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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좌들의 스폰서가 되었다3화

성좌들의 스폰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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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스킬 쇼핑

오태곤의 메시지는 아침 여덟 시에도 휴대폰 상단에 붙어 있었다.

[오늘 열 시까지 현장 사무실로 와라. 진술서 쓰고 끝내자.]

윤성우는 그 문장을 한 번 읽은 뒤 알림을 아래로 밀었다.

끝내자는 말은 대개 끝낼 사람만 정해 놓은 쪽이 썼다. 현장 사무실로 들어가면 철갑 멧돼지 사체가 사라진 이유를 모르는 만큼 온갖 비용을 적은 종이가 기다릴 터였다. 그 종이에 서명하는 순간 다음 공략 자리도 병원비도 오태곤 손에 매달리게 된다.

성우는 침대 곁 탁자 위의 고지서를 봤다.

모레 오후 다섯 시. 치료비 납부 기한까지 남은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는 세수도 마치기 전에 각성자협회 앱을 열었다. 긴급 공략 탭을 훑던 손가락이 붉은 공지 하나에서 멈췄다.

[강서구 노을시장 지하상가 E급 게이트 긴급 정리]

[계약 조건: 직접 확보한 전리품은 확보자 귀속]

[모집 인원: 통로 확보 3명, 내부 정리 1명]

[잔여 인원: 내부 정리 1명]

게이트는 전날 밤에 열렸다. 먼저 들어간 공략조가 통로 붕괴를 만나 두 명이 다쳤고 협회는 마수 밀집 구역만 정리할 인원을 추가로 구하고 있었다. 보수는 평범했다.

하지만 공제 항목도 없었다.

성우는 계약 세부 조항을 끝까지 내렸다. 내부 정리 담당자는 안전 구역 이후의 처치물에 우선권을 갖는다. 대신 위험 구역에서 다치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위험도 가격표에 적혀 있었다.

“좋네요.”

성우가 신청 버튼을 눌렀다.

“적어도 누가 제 몫을 계산해 주진 않으니까.”

접수 창구는 협회 지부 한쪽에 임시로 마련되어 있었다. 직원은 성우의 등급을 확인한 뒤 고개를 들었다.

“내부 정리 지원자 맞으세요?”

“맞습니다.”

“E급인데요.”

성우는 등록증을 다시 내밀었다.

“등급이 틀렸습니까?”

직원은 잠깐 입을 다물었다. 옆에서 서류를 정리하던 남자가 끼어들었다. 넓은 방패를 등에 멘 C급 헌터였다.

“내가 통로 확보를 맡는다. 안쪽은 네가 판단해서 들어가. 무리다 싶으면 바로 신호 보내고.”

성우는 남자의 명찰을 봤다. 차재욱.

그 뒤에는 D급 헌터 둘이 서 있었다. 창을 든 남자와 단궁을 든 여자였다. 모두 성우를 힐끗 봤지만 대놓고 비웃지는 않았다. 긴급 공략에 온 사람들은 남의 등급보다 자기 수당을 먼저 챙기는 법이었다.

“통로만 열어 주시면 됩니다.”

성우가 대여 검을 받아 들었다.

“안쪽에서 나온 건 제가 처리하죠.”

노을시장은 몇 해 전 문을 닫은 지하상가였다. 내려가는 계단 아래에서 푸른 게이트가 축축한 냉기를 밀어냈다. 간판 글자는 빛이 바랜 채 걸려 있었고 셔터 틈에는 오래된 전단지가 눌어붙어 있었다.

게이트를 넘자 냄새부터 달라졌다.

곰팡이와 핏물이 섞인 냄새. 실제 지하상가보다 통로는 더 길고 천장은 더 낮았다. 바닥에는 검은 털이 비처럼 흩어져 있었다.

차재욱이 방패를 들어 올렸다.

“갈기수 흔적이다. 후미 붙어.”

성우는 대답 대신 가게 유리창에 비친 어둠을 봤다.

유리 너머의 검은 덩어리가 낮게 몸을 숙였다. 이어 오른쪽 어깨가 미세하게 들리고 꼬리가 바닥을 쓸었다. 놈은 정면으로 뛰지 않는다. 방패 옆을 물고 들어갈 생각이었다.

