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인공의 호위기사로 취직했습니다

6화: 바퀴가 멈추는 문 앞
동쪽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올 무렵 에린 자작가의 정문에는 긴장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로잘린은 철문 안쪽에 세워 둔 나무 기둥을 한 번 더 확인했다. 마차가 돌진하면 바퀴가 가장 먼저 닿을 위치였다. 정문 양옆의 경비 둘은 창을 세웠고 베른은 안쪽 걸쇠 옆에 서서 바깥 길을 노려보고 있었다.
“첫 번째 선이 무너지면 뒤로 물러납니다. 누구도 문밖으로 뛰어나가지 마십시오.”
로잘린이 경비들에게 말했다.
“상대가 칼을 뽑기 전에는 창끝을 사람에게 겨누지 말고 마차의 말과 바퀴를 막으십시오. 칼을 뽑으면 손목을 노립니다.”
마르센은 굳은 얼굴로 방문 기록 장부를 품에 안았다.
“정말 기사들이 달려들까요? 공작가가 황실 자선회 호송이라는 이름을 걸었습니다. 섣불리 충돌하면 우리 쪽이 황실 행사를 방해한 것으로 기록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록이 필요합니다. 도착 시각과 인원 그리고 무장을 전부 적으십시오.”
로잘린은 정문 밖의 길을 바라보았다.
“공식 집행관이 있다면 신분과 명령서를 확인합니다. 없다면 이건 황실 호송이 아니라 공작가의 사적 행렬입니다.”
계단 위에서 클라라가 내려왔다. 옅은 색 외투를 걸쳤지만 얼굴에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로잘린이 지정한 철문 안쪽의 안전선 앞에서 멈췄다.
“영애님께서는 현관 안에 계셔야 합니다.”
“저도 여기 있겠습니다.”
클라라가 안전선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제가 숨어 있으면 공작은 누군가가 제 말을 대신한다고 주장할 거예요. 제 목소리를 직접 들려주고 싶어요.”
로잘린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철문에서 다섯 걸음 뒤를 지키십시오. 제가 물러나라고 하면 즉시 물러납니다.”
“네.”
“그리고 두려우면 말씀하십시오. 두려움을 숨기는 건 방어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클라라는 손을 꼭 쥐었다.
“두려워요. 그래도 제 의사를 말하겠습니다.”
그 순간 망루에서 나팔이 울렸다.
베른이 몸을 돌렸다.
“검은 마차 네 대. 뒤에 기마 기사 여섯. 선두에 황실 문양이 아니라 체스터 사자 문장이 걸려 있다!”
로잘린은 검집의 위치를 확인했다. 마르센은 장부를 펼쳤다. 클라라는 안전선 안에 발을 고정했다.
잠시 후 거대한 마차 행렬이 정문 앞에서 멈췄다. 바퀴가 돌길의 자갈을 밀어내며 낮은 소리를 냈다. 가운데 마차에서 에드윈 드 체스터가 내렸다.
그의 뒤에는 황실 색 띠를 두른 공식 집행관이나 자선회 서기관 대신 검은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줄지어 섰다.
에드윈은 정문을 올려다보며 미소 지었다.
“아침부터 성문을 닫아 두셨군요. 황실 자선회 호송을 맞이하는 태도로는 지나치게 엄격합니다.”
“방문 목적과 인원을 말씀하십시오.”
마르센이 장부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공작가의 마차 네 대와 기사 여섯 명입니다. 황실 집행관과 자선회 공식 서기관은 동행했습니까?”
에드윈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자선회 준비 위원회의 요청으로 움직이는 행렬입니다. 그런 절차까지 따질 일은 아니지요. 클라라 영애를 황실 별관의 사전 간담회로 모시러 왔습니다.”
“정식 칙허장과 영애님의 수락 서명을 제시해 주십시오.”
로잘린이 말했다.
“제시하지 못한다면 호송이 아니라 사적 방문으로 기록하겠습니다.”
에드윈은 그녀를 보며 웃었다.
“그대가 그 기록을 믿고 날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황실 자선회를 방해했다는 이름은 이 작은 자작가가 감당하기 어려울 텐데.”
“황실 행사를 방해하는 건 공식 명령 없이 무장 병력을 데리고 남의 저택에 들어오는 쪽입니다.”
로잘린은 철문 너머의 마차를 살폈다.
