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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층을 깨부수고 돌아왔다3화

100층을 깨부수고 돌아왔다

100층을 깨부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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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가축 사육장

금속 문이 한 뼘 더 열리자 태현의 몸이 아래로 미끄러졌다.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손바닥을 바닥에 대려 했지만 손목이 접히며 턱부터 부딪혔다.

쾅.

충격이 턱뼈를 타고 머리 안쪽으로 번졌다. 차가운 공기가 열린 캡슐 틈으로 들어왔다. 소독약과 오래된 금속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태현은 숨을 들이마셨다.

폐가 공기를 받아들이는 대신 찢어지는 듯 조여 왔다. 캡슐 안에서 목을 막던 산소관이 당겨졌다.

그는 본능적으로 신위를 뻗었다. 신경 접속선의 신호가 푸른 글자로 떠올랐다.

[산소관 고정: 유지]

[후두부 접속: 유지]

[자동 회수 순서: 오류]

문을 여는 순간 관이 빠지도록 되어 있지 않았다. 이대로 몸을 밀어내면 목에 연결된 선이 먼저 찢긴다.

태현은 눈을 감고 회색 파형을 좁혔다. 손끝에 힘을 주는 일보다 접속선의 상태를 바꾸는 편이 쉬웠다.

그는 자동 회수 순서를 뒤집었다.

[후두부 접속: 대기]

[산소관: 분리]

캡슐 안쪽에서 작은 모터가 돌아갔다. 코를 찌르던 관이 빠져나갔다. 목구멍이 타들어 갔지만 공기가 직접 폐로 들어왔다.

태현은 기침했다.

한 번의 기침으로도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소리는 약했지만 현실의 소리였다.

남은 신경 접속선은 손으로 뽑을 수 없었다. 손가락이 관을 잡을 만큼 움직이지 않았다. 접속선을 억지로 끊으면 의식이 아카샤와 현실 사이에서 떨어질 수 있었다.

태현은 캡슐 아래쪽을 살폈다. 손바닥만 한 회수 장치가 후두부 접속선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 장치를 향해 생각을 밀어 넣었다.

[회수 대상: 보관 자산 119번]

[생체 상태: 폐기 절차]

푸른 문자가 회색 항목을 덮었다.

[회수 대상: 보관 자산 119번]

[생체 상태: 자가 이탈]

회수 장치가 딸깍거리며 접속선을 놓았다.

후두부가 뜯기는 감각은 칼보다 날카로웠다. 태현의 시야가 하얗게 번졌다. 그는 비명을 삼키며 바닥을 움켜쥐었다.

움직였다.

손가락 하나가 아니라 손 전체가 아주 조금 접혔다.

태현은 팔꿈치를 세웠다. 퇴화한 근육이 바로 풀렸다. 그래도 이번에는 몸이 바닥에 붙은 채 끌려가지 않았다.

그는 캡슐에서 빠져나와 엎드렸다.

금속 바닥이 차가웠다. 얇은 환자복 너머로 냉기가 피부를 파고들었다. 허벅지는 자신의 것이 아닌 듯 무거웠고 발목에는 감각이 거의 없었다.

태현은 고개를 들었다.

캡슐 바깥 벽면에 작은 화면이 붙어 있었다.

[보관 자산 119번]

[생체 유지: 불안정]

[회수 효율: 기준 미달]

이름은 없었다.

그는 화면에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떨리며 멈췄다. 화면을 부수는 일조차 지금은 힘겨웠다.

대신 시선을 옮겼다.

눈이 어둠에 적응하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나타났다.

캡슐이었다.

한두 개가 아니었다. 낮은 천장 아래로 금속 관이 끝없이 늘어서 있었다. 각각의 관 옆에는 푸른 생체 표시등이 붙어 있었다.

태현은 바닥을 기어 가장 가까운 통로까지 갔다. 팔꿈치를 움직일 때마다 어깨뼈가 금속에 쓸렸다.

통로 양쪽에 놓인 캡슐의 화면이 차례로 눈에 들어왔다.

