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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좌들의 스폰서가 되었다10화

성좌들의 스폰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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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시비와 참교육

콰앙!

강태호의 건틀릿이 성우의 턱에 닿기 한 치 앞에서 멈췄다.

그 사이에 생겨난 것은 붉은 빛의 얇은 막이었다. 콘크리트 기둥이 흔들릴 만큼 거센 충격이 막에 박혔다가 그대로 되돌아갔다.

강태호가 비명을 질렀다. 주먹을 내지른 오른팔이 뒤로 꺾이며 그의 몸이 주차장 바닥을 몇 미터나 미끄러졌다.

뒤편 승용차의 경보음이 짧게 울렸다. 건틀릿의 가시 하나가 앞 유리에 박힌 채 흔들렸다. 그만한 힘이 턱에 닿았으면 머리가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뭐야, 이건.”

성우는 여전히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었다.

[백전의 갑주가 치명적 물리 타격을 무효화했습니다.]
[받은 충격을 반사했습니다.]
[절대 방어 재충전 중.]

첫 일격은 막았다. 폐정수장의 사슬을 막은 뒤 회복했던 보호가 다시 소진된 것이다. 같은 보호를 바로 기대할 수는 없었다.

아린이 카트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세 개의 상자는 아직 제자리에 있었다. 그녀의 손이 떨렸지만 단말기 화면을 여는 동작은 정확했다.

“경매소 보안실에 긴급 호출 넣었습니다. 현장 영상도 전송 중이에요.”

“좋습니다. 상자는 봉인하세요.”

“네.”

아린이 인수 단말기의 전자봉인 버튼을 눌렀다. 세 상자에 붙은 봉인지가 붉게 변했다. 이제 누군가 봉인을 뜯으면 인수 기록에 남는다.

단말기에는 ‘보안팀 도착 예상 3분’이라는 문구가 떴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지금 이곳에서 강태호의 다음 주먹이 날아오기에는 지나치게 길었다.

강태호가 바닥을 짚고 일어났다. 건틀릿의 가시는 부러졌으나 눈빛은 더 사나워졌다.

“방어구 하나 믿고 큰소리쳤군. 몇 번이나 버티나 보자.”

그는 성우에게 다시 달려들지 않았다. 대신 카트 쪽으로 몸을 틀었다.

“대표님!”

아린이 카트를 끌어당겼다. 강태호의 손이 카트 손잡이를 쥐자 강철 막대가 구겨졌다.

성우가 그의 손목을 쳐냈다. 투성의 감각이 보여 주는 동선 덕분에 가능한 움직임이었다. 그래도 A급의 힘이 팔을 타고 밀려와 발뒤꿈치가 반 걸음 미끄러졌다.

강태호가 웃었다.

“네가 지키는 건 저 여자냐, 상자냐?”

성우가 아린을 차 뒤편으로 밀어 넣었다.

“둘 다요.”

강태호의 웃음이 굳었다. 무릎이 아니라 자존심을 건드린 말인 듯했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가시를 짓밟았다.

“김 팀장 앞에서 나를 망신시켜 놓고 멀쩡히 나갈 줄 알아?”

성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강태호가 누구에게 어떤 지시를 받았든 지금 손을 뻗은 곳은 아린이 서 있던 자리였다.


보안실에서 이 층까지 내려오는 동안 강태호를 붙잡아 둘 수 있어야 했다.

성우가 카트 위 가장 작은 상자의 잠금쇠를 열었다. 안에는 전조 균열에서 나온 농축 마나석 세 과가 있었다. 그중 하나를 손바닥으로 감쌌다.

“대표님, 봉인 해제 기록이 남습니다.”

“남겨야죠. 제 물건을 제가 쓰는 겁니다.”

아린이 소유자 인증 버튼을 눌렀다. 전자봉인이 잠시 풀리며 인수 시각과 두 사람의 신원이 단말기에 표시됐다.

[A-S급 전조 농축 마나석 1과를 환산하시겠습니까?]
[확정 환산량: 550 신성]

“확정.”

빛이 손가락 사이로 접혔다. 돌의 무게가 사라졌다.

성우는 빈 손바닥을 한 번 쥐었다 폈다. 삼 분 뒤 보안팀이 도착한다고 해서 그때까지 아린의 안전을 담보로 잡을 수는 없었다. 고가의 마나석을 잃는 편이 나았다.

