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라디오에서 자장가가 온다

1화: 세 번 울리는 신청곡
윤해리는 같은 자장가 신청이 세 번째 들어왔을 때 방송을 멈췄다.
새벽 라디오 프로그램 ‘긴 밤의 창’은 사연과 신청곡을 받아 자정부터 오전 4시까지 송출했다. 해리는 사연의 개인 정보와 위치를 확인하고, 방송에 내보낼 수 있도록 문장을 편집했다. 신청자는 매번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사연은 조금씩 달랐지만, 노래는 같았다. 세 음이 짧게 울리고, 한 박자 쉰 뒤 다시 길게 이어지는 오래된 자장가였다.
박기준은 음향실의 파형을 확대했다. “이 노래, 저작권 등록이 없어. 음원도 방송국 서버에 올라온 적이 없고.”
“누가 직접 불러서 보내는 거예요?”
“파일은 매번 다르지만, 녹음된 방의 잔향은 같아. 벽이 좁고 천장이 낮은 방.”
해리는 신청곡을 다시 들었다. 멜로디의 끝에서 아이가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섞였다. 신청자 메시지에는 ‘오늘도 잠들지 못하는 아이에게’라고 적혀 있었다. 방송국은 사연의 출처를 확인하지 못하면 송출하지 않는 원칙이 있었다. 해리는 세 번째 파일을 보류함에 넣었다.
한수아가 실종아동 상담소에서 찾아왔다. 그녀는 같은 멜로디가 세 건의 실종 신고 가족에게서 들렸다고 했다. 각 집에서 아이가 사라진 날, 라디오가 혼자 켜졌고 자장가가 흘렀다. 한 집은 신고한 뒤에도 방송을 들었다. 다른 집은 노래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수아는 노래만으로 사건을 연결하지 말자고 경고했다.
“아이의 위치를 방송에 내보내면 위험할 수 있어요.”
“위치 정보는 없어.” 해리가 말했다.
“노래를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가 듣고 움직일 수 있어.”
해리는 신청곡의 박자를 종이에 적었다. 세 번의 짧은 음, 쉼, 긴 음. 그녀는 어릴 때 이 리듬을 들은 기억이 있었다. 누구에게 배웠는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어머니는 해리가 다섯 살 때부터 라디오를 듣고 잠들었다고 말했지만, 어린 시절의 기록은 그 이후로 뚝 끊겨 있었다.
기준은 세 음원의 배경 소리를 분리했다. 각 파일에는 같은 시계 초침 소리가 있었다. 초침은 12초마다 한 번씩 길게 멈췄다. 해리는 방송국의 오래된 송신실에 있는 벽시계가 그런 소리를 냈다고 기억했다. 송신실은 15년 전에 폐쇄됐고, 출입 열쇠는 기준이 보관하고 있었다.
그들은 방송국 지하로 내려갔다. 계단은 좁고, 벽에는 방음재 조각이 남아 있었다. 송신실 문은 잠겨 있었다. 기준이 열쇠를 돌리자 안쪽에서 음악이 흘러나왔다. 녹음된 자장가와 같은 멜로디였다. 해리는 문에 귀를 대었다. 세 음이 울리고, 한 박자 쉬었다. 그 다음에는 누군가 문을 안쪽에서 두드렸다.
기준은 문을 열지 않았다. 내부 전원이 끊겨 있어 노래가 나올 이유가 없었다. 수아는 안전을 위해 시설 담당자를 부르자고 했다. 기다리는 동안 해리는 자장가의 마지막 음을 따라 불렀다. 문 안쪽에서 같은 음이 되돌아왔다. 이번에는 아이의 숨소리가 없었다.
수아가 방송을 중단하라고 했다. 해리는 오늘 밤 신청곡을 송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녀는 대신 신청자의 연락처를 보호한 채 사연을 확인하기로 했다. 세 사람은 방송국 전화 기록에서 익명 신청 번호를 찾았다. 번호는 매주 같은 시간, 근처 공중전화에서 걸려 왔다. 공중전화는 이미 철거된 주소에 등록돼 있었다.
새벽 3시 30분, 제작실 전화가 울렸다. 해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자동 녹음기가 대신 메시지를 저장했다.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제가 신청한 게 아니에요.”
해리는 보류함의 파일을 열었다. 세 번째 자장가 뒤쪽에 새로운 음성이 추가돼 있었다. 아이는 자기 이름을 말하지 않고, 주소 대신 세 번의 노크를 남겼다.
노크가 끝나자 송신실 문이 안쪽에서 한 번 더 울렸다.
해리는 방송국 서랍에서 오래된 신청서 원본을 찾았다. 자장가 세 곡 모두 다른 사람의 필체로 작성됐지만, 주소란은 비어 있었다. 종이 가장자리에 같은 표시가 있었다. 세 개의 점과 그 아래 짧은 선. 그녀는 그 표시를 어머니의 방언 사전에서 본 적이 있었다. 어머니는 그 기호를 ‘길을 잃지 말라는 표시’라고 불렀다.
“어머니에게 물어보면 되잖아요.” 기준이 말했다.
“지금은 자고 있어요.”
“새벽 라디오 작가가 가족을 깨우는 건 일상 아니에요?”
해리는 웃으려다 멈췄다. 그녀는 어머니와 마지막으로 자장가에 대해 이야기한 날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날도 밤샘 근무 중이었고, 어머니는 전화로 노래를 불러 주었다고 했다. 하지만 해리는 그 녹음을 갖고 있지 않았다.
