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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주선의 유령 승객3화

심우주선의 유령 승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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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30번 좌석을 열지 않는 법

항법실 경고가 식당까지 울렸다. 파편 지대 진입까지 2시간 40분. 다은은 자동항법을 끄려 했지만, 수동 조종 장치가 잠겨 있었다. 누군가 항로 명령을 봉인 좌석의 회선에 연결해 두었다. 그 회선은 이미 절단돼 있어야 했다.

준은 봉인 좌석의 격벽을 두드렸다. “안에 있는 사람, 다친 곳이 있습니까?”

대답은 오지 않았다. 대신 조리실에서 냄비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재한이 남은 식량을 옮기다 손을 다쳤다. 피가 손등을 타고 흘렀다. 준은 거즈를 가져왔지만 재한은 붕대를 받지 않았다. “문을 열면 배가 감압될 수 있어.”

“문을 안 열어도 배가 파편 지대로 가고 있어요.” 다은이 항법실에서 외쳤다.

준은 조리실의 보조 전원을 살려 수동 레버를 만들었다. 통신선을 직접 건드리지 않고, 좌석 구획의 회선을 분리할 수 있는 임시 우회 장치였다. 하지만 레버를 당기면 식당의 환기구가 닫히고, 내부 공기가 줄어든다. 세 사람은 7분 안에 신호를 확인하고 나와야 했다.

재한은 자신이 들어가겠다고 했다. 그는 사고 때 누군가를 두고 온 사람이라며, 이번에는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은은 그가 문 안에 들어가면 현재 승객들의 안전이 더 위험해진다고 반대했다. 준은 문을 열지 않고 회선을 읽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다은은 구형 수신기를 만들고, 재한은 배선도를 기억해 연결부를 찾았다.

준은 수신기 전원을 자기 조리용 가열판에서 가져왔다. 가열판은 식량 보존용 온도 조절에도 연결돼 있었다. 전원을 빼면 냉동 식품 일부가 녹기 시작한다. 그는 오늘 남은 식재료를 모두 조리실로 옮겼다. 내일 메뉴를 포기하는 대신 현재의 식량을 지키기로 했다. 그 손실은 배급표에 기록했다.

회선에 수신기를 연결하자 잡음 사이로 약한 맥박이 잡혔다. 사람의 생체 신호인지 장비의 반복 진동인지 알 수 없었다. 준은 따뜻한 그릇을 통풍구 앞에 놓았다. 레몬 보리죽의 냄새가 퍼졌다. 잠시 뒤 그릇이 안쪽으로 끌려갔다. 이번에는 빈 그릇이 돌아오지 않았다.

다은이 항로 화면을 읽었다. 신호는 좌석에서 온 게 아니라, 사고 구역의 폐쇄된 구조 캡슐에서 반사되고 있었다. 노마는 30년 전 그 캡슐을 버리고 떠났다. 캡슐이 여전히 작동한다면, 내부 생존자는 있을 수 있었다. 다만 생체 신호는 자동항법 장치의 신호와 섞여 있었다.

“지아가 그 사람을 구해 캡슐에 넣었을 수 있어.” 재한이 말했다.

“그럼 왜 배로 데려오지 않았어요?” 준이 물었다.

재한은 답하지 못했다. 그는 산소 배분표에서 누나의 이름을 지우는 대신, 구조 대상의 이름을 지웠다. 한 사람을 구하면 나머지 승객의 생존 시간이 줄어들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지아는 그 판단에 반대했고, 격벽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 구조는 중단됐다. 재한은 명령을 따랐고, 누구도 그녀가 무엇을 했는지 다시 묻지 않았다.

다은은 사고 구역을 향해 항로를 꺾으면 파편 지대에 걸릴 수 있다고 계산했다. 우회하려면 수송선의 연료를 12퍼센트 써야 하고, 목적지 도착은 사흘 늦어진다. 승객들은 도착 지연을 감수할지 투표해야 했다. 준은 식당 방송을 켜고, 30년 전 기록의 공백과 현재의 신호를 알렸다. 모든 승객이 동의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한 승객은 산소 약속이 늦어지는 게 두렵다고 말했다. 다른 승객은 자신의 어머니가 사고 때 명단에서 사라졌다고 했다. 다은은 사람들에게 가능한 위험을 숨기지 않았다. 구조 캡슐이 비어 있을 수도 있고, 항로 변경이 실패하면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침묵이 길어졌다. 결국 절반이 찬성하고, 나머지는 기권했다. 규정상 항로 변경은 보류해야 했다.

