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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수의 마지막 말을 듣는 헌터3화

괴수의 마지막 말을 듣는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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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살아 있는 마지막 말

문이 열릴 때 던전의 공기가 한꺼번에 빠져나왔다. 태오는 귀를 막았지만 충격파가 몸을 밀었다. 세라는 벽을 잡았고, 진목은 보호대 속 새끼 괴수를 감싸 안았다. 문틈에는 사람의 손이 걸려 있었다. 손등에 헌터 등록 문신이 희미하게 보였다.

“최건우 씨!” 세라가 외쳤다.

손이 움직였다. 안쪽에서 대답은 없었다. 태오는 문을 더 열지 말라고 했다. 내부 압력이 안정되지 않았다. 진목은 산소 측정값을 읽었고, 사람 하나가 버틸 수 있는 수치라고 확인했다. 문 안에는 폐쇄된 작은 방과, 벽에 기대 앉은 남자가 있었다. 건우는 살아 있었지만 몸이 마르고 손에는 괴수의 피가 묻어 있었다.

재민이 먼저 들어가려 했다. 태오는 그의 길을 막았다. “왜 최건우 이름을 지웠습니까?”

“그가 사라졌으니까.”

“괴수한테 쫓긴 게 아니라, 여기에 가둔 거잖아.”

재민은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던전 균열이 닫히면 건우가 돌아올 수 없다고 판단했고, 구조대를 부르기보다 문을 봉쇄했다. 건우는 그 안에서 살아남았다. 재민은 그 사실을 숨기고, 공략 성과를 유지했다. 실종 헌터가 돌아오면 길드의 지휘 판단이 조사받을 테니, 기록을 삭제한 것이다.

세라는 재민을 즉시 체포하겠다고 하지 않았다. 먼저 건우를 안전하게 빼내야 했다. 진목은 문틀을 고정하고, 태오는 방 안쪽에 산소 호스를 연결했다. 건우는 호스를 거부하며 목소리를 냈다. “저 괴수들을 죽이지 마.”

“왜?” 진목이 물었다.

“그들이 길을 열어 줬어. 문 앞을 지키고 있던 건 괴수가 아니라, 길드가 설치한 추적 장치야.”

그 말과 동시에 던전 깊은 곳에서 울음이 터졌다. 새끼 괴수가 진목의 보호대에서 몸을 뒤틀었다. 태오는 문을 닫으려 했지만, 건우가 손으로 막았다. 괴수가 죽기 전에 또 말을 남기면 누군가 다칠 수 있었다.

재민은 길드 통신기로 지원을 요청했다. 응답은 “표본 확보 완료 시 구조 가능”이라는 말뿐이었다. 그는 통신기를 끄려다 세라에게 빼앗겼다. 세라는 길드가 괴수 생포와 건우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 확인하려고 통화 내용을 저장했다. 재민은 지금은 그가 먼저 건우를 꺼내야 한다고 말했다. 세라는 그에게 구조를 맡기지 않았다.

던전 안에서 거대한 괴수가 나타났다. 푸른 가루가 갈기처럼 몸을 덮고 있었다. 진목은 그 개체가 추적 분말에 반응해 이곳까지 온 것이라고 했다. 괴수는 태오를 향해 달려들지 않고, 문과 재민 사이를 가로막았다. 태오는 검을 들었다. 마지막 말을 듣는 능력을 다시 쓰면 귀가 더 나빠질 수 있었다. 그는 괴수의 공격을 피하면서 칼을 내려놓지 않으려 했다.

세라는 섬광탄을 던졌고, 진목은 포획 장치를 풀어 괴수의 발목을 묶었다. 장치는 오래 버티지 못했다. 태오는 괴수의 눈을 바라봤다. 괴수는 입을 열었다. “밖의 사람을 먼저.”

태오는 검을 거뒀다. 그는 괴수에게 다가가지 않고 문을 향해 뛰었다. 재민은 건우를 들쳐 업으려 했지만, 건우는 그의 어깨를 밀어냈다. “나를 옮길 때마다 내 이름을 지웠잖아.”

