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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의 암호가락1화

기생의 암호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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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금지곡의 마지막 장단

홍매는 금지곡을 부르라는 명을 받고도 악보를 바로 펴지 않았다. 상 앞에 놓인 것은 곡의 이름이 아니라 봉한 흰 종이였다. 그녀의 이름 아래에 연회 마지막 순서를 맡으라는 글씨와 연회 관리 윤상목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 흰 종이의 오른쪽 아래가 네 번 접혀 있었다. 동생 홍연이 악보의 끝을 표시할 때 쓰던 접기였다.

“이걸 누가 가져왔습니까?”

“악공방에서.”

심부름 내관은 얼굴을 들지 않았다. 홍매가 더 묻기 전에 문밖으로 물러났다. 월정이 가야금 줄을 고르다 종이를 낚아챘다. 금지곡의 첫 구절을 본 그녀의 손이 멎었다.

“이 노래로 잔을 올리겠다고?”

“내 이름으로 명이 왔어.”

“명은 잘못 와도 우리 이름은 잘못 끌려가지 않아. 네가 불렀다고 적히겠지.”

월정은 악보를 뒤집었다. 뒷면은 비어 있었다. 홍매는 옷고름 안에서 작은 나무패를 만졌다. 홍연의 이름이 적힌 패였다. 악공이 사라진 날 관청에 돌려줘야 했으나 그녀는 잃어버렸다고 거짓말했다. 오늘까지 목에 걸고 잠든 물건이었다.

“연이가 이 곡을 옮겼어. 잡혀가기 전날.”

월정이 그녀의 손을 봤다.

“그래서?”

“살아 있다면 이 악보를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있어.”

“죽었다면 너도 같이 사라질 수 있고.”

홍매는 답하지 못했다. 월정은 악보를 돌려주지 않고 방 안의 작은 북을 끌어왔다. 금지곡을 혼자 부를 생각이라면 장단이라도 확인하자고 했다. 평소에는 네 번째 박을 길게 끌고 다섯 번째 음을 올리는 곡이었다. 오늘의 악보는 네 번째 박 뒤에 쉼이 하나 더 있었다.

홍매가 손끝으로 북을 쳤다. 둥, 둥, 낮은 울림 두 번. 월정의 가야금 소리가 그 사이를 지나갔다. 홍매는 마지막 박 직전에 숨을 멈췄다. 세어야 할 박이 둘이었다. 악보에는 하나만 적혔다.

“이건 연이의 악보가 아니야.”

“접은 모양은 같잖아.”

“연이는 쉼을 빠뜨리지 않아. 내 숨이 짧다는 걸 알아서.”

그녀는 붓을 들지 않았다. 누가 틀린 악보를 보내면서 동생의 접는 법을 흉내 낸 것인지 알기 전에 손대면 흔적이 사라졌다. 홍매는 악보를 그대로 품에 넣고 월정과 함께 연회장으로 갔다.

연회장은 잔을 놓는 소리로 가득했다. 임금이 앉은 자리 아래로 관원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뒤편의 병풍 밖에는 무사들이 서 있었다. 악공은 열한 명이어야 했다. 그러나 홍매가 자리를 세자 열 명뿐이었다. 가야금 두 대 사이, 홍연이 앉던 작은 북 의자가 비어 있었다.

그녀는 빈 의자를 오래 보지 않았다. 보는 순간 노래를 시작하지 못할 것 같았다. 월정이 가야금을 내려놓으며 홍매의 발등을 자신의 발끝으로 한번 눌렀다. 일단 숨을 고르라는 신호였다.

윤상목이 다가와 말했다.

“마지막 곡은 받은 악보대로 하라. 예전 장단을 쓰면 안 된다.”

“쉼 하나가 없는데 그대로 부릅니까?”

그의 눈이 품의 악보로 향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그는 그 쉼을 이미 알고 있었다.

“임금께서 듣는 곡이다. 묻지 말고 해라.”

홍매는 고개를 숙였다. 그가 떠난 뒤 월정의 줄 하나를 손끝으로 눌렀다. 낮은 음이 잠깐 죽었다. 오늘의 신호표에서 그 소리는 ‘듣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월정은 이미 윤상목의 발걸음을 보고 있었다.