[보유 신성: 650]

허공에 무신의 황혼이 열어 둔 VIP 목록이 떠올랐다. 성우는 이미 상자를 만졌을 때 그 안에서 필요한 항목을 보아 두었다.

[반격의 거울 / 600 신성]
[구매자의 몸에 가해지는 물리 충격을 가해자에게 되돌립니다.]
[직접 타격에 한해 발동. 연속 발동 시 반향 부담이 누적됩니다.]

성우는 망설이지 않았다.

[600 신성을 결제합니다.]
[권능 ‘반격의 거울’이 구매자에게 귀속되었습니다.]
[잔액: 50 신성]

[잔여 현물 예상 환산량: 3,800 신성]

한순간 피부 아래로 차가운 원형의 파문이 퍼졌다. 갑주의 뜨거운 장벽과는 감각이 달랐다. 상대가 내민 힘의 방향을 읽고 그 길을 거꾸로 접는 권능이었다.

상자 속 돌 하나가 사라진 것을 아린이 보았다. 성우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마나석 한 과는 제가 전투에 썼습니다. 손실 기록은 제 이름으로 남겨 주세요.”

아린은 빈자리를 보고 입술을 다물었다. 지금 묻는 사이 강태호가 다시 움직였다.

“알겠습니다. 우선 살아서 나가죠.”

성우가 상자를 닫았다. 아린은 소유자 인증에 따른 봉인 해제와 재봉인 시각을 기록했다.

그녀는 남은 마나석 두 과를 세었다. 성우가 어떻게 돌을 없앴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떤 물품이 줄었는지는 분명했다. 아스트라의 자산 장부에 적어야 할 숫자였다.

강태호가 검붉은 마력을 두 건틀릿에 밀어 넣었다.

“잔재주 끝났으면 비켜.”

성우는 아린과 카트 앞에 섰다.

“아카샤는 물건 값을 두 번 내는 취미가 있습니까?”

“이번에는 네 목숨으로 계산해 주지.”

강태호의 왼주먹이 성우의 가슴으로 들어왔다.

성우는 팔을 올리지 않았다.

퍽!

그의 셔츠에 닿은 주먹의 힘이 둥근 파문을 타고 되돌아갔다. 강태호의 어깨가 뒤틀렸다. 거구가 옆 기둥에 처박히며 먼지를 쏟아 냈다.

성우의 가슴도 저렸다. 반사한 힘의 무게가 권능 안에 잔향으로 남았다.

강태호의 체중과 가속이 만든 충격이었다. 권능이 공격을 지워 준 것은 아니었다. 받아 낸 힘을 밀어 보낼 때마다 성우의 숨도 조금씩 짧아졌다.

“정말 손도 안 대고…….”

아린의 말이 끝나기 전에 강태호가 이를 갈며 일어났다.


강태호는 한 번 더 주먹을 휘둘렀다. 성우가 반 걸음 옆으로 움직이자 주먹은 주차장 기둥에 박혔다.

“왜 피하지? 또 튕겨 봐!”

“필요 없는 거래는 안 합니다.”

성우는 그의 오른발에 체중이 쏠리는 것을 보았다. 투성의 감각이 다음 궤적을 그렸다. 왼손의 가시를 숨기고 오른팔로 시선을 끄는 동작이었다.

강태호가 양쪽 팔을 벌렸다. 한쪽 건틀릿에서는 주먹이 날아왔고 다른 쪽에서는 붉은 마력의 파편이 흩어졌다.

성우는 마력 파편을 보고 몸을 낮췄다. 거울이 되돌리는 것은 물리 타격뿐이었다. 파편은 그의 머리 위를 지나 벽에 검은 자국을 남겼다.

파편이 차의 측면을 스쳤다. 아린이 차문 뒤로 더 깊이 몸을 숨겼다. 손에 쥔 단말기의 촬영 표시만은 꺼지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떨리던 손끝으로 화면 구도를 고쳐 잡았다.

이어 들어온 주먹은 피하지 않았다.

쿵!

두 번째 반향이 일어났다. 강태호의 손목이 자기 힘에 눌려 꺾였다. 그는 무릎을 꿇었지만 성우도 숨을 짧게 토했다. 권능 안에 쌓인 부담이 갈비뼈 안쪽을 조였다.

강태호의 눈이 흔들렸다.

“E급이 어떻게 이런 걸…….”

“등급표를 보고 때리셨습니까?”

