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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 메뉴는 두 사람 몫3화

한정 메뉴는 두 사람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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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두 사람의 레시피

메뉴 심사는 오후 네 시로 당겨져 있었다. 하린은 축제 담당자에게 전화해 시간을 확인했다. 일반 판매 계약과 달리 심사용 샘플은 알레르기 성분표, 제조 기록, 보관 방법이 필요했다. 시식용 컵은 위원들에게만 제공되고, 판매는 계약이 확정된 뒤에야 가능했다.

“샘플을 내면 메뉴가 선정되는 건가요?” 준서가 물었다.

“아니요. 맛과 가격, 안전 자료를 함께 평가합니다.”

“그럼 우리가 밤새 만들어도 떨어질 수 있겠네요.”

“네.”

준서는 의자에 기대지 않았다. 그는 레시피 노트를 꺼냈다가 펼치지 않고 다시 덮었다.

“회사에 어디까지 보여 줄지 정해야겠어요.”

“네. 배합 전체를 넘기지 않고, 성분과 제조 공정에서 필요한 범위만 제출할 수 있습니다.”

“그걸 회사가 받아들일까요?”

“제가 요청하겠습니다. 거절하면 샘플을 내지 않으면 됩니다.”

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그가 먼저 선을 정했다. 보리 아이스크림은 가족 노트를 따라 만든 제품이 아니었다. 구운 보리 향이 늦게 퍼지도록 새로 배합한 자신의 메뉴였다. 그는 보리를 우린 시간과 온도 범위만 제공하고, 정확한 비율은 가게 안에 남기기로 했다.

하린은 문서 초안을 준비했다. 회사는 성분 확인과 축제 심사에만 자료를 사용하고, 판매 독점은 축제 지역과 기간에 제한한다. 공동 개발자로 두 사람 이름을 표기하며, 판매 수익의 비율과 제조 수량은 별도 계약으로 정한다. 민아는 법무 검토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심사 마감까지 네 시간밖에 없어요.” 하린이 말했다.

“그럼 안전 자료만 먼저 제출하고 계약은 선정 뒤에 마무리하면 어때?” 민아가 물었다.

준서가 말했다. “선정되기 전에 조건을 모르면, 나중에 거절하기 더 어렵습니다.”

민아는 잠시 화면을 바라봤다. “맞는 말이야. 내가 계약을 먼저 만들고 다시 연락할게.”

“그동안 레시피는 공유하지 않겠습니다.”

“알겠어. 하린 씨, 너는 샘플 제조를 계속해. 위생과 온도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통화가 끝난 뒤 준서는 작업대를 깨끗하게 닦았다. 그는 하린에게 앞치마를 건네려다 멈췄다.

“입어도 돼요? 냄새가 남을 수 있어요.”

“괜찮아요.”

그는 여분의 앞치마를 건넸다. 하린은 소매를 걷고 보리 우린 물을 냄비에 부었다. 준서는 옆에서 온도를 읽었다. 불이 너무 세지 않게 조절하고, 보리 알갱이를 거름망에 건졌다. 둘의 손은 닿지 않았지만 작업대가 좁아 움직일 때마다 서로의 동작을 살펴야 했다.

“지금은 너무 빨리 식어요.” 준서가 말했다.

“그럼 냉각 트레이를 쓰죠.”

“그러면 보리 향이 달라질 거예요.”

“기록하면서 비교하면 돼요.”

준서는 고개를 저었다. “그 향은 숫자만으론 안 나와요.”

“숫자만으론 안 나와도, 다시 만들려면 기록이 필요해요.”

둘은 샘플을 두 개로 나눴다. 하나는 준서 방식대로 천천히 식히고, 하나는 냉각 트레이를 사용했다. 하린은 시간과 온도를 적었고, 준서는 향을 맡아 차이를 설명했다. 첫 번째 배치에는 구운 곡물 향이 강했지만, 두 번째는 우유 맛이 더 살아 있었다. 둘은 심사 기준에 맞춰 작은 컵을 각각 만들었다.

