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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로 지구를 구하는 법3화

레벨 1로 지구를 구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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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피해량 1

천장이 한 차례 더 흔들렸다.

무너진 출구 쪽 벽면에 새겨진 붉은 금이 사방으로 핏줄처럼 갈라졌다. 쇄석과 돌가루가 폭포처럼 쏟아지더니 무거운 암석 덩어리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붉은턱 오우거가 몸을 일으키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놈의 붉은 눈동자에도 불길한 경계심이 스쳤다.

"팀장님! 이쪽 벽이 뚫립니다!"

민재가 찢어지는 목소리로 외쳤다.

박도윤은 이미 몇 걸음 뒤로 물러서 있었다. 검을 든 헌터 역시 돌무더기 틈에서 손을 떼고 칼자루를 비틀어 쥐었다.

쩍 하는 굉음과 함께 출구 쪽 벽 전체가 안쪽으로 무너져 내렸다.

그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오우거가 아니었다. 네 발로 바닥을 딛고 선 거대 마수였다. 목덜미를 따라 붉은갈기 모양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고 어깨 위에는 굵은 뼈 가시가 기괴하게 솟아 있었다.

"붉은갈기 화염 마수..."

도윤의 얼굴빛이 흙빛으로 변했다.

"C+급 정예 마수가 왜 F급 던전에 출현해!"

C급 던전 보스인 붉은턱 오우거만으로도 감당이 되지 않았다. 거기에 C+급 정예 마수까지 난입했으니 통로는 이미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새로 나타난 화염 마수가 길게 포효했다. 동굴 전체가 울리며 발밑의 바닥이 거칠게 떨렸다.

강현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닦아냈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그러나 머릿속은 이상하리만치 차갑고 선명했다.

새 괴물이 튀어나왔다고 해서 숫자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에게 들어오는 피해는 무조건 1이었다. 자신의 체력은 현재 5였다. 주머니에 남은 포션은 한 병이었다.

"짐꾼! 도망쳐!"

민재가 부상당한 팔을 감싸쥐며 소리쳤다.

강현은 고개를 저었다.

"어디로 도망칩니까. 길이 막혔는데."

오우거가 주먹을 휘둘렀다. 마력이 꺼진 주먹이었지만 수백 킬로그램의 거구에서 나오는 물리적인 무게감은 그대로였다.

강현은 옆으로 몸을 던졌다. 민첩 1짜리 신체는 여전히 반응이 늦었다. 묵직한 오우거의 손가락 끝이 강현의 숄더백 끈을 쳤다.

몸이 붕 떠서 바닥을 굴렀다.

[피해량: 1]

[현재 체력: 4/10]

"억."

폐에 들어찬 공기가 한 번에 빠져나갔다.

갈비뼈 통증이 신경을 찔렀다. 하지만 강현은 멈추지 않았다. 바닥을 짚고 일어서는 반동을 이용해 오우거의 꺾인 무릎 뒤로 뛰어들었다.

짐꾼용 단검을 역수로 쥐고 살점을 향해 깊숙이 박아 넣었다.

[피해량: 1]

[붉은턱 오우거의 체력: 92/100]

곧이어 칼자루를 비틀며 한 번 더 찔렀다.

[피해량: 1]

[붉은턱 오우거의 체력: 91/100]

"구십일!"

민재가 벽에 붙은 채 목이 쉬어라 숫자를 외쳤다.

강현은 단검을 빼내며 뒤로 물러섰다. 오우거가 괴로워하며 발을 굴렀다. 놈의 몸집이 크고 방어력이 높을수록 강현의 '피해 1'은 방어를 무시하고 묵직하게 박히고 있었다.

그때 동굴 안의 공기가 급격히 뜨거워졌다.

후끈한 열기가 피부를 핥고 지나갔다. 땀이 맺히기도 전에 증발하고 목구멍이 뜨겁게 아팠다.

강현은 고개를 돌렸다.

벽을 부수고 들어온 붉은갈기 화염 마수가 아가리를 넓게 벌리고 있었다. 놈의 붉은 목덜미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불꽃이 입안으로 빽빽하게 집약되고 있었다.

그것은 붉은턱 오우거의 조잡한 불꽃과는 차원이 달랐다.

주변의 쇄석이 붉게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동굴 천장의 암석들이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바스러져 내렸다.

"전탄 발사형 화염 브레스다!"

도윤이 비명을 지르며 바위 뒤로 몸을 던졌다.

"전원 엎드려!"

민재와 다른 헌터들도 비틀거리며 부서진 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

그러나 강현에게는 숨을 틈이 없었다.

민첩 1의 발걸음으로는 폭 십 미터가 넘는 통로를 채우는 불길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었다. 눈앞이 온통 주홍색 빛으로 물들었다.

공기가 사그라들며 거대한 화염의 기둥이 동굴을 삼켰다.

쾅!

굉음과 함께 초고열의 불길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동굴 전체가 주홍색 불바다로 변했다. 돌바닥이 녹아 액체처럼 흘러내리고 헌터들이 버리고 간 보급 상자들이 순식간에 재로 변했다.

"강현 씨!"

민재가 바위 뒤에서 손으로 눈을 가리며 외쳤다.