준은 재한에게 물었다. “당신은 그때 누구 몫을 결정했죠?”

재한은 다친 손을 쥐었다. “모두의 몫이라고 생각했어.”

“이번에는 한 사람의 몫을 남겨요.”

재한은 자신의 개인 연료 할당을 항로 변경에 내놓았다. 그 선택으로 선내 냉동 구역의 예비 전력은 줄어든다. 그는 승무원에게 책임을 넘기지 않고 자신의 몫을 포기했다. 다은은 그 연료로 최소한의 우회 경로를 계산했다. 전체 승객 투표는 과반에 미치지 못했지만, 구조에 반대했던 승객 중 네 명이 자원자로 나섰다. 배의 위험을 나눠 지기로 한 것이다.

항로가 조금씩 바뀌었다. 봉인 좌석은 열리지 않았다. 대신 수신기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는 구조 캡슐 30. 백지아가 나를 살려 보냈다. 나는 아직 살아 있다.” 그 뒤로 짧은 숨과 함께 캡슐 번호가 반복됐다.

준은 조리표의 뒷면에서 누나의 서명을 찾아냈다. ‘유진, 알레르기 없음. 따뜻한 물은 천천히.’ 승객 명단에는 그 이름이 없었지만, 조리 기록에는 있었다. 재한은 마침내 30년 전 지운 이름을 소리 내어 읽었다.

“유진.”

구조 캡슐의 신호가 응답했다. 다은은 노마의 항로를 캡슐에 맞췄다. 구조까지는 7시간. 준은 주방에 남은 재료를 세어 유진을 위한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레몬은 한 조각뿐이었다. 그는 얇게 잘라 죽에 넣었다.

식당의 봉인 좌석에서 다시 숟가락 소리가 났다. 빈자리는 그대로였지만, 이번엔 아무도 그릇을 치우지 않았다. 항로 화면에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

‘캡슐 안에 한 사람 더 있습니다.’

한 시간이 흘렀다. 다은은 항로를 유지한 채 신호의 위치를 좁혔고, 준은 식당에 남은 음식을 나눠 담았다. 식당이 술렁이는 사이, 다은의 손이 항법 콘솔에서 멈췄다. “신호가 둘이에요. 하나는 캡슐에서, 하나는 좌석 회선에서 나와요.” 두 신호의 박자는 달랐다. 캡슐 신호는 두 번 울리고 길게 쉬었다. 좌석 회선은 일정한 간격으로 한 번씩 울렸다. 준은 냄비 뚜껑을 엎어 그 리듬을 두드렸다. 식당에 있던 승객 몇 명이 무심코 같은 박자로 숟가락을 움직였다. 사고 뒤 30년 동안 배 안에 남아 있던 자동 응답 신호였다.

다은이 회선의 원인을 찾는 동안 노마는 캡슐과의 거리를 좁혔다. 남은 시간이 6시간으로 내려갔다. 캡슐의 바깥쪽 산소통은 비어 있었고, 구조 팔을 펼치면 선체 한쪽이 파편 흐름에 노출될 수 있었다. 기계 팔을 조종할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재한은 에어록으로 가려고 했지만 준이 그의 길을 막았다.

“당신 손으로 이번 일을 갚으려 하지 마요.”

재한은 붕대 감긴 손을 내려다봤다. “내가 명단에서 이름을 지웠어.”

“그래서 지금도 당신이 모두 대신 결정하면, 그때와 똑같아져요.” 준은 식당의 배급 화면을 켰다. 승객들은 자기 몫을 줄여 구조 팔의 예비 전력을 내놓을지 선택해야 했다. 다은은 전력 부족 때 캡슐 문을 한 번만 당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린 승객이 먼저 손을 들었다. “저는 다음 주 생일 케이크를 포기할게요.” 다른 사람들은 말없이 자기 몫을 눌렀다. 재한은 마지막으로 버튼을 눌렀다. 그의 몫은 이미 항로 변경에 쓰여 회색으로 잠겨 있었다.

