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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선언하자 에러가 발생했다3화

이혼을 선언하자 에러가 발생했다

이혼을 선언하자 에러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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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가짜 경련

소식당의 은식기가 아침 햇빛을 받아 차갑게 빛났다.

에밀리아는 식탁 끝자리에 앉아 손목을 덮은 소매를 천천히 폈다. 안쪽에는 어머니의 자줏빛 펜던트가 닿아 있었다. 보석은 차가웠지만 그것을 감싼 손은 이상하게 뜨거웠다.

맞은편의 공작부인은 찻잔을 들고 있었다. 카일은 어머니의 오른편에 앉아 신문을 넘기는 척했다. 베른은 문가에 서 있었고 하녀 둘은 벽을 따라 고개를 숙인 채 대기했다.

누구도 먼저 숟가락을 들지 않았다.

공작부인이 잔을 내려놓은 뒤에야 카일이 신문을 접었다. 하녀 하나가 그제야 수프 뚜껑을 열었다. 이 식탁에서는 작은 기침조차 공작부인의 눈치를 살핀 뒤에 나오는 모양이었다.

“어젯밤의 무례는 생각해 보았겠지.”

에밀리아는 수프에 손도 대지 않은 채 대답했다.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펜던트를 내놓고 사과해라. 가문의 안주인이 소란을 만들었다는 소문이 나기 전에.”

에밀리아는 고개를 들었다.

“제 어머니의 유품을 지킨 일에는 사과할 이유가 없습니다.”

찻잔이 접시 위에서 작은 소리를 냈다.

공작부인의 미소는 얇아졌다.

“그 보석은 이 집에 들어온 순간부터 로젠버그의 물건이다. 네 친정이 남긴 것은 네가 함부로 움켜쥘 수 없어.”

“제 친정의 유품은 제 것입니다. 혼인과 함께 넘겨드린 물건도 아닙니다.”

공작부인의 눈가가 서늘하게 휘었다.

“누가 감히 그런 궤변을 가르쳤느냐.”

카일이 신문을 접었다. 종이 모서리가 그의 손아귀에서 구겨졌다.

“말을 골라. 어머니가 네게 기회를 주고 계시잖아.”

에밀리아는 그의 푸른 눈을 잠깐 바라보았다. 어젯밤보다 차분한 얼굴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위험했다. 카일은 고함치기 전에 이미 결론을 내려 둔 사람이었다.

“기회가 아니라 명령이었습니다.”

공작부인이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베른. 오늘 해가 지기 전 부인을 북쪽 별장으로 보내도록 해라. 며칠 혼자 있으면 제 위치를 알게 되겠지.”

집사가 입을 열기도 전에 에밀리아가 말했다.

“저는 가지 않습니다.”

식당의 공기가 굳었다.

하녀의 손에서 빵 바구니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베른은 고개를 든 채 움직이지 못했다. 공작부인의 지시를 되묻는 것은 이 집에서 허락된 행동이 아니었다.

카일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네가 거절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두려움이 가장 먼저 목을 죄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심장이 먼저 사과를 찾으려 하던 오래된 감각이었다.

그러나 에밀리아는 그 감각이 자기 전부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글자는 그녀가 카일의 명령 앞에서 잠시 멈추도록 만들어졌다고 말했었다.

멈추는 것과 따르는 것은 다르다.

에밀리아는 천천히 숨을 골랐다.

“저는 이혼 청구서를 법원에 제출할 사람입니다. 별장에 갇힐 이유가 없습니다.”

공작부인이 짧게 비웃었다.

“이혼이라니. 네가 누구와 이혼한다는 말이냐.”

“카일 로젠버그 공자와입니다.”

카일의 턱선이 굳었다.

“법원이 네 청구를 받아 줄 것 같나?”

“받아 줄지 여부는 법원이 판단할 일입니다. 공작가가 제 서류를 숨길 일은 아니고요.”

