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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라디오에서 자장가가 온다3화

새벽 라디오에서 자장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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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방송 보류선

해리의 웃음소리가 방송실 스피커에서 흘렀다.

녹음 시각은 25년 전이었다. 해리는 그 목소리를 기억하지 못했지만, 웃음이 끝날 때 숨을 들이쉬는 버릇은 지금과 같았다. 기준은 파일이 오래된 아날로그 테이프에서 복사된 것이라고 확인했다. 수아는 방송을 멈추고 사연을 보류하라고 했다. 하지만 생방송은 이미 시작됐고, 청취자들은 신청곡을 기다리고 있었다.

해리는 자기 목소리를 송출하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마이크를 닫고, 제작실 전화의 발신 기록을 수아에게 넘겼다. 방송을 중단하면 민지가 연락할 유일한 통로를 잃을 수 있었다. 방송을 계속하면 해리의 어린 시절 정보가 공개될 수 있었다. 기준은 음원을 격리해 방송 송출선에서 분리했다. 그 순간 스튜디오 조명이 깜박이고, 보류함의 파일이 자동 재생됐다.

해리의 어린 목소리가 자장가를 불렀다. 세 음, 쉼, 긴 음. 노래 끝에 어른의 목소리가 말했다. “창문은 열지 마. 문 앞에서 세 번 기다려.”

수아는 문장을 듣고 즉시 경찰에 연락했다. 민지의 보호자가 과거에 같은 신호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경찰은 해당 주소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출동했다. 보호자와 연락이 닿았지만, 그 집에는 아이가 없었다. 민지는 어디에 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기준은 송신실의 옛 회선을 추적했다. 회선은 방송국 밖으로 나가 폐쇄된 보호시설의 지하로 이어졌다. 세 사람은 경찰의 동행을 받아 현장으로 갔다. 시설은 철거 예정이었고, 출입문은 봉인돼 있었다. 수아는 먼저 보호자와 실종 신고 기록을 확인하자고 했다. 해리는 아이의 위치를 추정할 뿐이라며 무단 진입을 거부했다.

경찰이 문을 열자 오래된 소독약과 먼지 냄새가 났다. 지하에는 녹음 장비와 어린이용 침대가 남아 있었다. 침대 아래에서 민지의 이름이 적힌 그림이 발견됐다. 그림에는 라디오와 산장 같은 집이 그려져 있었다. 해리는 자신이 이곳에 있었는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개인 기록을 먼저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 수아는 그림을 증거 봉투에 넣었다.

시설 뒤편에서 아이의 발소리가 들렸다. 경찰이 주변을 둘러보는 동안 해리는 자장가를 부르지 않았다. 대신 문을 세 번 두드리고 기다렸다. 안쪽에서 한 번 두드리는 응답이 왔다. 기준이 소리의 방향을 추적해 낡은 배수 통로를 찾았다. 통로는 사람이 들어가기엔 좁았고, 벽이 무너질 위험이 있었다. 경찰은 구조 장비를 가져오기로 했다.

민지는 통로 반대편에서 목소리를 냈다. “노래를 틀지 말아요.”

해리는 대답하지 않고 이름을 물었다. 아이는 민지라고 했고, 혼자 있었지만 길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수아는 그녀에게 움직이지 말고 구조대가 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다. 민지는 어른들이 오면 다시 데려갈까 봐 겁난다고 했다. 수아는 보호자와 안전 계획을 확인한 뒤에야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해리는 방송국의 생방송 마이크를 열고, 구조 요청을 직접 말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위치와 아이의 이름을 공개하면 누군가 먼저 찾아올 수 있었다. 그녀는 방송 보류선을 지켰다. 대신 “현장에 구조 요청이 확인됐습니다. 관계 기관이 대응 중입니다”라고만 알렸다. 이름과 주소, 노래는 송출하지 않았다.

구조팀이 통로를 확보하자 민지는 스스로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녀는 수아의 손을 잡았고, 해리에게는 그림을 건넸다. 그림 뒤에는 ‘해리 언니가 노래를 알려 줬다’고 적혀 있었다. 해리는 그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아이의 말이 자기 어린 시절을 대신 정의하도록 두지 않았다.

아침에 방송국으로 돌아온 뒤 해리는 어머니에게 전화했다. 그녀는 보호시설에 있었던 기간을 물었다. 어머니는 오랫동안 숨겨 온 일을 인정했다. 해리는 어린 시절 몇 달 동안 임시 보호를 받았고, 그때 민지의 가족과 같은 시설에 있었다. 자장가는 아이들이 서로를 찾기 위해 만든 암호였다.

해리는 기록을 공개할지 어머니와 민지에게 먼저 물었다. 수아는 실종아동 기록을 보호자 동의와 함께 보존하겠다고 했다. 기준은 낡은 테이프의 원본을 복구하되, 송신선은 분리했다.

다음 주 방송 신청곡에는 새로운 문장이 들어 있었다.

‘해리 언니, 문을 세 번 두드리고 기다려.’

해리는 생방송을 중단할지 고민하는 사이, 수아에게 방송 보류선 규칙을 다시 확인했다. 실종자의 위치와 이름을 공개하지 않고, 구조 기관이 확인했다는 사실만 전달한다. 기준은 음원 파일을 송출 회선에서 분리하고, 방송실의 수동 마이크만 살렸다.

