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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외과 천재의 분초 회귀1화

심장외과 천재의 분초 회귀

심장외과 천재의 분초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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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사망 선언 5분 전

응급실 자동문이 열리자 차가운 밤공기와 함께 구급대원의 목소리가 밀려 들어왔다.

“열일곱 살 여성. 체육관에서 실신했고 의식은 돌아왔습니다. 맥박 214. 혈압 78에 42.”

한도윤은 침대를 따라 뛰며 모니터를 확인했다. 빠른 심전도 파형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QRS는 좁았지만 간격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산소 10리터. 정맥로 두 개 잡고 채혈부터 해요.”

앞에서 걷던 이서진이 고개를 돌렸다.

“환자 이름?”

“윤하린입니다.”

“하린아. 내 목소리 들려?”

서진이 침대 옆으로 몸을 낮췄다. 소녀는 눈을 떴지만 초점이 맞지 않았다. 손가락이 담요 위에서 잘게 움직였다.

“엄마…… 여기 병원 맞죠?”

“맞아. 선생님들이 보고 있어. 숨만 천천히 쉬자.”

하린의 어머니가 침대 난간을 붙잡았다.

“학교에서는 잠깐 쓰러진 것뿐이라고 했어요. 애가 조금 전에는 걸어서 구급차까지 탔는데 갑자기…….”

“최근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까?”

도윤이 물었다.

“두 번 실신했어요. 검사 예약을 잡으려 했는데 아이가 괜찮다고 해서…….”

“두근거림이나 가슴 통증은요?”

하린이 입술을 열었다. 어머니보다 먼저 대답했다.

“가끔 가슴이 아팠어요. 심장이 너무 빨리 뛰기 전에 소리가 나요.”

“어떤 소리죠?”

“쿵…… 쿵…… 일정하게 뛰다가 갑자기 빨라지는 소리요.”

서진이 도윤을 바라봤다.

“실신 전 증상. 단순 탈수로 보기 어렵겠네요.”

“12유도 심전도 다시 찍겠습니다. 처음 이송 기록도 같이 주세요.”

도윤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빈맥은 계속됐고 혈압은 74까지 떨어졌다. 하린의 손끝은 차가웠다.

응급실 안쪽에는 빈 침대가 하나뿐이었다. 오유라 간호사가 다른 환자의 산소통을 먼저 밀어낸 뒤 중증 구역의 커튼을 열었다. 옆 칸에서는 보호자가 간호사를 부르고 있었다. 서진은 그 소리를 외면한 채 하린의 침대를 안으로 밀었다.


도윤은 패드 부착 위치를 확인하고 팔에 붙은 테이프를 눌렀다. 모니터 선 하나가 접혀 있었다. 오유라가 선을 바로잡자 수치가 잠깐 튀었다.

“혈압 68에 38.”

오유라의 목소리가 빨라졌다.

서진이 패드를 꺼냈다.

“하린아. 지금 심장 리듬이 불안정해졌어. 잠깐 약을 쓰고 필요하면 전기 충격을 줄 거야. 엄마가 옆에 있어.”

“전기요?”

어머니가 되물었다.

“심장을 다시 일정하게 뛰게 하는 처치입니다. 지금은 기다리는 게 더 위험합니다.”

서진은 보호자의 눈을 똑바로 보며 짧게 설명했다.

“아이를 안정시키기 위한 응급 처치를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나중에 다시 설명드리겠습니다.”

어머니는 떨리는 손으로 하린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해주세요. 제발 해주세요.”

도윤은 침상 초음파를 대고 화면을 확인했다. 심장은 빨리 움직였지만 수축이 매번 같은 방향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박동이 빨라서 생긴 저혈압인지 다른 문제가 먼저 있었는지 당장 구분하기 어려웠다.

“도윤 선생님.”

서진이 짧게 불렀다.

“동기화 확인됐어요. 준비됐습니다.”

“시행하죠.”

첫 번째 전기 처치 뒤 모니터의 파형이 느려졌다. 하린이 숨을 크게 들이켰다. 혈압은 86까지 올라갔다.

“돌아왔어요.”

오유라가 말했다.

도윤은 안도하지 않았다. 잠깐 정돈된 리듬 아래에서 불규칙한 수축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혈압 82. 다시 빨라집니다.”

서진의 손이 패드 위에서 멈췄다.

“약물 반응은?”

“거의 없습니다.”

도윤은 하린의 동공과 피부색을 차례로 봤다. 입술이 푸르게 변하고 있었다.

“이태준 교수님께 연락해 주세요. 응급 수술 가능성도 열어야 합니다.”

그 말이 끝나자 호출기가 울렸다. 태준의 목소리가 잡음 사이로 흘렀다.

“도윤아. 수술실 준비는 됐나?”

“아직 응급실입니다. 환자 상태가…….”

“첫 집도 환자 설명은 끝났지? 자정 전에 올라와야 한다.”

도윤은 시계를 보았다. 밤 10시 58분이었다. 오래 준비한 첫 집도였다. 하지만 침대 위의 하린은 숫자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속도로 나빠지고 있었다.

“교수님. 지금은 못 올라갑니다.”

잠깐 정적이 흘렀다.

“판단은 서진 교수와 맞춰라. 환자를 놓치지 말고.”

통신이 끊겼다.

하린이 다시 눈을 떴다. 이번에는 도윤을 똑바로 보고 있었다.

“선생님은 수술하러 가셔야 해요?”

“아니요. 여기 있을 겁니다.”

