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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패치의 주장3화

마지막 패치의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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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첫 번째 넥서스

마지막 컵 예선 첫 경기는 아침 열 시에 시작했다. 파도선은 대회장에 들어서자마자 좌석 배치를 확인했다. 선수석 뒤에는 운영사 분석팀이 작은 모니터를 세워 두었고, 화면에 경기 리플레이가 지연 없이 비쳤다. 민서는 그 모니터를 한참 바라보다가 헤드셋을 썼다. 도윤은 손목 보호대를 조였다. 세진은 밴픽 순서를 다시 적었다.

“첫 판은 민서가 정글을 열어. 상대가 어제처럼 첫 캠프를 노릴 수도 있어.” 세진이 말했다.

민서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먼저 동선을 고르면 이번에도 상대가 기다릴 거예요. 시작부터 바꿀게요.”

도윤이 물었다. “바꾸는 걸 어디까지 공유할래?”

“경기 전에 다 말할게요. 팀원끼리는 숨길 이유가 없어요.” 민서는 손가락으로 미니맵의 탑 쪽을 짚었다. “정글 캠프를 정상적으로 먹는 척하고, 3레벨에 미드에 안 보여 줄 겁니다. 상대 미드가 내려오면 바텀을 가져가고, 안 내려오면 탑 다이브를 막아요.”

세진은 밴픽 노트의 빈 곳을 가리켰다. “그러면 너는 첫 전령 싸움에서 레벨이 밀릴 수 있어.”

“알아요. 대신 그때는 도윤 선배가 라인을 먼저 밀어 주세요. 제 캠프를 지키려다 미드 웨이브까지 잃지 말고요.”

도윤은 민서가 자신에게 과제를 주는 걸 듣고 웃을 뻔했다. “알겠어. 내가 먼저 움직일게.”

상대 팀 청명은 민서가 자주 쓰는 정글 챔피언을 밴했다. 파도선은 대체 챔피언을 꺼냈다. 도윤은 상대의 돌진형 미드에 맞서 사거리 긴 챔피언을 골랐다. 첫 4분 동안 도윤은 라인을 밀지 않았다. 상대가 스킬을 빼면 한 걸음 앞으로 나가 웨이브를 정리했고, 상대가 강 쪽으로 몸을 돌릴 때마다 위치를 핑으로 찍었다. 민서는 탑 캠프에서 시작해 아래로 내려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3레벨에 강을 건너지 않았다. 벽 뒤에서 잠깐 멈춰 상대 정글의 이동 경로를 들었다.

청명의 정글러가 미드 쪽으로 향했다. 상대 미드도 강을 건너려는 순간이었다. 도윤은 웨이브를 포기하지 않고 상대에게 스킬을 맞혔다. 그의 체력이 절반 아래로 떨어졌지만, 상대 미드는 점멸을 써서 라인을 빠져나갔다. 민서는 그때 바텀 쪽 강가에 나타났다. 청명의 원거리 딜러는 미니언을 밀고 포탑으로 물러났고, 민규와 서포터는 첫 용을 건드렸다.

“강타 남겨. 상대 서폿이 내려와.” 민서가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청명 서포터가 강 입구에 나타났다. 도윤은 미드에서 먼저 귀환하는 척하다가 강가 쪽으로 이동했다. 상대가 용을 빼앗으려고 몸을 던지자 민규는 원거리 딜러에게 공격을 집중했다. 서포터는 적 정글의 진입 경로를 막았다. 민서의 강타가 용을 가져갔다. 첫 싸움에서 킬은 나오지 않았지만 파도선은 용과 미드 웨이브를 함께 챙겼다.

