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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의 암호가락3화

기생의 암호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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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동생이 보낸 틀린 박자

홍매는 틀린 박자를 세 번 듣고도 동생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이수가 손끝으로 바닥을 두드릴 때마다 셋째 박이 늦었다. 마지막 박은 끝까지 울리지 않고 중간에서 끊겼다. 홍연은 그런 장단을 치면 누나의 노래가 넘어지겠다고 놀리곤 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실수였지만 둘 사이에서는 멈추라는 경고였다.

“이 장단을 언제 받았니?”

“홍연 악공이 떠나기 전날요. 누나가 궁에서 노래하면 알려 드리라고 했습니다.”

“북문으로 가라는 말도 했니?”

아이가 고개를 저었다. 홍매는 유근의 이송 명령과 아이가 들려준 장단을 나란히 두고 생각했다. 동생은 보름 전에 오늘의 일을 어떻게 알았을까. 예언이 아니라 반복이었다. 금지곡이 불리고 빈 자리가 채워지고, 북문으로 악공이 보내지는 일이 이미 있었던 것이다.

월정이 종이의 먹을 만졌다. 말랐지만 종이는 아직 따뜻했다. 새로 쓴 명이었다. 유근이 직접 내렸는지 확인해야 했다. 홍매는 이수를 수선방에 남기고 월정과 차방으로 갔다. 내관 둘이 문을 지켰다.

“유근 어른은 북문에 계신다.”

“저희에게 명을 보낸 다음에 가셨습니까?”

내관은 모른다고 했다. 대신 명을 확인하려면 북문으로 가라고 했다. 홍매는 이수를 데려오라는 말을 듣고도 데려오지 않았다. 문 옆 선반에는 유근이 사용한 종이들이 마르고 있었다. 구겨진 모서리가 없는 종이였다. 이송 명령에는 끝이 여러 번 접혀 있었다.

“어른께서는 종이를 접지 않으시지요?”

“손이 불편하시다.”

내관이 무심코 답했다. 홍매는 접힌 종이가 곧 가짜라고 말하지 않았다. 누군가 대신 접었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직접 확인할 이유는 충분했다. 그녀는 이송 대상이 아프다고 말하고 잠깐 미뤄 달라는 요청을 남겼다. 내관이 북문으로 전할 쪽지를 적었다.

두 사람이 돌아오는 길에 윤상목을 만났다. 그는 이수의 이름을 정확히 말했다. 아무도 그에게 아이를 찾아냈다고 보고하지 않았는데도 알고 있었다.

“견습생을 북문으로 보내라. 밖에 좋은 악공 자리가 준비됐다.”

홍매는 월정의 가야금 주머니를 받았다. 안에서 느슨한 줄이 손가락에 감겼다. 그녀는 줄을 풀며 태연하게 물었다.

“어디의 자리입니까?”

“아이가 갈 곳을 네가 정하나?”

“적어도 데려가는 사람의 이름은 알아야 물건을 챙겨 주지요.”

윤상목은 기다리라는 말만 남겼다. 홍매는 그가 북문으로 가지 않고 악공방으로 향하는 것을 봤다. 월정은 수선방으로 달려갔다. 홍매는 연회장 안의 북을 챙겼다. 어제 빈 의자에 앉은 아이의 북과 같은 크기였다.

수선방의 문은 열려 있었다. 이수는 없었다. 수선 여인이 바늘을 놓고 문 앞에 앉아 있었다. 악공방 관원이 와서 명을 보여 주고 데려갔다고 했다. 여인은 그들이 곧 북문으로 갔는지 보지 못했다. 월정이 방 안의 옷가지들을 들추다가 홍매에게 작은 물건을 내밀었다.

한쪽 끝이 찢긴 북채였다. 이수가 직접 깎아 쓰던 것이었다. 나무에 먹으로 짧은 선이 셋 그어져 있었다. 홍매는 선을 보고 아이가 버려 둔 것이 아니라 남겨 둔 것임을 알았다. 자신이 읽어 줄 것이라고 믿은 표시였다.

“빨리 가자.”

월정이 그녀의 소매를 잡았다. 홍매는 북을 들고 달리지 않았다. 달리면 입구에서 막혔고, 누군가 궁문을 넘게 하려고 소란을 낸다고 적힐 터였다. 그녀는 연회장에 남은 악공들을 먼저 모았다. 악기 점검을 위해 북문 앞 넓은 뜰을 쓰겠다고 했다. 그 뜰은 공연 전 악기 음을 맞추는 곳이었다.