[보관 자산 120번]

[수면 유지]

[영양액 잔량: 4%]

[보관 자산 121번]

[신경 파형 불안정]

[폐기 대기]

사람들이었다.

관 속에 누운 얼굴은 모두 창백했다. 어떤 얼굴은 눈꺼풀 아래에서 눈동자만 움직였고 어떤 얼굴은 움직임조차 없었다.

태현은 다음 캡슐의 화면을 읽었다.

[보관 자산 122번]

[생체 반응 없음]

[회수 완료]

관은 비어 있었다.

투명한 덮개 안쪽에 굳은 자국만 남아 있었다. 누군가 그곳에 누워 있었고 지금은 없었다.

태현의 손이 바닥을 긁었다.

멀리서 짧은 두드림이 들렸다.

톡. 톡.

소리는 바로 옆 캡슐에서 났다. 화면에는 보관 자산 127번이라는 숫자와 함께 신경 파형 불안정 문장이 떠 있었다.

태현은 캡슐 쪽으로 몸을 끌었다. 손바닥을 덮개에 대자 안쪽에서 다시 두드림이 울렸다.

톡.

눈을 뜨지 못하는 사람이 손가락으로 신호를 보내는 것인지 단순한 경련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태현은 그 손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는 덮개의 잠금선을 읽으려 했다. 시야에 푸른 선이 나타났다가 곧 깨졌다.

관자놀이 안쪽이 타들어 갔다. 방금 전 접속선을 분리할 때 신위를 너무 많이 썼다.

그때 통로 끝에서 기계음이 들렸다.

위이잉.

붉은 렌즈 하나가 어둠을 가르며 켜졌다.

천장에 매달린 카메라가 태현을 향해 돌아갔다. 곧 보관소 전체에 무감정한 음성이 울렸다.

“보관 자산 119번. 비인가 이탈을 감지했습니다.”

태현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통로 끝에서 금속 다리 여섯 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족형 처리 유닛이었다. 몸체 중앙에는 검은 원통이 붙어 있었고 양옆으로 집게와 절단용 침이 펼쳐졌다.

“안정화 절차를 재개합니다.”

태현은 캡슐 127번을 한 번 더 봤다.

덮개 안의 손가락이 멈췄다.

그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무릎이 꺾였다.

처리 유닛이 다리를 접었다. 바닥을 박찬 금속 몸체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집게가 태현의 팔을 물었다.

뼈가 부러질 듯한 압력이 들어왔다. 태현은 반대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신위를 펼치자 유닛의 관절마다 회색 신호가 보였다. 신호는 복잡하지 않았다. 다만 직접 연결된 회로가 아니라서 선명하게 잡히지 않았다.

태현은 발밑을 훑었다.

바닥 아래로 굵은 전력 레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캡슐마다 연결된 전원선이 하나의 선로에 모였다.

유닛이 절단 침을 들어 올렸다.

“신경 접속선 회수를 시작합니다.”

침 끝이 후두부를 향했다.

태현은 집게에 물린 팔을 빼려 하지 않았다. 유닛의 집게가 자신의 신경 신호를 읽는 순간을 기다렸다.

침이 내려왔다.

푸른 선이 집게를 타고 역으로 흘렀다.

태현은 자신의 신경망과 바닥 레일을 한 줄로 겹쳤다. 현실의 전류는 거대한 불꽃이 아니었다. 손끝을 저리게 하는 작은 흐름이었다.

그 흐름의 방향을 틀었다.

처리 유닛의 오른쪽 관절이 굳었다.

금속 몸체가 한쪽으로 기울었다. 태현은 그 틈에 몸을 비틀어 팔을 빼냈다.

유닛은 멈추지 않았다. 비상 전원이 들어오며 굳은 관절이 다시 움직였다.

이번에는 절단 침이 아니라 몸체 전체가 태현을 들이받았다.

태현의 등이 캡슐 옆면에 부딪혔다. 숨이 막혔다. 그의 머리 위로 처리 유닛의 검은 원통이 다가왔다.

원통 안에서 붉은 빛이 맥박쳤다.

