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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 전용 건물은 공인중개사가 고릅니다3화

길드 전용 건물은 공인중개사가 고릅니다

길드 전용 건물은 공인중개사가 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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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길드 깃발을 걸 첫 주소

승강기실 열쇠는 한정숙의 남편이 보관한 오래된 공구 상자에서 나왔다. 작은 철제 열쇠 두 개 중 어느 것도 새 도어락에 맞지 않았다. 이담은 자물쇠를 뜯지 말자고 했다. 건물 소유자와 관리인, 설비 기사가 함께 있을 때 제조사에 개방을 요청하기로 했다.

고준서는 그동안 계약을 기다릴 수 없다고 했다. 길드원들은 체육관을 빌려 회의를 이어 왔지만, 대여료가 하루씩 쌓였다. 전사들은 장비를 개인 집에 나눠 보관했고, 다현은 늦은 훈련 뒤 혼자 귀가해야 했다. 그는 깃발을 걸 주소가 없어 길드가 흩어질까 두려웠다.

“오늘 이 건물 계약을 놓치면 다음 매물은 언제 나올지 몰라요.”

“그럼 더 위험한 매물을 급히 잡게 되겠죠.” 이담이 말했다. “확인되지 않은 문이 하나 있어요.”

“그 문이 위험하다고 확정됐습니까?”

“아니요. 안전하다고 확인되지도 않았어요.”

정숙은 남편 손에서 열쇠를 받아 들었다. “저 사람이 예전에 여기를 고쳤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뭘 고쳤는지는 말하지 않았어요. 내가 지금 물어보면, 또 거짓말했다고 생각할까 봐 겁이 납니다.”

그날 오전, 진호는 건물 설비 업체와 함께 도어락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눅눅한 공기와 오래된 기계 기름 냄새가 나왔다. 승강기는 사라지고, 샤프트 아래에 마나 저장 장치가 놓여 있었다. 붉은 경고등이 천천히 깜박였다. 이담이 본 푸른 흐름은 바로 이 장치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진호는 장치에서 두 걸음 떨어져 전원을 확인했다. “정지 상태는 아닙니다. 오래된 비상 전원으로 유지되고 있어요. 누가 주기적으로 점검했는지 기록이 필요합니다.”

정숙은 벽에 붙은 작은 수첩을 발견했다. 첫 장은 남편의 글씨였다. 날짜와 전압, 온도만 적혀 있었다. 마지막 기록은 2년 전이었다. 남편은 그 뒤로 병원 치료를 시작했고 건물 관리를 정숙에게 넘겼다.

“이걸 몰랐어요.” 그녀는 수첩을 덮었다. “전기세가 왜 조금씩 나오는지는 궁금했는데, 계량기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준서는 장치가 위험해 보인다며 물러섰다. 다현은 문 가까이 서서 진호가 하는 말을 들었다. 진호는 저장 장치가 건물의 잔류 마나를 안정시키도록 설치됐지만, 최근 주변 흐름이 바뀌며 과부하에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즉시 폭발할 상황은 아니었으나, 장시간 사람이 머물 공간 옆에 두기에는 차폐가 부족했다.

“전 주인이 설치한 건가요?” 이담이 물었다.

“장치 번호를 확인해야 합니다. 허가 기록이 있을 수도 있고, 오래된 비상 설비일 수도 있어요.”

정숙은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처음에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두 번째 통화에서 겨우 연결됐다. 그녀는 승강기실 문이 열린 사실을 말하고, 장치가 있다는 걸 왜 알리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수화기 너머 남편은 한참 침묵했다. “내가 설치했어. 그때 아래쪽 게이트에서 새는 마나가 이 건물로 올라왔거든. 승강기실을 막고 흡수 장치를 놓았어. 허가는 끝까지 못 받았고.”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요?”

“당신이 그 건물을 팔자고 할까 봐.”

정숙의 입술이 떨렸다. “내가 병원비 때문에 팔려고 했는데, 당신은 숨겨 둔 장치를 지키려고 한 거예요?”

“그 장치가 없으면 옆 건물까지 흐름이 번질 수 있어.”

이담은 통화를 끊지 말라고 손짓했다. 남편은 장치가 필요한 이유를 알고 있었지만, 정숙에게 안전 책임과 전기료를 떠넘겼다. 그가 지킨 것은 건물일 수 있었고, 동시에 가족이 모르는 위험을 감춘 일이기도 했다.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하죠?” 정숙이 물었다.

“장치를 즉시 끄면 안 됩니다.” 진호가 답했다. “임시 차폐를 추가하고, 허가 여부와 주변 게이트 흐름을 확인해야 해요. 그 기간 동안 반지하 사용은 보류해야 합니다.”

준서는 두 손으로 머리를 쓸었다. “그럼 이 건물은 우리 길드 사무실로 못 쓰는 거네요.”

“반지하 공간은 지금은 안 됩니다. 하지만 지상층은 별도 점검이 필요해요.” 진호가 말했다. “계량기와 전원도 분리할 수 있습니다.”

준서는 가장 싼 매물을 놓칠 수 있다는 사실에 얼굴이 굳었다. 그러나 길드원들이 위험을 모르고 지하에서 밤을 보낼 수도 있었다. 그는 다현을 보았다. “네가 밤 진동을 얘기했을 때, 난 그냥 네가 조용한 곳을 원한다고 생각했어.”

“그것도 맞아요.” 다현이 말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어요.”

“미안해.”

“앞으로 회의 때 질문을 먼저 들어요.”

