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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무기 도색공은 마력의 흠집을 본다3화

헌터 무기 도색공은 마력의 흠집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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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색을 덧칠하지 않은 마지막 칼날

도현은 병원 응급실에서 해원을 찾았다. 오른쪽 손목에 붕대를 감고 있었고, 눈 밑에는 밤샘 근무의 그늘이 내려앉았다. 그는 지하 수리실 앞에서 미끄러져 넘어졌다고 진술했다. 바닥에 남은 안료 때문에 손바닥이 벗겨졌다는 말은 보고서에 들어가지 않았다.

“기억나는 걸 더 말해도 될까요?” 그가 물었다.

“제가 아니라 수사관에게요. 지금은 본 것과 추측을 나눠서 적어 둬요.”

해원은 그를 공방으로 부르지 않았다. 길드가 검을 찾으러 오는 날, 목격자를 같은 장소에 모으면 도현까지 표적이 될 수 있었다. 대신 유경과 함께 병원 복도에서 그가 다친 경위를 들었다. 유경은 다리를 절었고, 도현은 미안하다는 말을 세 번 반복했다.

해원은 그 말을 듣고도 검이 수리실 안에 있었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민재는 장비를 공방에 맡길 때마다 영수증을 사진으로 남기는 사람이었다. 그의 휴대전화는 사고 현장에서 회수되지 않았다. 그 기기에 납품장 사진이나 메모가 있을 수도 있었다.

“그날 민재가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는지 봤어요?”

도현은 눈을 감고 기억을 더듬었다. “손에 들고 있었습니다. 문 앞에서 뭔가 찍고 있었어요. 제가 복사해 둔 영수증도 그때 찍었을 수 있어요.”

유경의 어깨가 움찔했다. 그녀는 병원 의자 끝에 걸터앉았다. “사고 현장에서는 휴대전화가 없다고 했어. 장비팀이 개인 소지품을 넘겼다고.”

“그럼 장비팀에 반환 기록을 요청해야 해요.” 해원이 말했다.

도현은 얼굴을 찡그렸다. “그쪽에서 기록을 내줄까요?”

“거절했다는 기록도 남길 거예요.”

그녀는 유경에게 먼저 진술서를 쓰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현재 병원에서 확인 가능한 사고 경위와 부상 사진을 정리해 둘 것을 제안했다. 유경은 자기 이름을 적는 손을 멈췄다가, 마지막에 또박또박 서명했다. 글씨 끝에 잉크가 번졌다.

“미안하다는 말 말고, 다친 순간에 뭘 봤는지 말해.” 유경이 말했다.

“문 틈으로 파란 불빛이 샜어요. 그다음 누가 뒤에서 밀었고요. 얼굴은 못 봤습니다.”

“태혁 팀장이었어?”

“아니요. 단정 못 해요.”

유경은 입술을 깨물었다. 해원은 그 대답을 받아 적었다. 누가 밀었는지 모른다는 말은 누군가를 지목하는 증거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하실에 불빛이 있었다는 사실은 중요했다. 폐쇄됐다는 공간에서 장비가 작동했다면, 길드의 설명과 맞지 않았다.

백야 길드는 오전 열 시에 공방으로 왔다. 문태혁과 법무 담당자 한 명, 장비 운송원 둘이었다. 그들은 인도 동의서와 보관료 청구서, 검의 소유권 확인서를 테이블 위에 펼쳤다.

“오늘 검을 넘기지 않으면 사망 사고 정산이 지연됩니다.” 태혁이 말했다.

“사고 정산을 늦춘 건 검이 아니라 기록을 지운 쪽이겠죠.”

태혁의 시선이 해원의 얼굴을 훑었다. “무슨 자료를 보고 그런 말을 합니까?”

“공식 열람 요청은 접수됐습니다. 답변 전에 유품을 가져가려는 이유가 뭔가요?”

법무 담당자가 서류를 밀었다. “유족께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돕는 절차입니다.”

