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화산파의 견랑(犬狼)이 되었다6화

화산파의 견랑(犬狼)이 되었다

화산파의 견랑(犬狼)이 되었다

AD
스폰서 광고

6화: 문주전의 부름

외문 수련장의 소란이 멎은 뒤에도 흙먼지는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처소 뒤편 구석진 우물가에 앉은 청랑은 바가지에 찬물을 퍼 손등에 끼얹었다. 흙과 마른 피가 섞여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손잡이를 쥐었던 손바닥은 불에 덴 것처럼 쓰라렸다. 갈비뼈 안쪽의 기혈 매듭은 여전히 묵직한 열기를 뿜어내며 욱신거렸다.

단전에서부터 긴 숨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몸이었다. 억지로 짧은 호흡을 끊어 발바닥과 허리로 내지른 대가는 온몸의 뼈마디에 고스란히 남았다.

그래도 부러지지는 않았다.

청랑은 거친 손가락으로 손목 관절을 하나씩 짚어 눌렀다. 뼈마디가 우두둑 소리를 내며 제자리를 찾았다.

"형, 형님……."

담장 뒤편에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들렸다.

잡역 제자 도겸이었다. 평소 곽준의 패거리에게 물지게를 빼앗기고 밥그릇을 걷어차이던 놈이었다.

도겸은 담 모서리에 바짝 붙어 청랑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그의 두 눈에는 공포와 경외가 뒤엉켜 있었다.

"왜 거기서 얼쩡거려? 할 말 있으면 튀어나와."

청랑이 젖은 손을 도포 자락에 닦으며 툭 내뱉었다.

도겸이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지금 외문 전체가 뒤집혔습니다. 형님이 낙엽 시험을 통과한 것도 모자라 사형의 복사뼈를 차서 메다꽂았다는 소문이 쫙 퍼졌어요."

"소문 참 빠르네."

"그게 끝이 아닙니다. 곽 사형이 규율당으로 달려갔답니다. 하급 잡역 놈이 사형에게 손을 댔으니 하극상으로 다스려야 한다고요. 철봉 서른 대는 기본이고 다리를 분질러 산문 밖으로 내던져야 한다고 난리입니다."

도겸의 목소리가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그에게 규율당이란 이름만 들어도 오줌을 지릴 만큼 무서운 곳이었다.

청랑은 피식 웃었다.

개장에서도 늘 보던 일이었다.

돈을 걸고 싸움을 붙여놓고는 자기가 건 투견이 물려 뜯기면 판을 엎으려 드는 건달 놈들이 꼭 있었다. 그런 놈들은 물린 개보다 사람에게 먼저 몽둥이를 들이댔다.

규율이니 예법이니 포장해도 결국 본질은 같았다. 제 밥그릇과 체면을 뺏긴 놈들이 떼를 지어 몰려오는 것뿐이었다.

"올 테면 오라지. 몽둥이 들고 온다고 목덜미를 순순히 내줄 줄 아나."

청랑이 부서진 옹기 파편 하나를 발끝으로 툭 찼다.

그때 처소 앞마당 사립문이 거칠게 부서지듯 열렸다.

쾅!

"잡역 청랑은 어디 있느냐!"

날카롭고 서슬 퍼런 고함이 흙마당을 갈랐다.

도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도겸은 청랑의 뒤편 장작더미 뒤로 쥐새끼처럼 파고들었다.

청랑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마당으로 걸어 나오자 익숙한 얼굴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입술을 파르르 떨며 독기 어린 눈을 부라리는 곽준이었다.

곽준의 곁에는 짙은 회색 도포의 소매에 검은 테를 두른 사내 하나가 서 있었다. 허리춤에 가죽 채찍과 철봉을 차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규율당의 집행 사형이 분명했다.

그 뒤로 몽둥이와 굵은 삼베 포승줄을 든 제자 둘이 따라붙었다.

회색 도포를 입은 규율당 사형 진목이 청랑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찢어진 도포와 흙투성이 몰골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멸시가 깔려 있었다.

"네놈이 청랑이냐."

진목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청랑은 대답 대신 진목의 양발 간격을 보았다. 오른발에 체중을 칠 분쯤 싣고 서 있었다. 거만한 자세였지만 급작스럽게 바닥으로 파고드는 태클에는 취약한 축이었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 모양이구나. 감히 외문의 존대를 무시하고 사형을 상해한 패륜을 저지르고도 고개를 뻣뻣이 쳐들다니."