“오른쪽입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셔터 위에서 야행 갈기수가 떨어졌다.

차재욱이 몸을 틀었다. 갈기수의 발톱이 방패 가장자리를 긁으며 불똥을 튀겼다. 원래라면 방패를 지나쳐 뒤의 궁수에게 닿았을 궤적이었다.

성우는 놈의 옆구리로 파고들었다.

검날이 털을 가르고 살을 긁었다. 손목에 둔탁한 충격이 올라왔다. E급 몸으로는 한 번에 깊게 베지 못한다.

그러나 갈기수는 이미 균형을 잃었다.

창을 든 헌터가 그 틈에 목을 찔렀다. 짐승이 바닥을 두 번 긁고 축 늘어졌다.

“미리 봤어?”

궁수의 물음에 성우는 피 묻은 검을 털었다.

“움직이기 전에 티가 납니다.”

차재욱의 시선이 잠깐 날카로워졌다. 그래도 더 묻지는 않았다. 다음 셔터 안에서 발톱 긁는 소리가 연달아 들렸기 때문이다.

세 마리가 동시에 튀어나왔다.

이번에는 성우도 뒤로 물러났다. 투성의 감각은 놈들의 어깨와 발목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려 줬다. 하지만 셋을 읽는다고 다리를 세 개 더 얻는 건 아니었다.

왼쪽 놈이 먼저 뛰었다. 성우는 검으로 받아 내지 않고 옆 가게의 진열대를 발로 찼다. 녹슨 철제 선반이 쓰러지며 갈기수의 발을 걸었다.

두 번째 놈은 낮게 기었다. 성우는 그 움직임을 보고 차재욱의 뒤로 붙었다.

“방패 아래!”

방패가 내려가자 짐승의 주둥이가 금속에 부딪혔다. 궁수의 화살이 눈을 꿰뚫었다.

마지막 한 마리가 성우의 목을 노렸다. 발끝이 바닥을 박차는 순간까지 보였다. 성우는 몸을 젖히며 검을 세웠다.

퍽.

짐승의 무게가 어깨를 덮쳤다. 팔이 저리고 발이 미끄러졌다. 그래도 갈기수의 목은 검날 위로 깊게 밀려 들어왔다.

성우가 이를 악물고 놈을 밀어 냈다.

“괜찮아요?”

창잡이가 다가왔다.

“괜찮습니다. 통로부터 보세요.”

그가 낮게 숙여 갈기수의 턱 밑에서 마나스톤을 꺼냈다.

[대상: 야행 갈기수의 마나스톤]

[예상 환산량: 신성 5]

마나스톤은 그의 손바닥 안에서 푸른빛을 냈다. 성우는 몸을 일으키는 척하며 그림자 진 셔터 뒤로 손을 감췄다.

[환산하시겠습니까?]

확인을 누르자 돌이 가느다란 빛으로 풀렸다.

[신성 5가 적립되었습니다.]

숫자가 18로 바뀌었다.

성우는 통장을 닫았다.

남들이 볼 수 없는 장부였다. 그렇기에 더 정확해야 했다. 권능 하나가 자신을 살릴 수 있다는 건 확인했다. 이제 그 권능으로 다음 물건을 살 돈을 만들 차례였다.

통로 확보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갈기수들은 셔터 위와 환풍구에서 번갈아 떨어졌다. 성우는 움직임을 읽고 위험을 외쳤다. 차재욱은 그 경고를 두 번째부터 의심하지 않았다.

“왼쪽 환풍구.”

“확인.”

“창은 한 걸음 뒤에.”

“알았다.”

짧은 말이 이어질수록 공략조의 호흡도 맞아 갔다. 성우는 직접 잡은 갈기수 셋의 마나스톤만 손에 넣었다. 환산을 끝낼 때마다 신성은 조금씩 늘었다.

[보유 신성: 37]

그때 지하상가 가장 안쪽에서 둔탁한 진동이 울렸다.

쿵.

한 번.

쿵.

두 번.

발소리는 느렸다. 그런데 바닥 아래의 마나가 그 박자에 맞춰 한곳으로 쓸려 갔다. 성우의 발바닥이 먼저 차갑게 저렸다.