“게다가 방금 공작께서는 황실 별관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뒤쪽 마차의 행선지 표에는 체스터 별관이 적혀 있습니다.”
마르센의 시선이 곧장 마지막 마차로 향했다. 검은 천 아래로 묶인 목패가 흔들리고 있었다. 거기에는 황실 별관이 아닌 체스터 공작가 별관의 약식 표식이 새겨져 있었다.
클라라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
“저를 먼저 공작가로 데려가려 하셨군요.”
“간담회 장소가 바뀌었을 뿐입니다.”
에드윈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대가 낯선 장소를 불편해할까 봐 익숙한 곳을 준비했지요.”
“저는 체스터 별관으로 가지 않겠습니다.”
클라라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철문 밖까지 분명하게 닿았다.
“황실 별관에도 가지 않겠습니다. 저는 이 방문을 거절합니다.”
에드윈의 표정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클라라. 그대는 지금 겁을 먹고 있습니다. 저 기사에게 무슨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니에요.”
클라라가 말을 끊었다.
“이건 제가 결정한 겁니다. 저는 공작님을 따라가지 않겠습니다.”
로잘린의 손가락이 검집 위에서 멈췄다. 클라라는 더 이상 등 뒤에 숨은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이 세운 선을 자신의 목소리로 지키고 있었다.
에드윈은 한동안 클라라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는 걱정하는 사람의 온기 대신 손에 넣지 못한 물건을 계산하는 냉정함이 깔려 있었다.
“거절은 나중에 하셔도 됩니다. 일단 마차에 오르시지요.”
그가 손을 들었다.
“문을 열어라.”
체스터 기사 두 명이 앞으로 나섰다. 그들은 철문에 걸린 사슬을 향해 쇠망치를 들었다.
“정지하십시오.”
로잘린이 외쳤다.
기사는 멈추지 않았다. 첫 번째 망치가 철문을 내려치자 굉음이 정문을 뒤흔들었다.
클라라가 숨을 삼켰다. 로잘린은 그녀와 철문 사이로 몸을 옮겼다.
“베른 경. 두 번째 선 준비.”
“준비됐다.”
두 번째 타격이 이어졌다. 걸쇠가 흔들렸고 나무 기둥이 돌바닥을 긁었다.
로잘린은 문이 열리는 순간을 기다렸다. 세 번째 타격에 사슬 하나가 끊어졌다. 철문이 안쪽으로 밀려들자 선두 기사가 발을 들이밀었다.
“클라라 폰 에린 영애를 공작가 보호 아래 이송한다!”
“영애의 동의가 없습니다.”
로잘린은 그의 손목을 비틀어 문틀에 눌렀다. 기사의 손에서 검이 반쯤 빠져나왔다. 그녀는 검자루를 팔꿈치로 쳐서 검을 땅에 떨어뜨린 뒤 무릎으로 그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기사가 신음하며 주저앉았다.
뒤따르던 기사가 창을 내밀었다. 베른의 방패가 창끝을 비껴냈고 경비 둘이 철문을 밀어 선두와 후미를 갈라놓았다.
“칼을 내려놓으십시오!”
마르센이 외쳤다.
그러나 두 번째 기사는 오히려 문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그의 시선이 클라라에게 향했다. 손이 뻗어 클라라의 팔을 잡으려는 순간 로잘린의 단검이 그의 장갑과 소매 사이에 박혔다.
칼날은 살을 베지 않고 천만 꿰뚫었다. 기사의 손이 철문에 고정됐다.
“계약상 영애의 거절이 있는 자리에서 신체 접촉을 차단할 권한을 부여받았습니다.”
로잘린이 낮게 말했다.
“다음 손은 장갑으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에드윈이 차갑게 웃었다.
“감히 공작가 기사를 묶어 두고 협박하는군요.”
“무장 침입자를 제압하는 중입니다.”
로잘린은 기사의 팔에서 단검을 뽑아 베른에게 건넸다.
“무기를 봉인하고 인원을 기록하십시오.”
그때 클라라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로잘린은 손을 들어 그녀를 막으려 했지만 클라라는 안전선 밖으로 나가지 않은 채 에드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공작님. 기사들에게 물러나라고 명령하십시오.”
에드윈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대는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건 그대를 위한 보호입니다.”
“보호라면 제 거절을 들으셔야 합니다.”
클라라의 목소리가 조금씩 단단해졌다.