구조 팔은 천천히 뻗었다. 다은은 한쪽 눈을 감고 미세한 회전을 조정했다. 준은 통신 스피커 옆에서 뜨거운 물을 보온통에 담았다. 선체가 한 번 크게 흔들렸다. 팔 끝이 캡슐의 고리에 걸렸지만, 충격으로 고리가 금속성 비명을 내며 휘었다. 경보가 터졌다. 재한은 수동 브레이크를 잡고 몸을 실었다. 그의 다친 손에서 피가 다시 번졌다.

“놓으면 팔이 선체에 박혀요!” 다은이 소리쳤다.

재한은 이를 악물었다. “준, 문을 열어!”

준은 문 옆의 잠금판을 확인했다. 안쪽 생존자의 의식이 확인되지 않으면 자동 개방은 안 됐다. 그는 캡슐 벽에 온도 센서를 붙이고, 죽을 데우던 가열판의 전선을 뜯어 임시 전류를 흘렸다. 식당 전체 조명이 꺼졌다. 센서에 약한 체온이 떴다. 준은 그릇을 캡슐 외벽에 대고 누나가 쓰던 신호, 두 번 두드리고 쉬는 리듬을 쳤다.

잠시 뒤 안에서 세 번의 두드림이 돌아왔다. 재한이 브레이크를 풀었다. 구조 팔이 캡슐을 에어록까지 끌어당겼고, 다은은 파편 흐름을 아슬아슬하게 비켜 선체를 돌렸다. 캡슐 문이 열리자 한 노인이 산소 마스크를 쓴 채 쓰러졌다. 그는 이름을 말하기 전에 준의 손에 든 보온통을 붙잡았다.

“지아가… 이 냄새를 알려 줬어요.”

캡슐 안에는 유진이 있었다. 보호복의 표찰에는 이름만 남아 있었고, 성별과 나이는 얼어붙은 화면에서 읽을 수 없었다. 생체 신호는 약했지만 분명 살아 있었다. 30년 전 지아는 유진을 수동 동면 장치에 밀어 넣은 뒤, 자신은 다른 탈출정을 향했다고 했다. 준은 누나가 이 배에 남았다고 상상했지만 그 기대는 틀렸다. 구조팀은 유진을 들것에 옮겼다. 준은 따뜻한 보온통을 손에 쥐여 주었고, 재한은 다친 손을 감싸 쥐며 눈을 피했다.

의료 담당자는 유진의 체온을 올리며 상태를 살폈다. 유진은 눈을 뜨자 지아가 사고 현장에서 다른 수송정에 옮겨 탔다고 말했다. 그 뒤의 행방은 자신도 몰랐다. 준은 대답 대신 식당으로 돌아가 배급표에 유진의 이름을 적었다. 다은은 목적지까지 남은 항로를 다시 계산했다. 도착은 닷새 늦어질 예정이었다. 승객들은 자기 몫이 줄어든 식사를 받아들고 각자 자리를 옮겼다. 빈 30번 좌석에는 처음으로 따뜻한 그릇이 놓였다.

재한은 준에게 조리표 원본을 건넸다. “내 서명도 있어. 숨긴 이유까지 함께 공개해.”

“그건 당신이 직접 말해야죠.”

재한은 승객들 앞에 서서 사고 당시 자신이 명단을 고쳤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름을 지운 이유를 변명하지 않았다. 다은은 항로 기록과 함께 그의 진술을 저장했다. 준은 누나의 레시피를 복원할 수 없었지만, 마지막으로 만든 음식이 누구의 몫이었는지는 알게 됐다.

좌석 회선은 캡슐이 비워진 뒤에도 조용해지지 않았다. 다은은 자동 반복 신호의 마지막 프레임에서 발신 시간을 찾아냈다. 오늘의 시각이었다. 잡음 아래에서 누군가 숨을 들이마시고 낮게 말했다. “준아, 다음 정거장에서 기다릴게.” 송신 위치는 노마의 항로 바깥, 오래된 관측소였다. 다은은 좌표를 저장했지만 목적지를 바꾸지 않았다. 아직 그 목소리가 지아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준은 30번 좌석 위에 보온통을 하나 더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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