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략 끝난 던전에 어린이집을 열었습니다

1화: 던전 대기실에 놓인 낮잠이불
장유나는 낮잠이불을 펼치기 전에 봉인선을 확인했다.
아이들이 누울 매트 세 장은 공략 완료 던전의 대기실 벽에 기대 있었다. 바닥은 깨끗했지만, 출입문 안쪽에 먼지가 쌓여 있었다. 던전 관리인 송기범은 이곳이 안정화된 구역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유나는 아이를 들이기 전에 문, 비상 통로, 봉인선을 한 바퀴 돌았다.
“여기까지는 대기실이고, 저 문 너머는 닫혀 있어요.” 기범이 말했다.
“문 잠금은 누가 점검하나요?”
“관리팀이 주마다 확인합니다.”
“마지막 확인은 언제였죠?”
기범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지난달 말이었을 겁니다.”
유나는 관리 동의서에서 어린이집 운영 범위와 던전 관리 범위를 다시 확인했다. 안전문 설치는 임차인이 맡지만, 봉인선과 외부 잠금장치는 관리실 책임이었다. 기범은 문을 열어 보이려 했지만, 유나는 검사 전에는 아이를 안으로 들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준은 바닥에 앉아 블록을 만지작거렸고, 민서는 엄마 뒤에서 이불 더미를 살폈다.
“선생님, 안에 들어가서 놀면 안 돼요?” 민서가 물었다.
“오늘은 문 밖에서 공간을 보고, 내일 확인을 받은 뒤 들어갈 거야.”
“문 안에 괴물이 있어요?”
“그럴 가능성은 낮지만, 선생님은 가능성만 믿고 들어가진 않아. 안전한지 확인할 거야.”
민서는 엄마 손을 놓지 않은 채 문을 바라봤다. 빛이 손바닥에서 잠깐 새어 나왔다. 예나는 딸의 손을 꼭 쥐었지만, 유나는 빛을 끄라고 말하지 않았다. 아이가 불안해하는 순간에 능력까지 감추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유나는 이불을 내려놓지 않았다. 어린이집 첫날을 기다리는 부모들이 복도에 와 있었다. 헌터 김예나는 딸 민서의 손을 잡고 있었고, 민서는 엄마가 곧 레이드로 떠날까 봐 손가락을 놓지 않았다. 조태식은 아들 하준을 안고 다른 손으로 장비 가방을 들었다. 하준은 입구 바닥에 블록을 세 개 늘어놓았다.
“여기서 낮잠 자는 거야?” 하준이 물었다.
“응. 던전 안쪽이 아니라 이 대기실에서.” 유나가 대답했다.
“몬스터 나와?”
“문이 닫혀 있고 봉인선이 정상이라면 나오지 않아. 그래서 우리가 먼저 확인할 거야.”
민서는 봉인선 가까이 가지 않고 유나 옆에 섰다. 손바닥에서 작은 빛이 켜졌다 꺼졌다. 예나는 그 빛을 보고 웃었지만, 민서는 엄마 소매를 더 세게 잡았다.
“엄마 오늘도 늦게 와?”
“교대가 끝나면 바로 올게.”
“어제도 바로 온다고 했어.”
예나는 대답을 못 했다. 레이드가 예상보다 길어져 밤새 돌아오지 못한 적이 있었다. 유나는 보호자 약속을 아이 앞에서 무리하게 확정하지 말자고 했다. 대신 예나가 어느 시간까지 연락할 수 있는지, 연락이 늦으면 누구에게 물어볼지 정하자고 제안했다.
예나는 휴대전화를 꺼내 동료 보호자 번호를 적었다. “오늘은 교대가 바뀌면 문자로 알릴게. 내가 못 오면 이모가 데리러 올 거야.”
민서는 이모 얼굴을 알고 있었다. 그제야 손을 조금 풀었다. 유나는 인계 카드에 이름과 사진, 대리 보호자 관계를 적었다. 민서는 카드에 자기 이름을 그림으로 썼다. 글씨가 삐뚤었지만, 그녀가 누가 데리러 오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대기실을 어린이집으로 바꾸는 일은 가구를 들이는 것부터 시작했다. 벽 한쪽에는 낮잠이불을 놓고, 반대쪽에는 낮은 책장과 블록 바구니를 두기로 했다. 비상문 앞 2미터는 비워야 했다. 출입문에는 아이들이 손대지 않도록 낮은 안전문을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기범은 바닥에 작은 선을 긋고 공간을 나눴다. “놀이 구역은 여기까지입니다. 저 선 바깥은 시설 점검 때만 들어가요.”
하준은 선을 보고 블록을 그 안쪽에 놓았다. 그는 놀이에 몰입하면 물건을 문 앞에 쌓는 버릇이 있었다. 태식은 아이에게 그걸 하지 말라고 여러 번 말했지만, 하준은 블록으로 길을 만드는 게 좋다고 했다.
“그럼 길을 어디에 만들 수 있을까?” 유나가 물었다.
하준은 바닥을 둘러보다 책장 옆의 낮은 매트를 골랐다. 유나는 블록 길을 만들기 전에 비상문은 길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준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규칙을 이해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기범이 공구 상자를 들고 안전문을 설치하려고 할 때, 유나는 먼저 봉인선 상태를 다시 확인해 달라고 했다. 기범은 “안정화 판정이 났다”며 공구 상자를 내려놓지 않았다. 유나는 어린이집 운영 허가가 안전 점검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주었다. 계약서에는 출입문과 봉인선을 개원 전에 재검사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이 구역은 이미 비어 있습니다.” 기범이 말했다.
“비어 있다는 것과 오늘도 안전하다는 건 달라요.”
