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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싣고 달리는 밤버스3화

책을 싣고 달리는 밤버스

책을 싣고 달리는 밤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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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마지막 노선의 책장

새 책장은 운행 종료 후 버스 좌석 프레임에 설치됐다. 현수는 결박 상태와 통로 폭을 재고, 안전 담당자가 승인한 점검표를 채웠다. 은채는 책을 30권만 가져왔다. 책장이 흔들리거나 무게가 기준을 넘으면 운영을 중지할 수 있도록, 장서 수량도 제한했다.

첫날에는 지난 시범 운영 때보다 사람이 많았다. 버스가 차고지에 들어오자 현수는 차량 점검부터 했다. 그는 엔진을 끄고, 출입문과 비상구를 확인한 뒤 이용 가능 표시를 켰다. 은채는 대출 규칙을 설명했다. 이용 시간은 40분, 좌석은 한 줄만 사용, 다음 회차 전에 모두 하차. 책을 대여한 뒤 반납 장소는 종이 카드에 표시할 수 있었다.

청소 노동자는 오디오북 안내를 다시 받아 갔다. 대학생은 지난번 빌린 책을 반납했다. 필구는 시집을 반납하고, 다음 책을 골랐다. 그는 새 책장 앞에서 오래 망설였다.

“어떤 책을 찾으세요?” 은채가 물었다.

“짧은 시가 있는 책이요. 한 편을 읽고 덮을 수 있는.”

은채는 얇은 시집 두 권을 꺼내 보여 줬다. 필구는 한 권을 고르고, 이번에는 반납일을 스스로 정했다. 그는 다음 주 금요일 야간 정류장에서 반납하기로 했다.

“다음 주에도 운행하나요?”

“시범 운영은 한 달 동안 예정돼 있어요. 다만 안전 점검에서 문제가 생기면 중단할 수 있습니다.”

“그럼 날짜를 적어 두겠습니다.”

현수는 버스 정류장 안내판에 책장 운영이 운행 종료 후에만 가능하다고 적었다. 승객들이 버스가 잠자리나 밤샘 열람실로 쓰인다고 오해하지 않도록, 이용 가능 시간과 대체 쉼터 주소를 함께 표시했다. 어떤 사람은 안내를 보고 아쉽다고 했지만, 필구는 그 기준이 필요하다고 했다.

“버스가 모든 걸 해 주면,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게 돼요.”

“어떤 책임을 말씀하세요?” 현수가 물었다.

“잠자리와 식사, 안전을 한꺼번에 맡기면 운영이 안 돼요. 책은 책대로, 쉼터는 쉼터대로 있어야 해요.”

은채는 그 말을 시범 평가에 포함했다. 하지만 다른 승객들은 밤에 잠시 쉴 공간이 필요하다고 했고, 이용 시간을 늘려 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녀는 이를 한 사람의 의견으로 처리하지 않고, 설문 결과로 모으기로 했다. 교통 부서와 도서관은 다음 달 운영 시간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현수는 운행 후 차량 점검을 마치고 은채에게 책장 이용 기록을 전달했다. 승객 수, 대출 수, 반납 수, 중단 시간. 하루 이용자가 적더라도 안전 절차가 필요한 이유가 기록으로 남았다. 은채는 도서관 내부 회의에서 인력을 추가 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혼자 운영하면 운전기사의 안전 확인까지 맡을 수 없었다.

도서관은 주 2회 사서 지원을 배정했다. 교통 부서는 밤버스 책장 운영을 정식 서비스로 전환할지 검토하기 위해 한 달을 더 관찰하기로 했다. 조건은 이용자 설문과 안전 사고 기록을 함께 살피는 것이었다. 현수는 운영을 무리하게 확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 달째 되는 금요일, 필구는 책을 반납하러 왔다. 그는 시집을 깨끗하게 보관했지만, 책갈피를 끼워 둔 페이지가 한 장 접혀 있었다. 은채는 손상 기록을 남기고 책을 반납 처리했다. 필구는 이번에는 반납 기한을 어기지 않았다.

“다음 책은 빌리지 않으실 건가요?”