그들은 시설로 가는 길에서 경찰과 합류했다. 주변에 주민이 살고 있어 낡은 건물의 출입문은 이미 철거됐지만, 지하 통로는 남아 있었다. 현장에 도착하자 방송국의 수신기에서 자장가가 다시 들렸다. 경찰은 누구도 통로에 들어가지 않도록 했다. 먼저 구조 장비를 설치하고, 아이와 직접 통신할 방법을 찾았다.

해리는 통로 입구에서 세 번 손가락을 두드렸다. 반응은 없었다. 그녀는 노래를 부르는 대신, 자기 이름과 상황을 짧게 말했다. “나는 윤해리야. 노래를 틀지 않을 거야. 네가 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방송하지 않을게.”

잠시 뒤 안쪽에서 아이가 물었다. “그럼 엄마한테도 말하지 않을 거예요?”

해리는 수아를 봤다. 보호자 연락과 안전 확인은 필요하지만, 아이의 의사도 들어야 했다. 수아가 통로 밖에서 천천히 설명했다. “네가 혼자 돌아가야 하는지, 함께 갈 사람이 있는지 먼저 확인할게. 네 이름은 허락 없이 방송하지 않을 거야.”

민지는 통로 안에서 손전등을 비췄다.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다른 아이 한 명이 함께 있었고, 둘은 철거된 건물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다. 해리는 노래가 아이를 부르는 신호가 아니라, 서로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약속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경찰은 보호자를 찾을 때까지 아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수아는 아이들의 선택을 확인하고, 해리는 방송을 계속 보류했다.

아이들이 안전 구역으로 옮겨진 뒤에도 방송국은 신청곡을 기다리는 청취자 전화로 가득 찼다. 한 청취자는 자기 딸도 같은 노래를 좋아했다고 했고, 다른 청취자는 노래가 실종 가족의 신호라며 공개해 달라고 했다. 해리는 전화 연결을 중단하지 않았지만, 개인 사연을 생방송에 올리지는 않았다.

수아는 아이들과 개별적으로 면담했다. 민지는 보호자에게 돌아가고 싶지만, 라디오 노래의 정체가 공개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다른 아이는 보호자를 만나기 전에 상담사와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경찰은 각각의 의사를 확인하고, 보호자에게 안전한 인계 절차를 설명했다.

해리는 방송에서 실종 아동의 이름이나 위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자장가의 저작권을 주장하는 사람이 없고, 원본 기록을 찾고 있다는 사실만 알렸다. 방송은 진실을 전했지만, 아이들의 위치를 노출하지 않았다.

기준은 송신실의 낡은 회선을 완전히 끊었다. 해리는 오래된 테이프를 보존소에 맡기며, 원본이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기록을 남겼다. 어머니는 자신이 아는 기억을 수아와 해리에게 각각 말해 주기로 했다. 그 기억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적기로 했다.

방송이 끝난 뒤 해리는 어린 시절의 웃음소리를 다시 들었다. 이번에는 재생을 멈추지 않았다. 목소리는 노래를 부르다 중간에 멈췄고, 숨을 고른 뒤 다시 시작했다. 해리는 그 소리를 자기 기억이라고 단정하지 않고, ‘내가 들은 기록’으로 보관했다.

구조대가 아이들을 보호 시설로 옮긴 뒤 해리는 방송국으로 돌아왔다. 수아는 아이들의 인계 절차와 상담 일정이 끝날 때까지 곁에 남았다. 기준은 테이프의 원본과 복사본을 각각 봉인해 하나는 기관에, 하나는 가족 기록 보관소에 맡겼다.

해리는 생방송에서 개인 사연을 반복하지 않고, 실종아동 상담소의 연락 방법만 안내했다. 청취자들이 직접 제보할 수 있도록 했지만, 특정 아이의 이름이나 위치는 말하지 않았다. 그날 밤 노래를 듣고 전화를 건 사람들은 각자 자기 경험을 상담소에 전달했다.

어머니는 방송이 끝난 뒤 해리에게 오래된 사진 한 장을 건넸다. 사진 속 해리는 라디오 앞에서 다른 아이와 나란히 앉아 있었다. 두 아이의 얼굴은 흐렸지만, 손가락으로 세 점의 리듬을 두드리는 모습은 분명했다.

해리는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어머니와 함께 사진의 뒷면에 날짜와 장소를 적었다. 어머니는 자신이 기억하는 이름을 말하고, 해리는 확실하지 않은 부분에 물음표를 남겼다. 그들은 사진을 각자의 사본으로 나누어 보관했다.

해리는 방송국의 보류선 규칙을 다음 제작 회의에 제안했다. 청취자의 사연이 실종자 위치를 드러낼 수 있으면 먼저 상담소와 확인하고, 당사자 동의 전에는 송출하지 않는다는 규칙이었다. 방송은 사연을 모으되, 사람을 찾아 나서기 전에 안전을 확인하기로 했다.

해리는 방송 끝에 자기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대신 청취자가 안전하게 연락할 수 있는 번호를 읽었다.

기준은 익명 신청 파일의 원본을 봉인했다. 해리는 다음 방송 전에 가족과 다시 만날지 먼저 물어보기로 했다.

어머니는 해리에게 사진을 언제 다시 보고 싶은지 물었다. 해리는 지금은 아니라고 답했다. 어머니는 사진을 서랍에 넣고 잠그지 않았다. 해리가 원할 때 직접 꺼낼 수 있도록 했다.

그날 밤 해리는 방송국 불을 끄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조용히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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