차재욱이 통로 끝의 철문을 봤다.

“저 안이 내부 정리 구역이다.”

창잡이가 침을 삼켰다.

“저 소리면 보스 아닙니까?”

“맞아요.”

성우가 대답했다.

계약서에 적힌 경계선은 철문 앞의 노란 타일이었다. 그 너머의 처치물은 내부 정리 담당자 우선 귀속. 통로 확보조가 들어올 수는 있지만 별도의 합의 없이는 지분을 주장할 수 없었다.

차재욱이 성우를 봤다.

“지원 요청할까?”

성우는 철문과 세 사람을 번갈아 봤다. 통로에서 싸운 것만으로도 창잡이의 팔은 떨리고 있었다. 궁수의 화살통도 절반이 비었다. 함께 들어가면 안전해질 수 있다.

대신 보스가 노릴 사람도 늘어난다.

“여기서 나가는 놈만 막아 주세요.”

성우가 검자루를 고쳐 쥐었다.

“안은 제가 맡겠습니다.”

“E급 혼자?”

“실력보다 계약을 믿는 건 아니죠.”

성우는 피식 웃었다.

“제가 비싸게 산 감각을 믿는 겁니다.”

철문을 열자 검은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안쪽은 옛 푸드코트였다. 테이블은 뒤집혀 있었고 천장 조명은 절반쯤 꺼져 있었다. 중앙 분수대 위에 거대한 짐승이 앉아 있었다.

야행 갈기수장.

사람 키를 훌쩍 넘는 몸. 목덜미의 갈기는 철사처럼 곤두서 있었다. 놈이 고개를 들자 노란 눈이 망설임 없이 성우에게 꽂혔다.

포효가 터졌다.

소리보다 냄새가 먼저 밀려왔다. 썩은 피와 젖은 털 냄새가 코를 찔렀고 귀 안쪽이 욱신거렸다. 숨을 들이키는 순간 방향 감각이 흐트러졌다.

성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물러났다.

투성의 감각이 번개처럼 정보를 밀어 넣었다. 놈의 갈비가 팽창한다. 앞발은 왼쪽이 깊다. 오른쪽 앞발은 가볍다.

직선 돌진 뒤에 오른쪽으로 꺾어 물어뜯는다.

“읽힌다.”

성우는 무너진 분수대 옆으로 달렸다.

갈기수장이 뒤를 쫓았다. 발톱이 타일을 깨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성우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어깨 뒤의 바람과 바닥의 진동만 셌다.

셋.

둘.

하나.

그는 분수대 기둥을 축으로 몸을 틀었다.

짐승도 예상대로 궤적을 꺾었다. 하지만 성우가 원한 건 회피가 아니었다. 놈이 급하게 몸을 비틀 때 턱 아래의 털이 젖혀지고 갈비와 목 사이에 얇은 틈이 열린다.

문제는 그 틈이 닿을 거리까지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성우는 대여 검을 두 손으로 잡고 바닥을 미끄러졌다. 갈기수장의 앞발이 그의 등을 스쳤다. 조끼가 찢어지고 뜨거운 통증이 옆구리를 훑었다.

그래도 검끝은 흔들리지 않았다.

푹.

검날이 턱 아래에 박혔다.

갈기수장이 비명을 질렀다. 거대한 몸이 성우를 향해 넘어졌다. 성우는 검을 놓고 옆으로 굴렀다. 놈의 발톱이 타일을 찍으며 바로 옆을 파고들었다.

아직 죽지 않았다.

성우는 숨을 몰아쉬며 뒤집힌 테이블을 붙잡고 일어났다. 손이 떨렸다. 감각은 빈틈을 보여 줬을 뿐이다. 찌르는 건 자신의 팔이었고 피하는 것도 자신의 다리였다.

갈기수장이 피를 흘리며 다시 몸을 낮췄다.

이번에는 무턱대고 달려들지 않았다. 고개를 기울여 성우의 손과 발을 살폈다. 짐승도 배운다.

성우는 한 발 뒤로 물러난 뒤 분수대 가장자리에 떨어진 깨진 타일 조각을 찼다.

타일이 조명 아래로 날아갔다.

