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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으로 간 천재 외과의사7화

조선으로 간 천재 외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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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빛을 찾는 눈

동궁 자선당(資善堂)으로 향하는 길은 멀지 않았으나 이진에게는 천 리 길처럼 무거웠다. 발목의 욱신거리는 통증이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뼈마디를 타고 올라왔다.

[체온: 37.9도.]
[감염 수치: 서서히 안정 중이나 무리한 보행 시 재악화 위험.]

이진은 숨을 가다듬으며 장영실이 건네준 쇠통을 옷소매 안쪽에 단단히 품었다. 복이는 뒤편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놋대야와 깨끗이 삶은 무명천, 소금 단지를 소중하게 받쳐 들고 따랐다.

자선당 앞마당에 이르자 굳게 닫힌 문틈 사이로 맵싸하고 퀴퀴한 연기가 흘러나왔다. 문밖에는 내관들과 나인들이 사색이 된 채 엎드려 있었고 방 안에서는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다.

"크윽…… 아악!"

처절한 비명과 함께 늙은 의관의 단호한 호통이 섞여 들렸다.

"저하, 조금만 참으셔야 하옵니다! 눈가에 맺힌 풍열(風熱)의 사기를 태워 날리지 않으면 안구 안쪽까지 번져 영영 실명하게 되옵니다! 자, 백반(白礬)과 웅황(雄黃) 가루를 더 강하게 불어넣거라!"

이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방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방 안은 한 치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짙은 약재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창문은 겹겹이 닫혀 있었고 화로 위에서는 독한 약초와 유황이 타들어가며 숨을 턱턱 막히게 했다.

방 한가운데에는 훗날 문종이 될 세자 이향이 이부자리를 쥐어뜯으며 몸부림치고 있었다. 세자의 두 눈은 짓무른 고름과 말라붙은 딱지로 완전히 덮여 굳게 닫혀 있었고 눈두덩과 양 뺨, 목덜미까지 붉고 기름진 뾰루지와 짓무른 반점이 흉하게 번져 있었다.

그 곁에서 정 의원이 시뻘겋게 달군 굵은 뜸침을 세자의 관자놀이에 가져다 대려 하고 있었다. 옆에 선 젊은 의관은 대나무 관을 세자의 감긴 눈꺼풀 틈에 대고 독한 가루약을 후 불어넣으려던 참이었다.

"멈추십시오!"

이진의 서슬 퍼런 외침이 밀폐된 방 안을 벼락처럼 갈랐다.

정 의원이 놀라 침을 멈추며 홱 돌아보았다.

"진성군마마?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난입하시는 것이옵니까! 지금 세자 저하의 안질이 위급하여 내의원이 비방을 쓰는 중이옵니다!"

"비방이 아니라 환자의 눈을 태워 없애는 짓입니다."

이진은 성큼성큼 다가가 대나무 대롱을 든 의관의 손목을 쳐냈다. 바닥에 쏟아진 백반 가루에서 코를 찌르는 매운 냄새가 진동했다.

"무슨 무례요! 눈에 낀 백태와 예막을 삭히려면 독한 약성으로 사기를 깎아내야 하거늘!"

"눈 표면에 그런 거친 광물 가루를 털어 넣으면 각막이 긁히고 파여 구멍이 납니다. 지금 저하의 눈은 열기가 아니라 이 지독한 연기와 약재 가루 때문에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진은 지체 없이 주위를 둘러보며 소리쳤다.

"김 내관! 창문을 반쯤 열어 환기시키고 화로를 당장 방 밖으로 치우십시오!"

"어허, 안 됩니다! 안질 환자에게 바람이 닿으면 풍사가 뇌로 침범한다 하였거늘!"

정 의원이 가로막으려 하자 침상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던 세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쥐어짜듯 말했다.

"그…… 그만하여라. 정 의원, 멈추어라…… 눈이 쪼개질 듯 아파 숨을 쉴 수가 없다. 진아, 네 목소리로구나……."

세자의 허락이 떨어지자 김 내관이 재빨리 창문을 살짝 열어 맑은 공기를 들이고 화로를 밖으로 들어냈다. 탁한 연기가 빠져나가자 방 안의 온도가 한결 서늘해졌고 세자의 거친 호흡도 조금씩 잦아들었다.


이진은 세자의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시선을 집중했다.