“오늘 공연 없지 않습니까?”

한 악공이 물었다. 홍매는 유근의 연회 준비 명을 보여 줬다. 노래를 준비하라는 명은 아직 취소되지 않았다. 여섯 명이 악기를 챙겼다. 월정은 가야금 주머니를 두 번 메고 홍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 가면 붙잡힐 수 있었다. 소리를 내는 일에는 소리를 함께 듣는 사람이 필요했다.

북문 앞에는 수레 하나가 있었다. 이수는 수레 옆에서 신발 끈을 만지고 있었다. 윤상목은 아이의 팔을 잡고 승차를 재촉했다. 유근은 보이지 않았다. 문지기는 종이를 읽으며 빗장 앞에 서 있었다.

홍매가 뜰 가운데 북을 놓았다. 악공들이 뒤따라 들어오자 윤상목의 얼굴이 굳었다.

“누가 여기서 연습하라 했느냐?”

“어젯밤 북문에서 들은 장단이 틀렸다고 합니다. 저희가 맞춰 보려 합니다.”

“지금은 통행이 먼저다.”

“문지기가 들은 장단을 악공 앞에서 확인하면 금방 끝납니다.”

문지기가 얼굴을 들었다. 그는 자신이 틀린 신호를 들었다는 말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어젯밤 문을 연 책임이 걸려 있었다. 홍매는 그의 앞에서 악보를 펴고 자신이 연주한 마지막 네 박을 쳤다. 그리고 이수에게 부족한 한 박을 부탁했다.

이수는 윤상목의 손을 봤다. 그 손이 아직 팔을 잡고 있었다. 월정이 앞으로 나가 아이의 손목을 보며 말했다.

“이 손으로 북을 치게 하려면 놓아주셔야 합니다.”

윤상목은 손을 뗐다. 뜰에는 악공 여섯과 문지기 둘, 수레를 모는 사람까지 있었다. 아이를 억지로 붙잡고 있으면 모두 보게 됐다. 이수가 홍매 옆으로 왔다. 그녀는 가죽의 가장자리와 중앙을 차례로 짚었다. 손가락을 아끼라는 뜻이었다.

이수는 마지막 박을 아주 낮게 쳤다. 홍매의 노래와 합쳐지자 어제 문지기가 들었다는 길이가 나왔다. 문지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홍매는 다음으로 이수에게 셋째 박을 늦춰 보라고 했다. 아이의 눈이 넓어졌다. 누나가 알아들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틀린 박자가 뜰에 울렸다. 문지기는 고개를 저었다. 그 장단으로는 문을 열지 않는다고 했다. 홍매는 바로 그 대답을 기다렸다.

“그러면 노래가 멈추거나 틀리면 문은 닫히는 것이지요?”

“확인 신호가 다르면 열지 않는다.”

“오늘도 그렇게 해 주세요. 왕명을 전달하는 사람의 이름까지 확인하고요.”

윤상목이 악보를 빼앗으려 했다. 홍매는 놓지 않았다. 손가락 사이가 종이에 베였지만 종이를 찢지도 않았다. 월정은 가야금 줄을 팽팽하게 당겼다. 새로 줄을 거는 동안 높은 소리가 났고 다른 악공들이 같은 음으로 따라왔다. 일상의 조율 소리가 사람들의 말을 가렸다.

홍매는 이수에게 입으로 명하지 않았다. 손의 높낮이를 바꿨다. 무용수가 등장할 때 쓰는 묵장이었다. 높이 들면 기다림, 아래로 내리면 이동. 오늘의 약속을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으므로 그녀는 아이의 눈을 보고 손짓으로 한번 직접 보여 줬다. 이수가 그 움직임을 그대로 되돌려 줬다.

그녀의 손이 내려갔다. 이수는 북을 든 채 악공들 뒤로 걸었다. 월정의 큰 가야금 주머니가 몸을 가렸다. 두 번째 악공이 자신의 북을 앞으로 옮기며 빈 공간을 막았다. 윤상목이 아이를 부르자 홍매가 다음 장단을 크게 쳤다.

“사람을 숨기느냐!”

“저희는 악기 소리를 맞추고 있습니다.”

