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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전문 국선 변호사입니다2화

귀신 전문 국선 변호사입니다

귀신 전문 국선 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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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지워진 17분

검찰청 청사를 빠져나온 서도윤은 곧장 낡은 경차에 몸을 실었다.

와이퍼가 유리창을 긁으며 빗방울을 털어냈다. 시계는 오후 1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강세린 검사가 못 박은 시한은 내일 오전 10시. 남은 시간은 채 스물한 시간도 되지 않았다.

차가운 빗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신림동의 가파른 언덕길이었다. 붉은 벽돌의 4층 건물 외벽에 '청운고시원'이라는 녹슨 간판이 위태롭게 걸려 있었다.

1층 현관문에는 노란색 경찰 통제선이 흉물스럽게 얽혀 있었다.

도윤이 계단을 올라 3층 복도로 들어서자마자 퀴퀴한 곰팡내와 함께 희미하게 가라앉은 쇠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사건이 발생한 지 며칠이 지났음에도 공기 중에 스민 냄새는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어이, 거기 누구요! 외부인은 못 들어옵니다!"

복도 끝에서 걸레를 든 중년 남성이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고시원 건물주이자 임대 관리인이었다.

도윤은 주머니에서 변호사 신분증을 꺼내 보였다.

"피고인 김우진 씨의 국선 변호인 서도윤입니다. 현장 확인차 잠시 들렀습니다."

"국선? 피고인 그 놈 감옥에서 죽었다면서요? 사건 다 끝났는데 왜 또 와서 재수 없게 난리요? 당장 방 빼고 소독해야 다음 사람을 받지!"

관리인은 혀를 차며 바닥에 걸레를 내던졌다. 도윤은 물러서지 않고 301호 총무실 문 앞을 살폈다.

총무실 문은 낡은 합판으로 된 여닫이문이었다. 문틈 사이로 굵은 실리콘 마감이 떨어져 나가 틈이 훤히 벌어져 있었다. 도윤은 문 상단에 달린 낡은 환기팬을 올려다보았다.

"관리인님, 이 환기팬은 24시간 내내 돌아갑니까?"

"그렇소. 복도에 창문이 없어서 총무실 환기팬을 틀어놔야 바람이 통하니까. 근데 그건 왜 묻소?"

"환기팬이 안에서 밖으로 바람을 밀어내는 구조군요."

도윤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환기팬의 배기 방향은 복도 쪽이었다. 밀폐된 좁은 방 안에서 대량 출혈이 일어났다면 문을 열지 않아도 환기팬 바람을 타고 복도 전체에 피비린내가 퍼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문을 열었을 땐 이미 피 냄새가 났다.'

구치소 접견실에서 들었던 김우진의 목소리는 거짓이 아니었다. 그것은 문을 열어보고 살인을 확인한 자의 진술이 아니라 복도를 걸어오다 먼저 냄새를 맡고 이상함을 느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감각적 진술이었다.

도윤은 복도 끝으로 걸음을 옮겼다. 경찰 수사보고서에는 고시원의 출입구가 1층 정문 하나뿐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복도 막다른 곳에 칠이 벗겨진 철제 비상문이 있었다.

"이 문은 평소에 잠가 둡니까?"

"원래는 번호키로 잠가 놓는데 저번 달부터 고장 나서 그냥 걸쇠만 걸어 뒀소. 건물 뒤편 비상계단으로 통하는 문이지."

도윤은 걸쇠를 젖히고 비상문을 열었다.

끼이익 하는 마찰음과 함께 젖은 비상계단이 드러났다. 건물 뒤편 좁은 골목길로 곧장 이어지는 통로였다. 계단 난간 모서리에 빗물에 씻겨 내려가지 않은 붉은 녹과 함께 최근 무언가에 긁힌 듯한 날카로운 흠집이 선명했다.

도윤은 스마트폰을 꺼내 비상문과 계단 흠집을 정밀하게 촬영했다.

경찰은 김우진이 1층 정문 CCTV에 찍혔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출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했다. 하지만 밤 9시 30분에 누군가 이 비상계단을 통해 침입했다면 정문 카메라에는 단 한 줄의 흔적도 남지 않았을 터였다.


오후 4시 관악경찰서 강력팀 사무실.

자욱한 담배 냄새와 형사들의 고함이 뒤섞인 사무실 안으로 도윤이 들어섰다.

책상 위에 다리를 올린 채 커피를 마시던 박동식 경사가 서류를 든 도윤을 힐끔 쳐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서 변호사님? 피고인 자살해서 사건 종결 처리 중인데 여긴 또 무슨 일입니까?"

"피의자 신문 영상에서 누락된 17분에 대해 묻고자 왔습니다."

도윤은 박 경사 앞 책상에 영상 분석표를 내려놓았다.

박 경사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다리를 내리며 종이컵을 탁자에 쾅 내려놓았다.

