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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헌터 재활 수영장의 코치입니다1화

F급 헌터 재활 수영장의 코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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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물속에서 움직인 발끝

새벽 네 시 십 분, 권세나는 수영장 물 위에 뜬 운동화를 발견했다.

운동화는 레인 로프 아래에 끼어 있었고, 그 옆에는 젖은 자국이 입구까지 이어졌다. 세나는 훈련용 구명 부표를 집어 들고 물가에 다가갔다. 수영장 조명은 안전등만 켜져 있었다. 물속에서 누군가 숨을 참는 듯 작은 거품이 올라왔다.

“거기 누구예요? 대답 안 하면 시설 기사님 부를게요.”

물에서 남자가 벌떡 일어났다. 목까지 물에 잠긴 그는 한쪽 다리를 곧게 펴지 못했다. 창을 쓰던 헌터의 손바닥에는 굳은살이 박혀 있었고, 발목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그는 세나를 알아보고 얼굴을 굳혔다.

“강민호 씨죠. 오늘은 재활 예약 없어요.”

“예약하려면 복귀 심사부터 통과해야 해요. 길드가 열흘 뒤에 다시 보자고 했는데, 그때까지 가만히 있으면 다리 굳습니다.”

“수영장에 몰래 들어오는 건 재활이 아니에요. 문 열고 나오세요.”

민호는 난간을 붙잡고 몸을 돌렸다. 발목이 흔들리며 물이 크게 출렁였다. 세나는 부표를 던지지 않았다. 대신 계단 옆의 낮은 난간을 가리켰다. “그쪽으로 오면 돼요. 급히 일어서지 말고요.”

민호는 이를 악물었다. 다친 다리를 들지 못해 상체가 기울었다. 세나는 그가 넘어지기 전에 한 발 물에 들어갔다. 차가운 물이 허벅지까지 차올랐다. 그녀는 팔을 잡아당기지 않고 팔꿈치 아래에 손을 받쳤다. 민호는 난간을 붙들고 세 걸음 만에 계단에 도착했다. 물 밖으로 나왔을 때 그의 숨은 차 있었지만 발목은 더 붓지 않았다.

“통증이 어땠어요?”

“괜찮습니다.”

“0부터 10까지.”

“모르겠어요.”

“그럼 지금은 훈련을 멈춥니다.”

민호는 수건을 받지 않았다. “제가 서는 걸 보여 줘야 해요. 길드가 복귀 인력은 다 회수한다고 했어요. 복귀 못 하면 계약도 끝이에요.”

세나는 그의 젖은 바지 끝에 번진 붉은 자국을 봤다. 붕대 가장자리로 핏물이 올라와 있었다. “걸을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다가 상처가 벌어지면 계약도 더 빨리 끝날 수 있어요. 먼저 의료진에게 상태를 확인받아요.”

“힐러가 어제 치료했습니다. 뼈는 붙었다고 했어요.”

“뼈가 붙는 것과 발목이 버티는 건 달라요.”

그때 시설 기사 장도윤이 탈의실 쪽에서 뛰어왔다. 수영장 문이 열린 경보가 울렸다고 했다. 그는 민호의 붕대를 보고 눈을 찌푸렸다. “또 다쳤냐?”

“아직 안 다쳤습니다.”

“그 말은 다친 사람이 제일 많이 해.”

도윤은 바닥의 물을 닦으며 배수구를 확인했다. 그가 세나에게 구급함을 건네는 사이, 민호는 몰래 한 걸음 내디뎠다. 세나는 발소리보다 그의 얼굴 변화를 먼저 봤다. 눈썹이 찌푸려지고 턱이 굳었다. 발끝이 바닥을 스쳤다. 곧이어 민호가 숨을 멈췄다.

“움직였어요.” 그가 말했다.

세나는 그의 발끝을 확인했다. 붕대 밑에서 엄지발가락이 아주 조금 굽혀졌다. 민호도 그 움직임을 보고 놀란 듯 계단 손잡이를 더 꽉 쥐었다.

“수영장에 들어오기 전에도 움직였나요?”

“움직인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물에 들어가니까 발이 가벼워져서…”

“마법처럼 낫는 건 아닙니다. 지금은 움직였다는 것만 기록해요.”

