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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 전용 건물은 공인중개사가 고릅니다1화

길드 전용 건물은 공인중개사가 고릅니다

길드 전용 건물은 공인중개사가 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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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마나가 새는 반지하 사무실

서이담은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 바닥부터 보았다.

반지하 창고의 콘크리트는 말라 있었지만, 모서리 한쪽에 푸른 먼지가 얇게 모여 있었다. 이담은 구두 끝을 바닥에 대지 않았다. 그 푸른색은 물때도 페인트 가루도 아니었다. 벽 안에 머문 마나가 틈을 찾아 새어 나올 때만 생기는 가느다란 광이었다.

“여기 보증금이 절반이에요.” 달개비 길드 대표 고준서가 계약서를 흔들었다. “월세도 주변보다 싸고, 지하라 장비 소음 민원도 덜하겠죠.”

“지하라서 민원이 적은 게 아니라, 사람들이 잘 안 내려오는 거예요.”

준서는 웃으려다 멈췄다. 이담은 손전등을 켜고 벽면을 살폈다. 내부 도장 위에 같은 색 페인트가 두 겹 발려 있었다. 가장자리에는 붓이 지나간 방향이 달랐다. 최근 수리 흔적을 덮으려 급히 다시 칠한 모양이었다.

“마나가 새는 걸 느꼈습니까?” 준서가 물었다.

“느꼈어요. 하지만 이걸로 원인을 확정하진 못해요.”

“그럼 계약을 못 한다는 뜻인가요?”

“계약을 하기 전에 확인할 게 있다는 뜻입니다.”

건물주 한정숙은 현관 쪽에서 두 손을 모으고 서 있었다. 그녀는 이담의 손전등이 벽을 비출 때마다 표정이 굳었다. 준서가 보증금 마련을 위해 길드원들에게 돈을 빌렸다고 말하자, 정숙은 시선을 바닥으로 내렸다.

“저도 숨기고 싶은 건 없어요. 남편 병원비가 급해서 빨리 임대하고 싶었어요. 벽은 지난달에 도배를 했고요.”

“수리 업체 이름이나 영수증이 있습니까?”

“남편이 직접 했어요. 옆 건물에서 남은 페인트를 얻어 와서.”

이담은 그 말을 듣고 안심하지 않았다. 직접 수리했다면 하자 책임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정숙이 일부러 속였다고 단정할 이유도 없었다.

그녀는 바닥의 푸른 먼지 옆에 작은 센서를 놓았다. 값은 안정 범위보다 조금 높았다. 벽 안에서 일정한 맥박처럼 진동이 이어졌다가, 배수구 방향으로 빠져나갔다.

“배수펌프를 켜 보실 수 있어요?”

정숙은 열쇠를 꺼내 기계실로 갔다. 펌프가 돌아가자 낮은 웅웅거림이 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센서 값이 크게 튀었다. 이담은 준서에게서 한 걸음 물러서라고 했다.

“이건 마나 누수만은 아니네요. 펌프가 벽 안에 고인 잔류파를 끌어내면서 진동이 커져요.”

“그럼 위험한가요?” 준서가 물었다.

“장비를 둘 공간으로 쓰면 확인이 필요합니다. 사람이 오래 머물러도 괜찮은지, 펌프가 밤에도 자동으로 도는지 측정해야 해요.”

준서는 계약서 모서리를 접었다 폈다. “그동안 다른 매물은 다 나갈 겁니다.”

“그래도 여기서 훈련하거나 자면 안 돼요.”

“우리는 사무실만 필요해요. 침대는 안 둘 겁니다.”

정숙이 낮게 말했다. “밤에 사람이 드나들면 이웃이 시끄러워할 거예요. 그건 계약서에 적혀 있어요.”

이담은 계약서의 특약을 펼쳤다. 야간 이용 금지 조항이 있었지만, 마나 설비와 펌프 운영은 언급되지 않았다. 건물 공용 전기료를 세입자가 전액 부담한다는 조항도 있었다. 준서는 월세만 보고 계약서를 읽었다. 관리비 항목이 실제 사용량인지 정액인지 확인하지 않았다.