"17분? 그거 저번에도 말했잖아요. 조사실 녹화 장비가 노후화돼서 가끔 전원이 튕겨요. 단순 기계 결함입니다."

"단순 기계 결함이라기엔 너무 정확한 타이밍이군요."

도윤은 낡은 수첩을 꺼내 적어 둔 기록을 짚었다.

"11시 14분 김우진 씨는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습니다. 그리고 영상이 끊겼죠. 정확히 17분 뒤인 11시 31분에 녹화가 재개되었을 때 김우진 씨는 초점 없는 눈으로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자백 조서에 지장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그 직후 독방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아니 이 양반이! 경찰이 강압 수사라도 했다는 겁니까? 증거 다 확보해서 송치한 사건을 가지고 왜 자꾸 트집이야!"

박 경사가 험악하게 멱살을 잡을 듯 일어섰다. 하지만 도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2에 따르면 피의자 신문 과정을 녹화할 때는 개시부터 종료까지 전 과정을 연속 녹화해야 합니다. 고의로 전원을 차단했거나 영상이 중단된 상태에서 받아낸 자백은 증거능력이 없습니다. 게다가 당일 조사실 출입 기록부에 적힌 외부인 서명은 뭡니까?"

도윤의 목소리가 서늘하게 사무실을 갈랐다.

박 경사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외부인이라니…… 무슨 헛소리를……."

"당일 11시 15분 피해자 측 관계자라는 명목으로 사설 중개인이 조사실에 입회했습니다. 그 사람이 나가자마자 우진 씨의 자백이 완성되었더군요. 우진 씨는 사망 직전 '검은 종이에 손가락을 억지로 눌렀다'고 했습니다. 당시 조서에 찍힌 잉크 흔적, 박 경사님도 기억하시죠?"

"당장 나가요! 여긴 변호사가 억지 부리는 곳이 아니야!"

박 경사는 도윤의 어깨를 거칠게 밀치며 고함을 질렀다.

주변 형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박 경사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배어 있었다. 그는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숨기려 하고 있었다.

도윤은 밀려나면서도 박 경사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조작된 조서로 사람을 죽게 만든 책임은 반드시 묻게 될 겁니다."

도윤은 몸을 돌려 경찰서를 빠져나왔다. 등 뒤로 박 경사의 거친 욕설이 따라붙었지만 도윤의 머릿속은 더욱 명확해지고 있었다.

우진의 자백은 조작되었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경찰 수사관조차 눈감아줄 만큼 거대한 압력이 작용하고 있었다.


밤 11시 공익변호센터 연구실.

도윤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책상 위에는 편의점 캔커피 캔 세 개가 찌그러져 있었고 모니터 세 대가 푸른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시한까지 남은 시간은 열한 시간.

도윤은 낮 동안 신림동 고시원 인근 상가를 돌며 수거한 방범 CCTV와 배달 오토바이 블랙박스 영상들을 타임라인별로 정렬하고 있었다.

"사망 추정 시각은 밤 9시 30분에서 10시 사이."

김우진이 1층 현관으로 들어간 시간은 10시 40분. 우진이 들어가기 1시간 전에 비상구로 드나든 인물이 있다면 그 자가 진범이었다.

골목길 방범 카메라는 화질이 낮았지만 고시원 뒤편 비상계단 입구를 비스듬히 비추고 있는 중국집 배달 오토바이의 블랙박스 영상이 결정적이었다.

도윤은 마우스 휠을 천천히 굴리며 프레임을 하나씩 넘겼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던 밤 9시 35분.

고시원 뒤편 골목으로 검은 우비를 입은 체격 큰 인물이 걸어 들어왔다. 인물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고장 난 비상구 철문을 열고 계단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정확히 9시 48분.

동일한 인물이 비상구 문을 열고 급히 뛰어나왔다. 그의 오른손에는 비닐봉지에 싸인 긴 흉기 모양의 물체가 들려 있었다. 인물은 후드를 깊게 눌러쓴 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찾았다."

도윤의 입에서 가느다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인물이 계단을 내려오며 휘청거릴 때 비상계단 난간 모서리를 손으로 짚는 장면이 블랙박스 적외선 카메라에 선명하게 잡혔다. 낮에 도윤이 현장에서 확인했던 바로 그 긁힌 자국 위치였다.

도윤은 곧바로 영상 캡처본을 출력하고 타임코드 비교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 21:35 검은 우비 착용 인물 비상구 진입
  • 21:48 흉기 은닉 의심 물체 소지 후 비상구 탈출 (사망 추정 시각 일치)
  • 22:40 피고인 김우진 정문 진입 (환기팬 역풍으로 복도 피비린내 확인)
  • 23:05 김우진 시신 발견 후 패닉 상태로 도주

이것은 감정이나 환각이 아니었다. 객관적인 시간과 물리적 동선이 가리키는 완벽한 알리바이이자 반증이었다.

