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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릇 나쁜 요리사가 성찬을 고친다5화

버릇 나쁜 요리사가 성찬을 고친다

버릇 나쁜 요리사가 성찬을 고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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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맑게 끓여도 되는 것

도윤은 빈 물통 두 개를 들고 뒤 골목으로 나갔다.

새벽솥의 뒤편은 해가 떠도 눅눅했다. 벽돌 틈마다 밤새 맺힌 물기가 남아 있었고 골목 끝 우물 주변에는 물동이 자국이 겹겹이 패 있었다.

우물가에는 여자가 하나 서 있었다. 그녀는 물동이 뚜껑을 닫자마자 도윤의 빈 통을 훑어봤다.

"새벽솥 물이 다 떨어졌어?"

도윤은 대답 대신 우물 가장자리에 손을 댔다. 돌은 차갑고 축축했다. 물을 길어 올리는 나무 양동이는 가장자리가 닳아 있었다.

"그릇 헹굴 물이 부족합니다."

"아침부터 그 여관에서 밥을 팔아?"

"팔고 있습니다."

여자는 더 묻지 않았다. 대신 물동이를 들고 골목을 빠져나갔다. 새벽솥 이야기가 이 동네에 이미 퍼진 모양이었다.

도윤은 자기 차례가 오자 줄을 감은 나무 손잡이를 잡았다. 먼저 양동이를 내리지는 않았다. 도르래 바퀴 아래쪽을 살폈다.

줄이 나무 홈을 지날 때마다 마른 가루가 아주 조금씩 떨어졌다. 회색 먼지 사이에 파란 흙빛이 섞여 있었다.

그는 손가락 끝으로 가루를 문질렀다. 젖으면 미끄러질 만큼 고운 흙이었다. 아이 보호자가 말한 수레 바퀴의 흙과 같은지까지는 알 수 없었다.

그때 우물 기둥 반대편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물을 길러 온 사람이 줄부터 보는 건 처음이군."

도윤이 돌아봤다.

큰 체격의 남자가 기둥에 기대어 있었다. 낡은 외투 아래로 단단한 어깨가 드러났다. 검집은 없었지만 허리띠에 묶인 가죽 끈과 걸음의 무게가 군인 같았다.

왼팔 소매 끝에는 검은 문양이 손목까지 번져 있었다. 문양 주변 피부는 다른 곳보다 붉었다.

"줄에 흙이 묻어 있습니다."

"그게 물맛을 바꾸나?"

"모릅니다. 그래서 봅니다."

남자는 도윤의 물통을 한 번 보고 우물 안을 내려다봤다.

"새벽솥 사람이군."

"오늘 하루 주방을 맡았습니다."

"그 여관에 아직 불이 붙어 있나 보네."

남자는 몸을 일으켰다. 오른손으로 도윤에게 손을 내밀었다.

"칼렌 루크다. 물통 줘."

도윤은 그의 왼팔을 봤다. 소매 안쪽 손가락이 굳어 있었다.

"오른쪽 팔로 드는 게 낫습니까?"

칼렌의 눈빛이 잠깐 달라졌다.

"그걸 왜 묻지?"

"왼쪽이 불편해 보여서요."

"보이는 건 다 말하지 마."

"들기 전에 묻는 건 말해야 합니다."

칼렌은 짧게 숨을 내쉬더니 물통 하나를 가져갔다.

"오른쪽이 낫다. 이 정도는 든다."

도윤은 양동이를 천천히 내렸다. 물에 닿는 소리가 골목 안에서 작게 울렸다. 양동이를 반쯤 올렸을 때 그는 줄을 멈췄다.

"왜 멈춰?"

"물부터 봐야 합니다."

칼렌은 못마땅한 얼굴이었지만 재촉하지 않았다.

도윤은 양동이를 우물 턱에 올렸다. 물 표면은 맑았다. 기름막도 없었고 회색 막도 없었다. 손으로 물을 조금 떠 냄새를 맡자 차가운 돌 냄새와 약한 흙냄새만 났다.