그 말에 베른의 시선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어젯밤 카일의 손에서 구겨진 청구서를 에밀리아가 되찾아 가던 장면을 본 탓일 것이다.

공작부인은 손끝으로 식탁을 두드렸다.

“말만 늘었구나. 네가 이 집의 성을 달고 있는 동안에는 내 허락 없이 문밖을 나설 수 없다.”

“그 허락을 구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에밀리아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공작부인이 날카롭게 손을 들었다.

“앉아라.”

몸이 먼저 반응하려 했다. 무릎이 저릿하게 굳고 손가락이 식탁보를 움켜쥐었다.

그때 시야 위로 푸른 글자가 미세하게 떨렸다.

[관찰 대상 변경: 가능]

에밀리아는 공작부인을 바라보았다.

[개체명: 로젠버그 공작부인]
[분류: 상위 귀족]
[에밀리아에 대한 적대: 71]
[권위: 절대]
[수정 가능 항목 감지]

마지막 줄이 그녀의 숨을 멎게 했다.

‘수정 가능.’

눈앞의 글자는 카일의 상태를 보여 주기만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에밀리아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문구가 권위 아래에서 느리게 깜박였다.

그녀가 망설이며 글자를 눌렀다.

[관찰 기록 누적 조건 충족]
[제한 교정 권한을 임시 부여합니다.]
[경고: 개체의 핵심 속성 변경은 시나리오 안정성을 소모합니다.]
[권장 범위: 표기 오류 1회]

손바닥에 식은땀이 배었다.

사람의 말과 마음에 붙은 글자를 고치는 일. 그것은 펜던트를 붙잡는 일과 달랐다. 잘못 손대면 공작부인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망가질 수 있었다. 어젯밤 잠긴 정보를 보려 했을 때 벽과 천장이 흔들렸다.

이 집이 그녀를 가두는 규칙으로 움직인다고 해도 그녀는 누군가의 삶을 마음대로 고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공작부인은 이미 하녀에게 손짓하고 있었다.

“펜던트부터 가져와라. 손을 잡아도 좋다.”

하녀가 한 걸음 다가왔다. 눈동자는 겁에 질려 있었다. 에밀리아는 그 아이가 악의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명령을 거역할 수 없어서 움직인다는 걸 알았다.

“멈추세요.”

에밀리아의 목소리는 하녀에게 향했지만 하녀는 멈추지 못했다. 공작부인의 시선이 하녀의 등을 밀고 있었다.

카일이 팔짱을 낀 채 말했다.

“괜한 소동 만들지 말고 내놔. 네 물건이든 아니든 이 집 안에서는 어머니 말씀을 따라.”

그 말이 떨어지자 공작부인이 직접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단 치맛자락이 식탁 모서리를 스쳤다.

“이제 네가 배워야 할 것은 하나뿐이야. 이 집에서 내 말보다 앞서는 것은 없다는 사실이지.”

푸른 창 속의 단어가 선명해졌다.

[권위: 절대]

에밀리아는 그 단어를 오래 바라보았다.

‘절대’를 지우면 무엇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다. 공작부인이 가진 것을 전부 빼앗는 일일 수도 있다. 카일의 상태창에서 본 숫자처럼 사람을 설명하는 일부를 마음대로 꺾는 일이 될 수도 있었다.

그녀는 사람을 바꾸고 싶지 않았다.

다만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그 명령에 작은 흠집 하나를 내고 싶었다.

에밀리아는 손끝으로 마지막 글자 뒤를 건드렸다.

[권위?: 절대]

[오타 교정 적용]

순간 공작부인의 손이 펜던트 바로 앞에서 멎었다.

그녀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 숟가락이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챙그랑.

날카로운 소리에 하녀들이 움찔했다.

공작부인은 한 발을 옮기려다 휘청거렸다. 마치 방금까지 아무 의심 없이 딛고 있던 바닥이 갑자기 비스듬해진 듯했다. 그녀는 식탁 끝을 붙들었지만 손끝은 제 뜻대로 힘을 주지 못하고 떨렸다.