기범은 불쾌한 듯 입술을 다물었다. 그는 관리실에 연락해 검사 담당자를 요청했다. 가장 빠른 방문은 내일 오전이었다. 유나는 이불을 펼치지 않고 대기실 복도에서 부모들과 기다리기로 했다.
예나는 자신의 레이드 출발 시각이 다가오자 초조해졌다. 맡길 곳이 없으면 팀에 아이를 데리고 가야 했다. 태식은 하준을 데리고 예나에게 자기 팀의 휴게실을 쓸 수 있다고 제안했다. 예나는 신세 지기 싫다고 사양했지만, 태식은 교대 때마다 서로 맡아 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제가 오늘 하준이를 봐 드릴게요. 다음번에 예나 씨가 민서를 받아 주면 돼요.”
“아직 서로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지금 같이 규칙을 만드는 거죠.”
유나는 부모들이 정한 제안을 인계 카드에 추가했다. 대리 보호자는 사전에 등록해야 했고, 교대가 바뀌면 문자로 알려야 했다. 한 사람이 모든 돌봄을 떠안지 않도록 주간표도 만들었다.
하경이라는 간호사가 임시 응급 담당으로 와서 아이들의 알레르기와 비상 연락처를 확인했다. 민서는 빛이 깜박일 때 손이 차가워진다고 말했다. 하경은 빛을 더 내보라고 요구하지 않고, 민서가 원하면 그림으로 그려 달라고 했다. 민서는 노란 점 하나를 그렸다.
유나는 그 그림을 능력 기록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민서가 그린 낮잠방의 불빛”이라고 적었다. 아이의 표현은 검사 결과가 아니었다.
기범은 관리실과 통화한 뒤, 마지막 점검일이 한 달 반 전이라는 걸 확인했다. 그는 처음 말한 날짜가 틀렸다고 인정했다. 그동안 안정화 대기실은 창고로만 쓰였고, 출입문은 한 번도 열지 않았다. 봉인선 주변을 사람이 다니지 않으니 점검을 미룬 것이다.
“어차피 공실이라 괜찮을 줄 알았어요.”
“이제 아이들이 매일 들어오면 달라져요.” 유나가 말했다.
기범은 내일 점검이 올 때까지 대기실을 닫겠다고 했다. 부모들은 걱정했지만, 유나는 오늘 개원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알렸다. 예나는 팀에 출발 시간을 늦춰 달라고 요청했다. 태식은 하준을 데리고 휴게실로 갔다. 민서는 엄마와 헤어지며 다시 손을 잡으려 했지만, 예나는 약속된 이모 연락처를 보여 주었다.
“내가 못 오면 이모가 와. 그리고 선생님이 여기서 기다릴 거야.”
민서는 손을 놓았다. 예나는 아이의 머리를 만지고 복도를 떠났다. 문이 닫힌 뒤에도 민서는 울지 않았다. 대신 유나와 낮잠이불을 언제 펼칠 수 있는지 물었다.
“내일 안전 확인을 하고 나서요.”
“그럼 내일도 기다려야 해?”
“응. 기다리지만, 그냥 기다리지는 않을 거야. 우리 공간을 같이 준비할 거야.”
민서는 이불을 벽에 기대 놓고, 그 위에 작은 그림을 올렸다. 하준은 블록을 책장 옆에 모아 두었다. 두 아이는 아직 어린이집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자기들이 지킬 수 있는 규칙을 하나씩 만들었다.
기범은 출입문 잠금 기록을 조회하다가 예기치 않은 로그를 발견했다. 마지막 점검 이후, 새벽 시간에 문이 두 번 열렸다 닫힌 기록이 있었다.
그는 로그를 확대했다. 첫 번째 기록은 13일 전 새벽 1시 12분, 두 번째는 사흘 전 새벽 2시 47분이었다. 문이 열린 시간은 각각 8초와 11초로 짧았다. 출입 카드 번호는 관리실 공용 키였다.
“이 키를 누가 가지고 있습니까?” 유나가 물었다.
“야간 시설팀과 저요. 대여 기록은 확인해야 합니다.”
기범은 자신의 열쇠고리를 확인했다. 공용 키는 거기에 있었지만, 두 번의 야간 출입을 기억하지 못했다. 출입문 바깥 카메라는 공사 중이라 기록이 저장되지 않았다.
유나는 아이들과 부모를 곧장 돌려보내지 않았다. 대신 복도에서 대기하며 응급 대피 경로와 임시 보육 장소를 다시 정했다. 예나는 교대가 늦어질 수 있다는 문자를 받고 얼굴이 굳었다. 태식은 하준을 대신 맡아 줄 보호자에게 연락을 넣었다. 연락망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부모가 혼자 해결하지 않아도 되는 작은 길이 생기기 시작했다.
유나는 기범에게 야간 출입 기록을 보존하고, 잠금장치가 새로 점검될 때까지 대기실을 닫아 달라고 요청했다. 기범은 공실이라 생각해 미뤄 둔 점검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다음날 점검 담당자를 기다리는 동안 문 앞에 직접 서겠다고 했다.
민서는 이불 위에 그린 노란 점을 다시 가리켰다. “내일 여기에 누워도 돼요?”
“문과 봉인선을 확인하고 나면 그때 결정하자.”
“안전하면요?”
“그럼 같이 이불을 펼치자.”
민서는 그림을 접지 않고 손에 들었다. 기다림은 계속됐지만, 이제 자신이 무엇을 기다리는지 알고 있었다. 예나는 딸에게 다시 연락했다. 이번에는 통화음이 두 번 울렸다. 예나는 숨을 멈추고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