진목이 손짓했다.

"포승을 쳐라. 규율당 철봉대 앞에 꿇려놓고 피고름을 짜내야 입을 열겠지."

뒤에 서 있던 제자 둘이 포승줄을 팽팽하게 당기며 다가왔다.

곽준이 그 뒤에서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청랑! 장로님의 눈을 속여 잎을 쪼갰다고 네놈의 천한 핏줄이 어디 가겠느냐? 화산의 법도는 네따위 버러지가 잔꾀로 넘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청랑은 턱을 낮췄다.

어깨의 힘을 빼고 체중을 양 발바닥에 고르게 분산시켰다.

손에 목검은 없었다. 하지만 마당 구석에는 날카롭게 깨진 항아리 조각이 널려 있었고 등 뒤 사립문 기둥에는 옹이가 박힌 굵은 지주목이 박혀 있었다.

먼저 다가오는 놈의 눈에 흙을 뿌리고 무릎 뒤 오금을 밟아 꺾는다. 포승줄을 쥔 손목을 비틀어 채찍 삼아 휘두르면 둘까지는 단숨에 바닥에 뒹굴게 할 수 있었다.

'목줄을 채우겠다고?'

청랑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사형이라는 놈이 비무가 끝난 뒤에 등 뒤에서 덤벼들다 지 발에 걸려 넘어진 걸 가지고 규율당까지 끌어들여? 곽준, 너는 네 손으로 개 한 마리 못 잡아서 동네 건달 패거리를 몰고 다니냐?"

"이 미친놈이 끝까지……!"

곽준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진목의 미간이 흉흉하게 일그러졌다.

"주둥이가 아주 살았구나. 다리를 부러뜨려 끌고 가라!"

포승을 든 제자 하나가 청랑의 어깨를 낚아채려 손을 뻗었다.

청랑의 오른발이 흙을 파고들며 중심을 낮추던 바로 그 찰나였다.

"그 손 멈추어라."

마당 밖에서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게 내지른 소리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공기를 뚫고 들어와 마당에 선 모든 이들의 고막을 쟁쟁하게 울렸다.

진목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곽준 역시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다.

사립문 너머로 흰 도포를 입은 청년 하나가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도포 깃과 가슴팍에는 붉은 실로 정교하게 수놓아진 매화 문양이 선명했다. 허리에는 푸른 옥패가 짤랑거렸다.

외문 제자들이 입는 잿빛 옷이나 규율당의 회색 옷과는 격이 달랐다. 화산파 본산 상봉의 문주전(門主殿)에서 장문인을 보좌하는 직속 전령 제자였다.

진목의 얼굴에서 거만함이 단숨에 사라졌다. 그는 급히 허리를 숙이며 포권을 취했다.

"문주전의 사형께서 어찌 이 누추한 외문 잡역 처소까지 왕림하셨습니까?"

곽준 역시 얼어붙은 채 고개를 조아렸다.

내문 직속 제자는 외문의 규율 사형 따위와는 서열과 위세에서 하늘과 땅 차이였다.

백의의 청년은 마당에 펼쳐진 험악한 꼴을 훑어보았다. 포승줄과 몽둥이를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품에서 붉은 비단에 싸인 목패 하나를 꺼내 보였다.

장문인의 직인이 찍힌 영패였다.

"장문인(掌門人)의 명이시다."

진목과 곽준 그리고 뒤따르던 제자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청랑만이 홀로 꼿꼿이 서 있었다. 도겸은 장작더미 뒤에서 숨도 쉬지 못하고 벌벌 떨었다.

백의 청년이 청랑을 똑바로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외문 잡역 청랑을 지금 즉시 상봉 문주전으로 입실케 하라."

마당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진목이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고개를 들었다.

"사형, 이놈은 방금 전 외문의 상급 사형을 상해하고 위계를 어지럽힌 중죄인입니다. 규율당에서 엄벌을 내려 기강을 바로잡은 뒤에……."

"장문인의 친명이시다."

백의 청년이 차갑게 말을 잘랐다.

"규율당의 문책이든 장로회의 결정이든 장문인께서 친히 하문하신 뒤에 논할 일이다. 네놈들이 장문인의 부름보다 규율당의 형벌을 앞세우겠다는 뜻이냐?"

진목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당치 않습니다!"