“이 조항대로면 펌프가 하루 종일 돌아도 달개비가 전기료를 전부 냅니다.”

“그런 뜻으로 쓴 건 아니에요.” 정숙은 바로 말했다. “전에는 작은 창고라서 전기세가 얼마 안 나왔거든요.”

“길드가 들어오면 장비 충전기가 여럿 돌아갈 거예요.” 준서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럼 이 계약은 너무 불리하잖아요.”

“그래서 지금 확인하는 겁니다.” 이담은 그의 말을 끊지 않고 설명했다. “건물주가 속였다고 몰아가면 협상은 끝나요. 대신 실제 부담을 계산해 보죠.”

준서는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 그는 길드원들이 지난달부터 임시 숙소를 전전했다고 했다. 탱커인 자신은 장비를 둘 곳이 필요했고, 정찰자 다현은 야간에 귀가할 때 가까운 곳이 필요했다. 싼 매물을 놓치면 다시 각자 흩어질 수 있었다.

“이 장소가 나쁘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이 상태로 계약하면 당신들이 감당 못 할 조건을 같이 사게 돼요.”

정숙이 고개를 들었다. “제가 수리비를 다 내야 한다는 건가요?”

“먼저 건축 설비 기사가 원인을 확인해야 해요. 벽 안쪽 누수인지, 공용 펌프인지, 옆 건물에서 들어오는 흐름인지 알기 전에는 비용을 나눌 수 없어요.”

이담은 임대차 계약에 하루짜리 조건부 점검 조항을 추가하자고 제안했다. 점검 비용은 두 쪽이 절반씩 내고, 위험이 확인되면 계약을 취소하거나 수리 기간 동안 월세를 유예한다. 준서는 당장 도장을 찍을 기회를 놓친다고 반발했지만, 정숙도 자신의 돈으로 어디까지 수리해야 할지 알 수 없다며 제안을 받아들였다.

점검을 맡을 건축 마나 기사 백진호는 오후에 도착했다. 그는 장비 케이스를 바닥에 놓고 벽의 푸른 먼지를 보자마자 마나 센서부터 꺼냈다.

“이 색이 보인다고 누수라고 단정하면 안 됩니다. 습기와 부산물 반응도 비슷하게 나와요.”

“저도 그렇게 보고 있어요.” 이담은 측정값을 보여 주었다. “펌프를 켰을 때만 변화가 커졌습니다.”

진호는 배수구 덮개를 열고 안쪽을 비췄다. 고인 물은 없었지만, 벽 바깥에서 들어오는 가느다란 관이 하나 더 연결되어 있었다. 도면에는 표시되지 않은 관이었다. 펌프가 작동할 때마다 그 관을 통해 푸른 잔류가 빨려 들어왔다.

“이건 공용 배수관 쪽에서 넘어옵니다.” 진호가 말했다. “우리 건물 안에서 생긴 게 아닐 수 있어요. 옆 건물에도 연결을 물어봐야 합니다.”

정숙은 놀란 얼굴로 손을 입에 댔다. “전 주인이 연결했나 봐요. 그런 얘기는 못 들었어요.”

준서는 계약서를 접지 않았다. “오늘 계약은 보류해야겠네요.”

그 말에 정숙의 어깨가 처졌다. 이담은 그녀를 바라봤다. “보류가 취소는 아니에요. 하루 동안 기사님이 연결 경로를 확인하고, 임대료와 관리비를 다시 산정하죠. 그 사이에 길드는 다른 매물 계약을 진행하지 않는 조건으로 예약금을 걸 수 있어요. 다만 돈은 계약이 성립하지 않으면 전액 돌려주는 것으로요.”

“그럼 제 병원비는 또 늦어지겠네요.” 정숙이 말했다.