[폐기 방식: 신경 차단]

태현은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죽이는 일도 안정화라고 불렀다.

그는 손을 바닥에 대고 전력 레일의 신호를 다시 찾았다. 시야가 흔들렸다. 푸른 선이 나타날 때마다 어둠이 그 뒤를 덮었다.

신위를 두 번 더 쓰면 의식이 끊길 수도 있었다.

태현은 처리 유닛의 무게 중심을 계산했다. 왼쪽 지지대 아래에 캡슐 고정 볼트가 있었다. 그것을 풀면 유닛의 몸체가 한쪽으로 무너진다.

그러나 바닥 레일은 유닛의 비상 전원과 연결돼 있었다. 볼트를 먼저 풀면 전류가 몸으로 튈 수 있었다.

침이 내려왔다.

태현은 선택을 늦추지 않았다.

먼저 전원 상태를 바꿨다.

[비상 전원: 유지]

[비상 전원: 회수 대기]

푸른 문자가 회색 신호를 덮었다.

처리 유닛의 붉은 렌즈가 깜빡였다. 그 순간 태현은 바닥 레일의 전류를 반대로 흘렸다.

찌직.

유닛의 여섯 다리가 동시에 떨렸다. 태현의 팔과 목덜미에도 전기가 튀었다.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뛰었다.

그는 마지막 힘으로 왼쪽 고정 볼트를 풀었다.

캡슐 하단이 들썩였다. 무거운 금속 관이 기울며 처리 유닛을 옆으로 밀었다.

유닛의 몸체가 바닥에 처박혔다.

태현은 그 위로 쓰러졌다. 숨을 쉴 때마다 갈비뼈가 안쪽에서 긁혔다.

처리 유닛은 아직 움직였다. 절단 침이 바닥을 긁으며 태현의 발목을 향했다.

태현은 기어가며 유닛의 중앙 원통에 손을 올렸다.

금속 너머에서 규칙적인 전류가 느껴졌다. 그는 신위를 억지로 밀어 넣었다.

“꺼져.”

명령은 짧았다.

푸른 빛이 원통의 틈으로 들어갔다. 태현의 시야가 완전히 검게 변했다. 그래도 손끝에서 전류가 끊기는 순간까지 버텼다.

처리 유닛의 다리가 한 번 경련했다.

그리고 멈췄다.

보관소 안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태현은 숨을 몰아쉬며 몸을 뒤집었다.

그의 눈앞에 붉은 문장이 떠올랐다.

[관리 유닛 7-119 기능 정지]

[비인가 권한 재구성 감지]

[오류 개체 정보를 중앙 통제망으로 전송합니다]

태현은 손을 들어 문자를 지우려 했다. 손가락이 허공에서 힘없이 떨어졌다.

통로 양쪽의 푸른 생체 표시등이 하나둘 붉게 변했다. 캡슐 안에 누워 있던 사람들의 얼굴 위로 경고빛이 번졌다.

멀리서 금속 다리가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한 대가 아니었다.

태현은 캡슐 127번을 바라봤다. 덮개 안쪽의 손가락이 다시 움직였다.

톡. 톡.

그는 무릎을 세우려 했다. 허벅지는 떨리기만 했다.

통로 끝에서 두꺼운 문이 열렸다. 문 너머에는 붉은 조명이 흐르는 좁은 복도가 있었다. 벽면 패널에는 7구역 중앙 관제라는 글자와 함께 보관소 전체의 회로가 펼쳐져 있었다.

태현의 시선이 회로를 훑었다. 각 캡슐의 전원과 산소선이 한 곳으로 모였다. 중앙 관제를 멈추지 않으면 처리 유닛도 캡슐 속 사람들도 계속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벽을 짚고 몸을 끌어올렸다. 한쪽 무릎이 바닥에서 떨어졌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몸을 세우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가 일어선 곳은 집이 아니었다.

번호가 된 사람들을 쌓아 둔 사육장이었다.

태현은 붉은 경고등을 향해 시선을 들었다.

“먼저 멈춘다.”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그다음에 전부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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