마지막 단계에서 하린은 알레르기 표기와 교차 오염 가능성을 적었다. 준서는 같은 스푼으로 다른 맛을 뜨는 습관이 있다는 걸 떠올리고, 도구를 모두 따로 바꿨다. 준비 시간이 늘었다. 그는 판매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걱정했지만, 손님에게 성분을 숨길 수 없다고 했다.

“이 기준이면 우리 가게에서 계속 만들 수 있을까요?”

“주방 동선이 바뀌어야 해요. 전용 스푼과 세척 시간, 보관 통이 필요합니다.”

“돈이 또 드네요.”

“그래서 판매량과 가격을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준서는 그 말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계산기를 꺼내 원료비와 노동 시간을 넣었다. 한 컵당 가격은 기존보다 높아야 했다. 축제 수수료를 빼면 수익은 크지 않았다.

“이 가격이면 손님들이 살까요?”

“제가 대신 답할 수는 없어요.”

“그럼 한정 수량으로 먼저 내고, 구매 의향을 물어보죠.”

“좋아요. 수량을 미리 공지하고, 다 팔렸다고 과장하지 않기로 해요.”

“그건 너무 당연하죠.”

“당연한 것도 계약에 넣으면 지키기 쉬워요.”

준서는 웃으며 노트에 적었다. ‘첫 배치는 80컵. 재료 변경 시 안내. 조기 매진은 실제 수량 공개.’ 그가 자기 손으로 조건을 적자 하린은 기분이 조금 가벼워졌다.

오후 세 시, 민아에게서 계약 수정안이 왔다. 레시피 사용 기간은 축제 3일로 제한했고, 가게의 기존 메뉴에는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었다. 공동 개발 표기와 수익 배분도 포함되었다. 다만 회사가 제품 사진과 준서의 초상권을 1년간 광고에 활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남아 있었다.

준서는 그 문장을 읽고 펜을 내려놨다.

“제 얼굴을 써서 홍보할 필요는 없어요.”

하린은 민아에게 연락했다. 민아는 그 조항이 마케팅의 기본이라고 했지만, 준서가 거절한 이상 삭제해야 했다. 회사는 제품 사진만 축제 안내에 쓸 수 있고, 촬영 전 별도 승인을 받도록 바꿨다. 수정 계약에는 세 사람의 서명이 들어갔다. 준서는 원래 레시피 노트를 공유하지 않았다. 그는 배합 정보 중 협업에 필요한 부분만 별도 문서로 만들어 회사에 전달했다.

시식회는 예정대로 열렸다. 심사위원들은 두 버전을 맛보고 한 장씩 평가표를 작성했다. 첫 번째는 향이 진했지만, 두 번째는 축제의 더운 날씨에 어울린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 위원은 우유 알레르기 대체 메뉴가 있는지 물었다. 준서는 지금은 준비되지 않았다고 솔직히 말했다.

“다음 배치까지 안전하게 검토할 수 있으면 추가하겠습니다. 오늘은 제공할 수 없습니다.”

심사위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린은 그 대답을 듣고 준서가 가게를 지키는 사람에서 협업을 선택하는 사람으로 변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가 무리해서 모두에게 팔려 하지 않는 게 좋았다.

오후 다섯 시, 메뉴는 축제 후보로 선정됐다. 판매 승인은 냉동고 수리 확인과 계약 최종 서명 뒤에 결정하기로 했다. 작은 성과였지만 당장 돈이 들어오는 건 아니었다. 준서는 수리 견적을 다시 확인했다. 여전히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축제 이후에 계속 만들 수 있을까요?” 하린이 물었다.

“냉동고를 고치고, 가격을 올리고, 손님이 받아들이면요.”

“손님이 안 받아들이면요?”

“그럼 다른 메뉴를 만들죠. 이 맛 하나가 가게 전부는 아니니까.”

그는 창고에서 작은 종이컵을 꺼내 둘에게 나눠 줬다. 이번 배치에는 숫자 대신 ‘우리의 2차 시도’라고 적혀 있었다. 하린은 그 문구를 보고 웃었다.

