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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혼당하고 주식으로 대박 났다5화

파혼당하고 주식으로 대박 났다

파혼당하고 주식으로 대박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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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사흘 만에 50억

강현우는 서유리의 전화를 거절한 뒤에도 휴대폰을 내려놓지 못했다.

메디큐어의 현재 가격은 34.20달러였다. 100배 숏 포지션의 미실현 수익은 28억 4천만 원을 넘었다. 눈앞의 붉은 미래선은 내일과 모레까지 아래로 이어졌다.

문제는 그 선이 직선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붉은 선 중간에 짧은 반등이 있었다. 34달러에서 51달러까지 올라간 뒤 다시 20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파형이었다. 지금 가격에서 50달러까지 반등하면 강제 청산가에는 닿지 않아도 평가수익 대부분이 사라질 수 있었다.

현우는 출금 가능한 잔고와 포지션 증거금을 나눠 적었다. 남겨 둔 현금은 1,140만 원뿐이었다. 포지션을 지키려면 메디큐어가 146.85달러를 넘지 않아야 한다. 그 조건은 아직 유효했지만 수익이 커질수록 욕심도 커졌다.

“수익은 숫자가 아니라 닫힌 주문으로 남는다.”

현우는 34달러 아래에 걸어 둔 숏 물량 중 10퍼센트를 시장가로 청산했다.

[부분 청산 완료: 증거금 400만 원 회수]
[실현 수익: 약 2억 9천만 원]

수익은 줄었지만 손에 쥔 돈이 생겼다. 혹시 거래소가 멈추거나 접속이 끊겨도 빈손으로 끝나지 않는다. 현우는 회수한 금액을 바로 은행 계좌로 옮기지 않고 별도 대기 계좌에 두었다. 계좌를 분산해 보안을 지키고 자금 흐름을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새벽 네 시를 넘기자 메디큐어가 반등하기 시작했다.

36달러. 39달러. 43달러.

폭락 뒤에 물린 사람들이 손실을 줄이려고 매수했고 세력의 잔여 물량도 호가창을 밀어 올렸다. 현우의 평가수익이 빠르게 줄었다. 28억이 25억이 되고 21억이 됐다.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서유리: 내용증명까지 보낼 줄은 몰랐어. 준석 오빠가 회사 변호사한테 알아보겠대. 이러면 오빠도 곤란해져.]

현우는 메시지를 캡처해 증거 폴더에 저장했다. 답장은 하지 않았다. 지금 그의 앞에는 유리의 변명보다 훨씬 급한 숫자가 있었다.

49달러.

붉은 미래선은 51달러 부근에서 꺾였다. 현우는 52달러에 추가로 15퍼센트를 청산하는 지정가 주문을 넣었다. 주문을 넣는 순간 선 끝이 미세하게 흔들렸지만 큰 방향은 변하지 않았다.

가격이 51.8달러까지 오르자 주문이 체결됐다.

[부분 청산 완료: 총 포지션의 25퍼센트 정리]
[누적 실현 수익: 약 7억 3천만 원]

반등은 거기서 멈췄다.

52달러의 매수벽이 비어 버리자 캔들이 길게 꺾였다. 45달러가 무너졌고 40달러 아래로 다시 미끄러졌다. 현우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대박을 만든 사람에게 필요한 건 더 큰 수익이 아니라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거리였다. 그는 처음으로 그 사실을 몸으로 이해했다.

현우는 거래 내역의 숫자를 종이에 옮겼다. 미실현 수익은 아무리 커도 거래소 서버와 시장의 유동성에 매달린 숫자였다. 반면 체결된 수익은 세금과 수수료를 계산하고도 다음 선택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자산이었다.

그는 창문을 조금 열었다. 젖은 아스팔트 냄새가 들어왔다. 도시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은 출근을 준비하고 편의점 앞에 신문이 쌓였다. 자신만 다른 세계의 가격을 보고 있다는 감각이 오히려 불안했다.