곽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지만 곽준의 머릿속에서는 곧 다른 계산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장문인이 직접 잡역을 부른 적은 화산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면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장로 백운자조차 눈감아 준 잡역 놈의 해괴한 사파식 난투를 장문인 현진자가 직접 바로잡으려는 것이 분명했다. 장문인의 엄격한 성정상 문파의 예법을 더럽힌 놈을 용서할 리 없었다.

'문주전으로 끌려간다면 규율당 철봉 따위로 끝나지 않는다. 단전을 폐하고 영구 파문이다!'

곽준의 입가에 잔인한 조소가 다시 번졌다. 그는 청랑을 힐끗 바라보며 낮게 뇌까렸다.

"운 좋은 줄 알아라. 하지만 장문인 앞에서는 그 사파 잔꾀가 통하지 않을 테니 뼈도 못 추릴 것이다."

청랑은 곽준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대신 백의 청년이 쥐고 있는 영패를 바라보았다.

'장문인.'

화산파라는 이 거대한 개장의 진짜 우두머리.

늙은 개들이 짖어대자 마침내 사냥터를 쥐고 흔드는 주인이 직접 줄을 당긴 셈이었다.

맞아 죽을 자리인지 먹이를 던져줄 자리인지는 가 봐야 안다. 다만 적어도 곽준 같은 잡개들의 손에 목줄이 묶이는 것보다는 훨씬 큰 판이었다.

"따라오너라."

백의 청년이 몸을 돌렸다.

청랑은 손등의 마른 피를 옷소매로 대충 훔쳐내고 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상봉으로 향하는 길은 험하고 가팔랐다.

외문 수련장을 벗어나자 깎아지른 절벽을 따라 깎아 만든 돌계단이 끝없이 이어졌다. 안개가 발목을 감돌았고 계단 옆으로는 까마득한 낭떠러지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청랑은 숨을 고르며 계단을 올랐다.

갈비뼈와 옆구리가 계단을 딛을 때마다 욱신거렸지만 걸음걸이는 흔들리지 않았다.

앞서 걷던 백의 청년이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보통 외문의 하급 제자들은 상봉으로 올라갈 때 장엄한 산세와 문파의 위용에 질려 다리를 떨기 마련이었다. 게다가 장문인의 호출이라면 사색이 되어 숨을 헐떡이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뒤따라오는 청랑의 눈빛은 기이할 정도로 가라앉아 있었다.

청랑은 절벽 아래의 장관을 보지 않았다.

계단 모서리의 디딤돌이 미끄러운지 발을 헛디뎠을 때 몸을 기댈 바위틈이 어디인지 위에서 누군가 돌을 굴렸을 때 피할 사각지대가 어디인지만 훑고 있었다.

마치 언제든 싸움이 터질 전장을 정찰하는 짐승의 태도였다.

'이자가 정말 그 무능하다던 잡역 제자가 맞단 말인가.'

백의 청년은 묘한 위화감을 느끼며 입을 다물었다.

반 시진을 더 오르자 마침내 자욱한 안개 너머로 웅장한 전각들의 처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기둥과 검은 기와가 구름을 뚫고 솟아 있었다. 건물마다 매화 문양의 깃발이 펄럭였고 마당에는 정갈한 백포를 입은 내문 제자들이 목검을 들고 도열해 있었다.

그들의 검로는 외문 제자들의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마다 서늘한 검기가 묻어났고 일사불란한 발놀림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외문이 진흙탕 개장이었다면 이곳은 비단 방석을 깐 호화로운 우리였다.

하지만 청랑의 눈에는 그 화려함 밑바닥에 깔린 허점이 먼저 보였다.

발놀림이 너무 정직했다. 정해진 보폭과 정해진 각도로만 움직였다. 저런 놈들은 바닥에 기름을 붓거나 발목 높이로 밧줄 하나만 튕겨줘도 제 풀에 고꾸라질 놈들이었다.

계단 끝에 다다르자 거대한 현판이 걸린 대전이 나타났다.

문주전(門主殿).

화산파의 정점이자 장문인이 머무는 처소였다.

문 앞을 지키던 두 명의 호위 무사가 백의 청년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육중한 녹나무 문이 삐걱거리며 안쪽으로 열렸다.

"들어가라. 장문인께서 기다리신다."

청랑은 옷깃을 여미지도 않고 문턱을 넘었다.

대전 내부는 넓고 어두웠다.

향로에서 피어오른 묵직한 백단향 냄새가 코를 찔렀고 사방 벽면에는 역대 장문인들의 초상화와 거대한 매화도가 걸려 있었다.

