸다. 그는 목록의 가장자리를 구겨 쥐었다.

"막내 놈이 수레를 떠나지 않았던 이유가 그거였나. 놈이 죽기 전까지 수레 쪽을 보려 했는데……."

한도겸이 이배를 돌아보았다.

"이래도 강도 사건으로 끝낼 테냐?"

이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마구간 어귀에 서 있던 관아 하인 하나에게 눈길을 던졌다. 하인은 곧장 골목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무강은 비단실과 매듭을 각기 기름종이에 싸 봉했다. 곽진수에게는 화물 목록의 원본을 집 안 금고에 넣고 누구에게도 보여 주지 말라고 했다.

"포두님, 수레를 압수할 수 있습니까?"

"정식 영장은 없다. 지금 억지로 끌고 가면 표국까지 적으로 돌릴 수 있다."

한도겸의 말은 쓰게 들렸지만 피하지 않았다.

"대신 네가 찾은 물증과 목록은 내 이름으로 보존하겠다. 누가 가져가려 하면 이유를 남기게 만들지."

무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는 만큼은 아니었다. 그러나 기록에 남은 한 줄과 봉투 위의 손도장은 누군가에게도 쉽게 지울 수 없는 매듭이 될 터였다.

새벽빛이 마구간 지붕 위에 엷게 번질 무렵이었다.

말먹이를 갈던 늙은 마부가 짚더미에서 붉은 종이 조각 하나를 찾아냈다. 빗물에 젖어 가장자리는 풀렸지만 종이 한가운데에는 먹으로 찍은 매화 다섯 잎이 남아 있었다.

무강은 종이 조각을 받아 뒤집어 보았다. 글자는 없었다. 다만 누군가 급히 찢어 버린 듯 반대쪽에 끊긴 붉은 실 한 가닥이 붙어 있었다.

그는 그 조각까지 새 봉투에 넣고 입구를 봉했다.

누군가는 표사들의 목숨보다 먼저 수레의 빈자리를 확인하러 왔다.

그리고 그 발걸음은 아직 청하현을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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