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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파의 견랑(犬狼)이 되었다4화

화산파의 견랑(犬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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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낙엽을 쫓지 않는 검

새벽 수련장이 열리기 전부터 청랑은 가장자리 흙을 밟고 있었다.

백운자가 허락한 자리에는 낡은 목검 하나가 꽂혀 있었다. 손잡이는 땀에 닳아 있었고 검날은 여러 번 맞아 군데군데 패여 있었다.

청랑은 그것을 뽑아 들었다.

가벼웠다. 그런데 손에 맞지 않았다.

개장에서는 짧은 몽둥이를 쥘 때도 끝을 세우지 않았다. 덤비는 놈의 주둥이를 밀고 목덜미를 누르기 좋게 비스듬히 들었다. 목검은 달랐다. 손목을 세우고 어깨를 펴야 한다는 기억이 이 몸에 남아 있었다.

그 자세를 취하자 갈비뼈 아래가 먼저 쑤셨다.

"그렇게 들면 검끝이 죽는다."

곽준이었다.

그는 수련장 가운데에 선 제자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아침빛이 소나무 너머로 번지자 제자들은 둥근 선을 따라 목검을 들었다.

곽준이 손을 들어 올렸다.

"낙엽 시험은 사흘 뒤다. 원을 벗어나지 말고 목검으로 낙엽을 갈라라. 세 장 가운데 한 장이면 통과다."

그는 청랑을 보며 덧붙였다.

"발로 밟거나 손으로 잡는 건 낙엽을 벤 것이 아니다. 목검만 쓴다."

청랑은 대꾸하지 않았다.

제자 하나가 바람통의 나무 마개를 뽑았다. 높은 담 위의 작은 구멍에서 바람이 쏟아졌다. 마른 낙엽이 수련장 위로 흩어졌다.

목검들이 동시에 움직였다.

퍽. 퍽.

몇 장은 반으로 갈라져 흙 위에 떨어졌다. 청랑은 제자들의 검이 아니라 낙엽을 보았다. 바람에 떠밀리다가도 한순간 힘을 잃었다. 그때마다 아래로 툭 떨어졌다.

그는 정석대로 해 보았다.

숨을 길게 들이쉬고 아랫배에 눌렀다. 손목을 세우고 목검 끝으로 힘을 밀었다.

배 속의 매듭이 비명을 질렀다.

검끝은 낙엽 아래를 비었다. 청랑은 이를 악물고 두 번째 검을 냈다. 이번에는 낙엽을 따라 손을 급히 돌렸다.

목검이 허공만 갈랐다.

세 번째에는 갈비뼈 안쪽에서 뜨거운 것이 목까지 치밀었다. 그는 목검 끝을 흙에 짚고 겨우 숨을 잘랐다.

주변에서 웃음이 흘렀다.

"폐품은 목검도 못 드는군."

"낙엽은 발목이 없으니 어쩌려고?"

청랑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낙엽을 쫓으니 늦는다. 길게 힘을 보내면 몸이 먼저 망가진다. 둘 다 아는 사실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청랑은 낙엽을 주워 다시 바람통 앞에 놓았다.

이번에는 잎이 가장 높이 떠올랐을 때 목검을 내질렀다. 검끝은 잎을 지나쳤고 멈추려던 손목이 아프게 꺾였다.

두 번째에는 잎이 오른쪽으로 기울자 곧장 오른발을 틀었다. 몸이 먼저 돌아가고 검은 뒤늦게 따라왔다. 목검 옆면이 낙엽을 스쳤지만 찢긴 것은 잎이 아니라 청랑 손바닥의 굳은살이었다.

피 한 줄이 손잡이에 묻었다.

"손목으로만 쫓으니 그렇지."

누군가 수련장 가운데에서 말했다.

청랑은 그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저 말은 맞았다. 하지만 저놈들이 말하는 해결은 또 긴 숨과 바른 어깨일 것이다. 그걸 따라가면 배 속 매듭이 먼저 몸을 찢는다.