수아는 실종 신고 가족에게 노래가 방송에 나온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먼저 각 가족이 공개를 원하는지 물었다. 한 명은 응답했고, 다른 한 명은 답을 미뤘다. 세 번째 가족은 경찰 조사 중이라 정보 공개를 거절했다. 수아는 그 결정을 존중하며 신청곡을 보류했다. 해리는 콘텐츠를 만들기보다 안전을 우선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기준은 음원의 잔향을 분석해 녹음 장소를 좁혔다. 오래된 어린이 보호시설의 지하 방과 같은 크기였다. 하지만 건물은 이미 철거돼 직접 확인할 수 없었다. 그는 방송국 송신실의 방음벽 안에서 해당 잔향이 발생하는지 확인해 보자고 했다.
해리는 송신실 문 앞에서 노래를 흥얼거렸다. 멜로디를 따라가자 기억에 없던 장면이 떠올랐다. 작은 방의 창문, 노란 커튼, 어른의 손이 아이의 등을 두드리는 모습. 그녀는 그 방을 본 적이 있는지 확신하지 못했다. 노래를 멈추자 장면도 사라졌다.
수아는 해리에게 기억을 확정하지 말라고 했다. 어린 시절 기억이 불완전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면 실종 가족에게 잘못된 희망을 줄 수 있었다. 해리는 자신이 조사 대상이 아니라 목격자일 수도 있다고 답했다. 둘은 해리의 기억을 별도로 기록하고, 실종 사건과 섞지 않기로 했다.
송신실 안쪽에서 다시 노크가 났다. 이번에는 문이 아니라 바닥 아래였다. 기준은 낡은 회선이 지하로 이어진다고 확인했다. 해리는 방송실로 돌아와 다음 신청곡을 보류함에 저장했다. 화면에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사연이 하나 더 떠 있었다.
그날 방송이 끝난 뒤 해리는 신청서의 발신 번호를 다시 확인했다. 매주 다른 번호였지만, 각 통화는 새벽 1시 12분에 시작됐다. 공중전화 위치는 달랐고, 통화 길이는 모두 43초였다. 누군가 같은 시간에 다른 전화로 같은 노래를 보낸 것이다. 기준은 발신 번호가 바뀌어도 음성 파일의 잡음 패턴은 일정하다고 했다. 녹음 장치가 같은 사람의 손을 거쳤을 수 있었다.
수아는 가족에게 공개 동의를 받기 전에는 그 패턴을 설명하지 않겠다고 했다. 해리는 사연을 방송에 내보내지 않고, 내부 조사 기록에만 남겼다. 그녀는 전화기 대신 오래된 테이프를 들었다. 그 자장가의 박자는 자신에게 너무 익숙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자신을 재우던 노래였을 수도 있고, 보호시설의 다른 아이가 불러 준 노래였을 수도 있었다.
해리는 기억을 확인하기 위해 어머니 집에 찾아갔다. 어머니는 오래된 라디오를 치우지 않고 보관하고 있었다. 라디오 뒤판에는 세 점과 짧은 선이 긁혀 있었다. 어머니는 그것이 해리가 어릴 때 그린 표시라고 말했다. 해리는 그 시절을 기억하지 못했다.
“엄마는 왜 그때 얘기를 안 했어요?”
“네가 그 기억을 원하지 않는 줄 알았어.”
“제가 그렇게 말했어요?”
어머니는 답하지 못했다. 해리는 어린 시절의 자신이 침묵했다고 해서 어른이 대신 기억을 결정해도 되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그 말에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해리가 시설에 있었던 것은 맞지만, 사라진 아이들과는 다른 시기에 머물렀다고 했다.
해리는 그 설명을 녹음하지 않았다. 가족의 기억은 방송 소재가 아니었다. 그녀는 라디오 뒤판의 표시를 사진으로 남기고, 다음에 다시 확인하기로 했다.
해리는 어머니의 라디오를 들고 방송국으로 돌아왔다. 전원을 넣자 잡음이 났고, 다이얼은 고장 난 채 한 주파수에 고정돼 있었다. 그 주파수는 방송국 송신실이 폐쇄되기 전 쓰던 보조 채널이었다. 기준은 라디오를 분해하지 않고 외부 안테나만 교체했다. 잡음 사이에서 오래된 자장가가 다시 들렸다.
이번 녹음에는 세 음 뒤에 쉼표가 두 번 들어갔다. 해리는 그 차이를 알아챘다. 어머니의 기록에는 한 번 쉰 뒤 길게 잇는 노래가 있었고, 보조 채널의 노래는 두 번 쉬었다. 두 노래는 같지 않았다. 그녀는 음원을 섞지 않도록 별도로 저장했다.
수아는 그 사실을 듣고 가족들에게 어떤 버전의 노래를 기억하는지 물어보겠다고 했다. 공개 여부를 가족이 선택할 수 있도록 각자에게 연락했다. 해리는 그 절차가 늦더라도 기다리기로 했다.
해리는 사진을 방송국에 가져오지 않았다. 어머니에게 원본을 돌려주고, 사진의 날짜와 누구의 기억인지 확인하기 전에는 자료로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기억의 공백을 설명해 줄 수는 있지만, 해리 대신 그 공백의 의미를 결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기준은 사진 속 라디오의 모델을 확인했다. 그 제품은 보조 송신실에서 쓰던 것과 같은 종류였다. 아이들이 직접 방송을 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해리는 어린 시절 사진이 자기 기억을 대신하지 않게 하기로 했다. 그녀는 그 사진을 보관함에 두고 방송 편집실로 돌아왔다.
그녀는 첫 방송의 원본 로그를 읽기 전용 보관함에 저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