“그러면…… 노래 연습할 수 있겠죠?”

“무슨 노래요?”

“졸업식 때 부를 노래요. 친구들이 제가 부르면 괜찮다고 했어요.”

도윤은 대답하려다 손을 멈췄다. 하린의 모니터 가장자리에 아주 얇은 선이 번졌다. 정상 파형 사이로 푸른빛 같은 잔선이 한 번 스쳤다.

“선생님?”

“……곧 다시 이야기합시다.”

그는 모니터를 가까이 들여다봤다. 잔선은 사라지고 평범한 검은 파형만 남았다.

장비 오류일 가능성이 컸다. 도윤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야 했다.

“혈압 60.”

오유라가 외쳤다.


하린의 몸이 크게 들썩였다. 모니터에서 날카로운 경고음이 터졌다.

“맥박 안 잡힙니다.”

서진이 침대 발치로 이동했다.

“심정지. 흉부압박 시작. 도윤 선생님 기도 확인.”

도윤의 손이 하린의 턱을 들어 올렸다. 산소 포화도 숫자가 빠르게 내려갔다. 그의 머릿속에서 동생의 사고 현장에 울리던 경적 소리가 겹쳤다.

‘괜찮습니다.’

그때도 그렇게 말했었다. 아무것도 괜찮지 않은데 가족을 달래려고 그렇게 말했다.

“압박 깊이 유지해요. 교대 준비.”

“약물 투여했습니다.”

“리듬 확인.”

모니터는 무맥성 전기활동을 가리켰다. 심장은 전기 신호를 내보내고 있었지만 피를 밀어내지 못했다.

“다시 압박.”

서진은 시간을 확인했다. 응급실 벽시계의 초침이 한 칸씩 움직였다.

“몇 분째죠?”

“8분입니다.”

“계속합니다.”

하린의 어머니가 문밖에서 울부짖었다.

“하린아! 엄마 여기 있어!”

도윤은 그 목소리를 듣고도 손을 멈출 수 없었다. 손바닥 아래에서 느껴지는 흉골의 움직임은 살아 있다는 감각과 달랐다. 정해진 순서와 숫자와 팀의 목소리만 남았다.

“리듬 확인.”

이번에도 맥박은 없었다.

서진의 눈이 도윤에게 향했다.

“도윤 선생님. 마지막으로 확인할까요?”

도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모니터 오른쪽 아래에 다시 푸른 잔선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심전도의 끝에서 가느다랗게 떨렸다.

그는 손을 뻗었지만 선은 곧 사라졌다.

“계속해요.”

“도윤 선생님.”

“한 사이클 더.”

서진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 다시 지시했다. 한 사이클이 지나고 두 사이클이 지났다. 하린의 동공에는 반응이 없었다.

“시간 11시 0분 47초.”

오유라가 낮게 말했다.

서진이 고개를 숙였다.

“윤하린. 사망 선언합니다.”

그 말이 떨어진 순간 응급실의 모든 소리가 멀어졌다. 도윤은 하린의 차가운 손가락을 잡았다. 바로 전까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던 아이였다.

‘졸업식 때 부를 노래요.’

모니터의 검은 화면 위에 마지막 잔선이 남았다. 도윤은 그것을 보며 자신이 무엇을 놓쳤는지 생각하려 했다. 생각보다 먼저 두통이 왔다. 시야가 꺼졌다.


벽시계의 초침이 거꾸로 움직였다.

도윤은 숨을 들이켜며 눈을 떴다.

“열일곱 살 여성. 체육관에서 실신했고 의식은 돌아왔습니다. 맥박 214. 혈압 78에 42.”

같은 목소리였다.

오유라가 같은 숫자를 읽고 있었다. 자동문 너머에서 같은 구급차 불빛이 번졌다. 도윤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하린의 침대를 밀던 손이었다.

응급실 벽시계는 밤 10시 55분 47초를 가리켰다.

도윤의 목 안쪽에서 마른 숨이 걸렸다. 방금 전 시계는 11시 0분 47초였다.

“환자 이름?”

서진이 물었다.

“윤하린입니다.”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도윤은 침대 위의 소녀를 보았다. 하린은 아직 눈을 뜨지 못했다. 차가워야 할 손은 체온을 가지고 있었다. 손목에서 느껴지는 맥박은 빠르지만 분명했다.

“하린아. 내 목소리 들려?”

서진이 몸을 낮추며 물었다.

하린의 눈이 천천히 열렸다.

“엄마…… 여기 병원 맞죠?”

도윤의 심장이 크게 내려앉았다.

그 말도 기억났다. 다음 말도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난간을 붙잡는 손의 모양까지 보였다. 오유라의 왼쪽 주머니에서 펜이 흔들리는 것도 보였다.

도윤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기억인지 현재인지 구분하려고 손가락을 세게 쥐었다. 손톱이 살을 눌렀고 통증은 분명했다. 환각이라면 이렇게 따뜻한 맥박까지 되돌아올 수 있는지 그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알람이 울리기 전까지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환각인지 쇼크인지 아직 판단할 수 없었다. 방금 겪은 죽음이 진짜였는지조차 설명할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하린은 살아 있었다.

도윤은 시계를 다시 확인했다. 10시 55분 47초. 사망 선언까지 정확히 5분 전이었다.

“12유도 심전도부터 다시 찍겠습니다.”

서진이 고개를 들었다.

“갑자기요?”

도윤은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번에는 첫 파형이 완전히 나타나기도 전에 놓친 선을 찾아야 했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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