첫 곡이 시작되고 잔이 세 번 돌았다. 홍매는 앞선 노래에서 일부러 숨을 아꼈다. 마지막 곡의 높은 음을 오래 잡을 수 있도록 잔을 입에 대지 않았고, 혀끝으로 입술의 마른 자리를 적셨다. 임금은 음악보다 북쪽 병풍 뒤의 내관을 자주 봤다. 그 내관은 허리를 굽힌 채 한 손만 소매 밖에 내놓았다. 손가락 두 개가 펴지지 않았다.

마지막 순서가 왔다. 홍매가 일어나자 관원 한 명의 웃음이 멎었다. 금지곡이라는 것을 알아들은 사람이 있었다. 윤상목은 그 사람에게 고개를 아주 조금 저었다. 부르면 안 되는 곡이 오늘은 불러도 되는 곡이 되었다. 이유를 아는 사람은 연주자가 아니었다.

홍매는 첫 음을 낮게 시작했다. 오래된 연못을 걷는 사람의 노래였다. 돌아오지 않는 이를 기다리며 물에 비친 얼굴을 자기 얼굴처럼 받아들이는 노래. 그녀는 가사의 슬픔을 빌리지 않았다. 빈 의자에 앉았어야 할 사람의 호흡을 떠올리면 충분했다.

끝장단이 가까워졌다. 월정은 가야금의 낮은 줄을 손톱으로 눌렀다. 악보대로 갈 것인지 묻는 신호였다. 홍매는 작은 북의 가장자리를 한 번 쳤다. 오늘 받은 악보를 따르겠다는 답이었다. 누가 그 장단을 기다리는지 직접 봐야 했다.

마지막 네 박은 낮고 느렸다. 홍매가 빠진 쉼을 넣지 않고 음을 이어 가자 북쪽 병풍 밖에서 쇠가 움직였다. 처음에는 창대인 줄 알았다. 그러나 소리가 길었다. 크고 무거운 빗장이 밀리는 소리였다.

연회장 바깥에서 발이 빠르게 달렸다. 누구도 잔을 내려놓지 않았지만 내관들의 눈이 한곳으로 모였다. 북문을 맡은 문지기가 병풍 밖에 무릎을 꿇고 낮게 말했다.

“확인 장단을 받았습니다. 문을 열었습니다.”

홍매의 입에서 마지막 음이 나갔다. 환호도 박수도 없었다. 임금은 손가락 두 개가 굽은 내관을 봤다. 내관이 고개를 숙이자 연회가 끝났다는 말이 울렸다. 악공들이 악기를 들어 퇴장하는 동안 홍매는 빈 의자에 남은 작은 홈을 보았다. 누군가 오늘 거기에 앉았다가 떠난 흔적이었다.

그녀는 의자에 손을 대지 못했다. 군사 둘이 양옆에 섰다. 월정이 가야금을 들고 홍매 옆으로 오려 했으나 군사가 창대를 낮췄다.

“노래한 사람만.”

“장단을 친 사람도 갑니다.”

월정은 물러나지 않았다. 그녀가 가야금 줄을 한번 긁자 높은 음이 연회장에 남았다. 사람들이 돌아봤다. 군사는 더 시끄러워지는 것이 싫었는지 둘을 함께 데려갔다.

홍매는 감옥이 아니라 빈 차방으로 들어갔다. 창은 하나였고 문 옆에 종이를 말리는 선반이 있었다. 손가락이 굽은 내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이름부터 말했다.

“유근이다. 악보를 내놓아라.”

홍매는 품에 든 종이를 꺼내 상에 놓았다. 유근은 손을 뻗지 않고 내관에게 종이를 펴게 했다. 자신의 손으로 접힌 자리를 구기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이 장단의 뜻을 아느냐?”

“곡을 끝내는 장단입니다.”

“다른 뜻은?”

“아는 사람끼리 정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유근은 월정을 봤다. 월정은 가야금을 바닥에 내려놓았지만 무릎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둘의 표정을 살핀 유근이 상 아래에서 종이 한 장을 올렸다. 북문에 미리 전달된 지시였다. 오늘 연회 마지막 곡에서 쉼 없이 마지막 네 박을 들으면 문을 열라고 적혀 있었다.