[스캔 대상: 조선 왕세자 이향 (20세 추정)]
[주요 진단: 중증 안검염 및 급성 화농성 결막염, 상피 손상.]
[부차 진단: 안면부 및 경부의 심인성 지루성 모낭염.]
[상태 분석: 반복된 유독성 약재 주입 및 고열 훈증으로 각막 미세 궤양 진행 중. 불침 및 자극 지속 시 영구적 시력 손상 가능성 87%.]
[권장 처치: 유독성 잔여물 즉각 세척, 마이봄샘 폐쇄 해소, 저농도 염수 소독 및 온·냉습포 요법.]

시스템의 푸른빛 진단창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예상대로였다.

세자의 병은 왕실에서 흔히 말하는 '풍열' 따위가 아니었다. 과도한 격무와 스트레스, 불결한 세안 습관으로 인해 눈꺼풀의 피지선(마이봄샘)이 막혀 염증이 생겼고 거기에 내의원이 덮어씌운 기름진 고약과 독한 약재 가루가 세균을 번식시켜 급성 세균 감염으로 악화된 것이었다.

"복아, 대야를 이리 가져오너라."

이진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끓여 식힌 온수에 소금을 아주 소량 풀어 묽은 식염수를 만들었다. 그러고는 비누 대용으로 끓인 잿물에 손을 씻은 뒤 알코올로 손가락 끝을 소독했다.

정 의원이 뒤에서 혀를 차며 빈정거렸다.

"안질에 칼을 쓰지 못하니 이제는 소금물로 눈을 씻기겠다는 말씀이오? 소금이 살을 파고들면 그 고통을 어찌 감당하려 하시오!"

"소금의 농도를 눈물과 똑같이 맞추면 아프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염된 분비물을 씻어내고 붓기를 가라앉히지요."

이진은 대답하며 깨끗하게 삶은 무명천을 따뜻한 염수에 적셨다. 물기를 알맞게 짠 뒤 세자의 굳어붙은 눈두덩 위에 조심스럽게 얹었다.

"형님, 눈을 억지로 뜨려 하지 마시고 가만히 숨을 내쉬십시오. 따뜻한 수분이 굳은 고름을 불려줄 것입니다."

세자가 움찔하며 몸을 굳혔으나 천에서 전해지는 은은하고 부드러운 온기에 이내 어깨의 긴장을 풀었다.

"뜨겁지도 않고…… 시리지도 않구나. 매번 침으로 찌르고 불로 지질 때마다 지옥 같았는데…… 참으로 편안하다."

"굳은 딱지를 억지로 떼어내면 여린 살점이 뜯겨 나갑니다. 부드럽게 녹여내야 합니다."

이진은 몇 분 동안 따뜻한 천을 갈아주며 세자의 눈꺼풀에 눌어붙어 있던 노란 삼출물과 검붉은 약재 찌꺼기를 서서히 녹여냈다.

딱지가 흐물흐물해지자 이진은 젖은 천의 깨끗한 모서리로 눈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부드럽게 닦아냈다. 한 번 닦아낸 천은 절대 다시 쓰지 않고 즉시 버렸다.

수차례 세척을 거듭하자 마침내 굳게 닫혀 있던 세자의 속눈썹이 모습을 드러냈다. 속눈썹 뿌리마다 하얗게 굳은 기름 알갱이와 노란 고름이 가득 차 있었다.


"복아, 이제 물기를 꽉 짠 따뜻한 천을 한 번 더 다오."

이진은 소독된 양 엄지손가락을 조심스럽게 세자의 눈꺼풀 가장자리에 얹었다.

"형님, 조금 뻐근할 것입니다."

이진은 눈꺼풀 밑동에서부터 속눈썹 방향으로 일정하고 부드러운 압력을 가하며 쓸어 올렸다.

뿌득 하는 미세한 느낌과 함께 막혀 있던 마이봄샘 구멍에서 굳어 있던 탁한 치즈 같은 피지 분비물과 고름이 솟아 나왔다.

"으음……!"

세자가 밭은숨을 들이켰지만 고통스러워하는 비명이 아니었다. 꽉 막혀 있던 콧속이 뚫리듯 눈꺼풀을 짓누르던 묵직한 압박감이 단번에 빠져나가는 시원함이었다.

이진은 솟아나온 분비물을 깨끗한 염수 천으로 말끔히 훔쳐냈다. 이어 위쪽 눈꺼풀도 같은 방식으로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려 고인 분비물을 전부 배출시켰다.

"정말로 살을 째지 않고도 속에 찬 것을 짜내는구나……."

세자가 경이로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진은 이번에는 차갑게 식힌 맑은 염수 천을 얹어 벌겋게 달아오른 눈 주위의 혈관을 수축시키고 부종을 가라앉혔다.