그는 목검을 옆구리에 붙이고 한동안 낙엽만 보았다.

바람은 멋대로 부는 것 같아도 늘 같은 곳에서 걸렸다. 담장 모서리를 넘을 때 한 번 말렸다. 소나무 가지를 스칠 때 한 번 들렸다. 잎은 그때마다 방향을 바꾸기 전에 아주 잠깐 등을 보였다.

개장에서도 그랬다.

개가 겁을 먹고 원을 돌기 시작하면 계속 도는 것 같아도 발을 바꾸는 곳은 정해져 있다. 철창 모서리. 물그릇 냄새가 남은 자리. 다른 개가 피를 흘린 흙. 그 한순간을 알면 앞을 막기 위해 쫓아갈 필요가 없다.

청랑은 목검 끝으로 흙에 작은 선을 그었다.

낙엽이 내려올 자리였다.

첫 선에서는 잎이 바람을 타고 멀어졌다. 두 번째 선에서는 목검이 너무 빨랐다. 세 번째 선에서는 발을 박는 순간 갈비뼈가 찌르듯 아파 검을 반쯤 거뒀다.

그래도 그는 선을 지우지 않았다.

맞지 않았다는 것은 자리가 틀렸다는 뜻이다. 몸이 늦었다는 뜻이다. 둘 중 하나만 알면 다음에는 고칠 수 있다.

낮이 되자 수련장에는 사람 그림자만 길어졌다. 청랑은 남은 낙엽을 한데 모아 바람통 앞에 두고 목검을 들었다.
낮이 되자 수련장에는 사람 그림자만 길어졌다. 청랑은 남은 낙엽을 한데 모아 바람통 앞에 두고 목검을 들었다.

바람이 잎을 들어 올렸다.

그는 이번에도 따라가지 않았다.

전생의 개장 천장에는 고깃덩이를 매단 줄이 있었다. 어린 개들은 흔들리는 고기를 보고 무작정 뛰었다. 그러면 이빨은 늘 허공을 물었다.

먹쇠는 달랐다.

늙은 놈은 흔들리는 고기를 보지 않았다. 줄이 가장 낮게 처지는 자리를 보고 기다렸다. 고기가 그곳으로 돌아오는 순간만 물었다.

청랑은 목검을 낮췄다.

바람이 한 번 세게 불었다. 낙엽이 오른쪽으로 밀렸다가 담 앞에서 잠깐 멎었다. 잎의 끝이 뒤집혔다.

여기다.

그는 발바닥을 흙에 박았다. 길게 숨을 모으지 않았다. 짧게 들이쉬고 멈췄다. 배 속에서 튄 통증을 허리까지만 끌어올렸다.

허리에서 어깨로.

어깨에서 팔꿈치로.

목검은 한 번만 나갔다.

탁.

낙엽이 검날 옆에 맞고 둘로 찢어졌다.

청랑의 손목이 저릿했다. 옆구리도 다시 뜨거워졌다. 한 번 맞혔다고 이 몸이 검객이 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허공을 가르던 목검이 처음으로 쓸모 있는 곳에 닿았다.

그는 찢어진 낙엽을 주워 손가락으로 눌렀다. 잎맥은 검끝에 닿은 자리에서만 가늘게 갈라져 있었다. 힘으로 찍어 누른 결과가 아니었다.

낙엽이 도망갈 길을 버린 순간에 맞춘 결과였다.

청랑은 다시 목검을 들었다.

두 번째 낙엽은 맞히지 못했다. 세 번째는 검날에 걸려 땅으로 처박혔다. 네 번째에는 발을 너무 늦게 눌러 몸이 앞으로 쏠렸다.

청랑은 넘어지지 않았다. 목검 끝을 흙에 대고 한 번 숨을 잘랐다.

땀은 등줄기를 타고 흘렀고 찢어진 소매 안쪽으로 옆구리가 욱신거렸다. 그래도 배 속 매듭이 목까지 올라오지는 않았다. 긴 호흡을 버리고 짧은 순간만 쓴 덕이었다.

