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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면허 갱신 창구에 S급이 줄 섰다1화

헌터 면허 갱신 창구에 S급이 줄 섰다

헌터 면허 갱신 창구에 S급이 줄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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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갱신 거부된 S급 면허

조다인은 S급 헌터 서인호의 갱신 신청을 반려했다.

민원 창구 너머의 대기 줄이 일제히 조용해졌다. 인호는 검은 외투를 벗지 않은 채 번호표를 두 손가락으로 구겼다. 그의 목에는 오래된 길드 표식이 걸려 있었고, 무릎 보호대 한쪽이 바지 아래로 삐져나와 있었다.

“필수 안전교육 이력이 등록되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갱신할 수 없습니다.”

“지난달에 교육 받았어요.”

“이수증이나 교육기관 확인이 필요합니다.”

“내가 직접 현장 대응까지 했는데, 종이 한 장이 없다고 면허를 정지하겠다는 겁니까?”

“정지가 아니라 갱신 보류입니다. 기존 면허는 만료일까지 유효합니다.”

인호는 카운터에 손을 올렸다. 지문이 남을 만큼 힘이 들어갔다. 조다인은 손을 치우라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반려 사유서를 돌려서 보여 주었다. 이력 누락, 제출 서류, 보완 기한, 재신청 방법이 적혀 있었다. 민원인은 글씨를 읽지 않고 답을 요구했다.

“제가 오늘 게이트에 들어가야 합니다.”

“만료일이 언제입니까?”

“오늘 자정.”

“그럼 지금 면허는 유효합니다. 다만 갱신 전까지 새 임무 등록은 제한될 수 있습니다.”

“그게 그 말 아닙니까?”

다인은 대답을 서두르지 않았다. 면허를 갱신할 수 있다는 약속도, 레이드에 갈 수 있다는 보장도 그녀의 권한 밖이었다. 인호 뒤에서 신입 헌터 오재혁이 번호표를 들고 있었다. 그는 아버지의 활동 기록이 누락되었다며 접수 서류를 가슴에 안고 있었다. 또 다른 민원인은 휴업 신고서를 찾지 못해 대기표를 몇 번이나 확인했다.

팀장 임수경이 창구 옆으로 다가왔다. “다인 씨, 이분은 제가 안내할까요?”

“교육기관 확인이 필요해서 제가 계속 확인하겠습니다.”

인호는 그녀를 쳐다봤다. “누가 해도 결과가 똑같겠죠.”

“자료가 들어오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조다인은 교육기관 이름과 수강 날짜를 물었다. 인호는 대답을 피했다. 대신 휴대전화의 길드 공지방을 보여 주었다. ‘전원 안전교육 이수 처리’라는 문구가 있었지만 개인 이름과 교육 시간은 없었다. 문구 아래에는 현장 대응 시 사진을 찍지 말라는 지시가 붙어 있었다.

“이건 단체 공지라 이수증으로 쓸 수 없어요. 길드에서 교육기관에 확인을 요청할 수는 있습니다.”

“그쪽에 연락하면 오늘 안에 답을 주겠습니까?”

“확답할 수 없습니다. 다만 제가 전화해 확인 절차를 물어볼게요.”

수경은 다인에게 창구를 맡기고 교육기관에 연락했다. 통화는 보류 음악과 연결 오류를 오갔다. 인호는 그동안 창구 앞에 그대로 서 있었다. 번호표가 바닥에 떨어져 다른 민원인의 발에 밟혔다. 오재혁이 주워 건네려 했지만 인호는 받지 않았다.

“다음 분부터 보세요. 저 때문에 밀리잖아요.”

“선생님 서류도 처리 중입니다.” 다인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인호가 처음으로 작은 목소리를 냈다. “기다리는 건 익숙해요.”

대기석 끝에 앉아 있던 오재혁은 자기 서류를 다시 펼쳤다. 그는 아버지의 활동 기록 사본을 가져왔지만, 날짜가 지워진 구간이 세 달이나 됐다. “아버지가 그때는 병원에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기록에는 임무 불참으로 돼 있어요.”

수경은 개인 기록을 다른 민원인 앞에서 읽지 말라고 조심스럽게 타일렀다. 재혁은 서류를 품에 안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기다리다 보니 말해 버렸어요.”

인호는 의자에서 일어나 번호표를 재혁 쪽으로 밀었다. “내 순서보다 네가 먼저 상담받아. 나는 교육기관 답을 기다리면 되니까.”

재혁은 고개를 저었다. “S급이라고 먼저 보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등급은 번호표를 바꾸지 않아요.” 인호는 자기 번호표를 다시 집어 들었다. “나도 지금 배우는 중입니다.”

다인은 그 장면을 보고도 순서를 바꾸지 않았다. 먼저 호출된 민원인의 차례는 지켜야 했다. 대신 인호의 신청서에 접수 예정 시각을 적고, 재혁에게는 기록 정정 상담을 별도로 예약해 주었다. 두 사람은 같은 창구에서 기다렸지만 서로의 사정을 대신 말하지는 않았다.

점심시간 직전, 길드 관리팀에서 다인에게 전화가 왔다. 상대는 인호의 면허가 갱신되지 않으면 게이트 계약을 취소해야 한다며, 신청서를 우선 승인해 달라고 했다. 다인은 통화 내용을 메모했다. 승인 권한과 무관한 요청이었고, 이수 기록 확인 전에는 처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상대가 “S급 한 명이 빠지면 네 명이 위험해진다”고 하자 다인은 손에 쥔 펜을 내려놓았다. 그 말은 사실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사실일 가능성이 안전교육을 대신할 수는 없었다.

