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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신교의 수석 소믈리에23화

천마신교의 수석 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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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향으로 쫓는 범인

북문 검문소에 회수된 병 네 개가 나란히 놓였다.

준영은 병을 열지 않은 채 천을 걷었다. 병마다 붉은 글씨가 번져 있었고 바닥에는 마른 흙이 붙어 있었다. 젖은 나무 상자는 그 옆에 놓였지만 뚜껑은 열지 않았다.

순찰대주가 말했다.

"남은 네 병은 마차에서 찾았습니다. 달무리 주막 셋에 넘어간 여덟 병은 사람을 보내 회수 중입니다. 먼저 병을 깨면 안 됩니까?"

"깨면 술은 없애도 길은 잃습니다. 피해자에게 들어간 것과 아직 들어가지 않은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준영은 병 밑동의 흙을 작은 종이 위에 털었다. 붉은 흙에는 검은 알갱이가 섞여 있었다. 물 한 방울을 떨어뜨리자 붉은 색이 먼저 풀렸고 검은 알갱이는 바닥에 남았다.

그는 은침으로 알갱이를 눌렀다.

"철가루입니다. 남쪽 포도밭 흙이라면 이만큼 검게 남지 않습니다. 폐광에서 광석을 씻은 물이 굳은 흙에 가깝습니다."

설아가 병의 마개를 바라보았다.

"북문 서쪽에 폐광 운송로가 있습니다. 지금은 광석이 끊겨 거의 쓰지 않지만 수레가 지나갈 길은 남아 있습니다."

"수레가 그 길을 지나왔다고 바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준영은 나무 상자 바닥에 묻은 기름을 천에 살짝 찍었다. 들기름처럼 미끄럽지 않았다. 쇠를 오래 문지른 뒤 남는 차가운 냄새가 나고 점도가 높았다.

"이건 식용 기름이 아닙니다. 오래된 수레 축을 보호하는 기름입니다. 바퀴가 두 번 꺾인 자리라면 돌이나 문턱에 반드시 남습니다."

문칠이 출입표를 펼쳤다.

"지난밤 북문으로 들어온 덮개 수레는 다섯 대입니다. 세 대는 곡식이고 한 대는 장작입니다. 마지막 한 대는 적재물 없이 들어왔다가 새벽에 나갔습니다."

"적재물 없이 나간 게 아니라 비운 겁니다."

준영은 삼각 인장이 번진 상자를 보았다.

"인장은 제조자의 이름이 아닙니다. 세 갈래로 나눠 옮길 물건이라는 표시일 수 있습니다. 상자 안의 병을 세 곳에 나눴다면 수레가 비었어도 흙과 기름은 남습니다."

순찰대주가 고개를 저었다.

"이름 없는 수레 하나를 쫓느라 주막을 계속 막아 둘 수는 없습니다. 백성들은 신교가 술을 숨긴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래서 회수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가짜라는 말만 퍼뜨리지 말고 병을 마신 사람을 치료하고 남은 병을 거둔다는 말을 함께 전하십시오."

설아는 순찰대주에게 손짓했다.

"주막에는 회수령과 치료 지원을 함께 알리세요. 병을 깨뜨리거나 마시지 못하게 하되 판매자와 피해자를 같은 죄인으로 묶지는 마십시오."

순찰대주가 나가자 준영은 네 병과 상자를 서로 다른 천으로 감쌌다. 병마다 흙의 양과 기름 냄새를 따로 적었다.

준영은 젖은 흙이 남은 병을 따로 표시했다.

"먼저 폐광 운송로를 확인하겠습니다."

설아는 칼자루를 눌러 잡았다.

"호위는 내가 합니다. 대신 범인을 잡았다고 판단하기 전에는 이름을 부르지 마세요."

"이름보다 냄새를 먼저 부르겠습니다."

북문을 나서자 비가 그친 흙길 위로 수레 자국이 길게 이어졌다.

서쪽으로 백 걸음쯤 가자 한쪽 바퀴가 돌을 깊게 긁은 자국과 쇠 냄새가 나타났다.

"여기서 축이 한 번 걸렸습니다."

"수레가 무거웠다는 뜻인가요?"

"네 병만으로는 이 흔적이 나지 않습니다. 나무 상자나 물통을 함께 실었을 겁니다."

자국은 옛 광석 운송로로 들어갔다. 길 양옆에는 붉은 흙이 낮게 쌓여 있었고 비탈 아래에는 물이 고인 웅덩이가 있었다. 준영은 웅덩이 가장자리의 검은 막을 살폈다.

"축기름이 물에 씻겼습니다. 어젯밤 비를 맞은 뒤에도 냄새가 남아 있습니다. 수레는 이 길을 지나 폐광 세척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설아가 앞을 가리켰다.