그는 물을 빈 사발에 나눠 담았다. 하나는 그대로 두고 하나에는 양동이 바닥에 남은 물을 긁어 넣었다.

두 번째 사발 바닥으로 아주 고운 푸른 가루가 천천히 가라앉았다.

"물은 괜찮습니까?"

칼렌이 물었다.

"지금은 모릅니다. 다만 물과 양동이를 같은 것으로 보면 안 됩니다."

도윤은 노트에 적었다.

우물물 표면 맑음. 쇠 냄새 없음. 양동이 바닥 푸른 침전 소량. 도르래 줄에도 같은 가루.

칼렌은 노트 글자를 읽지 못한 채 파란 가루만 봤다.

"그 흙은 동쪽 길에 많아. 시장으로 가는 수레가 새벽마다 지나가면 바퀴에 묻어 오지."

"우물 안에서 난 건 아닙니까?"

"모른다. 우물은 내가 어릴 때부터 여기 있었고 수레는 매일 바뀌니까."

답은 짧았지만 도윤은 더 묻지 않았다. 모른다는 말은 모른다고 적을 수 있었다.

그는 양동이 바닥의 침전을 종이 조각에 조심스레 받았다. 종이를 두 번 접어 노트 사이에 끼웠다.

"물을 두 통 다 길어 갈 겁니까?"

"하나는 마실 물로 쓰고 하나는 그릇을 헹굴 겁니다."

"그걸 구분해?"

"안 구분하면 또 섞입니다."

칼렌은 우물물을 가득 채운 물통 하나를 번쩍 들었다. 왼팔은 몸에 붙인 채였다. 도윤이 다른 통을 들자 칼렌이 그쪽도 빼앗듯 가져갔다.

"그건 제가 듭니다."

"주방장은 손을 남겨 둬. 오늘 스튜 하나 먹으러 갈 테니까."

도윤은 걸음을 멈췄다.

"스튜는 없습니다."

"그 여관에 고기 냄새가 난다고 들었는데."

"고기 냄새와 먹을 고기는 다릅니다."

칼렌은 대답하지 않고 골목을 앞서 걸었다. 왼팔 소매 아래 검은 문양이 한 번 움찔했다.

새벽솥 문을 열자 미라가 장부를 들고 서 있었다. 물통을 본 그녀의 얼굴이 먼저 풀렸다가 칼렌을 알아보자 다시 굳었다.

"칼렌 루크?"

"물 배달 왔다."

"물값은 안 받아요."

"대신 스튜를 먹지."

미라는 도윤을 봤다. 도윤은 물통을 주방 안쪽으로 옮기며 고개를 저었다.

"오늘 독한 스튜는 못 냅니다."

칼렌의 표정이 조금 가라앉았다.

"돈이 없다는 말은 안 했어."

"돈이 있어도 없는 재료로는 못 합니다."

홀 구석에서 드로가 헛기침을 했다.

"손님이 먼저 시키겠다는데 또 못 판다는군. 장사할 마음은 있는 거야?"

미라가 대답하려 했지만 도윤이 먼저 칼렌 앞에 빈 의자를 밀었다.

"앉으세요. 먼저 몇 가지 묻겠습니다."

"의원도 아니면서?"

"의원 흉내는 안 냅니다. 음식을 정하려는 겁니다."

칼렌은 잠시 서 있었다. 그러다 의자에 앉았다. 앉는 순간 왼팔을 탁자 아래로 숨겼다.

"어제 드신 것부터요."

"고기. 술. 콩을 기름에 지진 것."

"그 뒤에 팔이 더 아팠습니까?"

"왜. 독한 걸 더 먹지 말라고?"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칼렌의 턱이 굳었다.

"독한 걸 먹으면 잠깐은 잊혀."

"잠깐 뒤에는요?"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소매 아래로 숨긴 왼손이 탁자 모서리를 세게 쥐었다. 나무가 작게 삐걱거렸다.

미라가 장부를 덮었다.

"칼렌. 오늘 여긴 손님한테 괜찮다고 거짓말 안 해요."

"내가 거짓말해 달랬나?"