갈기수장의 눈이 반사적으로 그쪽을 좇았다. 성우가 기다린 건 그 짧은 고개 움직임이었다. 목의 상처가 열리고 앞발의 무게가 바뀌었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검을 향해 몸을 던졌다.

짐승이 뒤늦게 덮쳤다.

성우는 검자루를 쥔 채 아래에서 위로 찔렀다.

푹.

이번에는 칼끝이 깊게 들어갔다. 갈기수장의 몸이 성우 위로 기울었다가 분수대 옆에 무너졌다.

한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성우는 바닥에 앉아 옆구리를 눌렀다. 피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조금만 늦었으면 그 앞발에 등이 갈렸을 것이다.

철문 밖에서 차재욱의 목소리가 들렸다.

“윤성우! 살아 있나?”

“들어오지 마세요.”

성우는 먼저 대답했다.

“사체가 이상합니다.”

마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은빛 창이 펼쳐졌다.

[대상: 야행 갈기수장 사체, 보스 마나스톤, 잔류 환경 에너지]

[예상 환산량: 신성 606]

성우는 숫자를 보고도 바로 누르지 않았다. 철혈 길드의 장부가 머릿속을 스쳤다. 아까운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다가 더 큰 꼬리를 남기면 안 된다.

그는 분수대 아래에 떨어진 발톱 하나를 집어 들었다. 문밖에서 사람들이 다가오는 발소리가 멈췄다.

“마나가 사체로 빨려 들어갑니다. 협회에 정지 지침 있죠?”

차재욱이 철문 바깥에서 욕설을 삼켰다.

“있다. 이상 현상 발견 시 접근 금지.”

“그대로 해 주세요.”

성우는 사체 위로 손을 뻗었다.

[환산하시겠습니까?]

“환산.”

은빛 선이 손끝에서 퍼졌다. 보스의 검은 털과 피가 빛으로 갈라졌다. 가슴에 박힌 마나스톤이 먼저 녹아들었고 푸드코트 바닥에 들러붙은 검은 잔재까지 뒤따랐다.

빛이 접히자 거대한 사체는 흔적 없이 사라졌다.

[환산 완료.]

[보유 신성: 643]

성우는 창을 닫고 천천히 일어났다.

철문을 넘어 들어온 세 사람은 텅 빈 푸드코트를 보고 멈췄다. 차재욱은 부서진 타일과 찢긴 성우의 조끼를 차례로 봤다.

“진짜로 없어졌네.”

“보스가 죽은 건 맞습니다.”

성우가 검을 주워 칼집에 넣었다.

“나머지는 협회가 판단하겠죠.”

궁수는 빈 분수대와 성우를 번갈아 보았다.

“혼자 잡은 거예요?”

“계약 구역 안에서요.”

성우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

정산 접수 창구에서 받은 확인서는 짧았다. 내부 정리 담당자 윤성우. 처치 대상 야행 갈기수장. 현장 이상으로 전리품 미확보. 보고 내용은 그뿐이었다.

성우는 서명란의 빈 공간을 잠깐 바라봤다.

철혈 길드의 서류에는 빼앗을 항목이 빼곡했다. 이 종이에는 자신이 한 일이 남아 있었다.

밖으로 나오자 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쳤다. 그는 찢어진 조끼 위로 손을 얹은 채 신성 통장을 열었다.

[무신의 황혼이 신규 상품을 등록했습니다.]

[전쟁 신기의 파편 / 400 신성]

[한정 수량: 1]

곧이어 붉은 갑주의 거인이 채널 너머로 모습을 드러냈다. 성벽의 균열은 어젯밤보다 조금 덜해 보였다.

“윤성우.”

무신의 황혼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이번에는 네 손에 쥘 만한 값을 준비했다.”

성우는 보유 신성 643과 가격 400을 번갈아 봤다.

모레까지 치료비는 해결되지 않았다. 철혈 길드도 아직 손을 뻗고 있었다.

그래도 이제는 신성 13을 쥔 E급이 아니었다.

성우가 상품 설명을 눌렀다.

[전쟁 신기의 파편: 사용자의 무기에 전장의 각인을 새깁니다.]

그는 아주 조금 웃었다.

“가격은 괜찮네요.”

은빛 구매 버튼 위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이제부터는 제가 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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