“마님!”

베른이 한 걸음 나섰다.

공작부인은 그의 도움을 뿌리치려 했다. 평소라면 그 손짓 하나로 모두를 물러나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팔이 허공에서 어색하게 흔들렸고 명령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물러… 물러나. 내가….”

목소리가 끊겼다.

하녀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누구도 펜던트를 빼앗으려 움직이지 못했다. 방금 전까지 공작부인의 말은 벽과 사람 사이를 막힘없이 지나갔는데 이제는 식탁 위에서 길을 잃은 것 같았다.

[핵심 속성 표기 오류 감지]
[시나리오 안정성 -2%]
[보정 절차 준비 중]

푸른 창 아래로 붉은 실금이 번졌다. 창문 바깥의 분수가 한 박자 늦게 물줄기를 뿜었다가 다시 멈칫했다.

에밀리아는 즉시 창을 닫았다.

공작부인이 쓰러지는 모습을 즐길 마음은 없었다. 그녀가 바란 것은 펜던트를 빼앗기지 않는 것이었다. 목덜미를 움켜쥔 손이 사라진 자리에 처음으로 숨이 들어온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의사를 부르세요.”

카일이 어머니를 의자에 앉힌 뒤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에는 걱정보다 의심이 먼저 떠올라 있었다.

“네가 무슨 짓을 했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알려 주십시오.”

“뻔뻔하게 굴지 마.”

그가 성큼 다가오자 에밀리아는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카일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움츠러들던 몸은 여전히 그를 경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발뒤꿈치를 바닥에 붙였다.

“공작부인께서 편찮으신 일과 제 유품은 별개입니다. 그리고 저는 사과하지 않겠습니다.”

“어머니가 이 꼴인데도 이혼 타령이야?”

“공작부인께서 저를 별장에 가두려 한 일도 별개가 아닙니다.”

카일의 입술이 일그러졌다.

“네가 법원에 가기 전에 내가 막을 거다.”

“그럼 막아 보십시오.”

에밀리아는 펜던트 위에 손을 얹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저는 제 이름으로 청구서를 제출하겠습니다. 베른 경도 들으셨을 겁니다.”

집사는 잠시 침묵했다. 그는 공작부인의 창백한 얼굴과 카일의 분노를 차례로 보았다.

“부인께서 그렇게 말씀하신 것은 들었습니다.”

아주 조심스러운 대답이었다. 그 한마디가 에밀리아에게 편을 들어 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 집의 하인들도 들은 것을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

공작부인이 떨리는 손으로 카일의 소매를 붙들었다.

“카일. 저 아이를….”

끝내 이어지지 못한 말이 식당 안에 남았다.

에밀리아는 더 기다리지 않았다. 이곳에 남아 있으면 누군가의 불안과 분노가 다시 자신에게 닿을 것이다.

그녀가 식당 문을 향해 돌아섰을 때 붉은 글자가 공작부인의 머리 위로 번졌다.

[시나리오 보정 대상]

공작부인은 그 문구를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카일은 그녀의 어깨를 붙들고 에밀리아를 노려봤다.

이어 에밀리아의 시야에는 더 차가운 창이 떠올랐다.

[메인 NPC 이탈 감지]
[복귀 요청 생성 중]
[응답 거부 시 무결성 저하가 가속될 수 있습니다.]

에밀리아는 문고리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이 집은 분명 그녀가 고개를 숙이기를 원했다. 공작부인의 입을 빌리든 카일의 손을 빌리든 보이지 않는 글자를 빌리든.

그러나 방금 보았다. 그 요구에도 흠집을 낼 수 있었다.

대신 그 흠집이 세상에 어떤 값을 치르게 할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에밀리아는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등 뒤에서 카일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다음에 떠오를 요구는 읽기만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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