민호의 얼굴에 기대와 실망이 동시에 스쳤다. 그는 길드에 이 사실을 알리면 복귀 날짜를 앞당길 수 있다고 했다. 세나는 안전 허가 없이 그를 물에 다시 들이지 않겠다고 했다. 민호는 “그럼 제 스킬이 뭔지도 모르고 끝나겠네요”라고 쏘아붙였다.

세나는 수영장 벽에 걸린 오래된 은메달을 바라봤다. 선수 시절의 자신은 기록을 줄이려고 통증을 숨겼고, 결국 마지막 경기에서 물을 무서워하게 됐다. 그녀는 그 얘기를 민호에게 하지 않았다. 대신 측정표를 가져와 날짜와 통증을 적었다.

“오늘 발견한 건 발끝 움직임 하나예요. 통증은 본인이 0부터 10까지 숫자로 말해 주세요. 지금은 몇 점?”

민호는 망설이다가 “6”이라고 했다.

“그럼 오늘 수영장 기록은 침입과 관찰로 끝내고, 내일 의료진과 함께 다시 평가하겠습니다.”

그는 항의할 줄 알았지만, 젖은 수건을 어깨에 둘렀다. 돌아가려다 다시 멈췄다. “길드에는 뭐라고 기록할 겁니까?”

“몰래 들어왔다, 발끝이 움직였다, 통증 6. 셋 다요.”

“그럼 길드는 침입만 볼 텐데요.”

“그래도 제가 본 걸 지우진 않아요.”

민호는 잠시 세나를 노려보다가 휴대전화를 꺼냈다. 길드에서 온 메시지를 열어 보여 주었다. 복귀 여부를 증명하지 못하면 장비 보증금을 급여에서 공제하겠다는 통보였다. 세나는 화면을 읽었지만 사진을 찍지 않았다. “이건 재활 기록과 별도로 상담 받을 수 있게 안내할게요.”

“상담비는요?”

“센터에 무료 법률 연계가 있어요. 그걸 먼저 확인하죠.”

민호는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지만 메시지를 닫았다. 도윤이 옆문을 열어 그를 내보냈다. 바깥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는 신발 한 짝을 벗어 수영장 입구에 두고 온 걸 깨달았다. 세나가 물에서 꺼낸 운동화였다. 두 사람은 잠시 어색하게 마주 봤다.

“그건 제가 가져갈게요.” 민호가 말했다.

“나중에 다시 올 거면 다음엔 예약하고요.”

그는 대답하지 않고 돌아섰다. 문이 닫힌 뒤 세나는 수영장 수위를 확인했다. 물은 잔잔해졌지만 바닥에는 민호가 서 있던 자리의 미세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훈련일지에 오늘 날짜와 ‘우측 발가락 굴곡 1회, 통증 6, 무단 입수 후 중단’이라고 썼다.

아침에 온 문가을 힐러는 기록을 읽고 눈살을 찌푸렸다. “이 정도 움직임이면 근육 반응인지 스킬인지 몰라요. 병원 검사가 먼저예요.”

“알아요. 제가 결론을 쓰진 않았어요.”

“그래도 길드는 이 한 줄을 복귀 가능으로 읽을 거예요.”

세나는 그 말에 답하지 못했다. 문 앞에서 수영장 전화가 울렸다. 강민호가 다시 걸어 온 전화였다. 그는 길드가 훈련 기록을 요구했다며, 자신의 동의 없이 공유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세나는 동의 범위가 적힌 양식을 설명하고, 오늘 기록을 누구에게도 보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전화를 끊자 가을은 세나를 바라봤다. “그 사람을 도우려면, 당신도 기록에 책임져야 해요.”

“알아요.”

세나는 훈련장을 열기 전 안전선과 난간을 다시 점검했다. 바닥의 물기를 닦고, 민호가 썼던 붕대 조각을 의료 폐기함에 넣었다. 그러고는 수영장 제일 얕은 레인에 물속 보행용 부표를 내려놓았다. 내일 민호가 온다면, 세 걸음 대신 한 걸음부터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오전 열 시, 센터장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길드 계약상 복귀 평가 시점은 3일 뒤로 변경. 기록을 보내지 않으면 재활비 지급 보류.’

세나는 손에 든 펜을 멈췄다. 물 위에 떠 있는 부표가 작은 파도에 천천히 밀려 레인 끝에 닿았다.