준서는 대답을 준비하지 못했다. 이담은 대신 정숙에게 물었다. “예약금 일부를 점검 비용으로 먼저 쓰는 건 어떠세요? 다만 결과가 임대인 책임의 하자라면 정숙 씨가 수리 부담을 지고, 세입자가 먼저 낸 비용은 월세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요.”

정숙은 오래 생각했다. 남편 병원비를 기다리는 가족의 표정이 떠오른 듯 눈을 감았다. “그렇게 하면 오늘 안에 점검을 시작할 수 있나요?”

“진호 기사님이 옆 건물 소유자에게 연락해 보겠다고 했어요.”

진호는 이미 전화를 걸고 있었다. 옆 건물 관리인은 공용관을 연결한 건 전 주인이 맞지만, 배수 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진호는 허가서와 설비 도면을 확인하기 전에는 판단하지 않겠다고 했다. 수화기 너머 목소리가 커졌지만, 진호는 전화기를 귀에서 떼지 않았다.

그 사이 준서는 길드원 단체 대화방에 계약 보류 이유를 설명했다. 다현은 ‘밤에 펌프가 울리면 잠 못 잘 거라는 건 느꼈다’고 답했다. 준서는 사전에 말하지 못한 자신을 탓했지만, 다현은 낮에도 회의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주소가 아니라 길드원들이 함께 결정한 공간이 필요했다.

해원은 계약서 여백에 조건을 하나씩 적었다. 공용관 점검 전까지 장비 반입 금지, 펌프 전기료는 실측 후 정산, 임대인이 모르는 배관이 확인되면 양측이 원인을 확인한 뒤 책임을 나눈다. 준서와 정숙은 각자의 변호사나 가족에게 보여 줄 시간을 요청했다. 이담은 기다렸다.

해가 질 무렵, 옆 건물에서 배수관 도면 사본이 왔다. 연결 관은 승인된 배수관이 아니었다. 관 끝은 벽 안쪽에서 막혀 있었고, 펌프가 돌아갈 때마다 잔류 마나를 반지하 벽체로 밀어 넣었다. 고쳐야 할 곳은 이 건물의 벽이 아니라, 두 건물을 잇는 오래된 관이었다.

정숙은 수리비 견적을 받아들였다. 준서는 월세를 한 달 유예하는 대신 수리 기간에 임시 사무실을 빌리기로 했다. 이담은 계약서의 숫자를 다시 확인하고 양쪽에 같은 사본을 건넸다. 아무도 만족스러운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래도 누가 모르는 위험을 혼자 떠안는 계약은 피했다.

계약 보류 확인서에 서명한 뒤, 준서는 이담에게 물었다. “이 건물, 결국 우리 길드가 쓰게 될까요?”

“그건 수리 뒤에 다시 정해야죠.”

“중개사님은 마나 흐름을 읽는다면서요.”

“마나 흐름은 읽어요. 사람의 결정은 못 읽고요.”

정숙은 그 말을 듣고 아주 작게 웃었다. 그녀는 문을 잠그기 전 벽을 한 번 쓸어 보았다. “수리되면 여기 남편이랑 같이 다시 와도 되겠네요.”

준서는 계약서를 가방에 넣었다. 그에게는 여전히 급한 공간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길드원들에게 숨길 이유가 없었다. 이담은 그에게 하루 뒤 점검 결과를 함께 보자고 약속했다.

건물 밖으로 나온 뒤, 바닥 센서가 한 번 더 짧게 울렸다. 이번 진동은 펌프가 멈췄는데도 이어졌다. 이담은 화면을 확인했다. 푸른 흐름이 옆 건물 쪽이 아니라, 계단 아래 깊은 곳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진호가 센서를 다시 바닥에 대자 값은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 “간헐적인 진동입니다. 원인을 확인하려면 바닥 일부를 열어야 해요.” 이담은 점검 항목에 그 사실을 추가했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곳이 더 중요한 매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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