도윤은 이를 악물었다. 그 거대한 화염의 줄기 한가운데에 F급 짐꾼이 서 있었다. C급 헌터도 방어 스킬 없이 맞으면 뼈도 남지 않을 멸망급 화염이었다.

짐꾼은 죽었다.

도윤은 확신했다. 저런 걸 맞고 살아남는 인간은 S급 탱커가 아니면 존재하지 않는다.

불길이 십 초 넘게 통로를 휩쓴 뒤에야 천천히 잦아들었다.

동굴 안은 유황 냄새와 탄 냄새로 가득했다. 녹아내린 돌바닥에서 붉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도윤은 떨리는 몸을 일으켰다.

"끝났어... 전부 잿더미가..."

말을 끝내지 못했다.

화염이 지나간 자리 중심부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헐렁한 짐꾼 슈트는 사방이 그을리고 갈색 배낭은 타 버려 끈만 남아 있었다. 머리카락 끝에서는 작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남자는 두 발로 땅을 똑바로 딛고 서 있었다.

차강현이었다.

강현의 시야 속에는 투명한 시스템 문자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피해량: 1]

[현재 체력: 3/10]

지구를 반토막 낼 듯한 초고열의 화염 브레스.

돌을 녹이고 쇠를 증발시키는 멸망급 마수의 일격.

그 모든 열기와 파괴력이 강현의 신체에 닿는 순간 거짓말처럼 축소되어 단 '1'의 피해로 변해버렸다.

강현은 그을린 옷자락을 털어냈다.

"후..."

뜨거운 숨이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솔직히 말해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온몸의 살가이 데인 듯 얼얼했고 피부가 타 들어가는 환각이 뇌를 찔렀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체력 10 중 1이 깎였을 뿐이었다.

"말... 말도 안 돼..."

도윤이 바위 뒤에서 기어 나오며 눈동자를 경악으로 물들였다.

"방금 그걸 맞고... 살아 있다고? 방어 마법도 없이? 포션도 안 마시고?"

민재 역시 입을 벌린 채 얼어붙었다. 헌터 생활 3년 동안 듣도 보도 못한 광경이었다. F급 짐꾼이 C+급 마수의 광역 필살기를 온몸으로 맞고 털어내고 있었다.

강현은 주머니를 더듬었다.

다행히 주머니 안쪽에 넣어 둔 마지막 빨간 포션 병은 무사했다.

마개를 이빨로 뜯어내고 남은 액체를 목구멍에 털어 넣었다.

[체력이 1 회복되었습니다]

[현재 체력: 4/10]

달콤 쌉싸름한 액체가 내려가자 얼얼하던 살갗의 통증이 부드럽게 가라앉았다.

"포션 성능 좋네."

강현이 피식 웃었다.

그 웃음은 동굴 안의 모든 존재에게 기괴하게 다가왔다.

붉은갈기 화염 마수가 멍청한 표정으로 강현을 바라보았다. 놈의 지능으로도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의 온 힘을 다한 화염 브레스를 맞고도 멀쩡히 서서 약을 먹는 인간이라니.

마수가 낮게 으르렁거리며 앞발을 들었다.

마력이 담긴 앞발톱이 주홍색 빛을 발하며 강현의 머리를 향해 떨어졌다.

강현은 도망치지 않았다.

민첩 1짜리 몸으로 피할 생각을 하는 것보다 적의 허점을 파고드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강현은 몸을 숙이며 마수의 가슴 밑으로 바짝 붙었다.

그리고 오른손을 뻗어 마수의 붉은 갈기가 덮인 앞다리를 움켜쥐었다.

[대상 접촉]

[절대 마력 억제 적용]

[대상 현재 마력: 1/1]

치이익!

마수의 전신을 감싸고 있던 주홍색 화염이 거짓말처럼 꺼졌다.

발톱에 찍혀 있던 마력의 빛이 사라지고 목덜미의 붉은 갈기 불꽃이 재처럼 바스러졌다. 거대한 C+급 마수가 순식간에 마력을 잃은 고깃덩어리로 변했다.

"크르르?"

화염 마수가 당황하여 발을 뺐다. 다시 마력을 끌어올리려 숨을 들이쉬었지만 입안에서는 아무런 불꽃도 피어오르지 않았다.

마력 총량 5,000이 넘는 정예 마수의 마력이 단 1로 강제 고정되어 버린 것이었다.

강현은 단검을 쥐고 고개를 들었다.

왼쪽에는 마력이 꺼진 붉은턱 오우거가 서 있었고 오른쪽에는 마력을 잃은 붉은갈기 화염 마수가 서 있었다.

두 거대한 괴물이 마력을 잃고 강현을 내려다보았다.

강현은 손가락으로 짐꾼용 단검의 날을 튕겼다. 챙 하는 맑은 소리가 조용한 동굴에 울려 퍼졌다.

"너도 마력 1. 쟤도 마력 1. 나도 마력 1."

강현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이제 셋이서 공평하게 한 대씩 주고받자."

도윤과 민재는 그 뒷모습을 보며 숨을 들이켰다.

레벨 1의 짐꾼이 두 마리의 보스 괴물 앞에서 전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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