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면허 갱신 창구에 S급이 줄 섰다

3화: 전투 종료 신고서
서인호는 면허 만료일 아침, 각성자청에 다시 왔다. 이번에는 갱신 신청서가 아니라 전투 종료 신고서와 휴업 신청서를 들고 있었다. 창구 대기석에 앉은 그는 번호표를 뽑지 않았다. 조다인은 접수 전용 번호를 안내했지만, 인호는 종이를 내려다보며 움직이지 않았다.
“어제 교육은 끝까지 들었어요?”
“안전 장비 점검을 남겨 두고 나왔습니다. 다리가 아파서요.”
“그럼 수료는 아직 안 됐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오늘은 갱신하러 온 게 아니에요.”
다인은 그가 내민 서류의 제목을 읽었다. 전투 종료 신고서는 헌터가 현역 임무를 마치거나 장기간 중단할 때 제출하는 문서였다. 인호는 ‘전투 면허 갱신 보류’를 체크하고, ‘현장 자문·구조 교육 참여’ 항목에 표시했다. 빈칸에는 ‘실종 동료의 임무 기록 확인 요청’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걸 접수하면 레이드 등록은 제한됩니다. 기존 계약과 보상은 별도 확인이 필요해요.”
“어제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휴업 신고는 취소 신청이 가능하지만, 처리 전에 불이익과 권리를 확인하셔야 해요.”
인호는 펜을 놓았다. “내가 현장을 그만두면 팀은 다른 사람을 찾겠죠. 그런데 그 사람도 내가 다친 이유를 모른 채 들어갈 겁니다.”
“그래서 과거 기록을 찾으려는 건가요?”
“그때 사라진 팀원, 한기준이라고 있습니다. 보고서에는 후퇴 명령을 내린 뒤 이탈했다고만 적혀 있어요. 그런데 그날 기준 씨는 출구를 열고 있었어요. 내가 복귀하지 않으면 누가 그걸 확인하겠습니까.”
인호는 전투 종료를 원하면서도 그 임무를 끝내지 못했다. 다인은 서류를 접수하되, 현장 기록 확인은 별도 사건번호로 신청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그가 지금 퇴역하면 기록 접근 권한이 달라질 수 있었다. 인호는 전투 면허를 바로 반납하지 않고, 휴업과 자문 활동을 함께 신청하는 방안을 문의했다.
그는 창구에 앉아 길드에 보낼 문장을 썼다. “이틀 동안 임무 출동을 보류하고 교육을 마치겠습니다.” 문장을 완성한 뒤 전송 버튼 위에서 손가락을 멈췄다. 다인은 왜 보내지 않느냐고 묻지 않았다. 재촉하면 그가 자기 선택이 아닌 누군가의 허락을 기다리게 될 것 같았다.
인호는 결국 메시지를 지웠다. “제가 직접 팀장에게 말하겠습니다. 기록도 같이 보여 주고요.”
“원하시면 상담 담당자와 통화할 수 있도록 연결해 드릴게요.”
“아니요. 오늘은 제가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곧 의자 등받이를 잡았다. 다인은 어깨를 붙잡지 않고 의자를 앞으로 밀어 그가 균형을 잡도록 했다. 인호는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대신 “무릎이 4 정도 아픕니다”라고 했다. 그 수치는 병원에서 들은 것보다 낮았지만, 그가 처음으로 통증을 숨기지 않고 말한 숫자였다.
다인은 치료를 권하고 택시를 불러 주겠다고 했다. 인호는 혼자 걸어서 가겠다고 했다. 수경은 외부 계단이 공사 중이니 엘리베이터를 타라고 안내했다. 인호는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 잠깐 멈췄다. “쉬면 제가 쓸모없어질 줄 알았습니다.”
다인은 “그건 제가 판단할 수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조금 더 생각한 뒤 덧붙였다. “하지만 오늘 제출한 서류에는 당신이 현장에서 한 일도 들어 있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문 안으로 들어갔다. 다인은 그가 사라진 뒤에도 전투 종료 신고서를 접수하지 않은 이유를 적지 않았다. 이유는 본인이 정리할 몫이었다.
“전투를 쉬면서 교육이나 사고 검토에 참여할 수 있습니까?”
“자문 자격은 별도 심사가 필요합니다. 면허 이력이 유효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을 수 있어요. 담당 부서에 확인해 볼게요.”
인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은퇴인지 휴업인지 정하는 건 나중에 해도 되겠네요.”
“네. 서류에는 지금 원하는 범위를 적으면 됩니다.”
그때 오재혁이 상담 예약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그의 아버지 기록 정정은 의료기록과 길드 출동 로그를 대조해야 했다. 재혁은 자료를 들고 왔지만, 아버지가 직접 제출한 진술서에는 서명이 없었다. 다인은 다른 사람의 대리 신청에는 위임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버지는 병원에 있어요. 제가 대신 내면 안 되나요?”
“가능할 수 있지만 위임 확인이 먼저입니다. 당사자가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지와 어떤 범위까지 맡겼는지 확인해야 해요.”
재혁은 종이를 움켜쥐었다. “그럼 또 기다려야 하네요.”
인호는 자기 접수표를 밀어 주려다 멈췄다. 그는 대신 재혁에게 “아버지한테 직접 전화해 볼 수 있어?”라고 물었다. 재혁은 병실에서 전화가 어렵다고 했다. 인호는 병원 담당 사회복지사에게 연락해 절차를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그가 현장 구조에서 본 안내 방식이었다. 다인은 병원 연락처를 알려 주되, 재혁이 요청한 범위만 전달하도록 주의했다.