"그럼 이 사람이 묻는 말에 대답해요."

칼렌은 미라를 보고 웃지도 못했다. 그는 허리 가방을 풀어 작은 천주머니를 탁자 위에 놓았다.

"마른 고기다. 이건 멀쩡해. 한동안 내가 들고 다녔으니 냄새도 알아."

도윤은 주머니를 열었다. 고기는 단단했고 소금 냄새가 셌다. 오래된 기름 냄새는 있었지만 시큼한 냄새는 없었다. 손톱으로 조금 찢어 단면을 봤다. 검은 점도 없었다.

"이걸 넣어도 독한 스튜는 안 됩니다."

"그럼 뭘 내겠다는 거지?"

"맑은 국물입니다."

드로가 코웃음을 쳤다.

"기사 양반한테 물을 팔겠다는군."

도윤은 그 말을 받지 않았다. 안전한 뿌리채소 바구니에서 가장 단단한 것 두 개를 꺼냈다. 껍질을 넉넉히 벗기고 끝부분은 더 크게 잘라 냈다.

미라가 가까이 와 낮게 말했다.

"그만큼 잘라 내면 남는 게 없어요."

"끝에서 떫은 냄새가 납니다."

"그 냄새가 다시 나면?"

"안 냅니다."

그 말은 자신감이 아니라 기준이었다. 미라는 잠깐 도윤의 손을 보다가 주방 문가로 물러났다.

도윤은 뿌리채소 조각을 끓는 물에 넣었다. 첫 물은 금세 탁해졌다. 그는 고기 한 점도 넣지 않은 채 물을 따라 냈다.

"그걸 버려?"

칼렌이 물었다.

"첫 물에 떫은 냄새가 많습니다."

두 번째 물에서도 냄새가 남았다. 도윤은 뿌리채소를 건져 다시 헹궜다. 드로가 고개를 저었지만 미라는 손님 쪽을 향해 말했다.

"오늘은 냄새 걷는 날이에요. 기다릴 사람만 기다려요."

"그럼 점심 장사는?"

"정오 전에 문을 뺏길지도 모르는데 점심까지 걱정해요?"

그 말에 홀은 조용해졌다. 미라는 바로 덧붙였다.

"그래도 지금 먹을 건 제대로 내요."

도윤은 세 번째 물을 올렸다. 이번에는 뿌리채소가 끓기 시작한 뒤에도 물을 버리지 않았다. 마른 고기는 손가락 한 마디만큼 찢어 마지막에 넣었다.

기름은 한 방울도 두르지 않았다. 알곡도 넣지 않았다. 칼렌의 팔이 뜨거워지는 동안 배를 채우는 음식을 밀어 넣을 생각은 없었다.

국물은 맑았다. 고기 냄새는 옅었고 뿌리채소의 단내가 뒤늦게 올라왔다.

도윤이 냄비 앞에서 냄새를 맡는 동안 문턱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붉은 끈을 손가락에 감은 심부름꾼이었다.

"아직도 손님을 받나."

미라가 앞으로 나섰다.

"정오 전까지라고 했죠."

"그래. 그때 다시 오지. 안에 든 것까지 값을 치를 준비나 해 둬."

그의 눈이 봉인 항아리와 새 물통 사이를 훑었다. 도윤은 물통 앞에 몸을 조금 옮겼다.

심부름꾼은 피식 웃고 돌아섰다. 붉은 끈 끝이 문밖 바람에 흔들렸다.

미라는 한동안 문을 보다가 도윤에게 말했다.

"한 그릇 팔아서 달라지는 건 없어요."

"압니다."

"그런데도 할 거예요?"

도윤은 국물을 작은 그릇에 반만 담았다.

"이 사람한테는 이게 먼저입니다."

칼렌이 그릇을 내려다봤다.

"스튜는 아니군."

"아닙니다."

"맛도 약하겠지."

"약합니다."

"참 솔직해."

"먹기 전에 거짓말하면 다음엔 못 묻습니다."