우진은 피해자를 죽이지 않았다. 그는 이미 살해당한 현장에 뒤늦게 발을 들였다가 진범의 덫에 걸려든 희생양에 불과했다.

도윤은 인쇄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따뜻한 종이를 쓸어내렸다.

책상 한구석에 놓인 낡은 검은 수첩의 가죽 표지가 서늘한 냉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마치 어둠 속에서 누군가 숨을 죽인 채 그의 손길을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조금만 기다려라, 우진 씨."

도윤은 코트 깃을 여미며 서류 가방을 닫았다. 창밖으로 검찰청이 있는 서초동의 새벽 하늘이 푸르스름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수요일 오전 9시 30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강세린 검사실.

세린은 결재판 위에 놓인 '피의자 사망에 따른 공소권 없음 불기소 결정서'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오른손 검지 흉터가 미세하게 욱신거렸다.

시계 초침이 오전 9시 40분을 가리키는 순간 검사실 문이 벌컥 열렸다.

"실례하겠습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서도윤이 들어섰다. 젖은 코트 자락과 붉게 충혈된 눈. 하지만 그의 손에 들린 서류 봉투는 칼날처럼 빳빳했다.

세린은 손목시계를 내려다보며 건조하게 말했다.

"약속 시간 20분 전이군요. 설마 어제와 같은 감정적 궤변을 늘어놓으러 온 건 아니겠죠?"

"직접 보시죠."

도윤은 망설임 없이 세린의 책상 위에 두툼한 분석 보고서와 USB 메모리를 올려놓았다.

"고시원 3층 총무실의 환기 구조 실측도입니다. 환기팬이 복도 쪽으로 직접 배기되는 구조라 내부 대량 출혈 발생 시 문을 열기 전에도 복도 전체에 혈흔 냄새가 차오릅니다. 김우진 씨의 초기 진술과 완벽히 부합합니다."

세린의 시선이 실측 도면으로 향했다. 도윤은 쉴 틈 없이 다음 자료를 펼쳤다.

"그리고 이것이 사건 당일 밤 9시 35분부터 48분까지 고시원 뒤편 비상계단으로 침입해 도주한 진범의 블랙박스 영상 캡처본입니다."

세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비상계단……? 경찰 송치 보고서에는 정문 외에 출입구가 없다고 되어 있었는데."

"비상구 도어록이 고장 나 걸쇠만 걸려 있었고 수사관은 현장 검증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부검의가 밝힌 사망 추정 시각인 밤 9시 30분대에 현장을 드나든 인물은 김우진이 아니라 이 검은 우비 차림의 제3자입니다."

도윤은 마지막으로 경찰 신문 녹화 메타데이터 로그 분석표를 세린의 코앞에 들이밀었다.

"삭제된 17분은 기계 결함이 아닙니다. 수사관이 임의로 전원을 강제 종료한 기록이 시스템 로그에 남아 있습니다. 그 17분 사이에 사설 중개인이 입회해 자백을 종용했습니다. 불법 감금과 강압에 의한 조작된 자백입니다."

검사실 안에는 도윤의 가쁜 숨소리와 형광등의 미세한 백색소음만이 감돌았다.

세린은 말없이 서류를 한 장 한 장 넘겼다. 넘기는 손끝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도윤이 가져온 증거들은 단순한 의혹 제기가 아니었다. 경찰의 부실 수사와 공소 사실의 허점을 정면으로 타격하는 명백한 물증들이었다.

세린이 펜을 내려놓고 도윤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서 변호사님. 이 증거들이 사실이라면 경찰의 수사 보고서 전체가 허위라는 뜻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허위 보고서 때문에 억울한 청년 하나가 목숨을 끊었습니다."

도윤의 목소리에 서늘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

세린은 책상 위의 '공소권 없음 불기소 결정서'를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결재판을 덮어 서랍 속으로 밀어 넣었다.

"김우진 사건의 종결 처리는 보류합니다."

세린이 인터폰을 눌렀다.

"계장님, 국과수 연결해 주세요. 김우진 시신 및 현장 증거물에 대한 재감식 의뢰서 작성합니다. 그리고 관악서 박동식 경사 직무 감사 요청 공문 준비하세요."

세린이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도윤에게 시선을 던졌다.

"만족하십니까, 서 변호사님?"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진범을 잡아야 끝납니다."

도윤이 담담하게 답했다.

그 순간 도윤의 귓가로 낮고 희미한 바람 소리가 스쳐 지나갔다.

―고맙습니다…… 변호사님……

그것은 구치소 차가운 바닥에서 사라져 갔던 김우진의 안도 섞인 숨결이었다.

도윤의 품 안 낡은 검은 수첩에서 전해지던 시린 한기가 스르르 녹아내렸다. 법정에 설 수 없었던 죽은 자의 목소리가 마침내 산 자들의 법과 절차를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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