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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좌들은 방송 중입니다9화

성좌들은 방송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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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원본 화면의 주인

금속 통로에 박힌 카메라들이 한꺼번에 이아린을 향해 돌아갔다. 렌즈마다 붉은 점이 켜지고 발밑의 선이 무대 조명처럼 밝아졌다.

[주연 출연자 이아린 입장 확인]

[첫 장면을 준비합니다.]

유진은 그녀보다 반걸음 뒤에 섰다. 손에 쥔 절단검의 칼날에는 작은 창이 떠 있었다.

[성좌 관측자의 절단검 개방률: 10%]

[후원자 계약 열람권 연결 대기]

“카메라부터 자르지 마세요.”

아린이 먼저 말했다.

“어디에 뭘 보내는지 봐야 해요.”

“첫 장면부터 감독을 하겠다는 거네.”

“주연이 조건을 고를 수 있다면서요.”

유진은 손잡이에서 힘을 뺐다. 그녀가 먼저 카메라를 향해 걸었다.

통로 바닥에서 검은 사각형이 솟아났다. 유진의 이름이 그 위에 새겨지고 그의 발밑으로 얇은 선이 뻗었다.

[보조 출연자 신유진을 위협 개체로 배치합니다.]

[주연의 방어 반응을 촬영합니다.]

천장의 렌즈가 유진의 목덜미를 조준했다. 아린의 손끝이 떨렸다. 그녀는 장막을 펼치는 대신 빈손을 카메라 앞으로 내밀었다.

“동료의 강제 전투 금지. 제가 쓴 조건이에요.”

[해당 장면은 전투가 아닌 반응 측정입니다.]

“위협 개체라는 이름부터 지우세요.”

검은 선이 유진의 신발 앞에서 멈췄다. 잠시 후 같은 안내가 다른 글씨로 나타났다.

[보조 출연자 자극 배치]

“자극이라니. 이름만 바꾼다고 사람이 소품이 되나.”

유진이 절단검의 옆면을 눌렀다. 구르는 은하에게 공유된 계약 문구가 칼날에 떠올랐다. 맞은편 벽의 공개 화면에는 이미 아린이 장막을 펼쳐 유진에게 덤비는 모습이 나왔다. 실제 그녀의 두 손은 여전히 아래에 있었다.

“네 동작이 네 초쯤 빠른데.”

“저건 제가 한 게 아니에요.”

[구르는 은하: 내 계약 열람창에는 아직 반응 측정이 시작되지 않았다. 저 화면은 어디서 나왔지?]

유진이 아린을 보았다. 그녀는 벽 아래 케이블의 진동을 손끝으로 더듬었다. 카메라가 받아 간 현장 신호와 공개 화면으로 나가는 신호가 서로 다른 박자로 뛰고 있었다.

“원본 송출과 임의 편집 금지도 제 조건이에요.”

아린이 렌즈를 똑바로 봤다.

“제 모습을 먼저 만들어 내보낼 거면 출연하지 않겠습니다.”

[공개 송출 보정 중]

“보정이라는 말도 편하네.”

유진은 칼날의 열람창만 벽 화면 옆에 미러링했다. 계약 원문과 공개 영상의 시각 표시가 나란히 떴다. 렌즈 몇 개가 벽을 피했지만 이미 채널에 걸린 비교 화면은 남았다.

통로 위쪽에서 무거운 차폐문이 내려오는 소리가 났다. 아린의 손끝에 닿은 케이블이 갑자기 뜨거워졌다. 벽 모니터 가장자리로 붉은 글씨가 스쳤다.

[지구 측 연결부: 대피 미완료 3]

곧 그 자리를 다른 문장이 덮었다.

[배경 인원: 0]

아린이 유진의 팔을 쳤다.

“세 명. 봤죠?”

“봤어.”

“그러면 이 무대부터 멈춰야 해요.”


아린은 통신 반사 장막을 벽에 얇게 붙였다. 푸른 막에 지구 쪽 폐물류센터의 통로가 비쳤다. 게이트 경고등 아래에서 안전 조끼를 입은 세 사람이 셔터를 밀고 있었다.