쓸 수 있다.

아직 세 번 중 한 번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몸이 목검을 완전히 거부하는 것은 아니었다.

"좋아."

그가 낮게 말했다.

"도망가는 걸 쫓지 말고 떨어질 데를 물면 되는 거지."

"그것이 검이냐?"

곽준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청랑은 돌아봤다.

곽준은 흙바닥의 발자국과 찢어진 낙엽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발을 움직여 낙엽을 맞춘 것은 속임수다."

"원 밖으로 안 나갔는데."

"검은 발로 쓰는 것이 아니다."

청랑이 목검 손잡이를 쥐었다.

"검 든 놈도 발목 나가면 검 못 쓰더라."

곽준의 얼굴이 굳었다.

"낙엽 시험은 화산의 기본기를 보이는 자리다. 네 난투 버릇을 보이는 자리가 아니다."

"그럼 낙엽한테 검법 구결부터 들려줘. 알아듣고 똑바로 떨어지게."

제자들 사이에서 숨 삼키는 소리가 났다.

곽준이 한 걸음 다가왔다. 목검을 뽑지는 않았다. 대신 바람통을 올려다봤다.

"장로님께 말씀드리겠다. 시험 당일에는 바람통을 모두 열어야 한다. 그 정도도 못 버티는 검이라면 화산의 검이 아니다."

"네가 떨어뜨릴 낙엽도 정하겠네."

"불복하면 출전하지 마라."

청랑의 손등에 핏줄이 섰다.

그때 지팡이가 흙을 짚는 소리가 났다.

백운자가 수련장 입구에 서 있었다.

곽준이 고개를 숙였다.

"장로님. 청랑이 시험의 뜻을 흐리고 있습니다."

백운자는 대답 대신 땅에 떨어진 낙엽 조각을 집어 들었다. 손가락 사이에서 조각을 돌려 본 뒤 청랑의 목검을 보았다.

"검끝은 늦었으나 자리는 늦지 않았구나."

청랑은 미간을 찌푸렸다.

"잎이 떨어질 데를 본 겁니다."

"낙엽의 길을 끊었다는 말이겠지."

"그런 거 아닙니다."

백운자는 작게 웃었다.

"아직은 나도 모르겠다. 다만 손보다 먼저 바닥을 읽는 검이라면 바람 속에서 봐야겠지."

청랑은 대꾸할 말을 잃었다.

곽준이 곧장 입을 열었다.

"장로님. 바람통을 모두 열게 해 주십시오."

"그래야지."

백운자가 바람통을 보았다.

"세 장 가운데 한 장을 가르는 기존 기준은 그대로 둔다. 대신 시험 날에는 바람통을 모두 열어라."

곽준의 눈이 가늘어졌다. 청랑에게 유리한 기준을 지키면서도 판은 훨씬 거칠어졌다.

백운자가 청랑을 향해 말했다.

"원 안에서는 발을 쓰되 몸을 던지지는 마라. 목검으로 낙엽을 갈라야 한다. 그 외에는 네 방식대로 해 보아라."

곽준이 고개를 들었다.

"장로님. 그건 지나친 특례입니다."

"특례가 아니다. 발을 묶은 검은 검이 아니다."

백운자의 시선이 청랑의 발자국에 머물렀다.

"화산에 정말 잊힌 길이 남아 있다면 바람이 더 세야 흔적이 보일 테니까."

청랑은 그 말의 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바람이 세지고 낙엽이 많아진다는 말은 알아들었다.

곽준은 더 말하지 못했다. 그는 청랑을 한 번 노려본 뒤 수련장 가운데로 돌아갔다.

해가 기울 무렵 바람통 하나가 다시 열렸다.

낙엽 한 장이 회오리치며 청랑의 목을 향해 날아왔다.

청랑은 목검을 들지 않았다.

먼저 낙엽이 떨어질 흙자리를 보았다.

바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끝날 자리는 있었다.

청랑은 흙 위에 남은 작은 선을 발끝으로 더 깊게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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