칼렌은 그릇을 들었다. 김이 검은 문양 쪽으로 흘렀다. 그는 첫 모금을 마시고 바로 표정을 찌푸렸다.

"싱겁군."

"지금은 그게 맞습니다."

"맞는지는 누가 정하지?"

도윤은 타이머를 꺼내 탁자 한쪽에 놓았다.

"먹고 나서 몸이 정합니다. 열이 더 오르거나 손이 굳으면 멈춥니다."

칼렌은 두 번째 모금을 마셨다. 세 번째에는 그릇을 내려놓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

도윤은 시간을 확인했다. 일 분도 지나지 않았다. 그는 왼팔을 보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칼렌의 오른손이 탁자 모서리를 쥔 힘을 봤다.

조금 전보다 손마디가 덜 하얬다.

"팔은요?"

"여전히 아프다."

"다른 건요?"

칼렌은 한참 뒤 소매 끝을 조금 걷었다. 검은 문양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붉게 달아올랐던 가장자리가 조금 옅어져 있었다.

"타는 것 같은 건 덜해."

도윤은 노트에 적었다.

칼렌 루크. 기름진 음식 뒤 왼팔 열감과 찌르는 통증. 맑은 국물 반 그릇 후 열감 약화. 완화만 확인.

칼렌이 노트를 내려다봤다.

"내 팔을 장부에 올리는 건가?"

"다음에 같은 걸 먹어도 되는지 보려면 필요합니다. 싫으면 이름은 지우겠습니다."

"지우지 마."

칼렌은 남은 국물을 천천히 비웠다. 마지막 한 모금을 넘긴 뒤에야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

미라는 빈 그릇을 받아 들었다.

"다음엔 그릇도 안 깨고 돌려줘요."

"다음에도 받아 주겠다는 뜻인가?"

"돈부터 내면요."

칼렌은 동전 세 개를 꺼내 탁자에 놓았다. 국 한 그릇 값으로는 많아 보였다.

미라가 그중 하나를 밀어 돌려줬다.

"물통 든 값까지 받을 생각 없어요."

"그럼 다음 그릇 값을 미리 낸 걸로 해."

"다음 메뉴는 약속 못 해요."

"독한 스튜만 아니면 된다."

칼렌은 일어서다 말고 우물에서 가져온 종이 조각을 봤다.

"그 푸른 흙 말이다. 새벽 무렵 동쪽 시장 쪽으로 빠지는 수레에도 묻어 있더군. 짐칸은 천으로 덮여 있었어."

"무슨 짐인지 봤습니까?"

"보진 못했다. 보는 버릇이 없어서."

칼렌은 자기 팔을 한 번 내려다봤다.

"오늘부터는 조금 보지."

그가 문을 나간 뒤 미라는 동전을 장부 옆에 올려 두었다. 한참 세어 보다가 짧게 말했다.

"장작값에는 모자라요."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 사람은 다시 오겠네."

도윤은 대답하지 않고 우물 침전이 든 종이를 꺼냈다. 봉인 항아리 옆에는 놓지 않았다. 먹이지 않은 재료와 아직 모르는 흙을 같은 증거로 묶고 싶지 않았다.

그는 빈 유리병을 찾아 종이를 넣고 입구를 천 조각으로 막았다. 미라가 그것을 보며 물었다.

"그것도 봉인해요?"

"보관입니다. 봉인은 먹이면 안 되는 것에만 씁니다."

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정정하지 않았다.

도윤은 노트 아래에 한 줄을 더 적었다.

파란 흙. 우물 도르래와 양동이 바닥. 동쪽 시장 수레길과 유사. 물의 원인인지 운반 흔적인지 미확정.

정오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동쪽 시장을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주방 밖에서는 새 물로 헹군 그릇을 달라는 손님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붉은 끈 심부름꾼도 돌아올 시간이었다.

도윤은 노트를 덮고 새 물통의 뚜껑을 닫았다.

"시장에는 아직 못 갑니다."

미라가 장부를 펼쳤다.

"그럼 여기서 정오를 막아야지."

도윤은 화덕에 남은 장작을 세었다.

"일단 물부터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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