강태호가 이를 드러냈다. 그는 건틀릿의 가시를 성우에게 겨누다가 시선을 슬쩍 옆으로 돌렸다. 성우는 그 방향을 보는 순간 어깨를 긴장시켰다.

그는 대답 대신 아린 쪽으로 달렸다. 성우가 경고하려는 찰나 아린이 카트의 브레이크를 밟고 차문 뒤로 몸을 숨겼다. 강태호의 건틀릿이 빈 손잡이만 잡았다.

전자봉인 경보가 날카롭게 울렸다. 아린이 그 모습을 단말기로 찍었다.

“낙찰품 강탈 시도까지 촬영됐습니다. 보안실 전송 완료.”

강태호가 단말기를 향해 팔을 뻗었다. 성우는 더는 그가 접근하도록 두지 않았다. 한 걸음 끼어들어 강태호의 시야를 가렸다.

“저를 보고 시작했잖습니까.”

“꺼져!”

건틀릿이 또다시 성우를 향했다. 성우는 그 궤적을 비틀지 않았다. 주먹이 닿는 순간 힘의 방향만 바꾸어 강태호의 발밑으로 밀어 넣었다.

기둥으로 날리면 머리를 부딪칠 수 있었다. 카트 쪽으로 보내면 아린이 다쳤다. 성우가 고른 곳은 사람이 없는 바닥이었다.

콰직!

바닥이 내려앉고 강태호의 무릎이 콘크리트에 박혔다. 성우의 손끝도 떨렸다. 더 이어 가면 자신도 온전하지 못할 터였다.

그때 주차장 방화문이 열렸다.

“중앙 경매소 보안팀입니다! 전원 움직이지 마십시오!”

경보가 울린 지 삼 분이 채 지나지 않았다. 보안팀원들은 진압 방패를 세우고 A급 헌터용 억제구를 들었다. 한 명은 출구부터 막았다.


강태호는 한쪽 무릎을 짚은 채 고개를 들었다. 보안팀의 제복을 보고도 입가에 조소를 걸었다.

“길드끼리 말이 좀 오갔다. 아카샤 이름을 모르나?”

아린이 보안팀장에게 단말기를 내밀었다.

“인수 완료된 물품의 봉인을 강제로 훼손하려 했고 대표를 반복해서 공격했습니다. 영상과 봉인 경보 시각이 일치합니다. 협회에도 동시 제출했어요.”

아린은 강태호가 손잡이를 구긴 화면에서 영상을 멈췄다. 그가 먼저 손을 뻗었다는 사실과 봉인된 물품을 노렸다는 사실이 한 장면에 담겨 있었다.

보안팀장이 화면을 확인했다.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강태호 헌터. 동행하십시오.”

“내가 누군지 안다고 했을 텐데.”

“여기는 협회 공인 경매소입니다.”

강태호의 두 손목에 억제구가 채워졌다. 그는 성우를 노려보았지만 더는 상자에 손을 대지 못했다.

보안팀장은 강태호의 건틀릿도 별도 증거 봉투에 넣었다. 부러진 가시와 차에 남은 파손 흔적까지 촬영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아린의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

성우는 아린의 단말기에 떠 있는 기록을 살폈다. 환산한 마나석 한 과는 손실로 기록되었다. 나머지 물품의 봉인은 새 번호로 재등록됐다.

“괜찮습니까?”

“네. 대표님은요?”

“값은 좀 나갔지만 다쳤으면 더 비쌌겠죠.”

아린이 짧게 웃었다. 아직 손이 떨리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안정되어 있었다.

“그 한 과 값은 장부에 남기겠습니다. 대표님이 쓰신 이유도요.”

“그렇게 해 주세요. 우리 물건은 누가 무엇에 썼는지 숨기지 맙시다.”

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스트라가 지키겠다고 적은 원칙이 위협 앞에서도 종이 위의 문구로만 남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성우의 시야 한편에 성좌 채널 알림이 켜졌다.

[구매 권능의 전투 거래 로그가 외부 관측층에 감지되었습니다.]
[익명 관측자 1명이 계좌 관리자에게 거래 가능 여부를 질의합니다.]

성우가 주차장 출구 위의 어둠을 올려다보았다. 강태호를 보내도 자신을 지켜보는 눈은 늘어난 셈이었다.

잠시 뒤 알림 하나가 더 떠올랐다.

[동일 계좌를 향한 비공개 거래 요청이 접수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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