바닥은 검게 옻칠을 한 두꺼운 박석이 깔려 있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서늘한 한기가 발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대전 한가운데에 누군가 서 있었다.

백운자였다. 그는 낡은 지팡이를 짚은 채 온화하면서도 깊은 눈으로 청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대전 가장 깊숙한 곳 높은 좌대 위에 한 사내가 정좌해 있었다.

화산파 장문인 현진자(玄眞子).

짙은 감청색 도포를 걸친 그의 몸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지만 그가 뿜어내는 기운은 대전 전체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산봉우리 하나가 방 한가운데에 들어앉아 있는 듯한 압도감이었다.

청랑은 본능적으로 턱을 당기고 어깨를 굳혔다.

전생에서 산채를 주름잡던 도적 두목이나 저잣거리의 거물 건달들을 수없이 보았지만 이자는 차원이 달랐다. 발톱을 숨긴 채 웅크리고 있는 늙은 범이었다.

현진자의 가느다란 눈이 청랑에게 닿았다.

그 눈빛이 청랑의 정수리부터 발끝까지를 훑고 지나갔다.

흙투성이가 된 신발, 피가 굳은 손가락, 찢어진 도포 소매 그리고 고통을 견디며 미세하게 굳어 있는 허리와 갈비뼈.

현진자의 시선이 머무는 자리마다 살갗이 저릿하게 타들어 가는 듯했다.

침묵이 길어졌다.

대전 안의 공기가 굳어버린 것 같은 긴장감 속에서 백운자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장문인, 이 아이가 바로 낙엽 시험을 통과한 청랑입니다."

현진자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턱을 괴고 청랑의 눈동자를 빤히 들여다보았다. 보통의 제자라면 장문인의 안광에 짓눌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을 터였다.

하지만 청랑은 무릎을 꿇지 않았다.

허리를 약간 낮추고 두 발을 단단히 바닥에 붙인 채 현진자의 어깨와 쇄골 부근을 응시하고 있었다. 상대가 언제든 덮쳐올 것에 대비해 목덜미와 팔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투견의 버릇이었다.

현진자의 입술 끝이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

"십단공을 전혀 운기하지 못하는 몸이라 들었다."

현진자의 음성이 대전을 낮게 울렸다.

천둥이 먼 산에서 치듯 묵직한 울림이었다.

"단전이 비어 있고 기혈은 엉켜 있다. 정통의 길로는 목검 한 자루조차 제대로 휘두르기 어려운 폐품이지."

청랑은 대꾸하지 않았다. 아는 소리를 길게 늘어놓는 놈에게 먼저 말을 보탤 필요는 없었다.

현진자가 좌대에서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그런데 백운 장로의 말로는 네놈이 사방에서 불어닥친 돌풍 속에서 공기가 멎는 숨구멍을 보았다고 하더군."

현진자의 시선이 청랑의 목검이 들려 있던 오른손으로 내려앉았다.

"검로도 없이 내력의 흐름도 없이 단지 바람이 멈춘 자리를 찾아내 잎을 쪼갰다. 그리고 시험이 끝난 뒤에는 흙을 뿌리고 도포로 시야를 가려 사형의 발목을 꺾었다지."

현진자가 한 걸음 계단을 내려왔다.

서늘한 바람이 대전 바닥을 훑고 지나갔다.

"초식을 배운 적도 없는 잡역 놈이 어떻게 사물의 멈춤을 보고 관절의 허점을 파고든단 말이냐?"

현진자의 눈빛이 형형하게 번뜩였다.

그것은 벌을 주려는 심문자의 눈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찾지 못했던 사냥개의 핏줄을 확인하려는 사냥꾼의 눈이었다.

청랑은 숨을 짧게 뱉으며 현진자의 눈을 마주 보았다.

거창한 무학의 비전 따위는 모른다. 하지만 이 늙은 우두머리가 무엇을 보려 하는지는 분명했다.

"배운 적 없습니다."

청랑의 목소리가 대전의 적막을 깼다. 거칠고 투박했지만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냥 개든 사람이든 숨을 쉬려면 멈추는 자리가 있고 발목을 차면 넘어질 수밖에 없으니까 쳤을 뿐입니다."

백운자의 눈이 커졌고 현진자의 눈썹이 꿈틀했다.

거대한 대전 한가운데에서 화산파의 가장 높은 우두머리와 가장 밑바닥의 미친개가 서로의 숨을 재기 시작했다.

AD
스폰서 광고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