수경은 다인에게 인호의 신청서를 받을 때 자문 활동이 실제로 가능한지부터 확인하라고 했다. 그녀는 과거에 휴업 신청을 잘못 안내해 한 헌터가 보험 혜택을 놓친 적이 있었다. “가능하다고 먼저 말하고 나중에 취소하면, 그 사람은 말만 믿고 결정해요.”
“담당 부서 확인 전까지 보류라고 안내하겠습니다.”
다인은 자격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문 자격은 갱신된 면허나 별도의 경력 심사가 필요했고, 인호처럼 갱신 보류 상태에서는 즉시 등록할 수 없었다. 대신 과거 구조 임무에 대한 사실 확인 요청은 신청할 수 있었다. 그는 임무 자료에 접근할 권한을 잃지 않으려면 사건 검토가 끝날 때까지 면허를 유지해야 했다.
“휴업을 신청하면 기록 검토를 못 받습니까?” 인호가 물었다.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담당 부서는 신청 자체를 막지 않지만, 현재 등록 상태가 사건 자료 접근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인호의 손이 서류 위에서 굳었다. 그는 휴업 신청과 종료 신고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줄 알았지만, 둘 다 그의 다음 행동을 바꿀 수 있었다. 전투 임무를 멈추면서도 사건 기록을 확인하려면, 갱신을 먼저 마치고 제한 활동을 신청하는 편이 나을 수 있었다. 그러나 교육 이수가 남아 있었다.
“그럼 오늘은 종료 신고를 접수하지 않겠습니다.”
“취소할 수도 있지만, 지금 보류하는 것도 선택입니다.”
인호는 면허 갱신 신청서 대신 안전교육 잔여 과정 예약표에 서명했다. 다음 수업은 이틀 뒤였다. 그 사이 임무 출동을 하지 않는다는 확인서를 길드에 제출해야 했다. 그는 길드가 동의하지 않을까 봐 걱정했지만, 다인은 허위로 복귀 완료를 적지 않겠다는 그의 뜻을 신청서에 덧붙였다.
오후가 되자 윤미라가 교육 자료 원본을 들고 왔다. 그녀는 인호의 사고 기록에 그의 부상과 구조 대상자 이름이 빠져 있음을 확인했다. 기록에는 ‘후퇴 거부’라는 결론만 남아 있었고, 당시 무전 녹음은 보존 기간이 지나 삭제된 상태였다. 한기준의 가족이 제출했던 진술서가 별도 사건철에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 서류가 남아 있으면 제가 보고 싶습니다.” 인호가 말했다.
미라는 “확인 요청은 같이 넣어 볼게요”라고 했다. 인호는 그녀가 교육 자료를 공개한 일이 불편했지만, 이제는 그 잘못된 기록을 바로잡는 데 협력할 수 있었다. “다음 수업에 제 이야기를 다시 쓰려면 먼저 물어보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인은 사건 자료 확인 요청을 접수하고, 인호에게 사본을 건넸다. 그는 봉투를 받아 자신의 낡은 출입증과 함께 넣었다. 이번엔 번호표를 구기지 않았다. 그가 창구를 떠나기 전, 휴대전화가 울렸다. 길드에서 보낸 메시지였다. ‘팀은 이미 새 S급을 구했다. 당신은 필요한 자료를 보관하지 말 것.’
인호는 메시지를 화면에 띄운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다인은 내용을 대신 읽지 않고, 민원 기록으로 제출할지 그에게 물었다. 그는 화면을 끄려다가 멈추고 말했다.
“이것도 기록에 남길 수 있습니까?”
“당신이 제출하면 접수할 수 있어요. 원본 메시지는 삭제하지 마세요.”
인호는 메시지를 캡처해 별도 폴더에 저장했다. 그 행동은 전투 종료 신고보다 먼저 그의 선택을 보여 주었다. 그는 오늘은 현장으로 가지 않기로 했다. 대신 기록을 확인하고, 교육을 마치고, 자신이 본 일을 말하겠다고 했다.
창구에는 다음 민원인이 와서 휴업 신고서를 찾았다. 다인은 새 번호표를 뽑으라고 안내하면서 인호의 접수 사본을 정리했다. 종이에는 ‘전투 종료 신고: 미접수’, ‘교육 잔여 과정 예약’, ‘사건 기록 확인 신청’이 각각 다른 줄에 적혀 있었다.
그날 저녁, 수경이 보관 창고에서 오래된 자료 상자를 찾아냈다. 한기준의 가족이 제출한 진술서가 정말 그 안에 있었다. 봉투 겉면에는 접수 날짜와 함께 ‘현장 지휘 서명과 내용 불일치’라는 메모가 남아 있었다. 서명자 칸에는 인호의 이름이 아니라, 길드에서 오래전에 퇴사한 지휘관의 이름이 있었다. 수경은 보관함 봉인 번호를 확인하고, 자료를 열기 전에 인호에게 연락해 열람 신청을 다시 받자고 했다. 다인은 다음 근무 교대 메모에 그 사실을 남겼다. 누구도 봉투를 혼자 열지 않도록 주의 문구를 붙였다. 오래된 봉인은 손대지 않은 채 보존함으로 옮겨졌다. 접수 담당자 두 명이 이동 시간을 함께 적었다. 원본은 별도 보관실 잠금함에 들어갔다. 열람 신청서 사본에는 날짜와 처리 담당자가 각각 기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