폐광 세척장은 문짝이 반쯤 떨어진 채 방치되어 있었다. 안쪽에서는 젖은 천 냄새가 났다.

준영이 문을 열려는 순간 설아의 검이 앞으로 나왔다.

문틈에서 불꽃이 튀었다.

화살이 아니라 짧은 쇠못이었다. 쇠못은 문틀을 뚫고 맞은편 돌벽에 박혔다.

"누가 안에 있습니다."

설아가 몸을 낮추고 안으로 들어갔다. 준영은 뒤따르지 않고 바닥을 보았다. 먼지가 한쪽으로 밀려 있었다. 사람 하나가 방금 뛰쳐나간 흔적이었다.

"뒤쪽 수로입니다."

그는 젖은 천 조각을 집었다. 천에서는 정제 청련근 물의 맑은 풀 향이 났다. 천 가장자리에는 모래가 들러붙어 있었다.

"준영! 불이 붙었습니다!"

준영은 문 안으로 몸을 낮춰 들어갔다. 세척장 가운데에는 얕은 항아리와 찢긴 장부가 놓여 있었다. 항아리 안쪽에서는 붉은 불길이 낮게 타고 있었다. 적염마근 가루와 술 찌꺼기가 섞인 불이었다.

불길 위로 차가운 흰 김이 함께 피어났다. 흑한초 찌꺼기가 남은 물통이 곁에서 끓고 있었다.

"물을 붓지 마세요."

설아가 멈췄다.

"그럼 어떻게 끕니까?"

"젖은 모래를 가장자리부터 덮으세요. 중앙을 누르면 냉기가 튑니다."

준영은 뜨거운 곳과 차가운 곳을 피하며 불길의 바깥부터 모래를 쌓았다. 설아는 검집으로 흩어진 불씨를 밀어 모래 안에 가뒀다.

설아가 장부 조각을 주워 들었다.

"여기 글자가 있습니다. 곽 전주?"

준영은 장부를 보았다. 글자는 절반이 타 있었지만 다음 줄에 숫자와 함께 ‘곽 전주에게 넘김’이라는 말이 남아 있었다. 그 아래에는 운송패 번호 세 자리가 찍혀 있었다.

문밖에서 발소리가 났다.

설아가 곧장 뛰쳐나갔다. 준영은 장부를 품에 넣지 않고 돌판 위에 올려 두었다. 불에 탄 종이를 접으면 남은 글자가 떨어질 수 있었다.

밖에서 쇠붙이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이어 짧은 신음이 들렸다.

설아가 한 사내의 팔을 꺾은 채 끌고 들어왔다. 사내의 소매에는 붉은 흙이 묻었고 허리에는 빈 병 세 개를 매달고 있었다.

"이 사람은 수로에서 도망치려 했습니다."

사내가 이를 악물었다.

"나는 병을 운반했을 뿐이오. 누가 만들었는지 모릅니다."

준영은 사내의 손을 보았다. 손톱 사이에 벌림 대수나무 가루가 박혀 있었다. 손목에는 정제수로 천을 적신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마개를 직접 갈았군요."

"마개만 손봤소. 병을 열지는 않았소."

"그럼 왜 불을 붙였습니까?"

"장부를 태우라 했소. 이름은 몰라도 되오. 돈만 받으면 된다고 했소."

설아가 그를 벽에 밀어 붙였다.

"누가 시켰지?"

"곽 전주요. 나도 그 사람을 직접 본 건 두 번뿐이오. 폐쇄 창고에 술이 있고 그걸 북문 수레에 실으라 했소."

"곽 전주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사내가 입을 다물었다.

설아가 그의 손목을 조금 더 비틀었다. 준영은 고개를 저었다.

"부러뜨리지 마세요. 이 손이 마지막으로 병을 만진 위치를 말해 줄 겁니다."

사내의 얼굴에 공포가 번졌다.

"폐쇄된 백화전 병입 창고입니다. 오래전에 문을 닫은 곳이오. 곽 전주는 거기서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해가 기울기 전까지 시간이 많지 않았다.

폐쇄 창고는 백화전 뒤편의 낮은 비탈에 있었다. 예전 병입대가 있던 곳이라지만 문에는 새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자물쇠 표면에는 검은 축기름이 얇게 묻어 있었다.

설아가 칼끝으로 자물쇠를 끊었다.

안쪽에서는 술이 아니라 젖은 나무와 사람의 오래된 땀 냄새가 났다.

준영이 한 걸음 들어서자 어둠 속에서 병이 굴러왔다. 그는 발끝으로 병을 멈췄다. 빈 병이었다. 병목에는 진짜 백화전 병입대에서 쓰는 모래 자국이 남아 있었다.

창고 안쪽에서 불길이 솟았다.