재민은 손을 거뒀다. 세라가 건우에게 선택지를 설명했다. 혼자 걸어 나가거나, 들것에 실릴 수 있었다. 건우는 들것을 택했다. 재민은 그가 몸을 옮길 수 있게 문을 잡았다. 그 행동만으로 과거가 용서되지는 않았다.

새끼 괴수는 포획 장치에서 풀려나 성체를 향해 달려갔다. 진목은 괴수들을 공격하지 말라고 외쳤다. 태오는 그들을 지나 안전 통로를 열었다. 괴수들은 문 밖으로 나가지 않고, 던전 깊은 쪽으로 후퇴했다. 그 뒤 벽에서 새 균열이 열렸다. 균열은 길드가 설치한 봉쇄벽을 안쪽에서 밀어냈다.

구조팀은 건우와 함께 던전 밖으로 나왔다. 세라는 길드의 기록 삭제와 생포 계약을 협회에 보고했다. 재민은 저항하지 않고 장비를 내려놓았다. 그가 체포되는 동안 태오는 귀의 출혈을 막으려 손수건을 눌렀다. 한쪽 귀에서 소리는 희미했지만, 자신의 숨소리는 들렸다.

건우는 구급차에 실리기 전 태오의 손을 잡았다. “그 괴수들이 마지막으로 뭐라고 했어?”

“밖의 사람을 먼저.”

“그 말은 나한테 한 게 아니야.” 건우는 던전 쪽을 바라봤다. “그들은 밖에 누가 있는지 알고 있었어.”

태오는 새로운 균열을 보았다. 지도에는 없던 길이 또 열려 있었다. 그는 검을 내려놓고 구조팀에 던전 생태 조사 요청을 보냈다. 괴수를 더 죽이지 않고도 막을 방법을 찾기로 했다.

그날 밤, 죽은 괴수의 마지막 말이 다시 귓가에 돌아왔다.

“여덟 번째 문은 안쪽이 아니라, 네 안에 있다.”

태오는 검을 바닥에 내려놓고 양손을 보였다. 괴수는 그들을 공격하지 않았지만, 던전 출구와 문 사이에 버티고 서 있었다. 그는 괴수의 움직임을 따라 천천히 옆으로 물러났다. “밖의 사람을 먼저”라는 말이 사람만 뜻하는지, 새끼 괴수와 진목까지 포함하는지 알 수 없었다. 태오는 새끼가 안전 통로로 빠져나가도록 보호대를 열었다.

새끼가 한 발을 내딛자 성체 괴수는 으르렁거렸다. 진목은 가만히 무릎을 꿇고 손바닥을 땅에 붙였다. 그는 먹이를 던지지 않았다. 괴수는 냄새를 확인하고, 몸을 낮췄다. 마침내 새끼가 다가왔다. 그 순간 뒤편의 봉쇄벽이 터졌다. 길드가 설치한 추적 장치가 균열 에너지를 모아 폭발한 것이다. 파편이 진목의 어깨를 스쳤고, 세라는 그를 끌어냈다.

태오는 소리의 방향을 잃었다. 귀 안의 잔향이 실제 포효와 섞여, 괴수가 자신을 부르는 듯 들렸다. 그는 한쪽 귀를 막고 다른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진목이 이름을 불렀지만, 목소리는 물속처럼 멀었다. 태오는 검을 놓고 몸을 돌려 출구를 찾았다. 능력 없이도 길을 찾아야 했다. 바닥의 발자국, 벽의 분말, 바람의 흐름을 따라 그는 안전 통로를 발견했다.

재민은 건우를 부축하며 가장 앞에 섰다. 건우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혼자 걷겠다고 했지만 다리가 풀렸다. 재민은 사과하지 않고 그를 받쳤다. “네가 나를 용서하지 않아도, 지금은 나가야 해.” 건우는 대답 없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들은 함께 문을 지나갔다.