“면허 상태를 확인해 드릴 수는 있습니다. 승인되지 않은 교육 기록을 입력할 수는 없습니다.”

통화가 끝나자 인호가 물었다. “길드였죠?”

“네. 갱신 승인 요청이었습니다.”

“거절했습니까?”

“확인되지 않은 건 승인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인호는 짧게 웃었다. “내가 앞에서 따질 때보다 단호하네요.”

“창구에서 따지는 사람은 제가 아닙니다. 승인 권한을 가진 담당자도 아니고요.”

그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고맙습니다. 길드가 원하는 대로만 쓰지 않아서.”

그 말에 오재혁은 자기 서류를 더 꽉 쥐었다. 그의 아버지도 면허 갱신을 못 하고 활동 기록이 끊긴 뒤 가족과 연락을 끊었다고 했다. 다인은 그 사연을 기억했지만 지금 인호에게 들려주지 않았다. 서로의 사정을 비교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았다.

수경이 돌아와 교육기관 담당자가 당일 수강자 명단을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등록된 이름은 ‘서인호’가 아니라 ‘서인호 외 3명’이라는 단체 수강이었다. 교육 영상 접속 기록과 출석 확인이 필요했다. 인호는 그 말에 얼굴을 굳혔다.

“그날은 제가 구조 임무에 나갔습니다. 교육 시간에는 현장에 있었어요.”

“그런데 길드 공지에는 이수했다고 적혀 있네요.”

“다들 그렇게 처리해 준다고 해서.”

다인은 고개를 들었다. “교육을 받지 않았는데 이수 처리한 겁니까?”

인호는 한동안 침묵했다. “현장에서는 내가 배운 게 더 많습니다. 그날 다른 헌터 둘을 빼냈어요.”

“그 경험은 활동 기록에 남길 수 있습니다. 안전교육 이수와는 별도예요.”

“왜 그렇게 나눠야 하죠?”

“교육 이력은 누구나 같은 내용을 배웠는지 확인하는 기록이고, 현장 대응은 선생님이 한 일을 증명하는 기록입니다. 둘 다 중요하지만 서로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인호는 반려 사유서를 다시 읽었다. 다인은 그의 눈이 ‘이수증 제출’에서 ‘현장 경험 확인’으로 옮겨 가는 걸 봤다. 그는 구조 임무를 증명할 수 있는지 물었다. 다인은 사고 보고서와 파티원 진술이 별도 접수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 자료가 갱신을 보장하진 않지만, 인호가 실제로 한 일을 면허 이력에 남길 수는 있었다.

“그럼 오늘 밤 안에 할 수 있는 게 뭡니까?”

“긴급 교육 과정이 열리는지 확인하고, 현장 기록은 별도로 접수하겠습니다. 다만 만료 전에 교육을 마치지 못하면 갱신은 다음 영업일 이후가 될 수 있습니다.”

인호는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내가 내일까지 살아 있으면요.”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 수경이 옆에서 단호하게 말했다.

“현장에 나가면 늘 하는 말입니다.”

다인은 그가 전투를 가볍게 여긴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오래된 구조 임무에서 동료를 잃었고, 그때 이후로 매년 면허 갱신을 미뤘다고 나중에 알게 될 것이다.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규정을 지키면서 가능한 시간표를 찾는 일이었다.

교육기관은 저녁반 한 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답했다. 수강이 끝나고 확인서가 전산에 반영되면 다음 날 오전 임시 갱신 심사를 요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 자정까지 모든 처리를 마치기는 어려웠다. 인호는 창구 앞 의자에 앉아 연락을 기다렸다.

그는 무릎 보호대를 바지 아래로 밀어 넣으려다가 손을 멈췄다. 다인이 그걸 보았지만 묻지 않았다. 대신 창구 안쪽 서류함에서 휴업 신고서와 임무 제한 신청서를 꺼냈다. “교육을 받을 때까지 위험 임무를 제한하는 신청도 있습니다. 면허 전체가 자동 정지되는 건 아니고, 기존 계약과 별도 확인이 필요해요.”

“S급이 휴업을 하면 길드가 뭘 하겠습니까.”

“그건 길드가 결정하겠죠. 하지만 신청 가능한 선택지는 설명해야 합니다.”

인호는 웃음 비슷한 숨을 내쉬었다. “내가 지금 쉬면, 다른 사람이 다치겠죠.”

다인은 답을 주지 않았다. 창구에는 한 번에 하나의 서류만 올려놓을 수 있었다. 그녀는 갱신 반려 서류와 긴급 교육 신청서를 나란히 놓고, 각각의 제출 기한에 형광펜을 그었다. 인호는 그제야 번호표를 다시 펴서 책상에 놓았다.

교육기관에서 문자가 도착했다. 당일 수강 좌석은 확보됐지만, 그 시간에 인호가 속한 길드 파티가 게이트에 출발한다는 일정이 함께 보였다. 갱신을 위해 교육을 들으면 레이드에 늦고, 레이드에 가면 교육을 놓친다.

인호는 문자 화면을 닫았다. “내가 선택할 시간이 있나요?”

“오늘 저녁까지는 있습니다. 어떤 쪽을 택해도, 제가 기록을 정확히 남길게요.”

그는 갱신 보류 서류에 서명하지 않고, 신청서의 빈칸에 ‘교육 참석 여부 추후 통보’라고 적었다. 창구 밖으로 나가기 전 다인이 건넨 교육 장소 안내를 받아 들었다. 그 순간 길드에서 전화가 왔다. 인호는 화면을 보더니 받지 않았다.

그의 번호표가 다시 호출되기까지, 대기 줄은 한 칸도 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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