그녀는 센터장에게 곧바로 전화하지 않았다. 먼저 민호에게 복귀 평가가 사흘 앞으로 당겨졌다는 사실을 알리고, 기록 제공 동의 여부를 확인해야 했다. 전화가 연결되자 민호는 “제가 괜찮다고 말하면 보내 주세요”라고 했다. 세나는 그 한마디가 동의인지 두려움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기록을 보내면 길드가 당신을 훈련 가능으로 판단할 수도 있어요. 그걸 원합니까?”

“그럼요. 지금은 뭐라도 보여 줘야 하니까.”

“제가 본 건 발끝 한 번 움직인 것과 통증 6입니다. ‘훈련 가능’이라고 쓰지 않을 거예요.”

전화 너머로 짧은 침묵이 흘렀다. 민호는 목소리를 낮췄다. “다리보다 계약이 먼저 끝날까 봐 무서워요. 방세도 밀렸고, 장비 보증금도 아직 못 갚았어요. 길드에서 제 기록을 다 갖고 있는데 저만 아무것도 못 갖고 있어요.”

세나는 그 말을 듣고도 법률 상담을 확답처럼 말하지 않았다. “센터가 연결할 수 있는 상담사가 있어요. 오늘 오후에 예약이 가능한지 확인할게요. 기록을 보내는 건 그 설명을 들은 뒤 결정해도 됩니다.”

민호는 “그럼 길드가 기다려 주겠어요?” 하고 물었다.

“기다릴지는 제가 약속 못 합니다. 대신 오늘 기록을 먼저 보내진 않겠습니다. 당신이 읽고 동의할 시간을 만들게요.”

그는 한참 대답하지 않다가 “알겠어요. 상담도 받아 볼게요”라고 말했다. 통화가 끝난 뒤 세나는 동의 양식에 ‘보류’라고 적었다. 그 글자는 이상하게도 물속에서 가라앉지 않는 조각처럼 종이 위에 남았다.

문가을은 점심 무렵 민호의 진료 예약을 확보했다. 근육 반응과 부력 스킬을 구분하려면 의사가 발목 상태를 먼저 검사해야 했다. 가을은 재활 기록을 보며 “물에서 움직였다고 해서 바로 스킬로 분류하면 안 돼요. 압력 때문에 통증이 줄어든 것일 수도 있죠”라고 했다.

“그래서 내일은 입수하지 않고 진찰만 받게 할게요.”

“그 사람이 동의해야죠. 그리고 길드가 앞당긴 평가는 의료진에게도 알려야 해요.”

세나는 센터장과 통화해 계약 조항을 확인했다. 복귀 평가가 바뀌어도 의료진의 소견을 생략할 수 없다는 문장이 있었다. 센터장은 그 조항을 오래전에 본 적이 없다는 듯 종이를 넘기는 소리를 냈다. 세나는 조항의 번호와 날짜를 메일로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상대가 먼저 전화를 끊으려 하자, “전달 기록이 남아야 민호 씨에게도 보여 줄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오후에 민호는 다시 수영장에 찾아왔다. 이번에는 예약 시간보다 십 분 일찍 와서 젖지 않은 운동화를 신은 채 대기 의자에 앉았다. 세나는 그를 의사에게 데려가기 전에 수영장 안으로 들이지 않았다. 그는 입구에서 물을 바라보다가 “어제 물속에서 발이 가벼웠던 느낌이 자꾸 생각나요”라고 했다.

“그 느낌은 다음 검사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어요.”

“다시 안 나오면요?”

“그것도 결과예요.”

“그럼 제가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겠죠.”

세나는 대답을 고르다가 “그렇게 결론 내릴 만큼 아직 본 게 없어요”라고 했다. 민호는 웃지 않았지만, 상담 예약표에 서명했다. 종이를 접는 손이 아까보다 덜 떨렸다.

그날 밤 세나는 일지를 정리하면서 ‘부력 능력 발현’이라는 초안을 지웠다. 대신 ‘수중에서 발가락 움직임 관찰, 원인 미확정, 의료진 검사 대기’라고 적었다. 남은 공간에는 길드가 보낸 평가 일정 변경 메시지의 시간을 붙였다. 기록은 기대를 부풀리지 않으면서 압박을 숨기지 않아야 했다.

퇴근 직전, 물속 보행용 부표가 레인 끝에서 멈춰 있었다. 세나는 손을 뻗어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내일은 민호가 물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것이 회복을 늦추는 선택인지, 더 큰 부상을 막는 선택인지 아직 아무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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