허리가 굽은 사내가 장부 묶음을 불 속에 던지고 있었다. 그의 소매에는 희미하게 남은 백화전 전주용 붉은 띠가 보였다.

"곽노."

설아가 이름을 불렀다.

사내의 손이 멈췄다.

곽노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얼굴은 늙었고 볼은 꺼져 있었지만 손가락에는 술독을 오래 만진 굳은살이 남아 있었다.

"이제 와서 전주의 이름을 기억하는군."

"그 이름을 팔아서 사람을 죽였습니까?"

준영이 물었다.

곽노의 눈이 네 병과 손목이 묶인 운반 사내를 차례로 보았다. 그는 칼을 들지 않았다. 대신 불 속에 남은 장부를 한 번 더 발로 밀었다.

"죽이려고 만든 술이 아니오. 취하게 만들려고 만든 술이지."

"적염마근과 흑한초를 한 병 안에서 부딪치게 했습니다. 그건 술이 아니라 사람의 기맥을 찢는 약입니다."

"내가 그 배합을 정한 건 아니오."

곽노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준영은 그의 손을 보았다. 손톱 아래의 가루는 운반 사내와 같았고 옷자락에는 정제 청련근 물 냄새가 배어 있었다.

"하지만 병을 씻고 마개를 맞춘 건 당신입니다."

곽노는 대답하지 않았다.

창고 한쪽에는 세척용 물통과 마개를 자르는 칼, 삼각 표식이 찍힌 적염마근 포대가 놓여 있었다. 황 주방장의 인장은 없었다.

준영은 포대를 열지 않고 겉면만 살폈다.

"이 정도 물량을 혼자 들여올 수는 없습니다. 누가 운송패를 줬습니까?"

곽노의 입술이 떨렸다.

"나는 가족이 굶어 죽는 걸 보고 있을 수 없었소. 백화전에서 쫓겨난 뒤 빚만 남았고 누군가 비법과 물품 규격을 넘기면 돈을 주겠다고 했소."

"누군가가 누구입니까?"

"얼굴을 본 적은 없소. 대장로 측 운송패를 가진 사람이 물건을 가져왔소. 나는 그 패가 진짜 권한인지 확인할 위치도 아니었소."

설아의 눈빛이 굳었다.

"혁련광이 시켰다는 말인가?"

"그분의 명령을 들은 적은 없습니다. 수하가 그분의 권한을 빌린 것인지 도용한 것인지 나도 모르오."

곽노가 불 속에서 반쯤 탄 금속패를 꺼냈다. 패의 가장자리에는 장로회 물류선을 뜻하는 두 줄이 있었고 가운데에는 세모가 새겨져 있었다. 이름은 없었다.

준영은 패를 바로 받지 않았다.

"먼저 돌판 위에 놓으세요. 손 냄새가 섞이면 안 됩니다."

곽노가 패를 내려놓았다.

"그걸로 내 목을 베겠지."

"아닙니다. 당신은 피해자 치료와 가짜 술 회수에 협조해야 합니다. 죽은 사람의 가족에게 무엇을 먹였고 어떤 병을 회수해야 하는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입니다."

"나를 살려 두면 신교의 수치가 됩니다."

"수치는 이미 사람이 죽은 순간 생겼습니다. 당신을 죽인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설아가 준영을 보았다.

"곽노를 넘기겠습니다. 다만 장부와 금속패는 따로 보관해야 합니다. 한곳에 두면 한 번에 사라질 수 있어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준영은 불탄 장부와 금속패를 각각 다른 봉인함에 넣었다. 곽노의 병입 도구는 세 번째 함에 넣었다. 운반 사내의 손에 묻은 마개 가루는 천으로 털어 따로 묶었다.

곽노가 낮게 말했다.

"삼각 표식은 세 갈래를 뜻하오. 북문으로 간 건 첫 번째 길이었소. 나머지 하나는 장로회 쪽 물류선으로 이어졌고 마지막 길은 내가 모릅니다."

준영은 창고 바닥의 기름 자국을 바라보았다.

가짜 빙화주는 북문에서 끝나지 않았다.

곽노를 잡은 손 안에도 아직 마른 대수나무 냄새가 남아 있었다. 그 냄새는 창고 바깥의 어둠까지 이어졌지만 시음당의 봉인병과 같은 손이 남긴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준영은 봉인함의 뚜껑을 닫았다.

"다음 수레가 출발하기 전에 장로회 물류선을 확인해야 합니다."

설아가 칼을 거두었다.

"그때까지 진짜 빙화주는 건드리지 않습니다."

"네. 범인을 잡았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병은 더 위험해집니다."

창고 밖으로 어둠이 내려왔다.

준영은 곽노를 바라보았다. 사람의 손으로 만든 가짜 술은 향으로 쫓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향을 안쪽으로 들여보낸 손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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