“회사 보고서에는 못 쓰겠네요.”

“왜요?”

“공동 개발 결과를 성과로만 적어야 해서요.”

준서는 컵을 내려놓았다. “그럼 여기서는 그렇게 부르죠.”

둘은 같은 맛을 먹었지만 각자 다른 부분을 말했다. 하린은 끝의 보리 향이 좋다고 했고, 준서는 첫입의 온도가 전보다 안정됐다고 했다. 둘의 의견은 같지 않았지만 다음 배치를 함께 만들 이유는 충분했다.

시식이 끝난 뒤, 축제 담당자가 준서에게 바로 판매 수량을 확정해 달라고 했다. 후보에 뽑혔으니 500컵은 준비해야 한다는 요구였다. 준서는 견적서의 숫자를 보다가 하린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녀는 답을 대신하지 않았다.

“냉동고 수리가 끝나도 하루 생산량은 120컵입니다.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냉동 공간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어요.” 준서가 말했다.

“그럼 500컵을 못 낸다는 뜻인가요?”

“지금 약속할 수 있는 수량은 120입니다. 추가 수량은 보관 설비를 확인한 뒤 다시 답하겠습니다.”

축제 담당자는 판매대를 크게 주고 홍보에도 넣어 주겠다고 했다. 대신 최소 수량을 보장해 달라고 했다. 준서는 유혹을 느끼는 표정이었다. 예약금이 들어오면 냉동고 수리비를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생산량을 넘겨 약속하면 품질을 낮추거나 다른 제품을 섞어야 했다.

“120컵으로 진행하죠.” 하린이 말했다. “메뉴를 추가로 만들 경우엔 별도 승인과 검사가 필요합니다.”

“가게 사장님이 결정하셔야 합니다.” 담당자가 말했다.

준서는 손바닥을 작업대에 올렸다. “120컵으로 하겠습니다. 추가 수량은 냉동 설비를 확인하고 계약을 다시 쓰죠.”

담당자는 실망한 듯했지만, 해당 수량을 입점 제안서에 적었다. 준서는 그 숫자를 확인하고 서명했다. 그는 기회가 줄어든 대신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하린은 그 선택을 칭찬하지 않았다. 그 대신 필요한 원료와 인력을 다시 계산했다.

시식 위원 한 명이 남은 컵을 가지고 가도 되는지 물었다. 준서는 아직 품질 검토용으로 분류된 배치라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위원은 아쉽다는 듯 웃었지만, 규정을 받아들였다. 준서는 남은 시료를 구분해 냉동고에 넣고, 사용 금지 스티커를 붙였다. 하린은 그가 품질 기준을 자기 가게의 규칙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보았다.

그날 밤 하린은 회사 서버에서 과거 프로젝트 자료를 찾았다. 자신이 서명한 보고서의 부록에는 외주 조리사 이름이 없었다. 파일의 마지막 수정자는 홍민아였다. 그리고 해당 프로젝트의 레시피 특허 서류에는 조하린의 이름만 올라 있었다.

하린은 보고서를 출력하지 않고, 파일의 이전 버전 기록을 저장했다. 회사 서버에서 누가 어떤 문장을 바꿨는지 보이도록 변경 이력을 보존했다. 민아가 수정한 부분에는 외주 조리사의 이름이 빠져 있었고, 하린은 그 문서에 자신의 전자 서명을 남겼다. 서명을 취소할 수는 없지만, 정정 의견을 새로 제출할 수 있었다.

그녀는 회의 참석 여부를 눌렀다. 회의 메모 칸에 ‘당시 외주 조리사의 기여 범위와 보고서 작성 경위 확인’을 적었다. 적고 나서 잠시 손을 멈췄다. 사실을 말하면 민아와의 관계도 달라질 수 있었다. 그래도 준서에게 협업 조건을 요구한 자신이 과거의 누락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민아가 다음날 회의 시간을 보내 왔다. 제목은 ‘협업 성과 기여자 정정’. 하린은 알림을 닫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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