윤상목은 군사를 불렀다. 문지기는 그가 내민 종이를 다시 봤다. 그 종이에는 아이 이름이 없었다. ‘어젯밤 대좌 악공’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명부에서 아이의 이름을 떼어 낸 사람이 이송 명령에서도 이름을 지웠다.

홍매는 대좌명부의 남은 도장 자국을 보여 줬다. 유근의 내관이 뜰로 들어오며 원본의 붙인 종이를 가져왔다. 아이의 둘째 손가락 도장이 분명히 찍혀 있었다. 그 내관은 유근이 북문에 없고 다른 궁문을 조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오늘 이송 명을 보낸 적도 없었다.

윤상목은 종이를 말아 품에 넣으려 했다. 문지기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는 어젯밤 자신의 문을 연 사람이 누구인지 이제 알아야 했다. 왕명이었다는 말만 믿고 문을 연 대가를 오늘 또 치르지는 않겠다는 얼굴이었다.

“이 지시를 어디서 받으셨습니까?”

윤상목은 입을 열지 않았다. 월정이 가야금의 소리를 멎게 했다. 악공들이 하나둘 손을 뗐다. 갑자기 조용해진 뜰에서 윤상목의 숨만 들렸다. 홍매는 침묵을 암호로 읽으려 하지 않았다. 답을 하지 않는 사람을 여러 증인이 함께 보고 있으면 충분했다.

유근이 도착할 때까지 북문은 열리지 않았다. 군사가 수레 밑의 작은 칸을 확인했다. 악기용 칸처럼 보였지만 안쪽에는 사람 손목을 묶는 줄이 있었다. 이수는 악공 자리에 가는 것이 아니었다. 홍매는 그 칸을 보자 다리에 힘이 풀렸지만 월정의 팔을 잡고 서 있었다.

유근은 윤상목을 데리고 가며 홍매에게 어제와 오늘의 악보를 남겨 달라고 했다. 홍매는 복사본을 주겠다고 했다. 원본을 내놓으면 남는 증거가 궁 안의 서랍 하나로 들어갔다. 유근이 얼굴을 찌푸렸으나 문지기도 원본을 함께 보았으니 복사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이수는 수선방으로 돌아왔다. 홍매는 그의 찢긴 북채를 건넸다. 아이는 자신이 틀린 박자를 잘 쳤는지 물었다. 홍매는 웃음 대신 눈물이 날 것 같아 물을 마셨다.

“아주 잘 쳤어. 연이가 들었어도 알았을 거야.”

“그럼 홍연 악공은 어디 있습니까?”

그 질문에는 아직 답이 없었다. 홍매는 모른다고 말했다. 다만 아이가 말한 보름 전의 마지막 수업 장소를 물었다. 이수는 궁 안의 종이 창고 뒤라고 했다. 홍연은 그곳에서 사람 셋에게 새 노래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들은 악공이 아니었고 북문에서 나가야 할 사람들이었다.

“노래를 못 해서 제가 장단을 대신 쳐 줬습니다.”

홍매는 동생이 사라진 이유가 단순히 금지곡을 옮겼기 때문이 아님을 깨달았다. 누군가를 궁에서 내보내려 했고, 그 방법이 다른 사람에게 빼앗겼다. 그녀는 나무패를 꺼내 처음으로 이수에게 보여 줬다. 아이는 패를 두 손으로 받아 이름을 더듬어 읽었다.

저녁에 악보 복사가 끝났다. 원본과 복사본 사이에 얇은 종이 하나가 끼워져 있었다. 유근의 내관은 자기 것이 아니라고 했다. 종이에는 가사가 없고 다섯 줄의 박만 있었다. 홍매가 손끝으로 따라 치자 익숙한 쉼이 마지막에 나타났다.

누나의 숨이 짧아서 동생이 늘 한 박 더 기다려 주던 자리였다.

홍매는 월정에게 종이를 보여 줬다. 이번에도 큰 소리로 노래하지 않았다. 한 번 공개한 가락은 다시 비밀로 만들 수 없었다. 아직 그 다섯 줄을 아는 사람은 이 방의 둘뿐이었다. 홍매는 종이를 접지 않고 펼친 채 불빛 가까이 옮겼다. 동생은 자신이 알고 있다고 믿는 이야기를, 다시 처음부터 듣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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