“제 동의 없이 마차를 보내고 문을 부수고 제 팔을 잡는 일은 보호가 아닙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다시 거절합니다. 체스터 공작가의 호송에 동행하지 않겠습니다.”
정문 안쪽에 있던 하인들의 시선이 클라라에게 모였다. 그녀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마르센은 장부에 빠르게 문장을 적었다.
“오전 여섯 시 십칠 분. 체스터 공작가 기사 두 명이 허가 없이 철문을 파손하고 진입을 시도함. 영애가 명시적으로 동행을 거부함.”
“집사!”
에드윈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 기록은 에린 자작가를 불법 방해의 책임자로 만들 겁니다.”
“그렇다면 공작가의 무장 행렬과 강제 탑승 명령도 함께 기록하겠습니다.”
마르센은 떨리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누가 먼저 법을 어겼는지는 문서가 판단할 일입니다.”
에드윈은 대답 대신 손을 내렸다. 체스터 기사들이 쓰러진 동료를 부축하며 뒤로 물러났다. 철문은 망가졌지만 끝내 열리지 않았다.
에드윈은 품에서 접힌 양피지를 꺼냈다. 붉은 밀랍에는 황실 자선회 준비 위원회의 문장이 찍혀 있었다.
“좋습니다. 오늘은 그대의 고집을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정식 문서가 도착하면 거절할 수 없을 겁니다.”
그는 양피지를 철문 안쪽으로 던졌다. 종이는 돌바닥에 미끄러져 로잘린의 발끝에서 멈췄다.
로잘린이 허리를 굽혀 집어 들었다. 문서에는 클라라를 자선회 명예 위원이 아니라 ‘후원 귀족의 보호 아래 있는 협력 대상’으로 분류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클라라가 그 문장을 읽고 입술을 깨물었다.
“저를 사람으로 부르지 않는군요.”
“그대가 스스로를 지킬 수 없으니 보호가 필요한 겁니다.”
에드윈이 말했다.
“황실 집행관을 대동하고 다시 오겠습니다. 그때도 이 기사가 문을 막을 수 있는지 지켜보지요.”
로잘린은 양피지를 접지 않고 눈앞에 펼쳤다. 문서 하단의 작은 문장이 시야에 걸렸다.
‘보호 대상은 후견인의 지시에 따라 지정 장소로 이동한다.’
그 표현은 이상하게 익숙했다. 오래전 아스타 가문의 내부 문서에서 보았던 강제 보호 조항과 문장 구조가 같았다.
로잘린은 무의식중에 코트 안쪽의 신분패를 움켜쥐었다.
에드윈이 그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또 아스타 쪽의 버릇이 나오는군요.”
로잘린의 시선이 그에게 꽂혔다.
에드윈은 미소를 되찾은 채 마차로 돌아섰다.
“다음에는 그대의 이름부터 확인하겠습니다.”
마차 행렬이 돌길을 빠져나갈 때까지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바퀴 자국은 깊었고 철문 사슬은 끊어져 있었다. 그러나 클라라는 끝내 그 바퀴에 올라타지 않았다.
로잘린은 양피지를 마르센에게 건넸다.
“이 문서는 봉인해서 보관하십시오. 그리고 오늘 본 사람 모두에게 증언을 받아 두십시오.”
“로잘린.”
클라라가 조용히 불렀다.
“저는 괜찮아요. 무서웠지만 제 입으로 거절할 수 있었어요.”
로잘린은 클라라의 손목을 확인했다. 닿지 않았는데도 손끝이 차갑게 굳어 있었다.
“잘하셨습니다. 오늘 영애께서 지킨 건 저택의 문만이 아닙니다.”
“제 권리도 지킨 거죠?”
“그렇습니다.”
클라라는 끊어진 사슬을 바라보았다.
“그럼 다음에도 제 목소리로 말할게요.”
로잘린은 대답하지 못하고 문서 하단을 다시 내려다보았다.
아스타의 옛 표현을 알고 있는 사람. 아스타의 검술을 알아본 사람. 그리고 클라라를 보호 대상이라는 이름으로 묶으려는 사람.
에드윈 드 체스터가 단순히 원작의 집착남이라는 사실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연결이 있었다.
로잘린은 코트 안쪽의 신분패를 놓지 않았다.
다음에는 자신의 이름이 문 앞에 도착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