세라는 구조팀에게 길드의 포획 장치와 추적 분말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현장 지휘권은 잠정 중지됐고, 재민은 조사 대상이 됐다. 그는 자기 귀환석을 세라에게 넘겼다. 도망치지 않겠다는 뜻인지, 더는 지휘할 수 없다는 인정인지 알 수 없었다. 세라는 장치를 봉인했다.

던전 바깥의 의료진이 건우를 들것에 옮겼다. 그는 태오의 손에 작은 금속 조각을 쥐여 줬다. 조각에는 여덟 개의 문 표시가 새겨져 있었다. “문은 하나가 아니야. 길드가 만든 문은 네 개뿐이야.”

태오는 그 문장을 기억하려 애쓰지 않았다. 대신 금속을 증거 봉투에 넣었다. 그는 능력의 후유증으로 왼쪽 귀의 소리가 반쯤 사라진 것을 느꼈다. 세라는 그의 부상 기록을 남기고 치료를 권했다. 태오는 듣지 못한 부분을 감추지 않았다.

진목은 괴수 표본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살아 있는 개체의 발자국과 추적 분말의 이동 경로를 기록했다. 그는 괴수를 죽이지 않고도 던전의 위협을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태오는 다음 번엔 마지막 말을 듣기 전에 행동을 살피겠다고 답했다.

구급차 문이 닫힐 때, 던전 벽에서 낮은 진동이 한 번 더 울렸다. 태오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세라는 그의 손에 진동 기록기를 쥐여 줬다. 파형에는 짧은 문장처럼 반복되는 여덟 개의 봉우리가 찍혀 있었다.

진목은 화면을 살피다가 얼굴을 굳혔다. “이건 괴수의 신호가 아니야. 누군가 밖에서 문을 열고 있어.”

구조팀은 태오에게 능력을 다시 쓰지 말라고 했다. 그는 동의하고 귀 보호대를 받았다. 세라는 손에 남은 피를 씻었고, 진목은 어깨 상처를 꿰맸다. 재민은 조사 차량으로 옮겨졌다. 그는 태오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건우는 들것에서 눈을 감은 채, 자신을 구한 괴수를 죽이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태오는 앞으로 들리는 마지막 말이 사실인지 먼저 묻지 않기로 했다. 대신 그 말이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다치게 하는지 확인하겠다고 했다. 그의 귀에는 던전 소리가 희미했지만, 금속 조각이 손바닥에서 떨리는 진동은 분명했다. 여덟 개의 봉우리 뒤에 짧은 틈이 하나 더 있었다. 그 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건우는 구급차가 출발하기 전에 태오에게 금속 조각을 맡기며 “이건 문 열쇠가 아니라, 문을 닫아 둔 사람의 번호”라고 말했다. 진목은 조각을 분석하겠다고 했고, 세라는 길드 감찰에 정식 접수했다. 태오는 다음에 그 소리가 들리더라도 칼부터 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구조대는 던전 안에서 길드 표식이 새겨진 추적기를 두 개 더 발견했다. 하나는 문을 바라보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구조 통로를 향했다. 재민이 말한 적 없는 장비들이었다. 세라는 추적기를 봉인하고 조사 대상을 넓혔다. 진목은 새끼 괴수의 붕대를 다시 감아 준 뒤, 안전 구역에 놓아 스스로 이동하게 했다. 새끼는 던전 안으로 돌아가지 않고 구조대 뒤에 웅크렸다.

태오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귀 보호대를 올렸다. 오른쪽은 거의 들리지 않았지만, 왼쪽 귀로 진목의 목소리를 들었다. “다음 문을 열 때는 먼저 누가 안에 있는지 물어.”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목은 표본을 채취하지 않았다. 대신 안전 구역의 문을 열어 두었다. 새끼가 돌아갈지 남을지 스스로 고를 수 있도록, 세라는 사람들을 뒤로 물렸다. 괴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문턱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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