중계진은 민서가 지난 스크림과 다른 동선을 탔다고 말했다. 관전 화면에는 정글 경로가 완벽히 보였다. 민서는 그걸 알고 있었다. 경기 자료는 누구나 볼 수 있었다. 문제는 리플레이가 아니라, 진행 중인 입력이 누군가에게 넘어가는지였다. 그녀는 대기실에서 분석팀 모니터가 경기와 12초 늦게 움직이는 걸 확인했다. 지연이 있다면 지금 당장 상대가 자신의 동선을 읽는 건 불가능했다. 다만 녹화된 입력이 어디에 쓰일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청명은 첫 용을 내준 뒤 탑을 압박했다. 지환은 혼자 포탑 아래에서 세 명을 막았다. 체력이 바닥나기 직전 순간이동을 써서 빠져나왔고, 탑 포탑은 반쯤 부서졌다. 대신 민서는 반대편 전령을 얻었다. 도윤은 “탑은 지환이 버텨. 전령은 미드에 풀자”고 말했다. 청명은 지환을 잡으러 한 명을 더 올렸고, 그 사이 민규가 바텀 포탑 방패를 가져갔다. 경기 시간이 14분을 넘겼을 때 골드 차는 파도선이 1천 앞섰다.

청명 미드는 두 번째 대형 오브젝트가 나오기 전에 도윤의 점멸을 빼려 했다. 도윤은 일부러 강 가까이에 서서 상대를 끌어들였다. 민서는 반대편 벽 뒤에 숨어 있었다. 청명의 정글러가 도윤에게 돌진하자, 도윤은 뒤로 물러나며 스킬을 피했다. 민서가 상대 정글의 퇴로에 덫을 깔고, 지환은 탑에서 순간이동으로 합류했다. 청명은 싸움을 포기하고 빠졌다. 파도선은 대형 오브젝트를 쳤지만, 청명 원딜이 먼 거리에서 공격을 넣어 체력을 절반 가까이 깎았다.

민규가 말했다. “계속 치면 뺏길 수 있어.”

도윤은 오브젝트에서 손을 뗐다. “우리가 기다리면 저쪽이 들어와. 입구를 잡자.”

민서는 오브젝트를 치는 척 한 번 더 스킬을 썼다. 청명 정글러가 강타를 준비하며 벽을 넘었다. 민규는 그 순간 궁극기를 날려 상대 원딜을 밀어냈고, 지환은 앞에서 적 미드의 진입을 막았다. 도윤은 상대 정글러에게 스킬을 모두 쓰지 않았다. 그가 강타 사거리 안에 들어오는 순간, 민서가 한 발 먼저 움직여 발을 묶었다. 도윤은 남겨 둔 속박을 맞혔다. 청명 정글러가 쓰러지고 오브젝트는 파도선의 것이 됐다.

“이번엔 누구 동선도 안 뺏겼네.” 민규가 웃었다.

도윤은 웃지 않았다. “아직 끝난 거 아니야. 미드 2차까지 밀고 집 가.”

세 번째 용이 뜨기 전, 청명은 바텀 포탑 아래에서 민규를 끊으려 했다. 서포터가 먼저 사거리 안으로 들어오자 민규는 뒤로 빠졌지만, 상대 원딜의 추격 화살에 맞아 체력이 크게 깎였다. 지환은 탑 웨이브를 밀던 중 순간이동을 쓰려다 멈췄다. “지금 가면 포탑을 내줘.”

도윤은 2초 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민규를 살리려면 자신의 점멸과 궁극기를 써야 했고, 그러면 다음 오브젝트 싸움에 진입기가 없었다. “민규, 뒤로 빠질 수 있어?”

“한 번 더 맞으면 못 나가.”

도윤은 미드 웨이브를 포기하고 달려갔다. 상대 서포터의 속박을 대신 맞아 민규에게 퇴로를 열었지만, 그 대가로 점멸을 썼다. 청명은 용을 가져갔고 팀 간 골드는 다시 비슷해졌다. 민규는 대기실 음성으로 “살려 줘서 고맙다”고 했다. 도윤은 다음 싸움에서 진입을 맡지 못할 거라고 솔직히 말했다. 지환이 탑 압박을 맡고, 민서가 먼저 들어가는 조합으로 바꾸기로 했다. 파도선은 용 하나를 잃은 대신 다음 싸움의 순서를 새로 정했다.
마지막 한타에서 청명은 포탑 앞에 다섯 명을 모았다. 파도선은 정면으로 들어가면 원거리 딜러의 궁을 맞을 거리였다. 도윤은 먼저 진입하지 않고, 지환에게 탑 쪽 시야를 맡겼다. 민서는 정글 벽을 타고 돌아 뒤를 잡았다. 청명이 먼저 스킬을 쏟자 도윤은 그제야 들어갔다. 민규의 공격이 상대 서포터를 쓰러뜨렸고, 지환은 도망치는 미드를 막았다. 넥서스가 깨질 때 31분, 최종 점수는 12대 8이었다. 파도선이 예선 첫 승을 거뒀다.