해원은 서류에 적힌 인도 예정 시각을 확인했다. 전날 밤에 발송된 통보보다 한 시간이 앞당겨져 있었다. 그들은 동의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했지만, 수신 확인은 누락되어 있었다. 해원은 서류를 바로잡으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그 사본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보관함에 넣었다.

“검은 안전하게 보관 중입니다. 제가 소유권을 주장하는 게 아니라, 유족으로서 상태를 확인하는 중이에요.”

“그럼 감정 결과를 제출하십시오.”

“저는 표면의 색층을 관찰했습니다. 도색공의 감정 범위를 넘어 원인을 단정하지 않았어요.”

태혁은 검을 보지 못한 채 돌아갈 수 없다는 듯 운송원에게 눈짓했다. 둘 중 한 명이 보관실로 가려 하자 해원이 앞을 막았다. 그녀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이 문을 지나가려면 먼저 유족 동의서가 필요합니다.”

“공방 운영을 방해하면 손해배상 책임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 문장도 기록하겠습니다.”

태혁은 운송원을 멈춰 세웠다. 짧은 침묵 사이, 공방 밖으로 손님들이 지나가는 발소리가 들렸다. 그는 여기서 강제로 문을 열면 길드 이름이 걸린다는 걸 알고 있었다. 표정은 고요했지만, 명함 모서리를 구기는 손끝이 하얘졌다.

해원은 금고를 열고 검을 꺼냈다. 두 손으로 칼집을 받쳐 테이블 위에 놓았다. 길드 사람들의 눈이 한꺼번에 움직였다. 그녀는 검을 뽑지 않았다. “가져가려면 외부 감정인이 보는 앞에서 인수 확인을 하세요. 지금은 사본만 남깁니다.”

태혁이 대답하기 전, 유경이 문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목발을 짚고 있었지만, 눈은 태혁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민재는 이 검을 수리실에 맡기러 갔어. 내가 기다리는 걸 봤고.”

“그 말은 공식 진술로 제출하시죠.”

“그럴 거야. 오늘은 내가 본 것만 말했어.” 유경은 숨을 고르고 덧붙였다. “그날 문 앞에 있었던 건 나야. 팀장님이 민재를 안으로 부른 것도 봤고.”

태혁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표정이 사라졌다. “유경 씨는 그때 교대에서 제외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못 본 사람이 되는 건 아니죠.”

해원은 유경을 보았다. 고개를 끄덕여 주고 싶었지만, 그녀가 자기 대신 말하는 것처럼 보일까 망설였다. 유경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해원은 그 손을 잡았다. 차가운 손가락에 힘이 실려 있었다.

태혁은 결국 검을 가져가지 않았다. 대신 인수 거부 확인서에 해원의 서명을 요구했다. 해원은 문구를 읽고 ‘인도 요청을 받았으나 유족 확인 및 감정 보존을 이유로 보류함’이라고 직접 적었다. 그 문장은 책임을 피하려는 변명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일을 정확히 남기는 문장이었다.

길드 사람들이 나간 뒤 공방에 조용함이 내려앉았다. 유경은 벽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나 이제 백야로 돌아갈 자리는 없겠네.”

“돌아가고 싶어요?”

“모르겠어. 하지만 민재가 왜 말 못 했는지는 알고 싶어.”

유경의 무릎이 떨렸다. 해원은 의자를 밀어 줬다. 유경이 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신도 맞은편에 앉았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다음 말을 찾지 못했다. 민재의 이름이 둘 사이에 놓여 있었다. 하나는 그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하나는 마지막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는 후회로 그 이름을 붙들고 있었다.

“민재가 너한테 색을 골라 달라고 했다고 했지.” 유경이 말했다. “그날 나한테도 똑같이 말했어. 검에 새 페인트를 입히면 마음이 괜찮아질 것 같다고.”

해원은 고개를 숙였다. “그때는 그냥 투정인 줄 알았어요.”

“나도 그랬어. 그래서 지금은 그 말을 가볍게 넘기고 싶지 않아.”