현우는 남은 물량과 청산 기준을 다시 적었다. 20달러에서는 일부를 줄인다. 시스템 지연이 생기면 더 줄인다. 10달러 아래에서 붉은 선이 흔들리면 전부 닫는다. 원칙은 수익을 크게 만드는 주문보다 자신을 통제하는 약속에 가까웠다.


월요일 오전이 되자 메디큐어 재단은 긴급 반박문을 올렸다.

[최근 악재 공시는 사실과 다르며 데이터 검증을 재개하겠다.]

그러나 시장은 말을 믿지 않았다. 반박문이 올라온 직후 잠깐 31달러까지 튄 가격은 곧 27달러로 내려앉았다. 붉은 미래선은 월요일 밤 20달러 근처까지 이어졌다.

현우는 남은 포지션의 30퍼센트를 21달러에 청산했다.

[추가 실현 수익: 약 11억 원]
[누적 실현 수익: 약 18억 3천만 원]

증거금의 절반 가까이를 회수했지만 아직 평가수익은 10억 원을 훌쩍 넘었다. 현우는 차트 오른쪽을 확인했다. 15달러 아래부터는 붉은 선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미래가 확정된 구간과 흔들리는 구간이 달랐다. 방향은 맞아도 바닥에서 욕심을 부리면 수익이 다시 증발할 수 있었다.

현우는 잠깐 거래소를 로그아웃했다. 화면을 끄자 방 안에 남은 것은 키보드 옆의 영수증과 식어 버린 커피뿐이었다. 그는 세수를 하고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하나를 사 왔다. 손이 떨리는 건 공포 때문인지 카페인 부족 때문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다시 화면을 켜자 가격은 23달러까지 밀려 있었다. 재단의 반박문을 믿고 들어온 매수세가 또 한 번 무너진 것이다. 현우는 새로 생긴 반등을 따라 매수하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건 맞히는 능력을 과시하는 일이 아니라 이미 얻은 기회를 보존하는 일이었다.

월요일 밤 열한 시.

거래소 화면에 점검 안내가 떴다.

[유동성 안정화를 위한 파생상품 시스템 점검을 진행합니다. 일부 주문 처리가 지연될 수 있습니다.]

현우의 손가락이 멈췄다.

메디큐어의 거래량은 여전히 컸지만 주문 처리 지연은 100배 레버리지 거래에서 치명적인 변수였다. 청산 버튼을 눌러도 체결되지 않는다면 손실을 막을 방법이 없다.

현우는 망설이지 않고 남은 물량의 20퍼센트를 즉시 정리했다. 체결창이 잠시 멈췄다가 주문을 처리했다.

[추가 실현 수익: 약 9억 6천만 원]

그제야 숨이 조금 돌아왔다.

거래소 접속이 다시 살아난 뒤에도 현우는 화면을 몇 번이나 새로 고쳤다. 주문이 실제로 닫혔는지 확인하고 체결 가격과 수수료를 따로 저장했다. 큰 수익을 낸 직후일수록 기록을 건너뛰고 다음 주문으로 달려들기 쉽다. 그 순간부터 수익은 운에 가까워진다.


점검이 끝난 뒤 가격은 18달러에서 14달러까지 빠졌다. 현우는 붉은 선을 다시 확인했다. 화요일 새벽 10달러 부근이 마지막으로 선명했고 그 아래는 반등과 노이즈가 뒤섞여 있었다.

“바닥을 맞히는 것과 바닥에서 나오는 건 다른 문제야.”

현우는 남은 포지션의 절반을 11.5달러에 청산하도록 예약했다. 마지막 물량까지 10달러에 걸면 수익은 커질 수 있었지만 시장가가 한 번 튀는 순간 수익의 일부가 사라질 수 있다.

화요일 새벽 두 시.

메디큐어의 가격이 12달러를 깨고 내려갔다. 11.8달러. 11.2달러. 10.7달러.

예약 주문이 연달아 체결됐다.

[남은 포지션 절반 청산 완료]
[누적 실현 수익: 약 35억 원]

이제 처음 증거금의 10퍼센트만 남았다. 현우는 그 작은 물량을 바라보며 욕심이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10달러 아래로 내려가면 몇 억 원을 더 벌 수 있다.