이어 얼굴과 목덜미에 번진 뾰루지도 깨끗한 물로 씻어내고 묽은 알코올을 묻힌 천으로 가볍게 두드려 소독했다. 기름진 약재로 덮여 숨을 쉬지 못하던 피부가 비로소 뽀송하게 드러났다.

"형님, 이제 천천히 눈을 깜빡여 보십시오. 빛이 너무 눈부시면 말씀하십시오."

이진은 은은하게 드리워진 차양막을 확인하며 세자의 어깨를 짚었다.

세자가 조심스럽게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며칠 동안 모래가 쏟아져 들어간 듯 까끌거리고 타는 듯했던 눈에 맑은 눈물이 차오르며 시야가 트였다.

"아…… 보인다."

세자의 동공에 희미한 빛이 맺혔다. 눈앞에 단정하게 무릎을 꿇고 있는 이진의 얼굴이 선명하게 비쳐 들었다.

"진아…… 네 얼굴이 보이는구나. 네가 나를 살렸다."

세자의 눈가로 맑은 눈물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그 눈물은 고통의 눈물이 아닌 기쁨의 눈물이었다.


그때 방문이 열리며 익숙하고 장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세자의 눈이 떠졌느냐!"

세종이 어의들을 뒤로하고 급히 방 안으로 들어섰다.

세종은 맑아진 공기 속에서 편안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세자와 손에 젖은 천을 쥐고 있는 이진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세종의 눈에 깊은 안도와 놀라움이 교차했다.

"아바마마…… 진이가 소자의 눈을 뜨게 해 주었사옵니다."

세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갖추려 하자 세종이 손을 들어 말렸다.

"가만히 있거라. 정 의원, 어찌 된 일이냐? 아침까지만 해도 불침으로 사기를 다스려야 한다며 온 궁을 긴장시키지 않았더냐?"

정 의원은 바닥에 엎드려 식은땀을 흘리며 더듬거렸다.

"그…… 그것이 진성군마마께서 탕약과 뜸을 쓰지 않고 소금물과 천으로 눈을 씻어내어 일시적으로 열감을 식힌 것이옵니다. 하지만 풍열의 근본 사기를 뽑아내지 않았으니 언제 다시 재발할지 모릅니다!"

이진이 담담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세종과 세자를 향해 말했다.

"전하, 저하의 병은 바람이나 귀신이 만든 풍열이 아닙니다. 눈꺼풀의 작은 기름구멍이 먼지와 땀으로 막히고 그 위에 독한 고약과 가루약을 덮어씌워 썩은 고름이 찬 것입니다. 눈은 우리 몸에서 가장 여리고 투명한 부위입니다. 독한 약을 넣을 것이 아니라 가장 깨끗한 물로 씻고 숨을 쉬게 해 주어야 합니다."

세종이 감탄 어린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의술이란 상처를 째고 꿰매는 것만이 아니라 본래의 맑음을 찾아주는 것이로구나. 진이 네 말이 백번 옳다."

세종은 정 의원을 매섭게 쏘아보았다.

"내의원은 들으라. 오늘부터 세자의 안질과 피부병에 관한 모든 처치는 진성군의 명을 따르도록 하라. 허락 없이 독한 연기를 피우거나 검증되지 않은 약재를 눈에 넣는 자는 엄벌에 처할 것이다."

"망극하옵니다, 전하!"

세자는 자신의 곁을 지킨 아우 이진의 손을 꽉 쥐었다.

"진아, 고맙다. 네가 내 눈을 밝혀준 은혜를 내 결코 잊지 않으마."

이진은 세자의 따뜻한 손길에서 깊은 진심을 느꼈다.

[주요 인물 '이향(문종)'과의 신뢰도 대폭 상승.]
[왕실 내 위생 처치 영역 확장: 안과 및 피부 질환 프로토콜 수립 완료.]

성공적인 처치를 마치고 동궁을 나서려던 찰나 중궁전(中宮殿)의 상궁 하나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조심스럽게 다가와 이진의 옷소매를 붙잡았다.

"대군마마…… 잠시 청이 있사옵니다. 중전마마께서 산후의 고열과 하혈로 며칠째 사경을 헤매고 계시온데, 내의원의 탕약이 전혀 듣지 않사옵니다. 부디 마마를 구해주십시오……."

이진의 눈빛이 순식간에 날카롭게 가라앉았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조선의 국모이자 왕실의 중심인 소헌왕후의 위기가 눈앞에 닥쳐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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