조끼 등에는 물류센터 안전 관리 표식이 있었다. 한 사람은 수동 폐쇄 레버를 붙잡았고 다른 사람은 발목을 다친 동료를 부축했다. 검은 게이트가 열린 뒤 통로를 비우러 왔다가 폐쇄선 안에 갇힌 모양이었다.

“저쪽에 있는 사람들까지 잡아 둔 거예요?”

“적어도 나가는 길은 막고 있지.”

유진이 벽면 제어도를 살폈다. 이곳 차폐문과 지구 측 셔터가 하나의 붉은 선으로 묶여 있었다. 안전요원들이 출구로 움직일 때마다 선의 출력이 올라갔다.

아린이 숨을 한 번 고른 뒤 카메라에 말했다.

“지구 측 연결부에 비전투 인원 세 명이 남아 있습니다. 대피를 확인할 때까지 장면 개시를 보류해요.”

[배경 인원은 시민으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안전 조끼에 이름까지 있어요. 분류표에서 지운다고 없어지진 않아요.”

응답은 없었다. 대신 공개 화면이 바뀌었다. 텅 빈 물류센터 통로가 평온한 음악과 함께 흘러나왔다.

아린의 장막 속에서는 사람이 셔터를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원본은 여기 들어오고 있어요.”

그녀는 케이블에서 반사한 신호를 벽 모니터에 붙였다. 유진이 자신의 제한적 권한으로 그 현장 화면을 미러링했다. 두 화면이 나란히 떠오르자 카메라가 일제히 그쪽을 향했다.

[제한적 스트리머 권한: 현장 화면 미러링]

[구르는 은하: 공개 화면에는 아무도 없는데 저기선 사람이 문을 치고 있다. 내 열람 기록에도 대피 완료가 없다.]

셔터가 더 빠르게 내려왔다. 아린은 세 겹 장막의 첫 층으로 이곳 차폐문을 받쳤다. 두 번째 층은 지구 측 제어선에 얹어 셔터의 속도를 늦췄다. 마지막 층으로는 렌즈가 현장 화면을 가리지 못하게 빛을 굴절시켰다.

“길게는 못 버텨요.”

“수동 해제 장치를 찾아볼게.”

“그걸 당기는 건 제가 할게요.”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절단검으로 차폐문을 베면 출연 판정이 전투로 바뀔 수 있었다. 그는 칼날을 집어넣고 벽을 따라 이어진 노란 비상선을 좇았다.

비상선은 카메라 뒤편으로 꺾였다. 유진이 다가가자 렌즈들이 그를 둘러싸며 ‘보조 출연자 전투 대기’ 문구를 띄웠다.

“누가 대기한다고 했어?”

“제가 아닙니다.”

아린이 장막 한 겹을 좁혔다. 렌즈의 시야만 옆 벽으로 미끄러졌다. 유진은 그 틈에 비상선 끝의 노란 손잡이를 찾았다.

손잡이를 당겼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주연 출연자의 선택 필요]

“네 이름으로 잠가 놨네.”

“이쪽으로요.”

아린은 장막을 한 겹 거둬 유진에게 넘겼다. 그녀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문을 받치는 힘이 줄어들자 금속이 낮게 울었다.

유진이 장막의 각도를 유지하는 동안 아린이 손잡이를 붙잡았다. 그녀가 당기자 지구 쪽 셔터가 한 뼘 올라갔다. 안전요원 둘이 다친 사람을 끌어 출구 쪽으로 움직였다.

[대피 완료: 3/3]

“아직이에요.”

아린은 손잡이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공개 화면에는 세 사람이 출구 바깥에서 서로 기대어 있었다. 반면 아린의 장막 안에서는 셔터를 두드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한 명이 안 나왔어요.”

유진이 화면을 다시 봤다. 공개 영상의 시간은 장막에 비친 현장보다 네 초 빨랐다. 나간 사람 둘은 다친 동료가 바로 따라올 줄 알고 밖에서 팔을 뻗고 있었다. 셔터 안쪽에는 아직 안전 조끼가 보였다.

“완료 판정을 먼저 내보냈군.”

“저 문을 다시 열어야 해요.”