그때 붉은 선 끝에서 위로 솟는 가느다란 봉이 나타났다.

10.1달러에서 12.6달러. 짧지만 가파른 반등이었다.

현우는 남은 숏 전부를 10.4달러에 청산하는 주문을 넣었다. 가격이 10.5달러를 찍었다가 내려오며 주문이 체결됐다.

[최종 청산 완료]
[메디큐어 숏 포지션 종료]

체결 알림이 끝나자 화면에 최종 손익이 표시됐다.

[총 실현 손익: 약 49억 7천만 원]
[현금성 자산: 약 50억 8천만 원]

현우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 사흘 동안 제대로 잠들지 못한 탓에 눈이 따가웠다. 그래도 손을 뻗어 잔고를 가리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숫자를 숨길 이유가 없었다. 자신이 만든 결과를 똑바로 확인해야 했다.

오천만 원이 아니라 오십억 원이었다. 숫자의 자릿수가 달라지자 생활의 선택도 달라질 수 있었다. 월세와 카드값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고 유리의 집 앞에서 돈을 돌려 달라고 애원할 이유도 없어졌다. 하지만 돈이 많아졌다는 사실이 배신의 장면을 지워 주지는 않았다.

현우는 잔고를 확인한 뒤 가장 먼저 박민석 변호사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내용증명 관련해서 추가로 필요한 거래 자료가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답장은 곧바로 오지 않았다. 현우는 휴대폰을 뒤집어 놓았다. 이제 유리의 반응을 기다리는 대신 자신이 열 다음 시장을 준비할 차례였다.

그는 거래 내역 전체를 내려받아 외장 메모리와 암호화 폴더에 각각 저장했다. 이어 은행 계좌 세 곳으로 현금을 나누고 거래소에는 다음 주문에 쓸 최소 금액만 남겼다. 돈이 커진 만큼 흔적과 책임도 커졌다.

창밖으로 첫차가 지나갔다.

현우는 내용증명 접수증과 최종 거래 내역을 한 화면에 띄워 놓았다. 유리에게 돌려받아야 할 돈은 1,500만 원이었다. 이제 그 돈은 절실한 생존비가 아니라 상대가 반드시 치러야 할 대가가 됐다.


그는 증권사 앱을 열었다.

국내 주식 종목 검색창에 붉은 선이 차례로 나타났다. 대부분은 짧게 오르내렸지만 한 종목에서만 상식 밖의 궤적이 솟구쳤다.

한성바이오.

현재 가격 8,200원. 사흘 뒤부터 상한가 다섯 번. 그리고 마지막 봉 뒤에 검은 절벽이 나타났다.

현우는 차트를 확대했다. 50억 원을 한 번에 밀어 넣으면 미래선이 위로 튈 가능성이 컸다. 메디큐어에서 이미 확인한 규칙이었다.

상한가 다섯 번이라는 숫자만 보면 누구라도 탐낼 만했다. 그러나 마지막 봉 뒤의 검은 절벽은 상승의 원인이 사라지는 순간 매수자들이 동시에 출구를 찾게 된다는 뜻처럼 보였다. 현우는 한성바이오의 재무 정보와 공시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차트가 알려 주는 것은 가격의 미래이지 기업의 진실 전부가 아니었다.

그는 증권 계좌의 주문 한도를 확인하고 50억 원 전부를 주식 계좌로 옮기지 않았다. 첫 주문은 자금의 일부로만 넣고 거래량이 따라오는지 확인한다. 미래선이 주문 때문에 움직이면 주문을 줄인다. 메디큐어에서 얻은 가장 비싼 교훈이었다.

그는 매수 버튼을 누르지 않고 메모장을 열었다.

[첫째. 자금은 나눈다.]
[둘째. 차트가 흔들리면 원인을 먼저 찾는다.]
[셋째. 수익을 지키는 사람이 다음 판을 연다.]

현우는 마지막 문장 아래에 새로운 계획을 적었다.

[한성바이오. 분할 매수 준비.]

50억 원의 첫날은 그렇게 끝났다. 하지만 현우가 진짜로 시장에 발을 들인 날은 이제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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