경기석에서 내려온 민서는 대기실 모니터를 다시 확인했다. 분석 화면의 지연은 그대로 12초였다. 그녀는 예선 경기 입력이 수집되고 있다는 점을 알고도 공개 범위에 동의한 상태였다. 하지만 계약서에는 보관 기간이 없었다. 세진은 선수들에게 그 사실을 감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운영사 설명회에 우리 셋이 같이 가자. 내가 외주에서 본 자료와 제안서도 가져갈게.”

민서가 물었다. “코치님은 외주 계정의 접근 기록을 확인했어요?”

세진은 휴대전화 화면을 켰다. “계정은 내 이름으로 발급됐어. 그런데 내가 마지막으로 로그인한 건 3주 전이고, 그 뒤에 누가 접속했는지는 운영사에 요청했어. 오늘 오전 답이 왔는데, 접근 기록 일부가 지워졌대.”

도윤의 표정이 굳었다. “일부가 왜 없어?”

“테스트 기간이 끝난 계정은 자동 정리된다고 해. 내가 승인한 건 맞지만, 정리 시점을 몰랐어.” 세진은 어깨를 내렸다. “그리고 제로라인 제안서에는 운영사 외주사 이름이 있어. 내가 그걸 못 봤어. 선수 둘을 추천하면서 계약 구조를 확인하지 않은 건 내 책임이야.”

민서는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다. “코치님을 믿고 싶어서 묻는 게 아니에요. 우리가 공개할 수 있는 자료를 같이 정하자는 거예요. 제 계정 기록은 제가 가지고 있을게요. 다른 선수 데이터는 빼고요.”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경기 자료도 같이 보자. 외부에 내보내기 전에 우리 다섯 명이 범위를 정하자.”

도윤은 경기 직후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승리 소감을 말하면 데이터 화면에 대한 질문도 따라올 테고, 민서의 동의 범위를 정하기 전에 그녀의 이름이 먼저 알려질 수 있었다. 운영진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낫다”고 했다. 민서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저었다. “제가 말할지 말지 제가 정할게요. 오늘은 안 하겠습니다. 대신 내일 설명회에선 제가 먼저 질문할 거예요.”

세진은 자기 이름으로 된 초청장을 내밀었다. 설명회 참석자 명단에는 외주 분석팀 책임자의 이름도 있었다. 도윤은 초청장을 받아들지 않고 민서에게 먼저 건넸다. “가고 싶으면 같이 가자. 싫으면 자료만 요청하고 나오면 돼.” 민서는 문서를 한 번 읽은 뒤 접었다. “같이 가요. 하지만 제 자리에서 답하는 건 제가 할게요.”
그때 지환의 휴대전화에 신작 팀 제안이 도착했다. 그는 화면을 읽고 잠금 버튼을 눌렀다. “이 조건이면 가고 싶어. 그래도 마지막 컵은 끝까지 뛸게.”

세진은 그를 붙잡지 않았다. 도윤도 남아 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고맙다”고 했다. 지환은 답하지 않고 장비 가방을 들었다. 대기실 문을 열자 청명 선수들이 복도를 지나갔다. 그중 정글러가 민서에게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네 동선은 못 봤어. 그런데 우리 분석 계정에는 파도선 리플레이가 올라와 있더라. 방금 경기 끝나기 전에.”

민서의 손이 가방 손잡이에서 굳었다. 경기는 이겼지만, 마지막 넥서스를 부순 직후부터 새 경기의 데이터가 누군가의 화면에 놓이고 있었다. 도윤은 청명 정글러를 바라봤다. “그 화면, 지금 보여 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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