왕의 도장이 있었다. 홍매는 도장의 모양을 판별할 줄 몰랐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단정하는 대신 자기 악보 옆에 놓고 끝장단의 표시를 비교했다. 북문 지시에는 두 번째 박의 길이가 분명히 적혀 있었다. 연회 악보에는 그 길이가 없었다.

“제가 친 박을 그대로 들었다면 문지기는 이 지시를 확인할 수 없었을 겁니다.”

유근의 눈썹이 움직였다.

“분명히 열었다.”

“제 노래 말고 누군가 다른 장단을 들려줬다는 뜻입니다.”

유근은 의자를 당겨 앉았다. 홍매가 악보의 끝을 가리키자 그는 내관에게 붓을 주게 했다. 홍매는 종이에 직접 표시하지 않고 별도 종이에 자신이 친 장단을 적었다. 월정은 그녀의 기록을 확인하고 가야금으로 같은 길이를 짧게 들려줬다.

“우리가 연주한 것은 여기입니다. 그런데 문지기의 지시는 이보다 한 박 길어요.”

유근은 문지기를 부르라고 했다. 밖에 있던 군사가 떠났다. 홍매는 빈 의자를 떠올렸다. 연회장에서 사라진 북 한 대가 다른 곳에서 마지막 박을 쳤다면 노래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었다. 북문 지시를 아는 누군가가 홍매의 곡과 겹쳐 연주한 셈이었다.

“북을 치던 악공은 어디에 있습니까?”

“홍연을 묻는 것이냐?”

홍매는 자신의 동생 이름이 이렇게 쉽게 나오는 것이 두려웠다. 유근은 이미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목에서 나무패를 꺼내지 않았다.

“오늘 자리를 비운 악공을 묻는 것입니다.”

“명부에는 오늘 네 동생이 앉았다고 되어 있다.”

월정의 손톱이 가야금 몸체를 눌렀다. 홍매는 창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돌아왔다. 누군가 사라진 사람의 이름으로 궁에 들어와 문을 열었다. 동생이 살아 있다는 증거일 수도, 죽은 사람에게 죄를 넘기려는 준비일 수도 있었다.

“그럼 그 사람을 데려와야겠네요.”

유근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북문에서 나간 수레가 두 대였다고 말했다. 첫 수레에는 빈 궤짝, 두 번째에는 막을 친 인력거가 실렸고, 문을 열어 준 사람이 악공 복장을 했다는 증언이 있었다. 그 악공의 이름이 홍연이었다.

홍매는 더 묻고 싶은 것을 삼켰다. 수레 안에 동생이 있는지, 문을 열었다는 사람이 정말 동생인지 지금 알아낼 수 없었다. 대신 내일 같은 연회를 다시 준비할지 물었다. 유근이 그녀를 빤히 봤다.

“궁문을 연 노래를 다시 부르려고?”

“한 번 들은 사람은 따라 할 수 있습니다. 같은 가락을 또 부르면 누가 따라 부르는지 볼 수 있지요.”

“그러다 또 문이 열리면?”

“먼저 문지기에게 다른 확인법을 주세요. 노래하는 사람에게 문을 지키라고 하시면 안 됩니다.”

월정이 고개를 들었다. 유근은 웃지 않았다. 한참 뒤 별도의 명을 적고 도장을 찍었다. 북문을 다시 닫고 오늘의 음악을 개방 신호로 쓰지 말라는 명이었다. 홍매는 그 종이가 문지기에게 전달되는 것을 직접 확인한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방을 나서기 전에 유근이 말했다.

“빈 의자부터 보아라. 악공 명부는 내일 열어 주겠다.”

“왜 지금은 안 됩니까?”

“그 명부를 쥔 사람도 우리가 읽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홍매는 접힌 악보를 다시 품에 넣었다. 네 번 접힌 끝이 손가락에 닿았다. 동생의 버릇을 흉내 낸 사람은 이 종이가 그녀를 연회에 서게 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복도를 걸으며 마지막 장단을 입술로만 다시 세었다. 연주하지 않은 쉼 하나가, 연주한 음들보다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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