아린은 장막의 반사 방향을 셔터 밑으로 낮췄다. 다친 안전요원이 한 손으로 바닥을 짚고 있었다. 내려오는 철판이 그의 조끼 끝을 눌렀다.

아린이 손잡이를 더 깊이 밀었다. 손바닥에 날 선 금속이 파고들었다. 통로 조명은 아린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얼굴 가까이 따라왔다.

[주연의 위기 반응을 우선 촬영합니다.]

“제 얼굴 말고 문을 비춰요.”

아린이 장막을 넓혀 카메라 앞에 셔터의 원본 영상을 세웠다. 렌즈가 그녀에게 돌아올 때마다 현장 화면이 그 시야를 가득 채웠다.

유진은 미러링 창의 위치를 고정했다. 공개 영상에서 세 사람 모두 탈출한 순간과 실제로 한 사람이 갇힌 순간이 한 화면에 걸렸다.

[구르는 은하: 내 계정에 들어온 계약 기록과 공개 판정이 다르다. 지금 보이는 사람은 어떻게 설명할 거지?]

[빛나는 훈수왕: 대피 완료라더니 문 안에 사람이 있네.]

차폐문의 구동음이 거칠어졌다. 아린은 손잡이를 놓지 않은 채 지구 측 안전요원들에게 외쳤다.

“밖에서 조끼를 잡아당기세요! 문은 제가 버틸게요!”

그녀의 목소리가 통신 반사 장막을 타고 연결부에 닿았다. 밖의 두 사람이 손을 뻗었다. 안쪽 사람이 몸을 낮춰 셔터 밑으로 미끄러졌다. 철판이 그의 신발 뒤꿈치를 스치며 닫혔다.

세 사람이 실제 현장에서 서로를 끌어안았다. 아린은 장막을 통해 세 개의 움직이는 신호가 통제선 밖으로 완전히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했다.

[현장 대피 확인: 3/3]

뒤늦게 공개 화면에도 같은 장면이 나왔다. 아린이 시선을 들자 카메라 수백 대가 동시에 멈췄다.

[출연 조건 불일치 이의 제기 접수]

[후원자 열람 기록과 현장 신호 대조 중]

[첫 장면 개시 보류]

유진은 아린의 팔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곁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손바닥에서 흐르는 피를 장막의 남은 빛으로 눌렀다.

“이제야 첫 줄을 지켰어요.”

“나머지도 네가 확인해.”

“그럴 거예요.”

아린은 숨을 고르며 벽의 두 화면을 바라봤다.

“저쪽이 내보낸 거짓 장면도 어딘가에 남아 있겠죠.”


통로 끝의 잠긴 벽이 낮게 갈라졌다. 안쪽에는 카메라 대신 손바닥만 한 저장함들이 층층이 박혀 있었다.

[원본 송출 이의 제기 경로가 열렸습니다.]

[대상: 4번 중계지 원본 저장함]

유진은 절단검을 들어 저장함에서 새어 나오는 신호를 비춰 봤다. 문 가장자리에는 그가 역송출 경로에서 본 폐쇄된 탑 방송망 관리 표식이 있었다. 표식 너머의 송신자 이름은 검게 가려져 있었다.

“화면의 원본이 여기로 들어왔어.”

“그럼 저 사람들이 갇혔던 기록도요?”

“열어 봐야 알겠지.”

유진은 저장함의 위치와 표식을 자신의 창에 기록했다. 절단검의 개방률은 여전히 10%였다. 힘으로 자른다고 안의 원본까지 안전하리란 보장은 없었다.

아린이 다가서자 가장 아래 칸 하나가 밝아졌다.

[주연 출연자의 생체 인증을 요청합니다.]

[원본 보존 시간: 00:09:59]

아린은 피 묻은 손바닥을 들어 올렸다. 유진은 그녀의 팔을 잡지 않았다.

“재촉하는 쪽에 유리한 버튼일 수도 있어.”

“알아요. 그래도 기록이 사라지게 둘 수는 없어요.”

손바닥이 저장함에 닿기 직전 멈췄다.

“대가부터 보여 줘요.”

검은 화면에 새 문장이 떠올랐다.

[인증 대가: 주연의 원본 기억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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