해원은 금고 열쇠를 유경에게 맡기지 않았다. 대신 함께 번호를 바꾸고, 두 사람의 연락처를 비상연락망에 추가했다. 유경이 다시 길드에 불려가도 혼자 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작은 약속이었지만, 이번에는 누구도 ‘괜찮다’는 말로 끝내지 않았다.

해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음에는 제가 같이 갈게요.”

그들은 검을 외부 금속 보존 전문가에게 맡기기로 했다. 표면을 깎거나 다시 칠하지 않고, 안료층을 빛으로 촬영해 비교하는 방식이었다. 해원은 직접 도색하지 않는 선택이 도망처럼 느껴졌지만, 증거와 유품을 동시에 지키려면 지금 가능한 방법이었다.

공방 맞은편의 보존 연구실에서 온 장은별 박사는 검을 손대지 않은 채 관찰했다. 그녀는 휴대용 분광등을 칼날 위에 비추고, 해원이 본 푸른 선을 같은 위치에서 촬영했다. “이건 균열을 메운 흔적이 아니에요. 안료가 틈을 덮으면서 표면 장력만 바꿨어요. 안쪽 피로가 사라진 건 아닙니다.”

“언제 생긴 상처인지는 알 수 있나요?”

“시간을 단정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층이 겹친 순서는 볼 수 있죠. 붉은 보호막 위에 회색 차폐제가 올라갔고, 푸른 잔류가 그 아래에서 번졌어요. 회색이 먼저라면 설명이 달라집니다.”

장은별은 화면에 촬영 순서를 표시했다. 해원은 날짜와 각도를 함께 적었다. 증거를 만들기 위해 검을 파괴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동시에, 자신이 혼자 붙들고 있던 색을 다른 사람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게 꼭 쥐고 싶던 기억이, 이제 공개될 수 있었다.

“이 검을 계속 보존해도 될까요?” 해원이 물었다.

“유족이 결정해야죠. 다만 다음 분석을 하려면 길드 쪽 재료 표본이 필요합니다.”

그 말에 해원은 백야가 아닌 외부 공방을 떠올렸다. 청람기공이 첫 색을 만들었다면, 그곳에는 같은 안료가 남아 있을 수 있었다. 그녀는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날짜와 납품장을 먼저 대조하고, 살아 있는 사람의 진술을 확보할 것이다.

오후 늦게 정비기사 도현이 다시 연락했다. 손목을 다쳐 퇴원은 미뤄졌지만, 그는 자신이 복사해 둔 납품장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에는 회색 차폐 안료의 납품처가 적혀 있었다. 백야 길드 본부가 아니라, 외부 민간 공방 ‘청람기공’이었다. 수령 서명은 문태혁이 아닌 윤민재. 날짜는 사망 사흘 전이었다.

해원은 사진을 확대했다. 서명은 동생의 글씨와 비슷했지만, 마지막 획이 달랐다. 누군가 이름을 흉내 냈거나 민재가 급히 적었을 수 있었다. 그녀는 그 차이를 섣불리 결론 내리지 않았다.

“청람기공을 알아?” 유경이 물었다.

“들어본 적 있어요. 폐쇄된 수리실 장비를 넘겨받은 곳일지도 몰라요.”

“가 볼 거야?”

“자료부터 확인할게요. 이번에는 검을 덧칠해서 감추지 않을 거예요. 색이 말하는 만큼만 말하게 할 거예요.”

해원은 검을 다시 칼집에 넣었다. 푸른 흠집은 가려졌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칼집을 두 겹의 천으로 감싸고, 금고가 아닌 작업대 위에 놓았다. 이제 혼자 지키는 물건이 아니었다.

저녁에 공방 셔터를 내리려는 순간, 청람기공에서 온 소포가 문틈으로 밀려 들어왔다. 발신인 칸에는 이름 대신 날짜 하나가 적혀 있었다. 민재가 죽은 날이었다.

안에는 오래된 붓 하나와 짧은 쪽지가 들어 있었다.

‘검을 칠한 사람은 해원 씨가 아닙니다. 내일, 칼날의 첫 색을 만든 사람이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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