정숙은 병원에 있는 남편과 다시 통화했다. 그는 장치 설치를 자기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정숙은 그 말에 바로 안심하지 않았다. “책임진다는 말로 끝내지 말고, 네가 아는 걸 전부 적어 보내. 내가 확인하고 결정할게.”

그녀는 임대를 포기하지 않았다. 대신 반지하를 제외한 지상층만 임대하고, 승강기실과 저장 장치는 건물주 책임으로 두는 조건을 제안했다. 진호는 장치를 안전하게 차폐하고 독립 계량기를 붙이는 견적을 냈다. 준서는 보증금 일부를 지상층 용도 변경에 쓰고, 나머지는 공방 임시 이전 비용에 보태기로 했다.

이담은 계약서에 세 가지 조건을 넣었다. 승강기실 출입은 임대인과 설비 기사 입회 때만 허용한다. 마나 장치의 점검 기록을 매달 세입자에게 공유한다. 지상층 센서가 기준을 넘으면 달개비는 위약금 없이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 정숙은 병원에 있는 남편에게 조항을 읽어 주었다. 남편은 한참 듣고 나서야 동의했다.

준서는 계약을 서두르지 않았다. 길드원들과 화상 통화를 열어 새 조건을 설명했다. 탱커는 보증금이 줄어도 괜찮다고 했고, 다현은 역까지의 야간 조명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 명은 지하 창고를 쓸 수 없으면 장비를 어디에 둘지 걱정했다. 준서는 임시로 공방과 계약한 보관실을 사용하고, 계약서에 별도 창고를 찾는 일정을 넣었다.

“대표가 혼자 정하지 않겠습니다.” 그는 마지막에 말했다. “오늘 못 정해도 우리가 같이 고르는 곳으로 가겠습니다.”

그 말이 나오자 회의 화면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길드 깃발을 걸 주소는 아직 완벽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번에는 누구도 급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통화가 끝난 뒤 준서는 길드원 한 사람씩에게 공간에서 꼭 필요한 것을 물었다. 대답은 제각각이었다. 방패를 펼칠 바닥, 비를 피할 장비 보관함, 늦은 귀갓길의 가로등. 그는 메모를 적으며 다음 매물을 볼 때도 이 목록을 먼저 확인하겠다고 약속했다. 다현은 이번엔 자기 요구가 회의 끝까지 남았다고 말했다.

정숙은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남편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 장치는 언제부터 네가 혼자 관리했어?”

“2년 전부터.”

“그동안 병원비가 아니라 전기료가 더 나온 거였구나.”

정숙은 펜을 내려놓았다. 그가 대답하지 못하는 동안, 그녀는 계약서 한 장을 따로 빼냈다. 장치와 관련된 책임 조항은 남편과 다시 상의한 뒤 쓰겠다고 했다. 이담은 그 결정을 존중했다.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보다 누구에게 무슨 부담이 있는지 밝히는 게 먼저였다.

오후 늦게 달개비는 지상층 임대 계약에 서명했다. 사무실은 크지 않았고, 창문은 골목을 향해 있었다. 준서는 문 옆에 길드 깃발을 걸었다. 다현은 주변 가로등과 역까지 걸리는 시간을 다시 확인했다. 정숙은 바닥에 놓인 작은 화분을 햇볕 드는 쪽으로 옮겼다.

깃발이 바람에 뒤집히자 준서는 다시 사다리에 올랐다. 매듭을 단단히 묶으려던 그는 끈을 두 번 놓쳤다. 다현이 아래에서 사다리를 붙들었다.

“대표님도 높은 데 무서워해요?”

“그런 건 아닌데, 깃발이 떨어지면 첫날부터 민망하잖아.”

“그럼 제가 잡고 있을게요. 올라가서 매듭만 확인하세요.”

준서는 사다리에서 내려오며 웃었다. “혼자 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나 봐.”

그들은 책상과 접이식 의자를 들여놓았다. 다현은 자기 자리에서 창문이 보이는지 확인하고, 준서는 비상 통로를 막지 않도록 장비 상자를 옮겼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각자 필요한 것이 드러났다. 정숙은 화분을 놓을 선반을 가져와도 되는지 물었다. 준서는 그 화분이 있어야 사무실 같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담은 계약서 사본을 양쪽에 건넸다. “한 달 뒤 점검 때 다시 봅시다. 조건을 못 지키면 계약을 고칠 수도, 끝낼 수도 있어요.”

정숙은 사본을 가방에 넣기 전 남편에게 사진을 보냈다. 남편은 ‘잘했어’라고 짧게 답했다. 정숙은 화면을 한참 바라보다가, 그가 서명하지 않은 책임 조항을 다시 펴서 메모했다. 집으로 돌아가면 오늘 처음으로 그 부분을 함께 이야기할 생각이었다.

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여기서 시작하죠.”

계약이 끝난 뒤 진호는 승강기실 저장 장치의 제조 번호를 사진으로 남겼다. 그 번호를 조회하자 설치 업체는 폐업한 지 오래였고, 허가 신청 기록도 없었다. 다만 같은 장치가 도시 외곽의 다른 세 건물에도 설치됐다는 오래된 납품 내역이 나타났다.

세 건물 모두 최근 임대료가 급등한 게이트 경계 구역이었다. 이담은 화면을 확대했다. 지도 위에 푸른 선들이 같은 지하 배관을 따라 연결되어 있었다.

길드 깃발이 골목 바람에 흔들렸다. 이담은 축하 인사를 받으려다, 지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달개비의 첫 주소는 끝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오래된 설비를 찾아가는 시작일지도 몰랐다. 그녀는 건물주에게 확인 전화를 걸었다. 답을 들을 때까지 지도를 접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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