“오늘은 빌리지 않겠습니다. 읽던 책이 아직 남아 있어요.”

은채는 그 선택을 존중했다. 그는 책을 빌리지 않아도 버스에 앉아 잠깐 읽을 수 있었다. 이용 시간이 끝나자 현수는 다음 회차 운행을 위해 모두에게 하차를 안내했다. 필구는 책을 가방에 넣고, 쉼터 안내 카드를 받았다.

그는 버스에서 내리기 전 현수에게 말했다. “이 버스가 제 집은 아니지만, 밤에 길을 잃지 않게 해 줬어요.”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릴 곳을 안내하는 것도 운행의 일부니까요.”

은채는 책장을 닫고 잠금 장치를 확인했다. 운행을 시작하기 전, 현수는 좌석과 통로를 다시 점검했다. 책장은 고정되어 있었고, 모든 승객이 내렸다. 그는 막차를 출발시켰다.

정식 서비스 첫 주, 책장 이용자가 예상보다 적었다. 은채는 실패라고 단정하지 않고, 운영 시간과 홍보 장소를 확인했다. 버스 종점 안내판에는 책장 운영 시간이 작게 적혀 있었고, 이용자들은 버스가 정차한 뒤에야 그 사실을 알았다. 그녀는 차고지와 협의해 종점 안내 방송에 짧은 문장을 추가했다. 운행 중 책장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함께 알렸다.

현수는 안내 방송이 승객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문장을 검토했다. 그는 도서관 책장을 광고처럼 소개하기보다, 이용 가능한 시간과 대체 반납 장소를 전달했다. 은채는 승객 설문에 홍보 방식에 대한 질문을 추가했다. 필구는 자신이 아는 야간 근무자 몇 명에게 안내를 전했지만, 참여 여부는 각자 선택하게 했다.

둘째 주에는 이용자가 늘었다. 한 사람은 큰 글씨 책을 찾았고, 다른 사람은 짧은 소설을 빌렸다. 은채는 모든 책을 준비할 수 없었지만, 예약 도서를 분관에서 가져오는 절차를 안내했다. 현수는 책장을 열고 닫는 시간을 운행 점검표와 분리해 기록했다. 도서관 업무가 운전 안전을 밀어내지 않도록 했다.

이용자 한 명이 책을 반납하지 않고 버스에 두고 내렸다. 은채는 분실물 기록을 남기고, 책 상태를 확인한 뒤 다음 회차 책장에 돌려놓았다. 개인 소지품과 도서관 장서를 구분할 수 있도록 책 안쪽에 대출 표시를 붙였다. 그 문제를 해결한 뒤에도 운영 시간 연장 요구는 남았다.

도서관은 두 달 뒤 설문과 인력 배치 결과를 보고 시간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현수와 은채는 시범 운영을 먼저 안정시키고, 그 뒤에 늘리기로 합의했다.

그날 밤 도서관 게시판에 이용자 의견이 붙었다. ‘조금 더 오래 읽고 싶다’, ‘책을 돌려줄 곳이 생겼다’, ‘쉼터 안내가 도움이 됐다’. 은채는 모든 의견을 같은 방향으로 묶지 않고 각각의 요구를 기록했다. 다음 달에는 운영 시간을 10분 늘리는 안과 사서 지원을 더하는 안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현수는 운행 후 차고지에서 은채와 차를 마셨다. 둘은 처음 만난 날의 안전 문제를 다시 이야기했다. 책을 실을 수 없다고 한 현수의 판단은 맞았지만, 그 뒤에 가능한 방법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 은채는 다음번에 차량이 고장 나면 도서관과 교통 부서에 동시에 연락하는 절차를 만들었다.

“처음부터 규정만 말하면 안 됐던 것 같아요.” 현수가 말했다.

“규정은 필요했어요. 다만 그 다음에 할 수 있는 일을 같이 찾으면 되죠.”

“다음에는 그렇게 하겠습니다.”

은채는 그가 책임을 인정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현수에게 주말에 도서관 신간 정리를 도와 달라고 했다. 현수는 운행 일정이 끝난 뒤라면 가능하다고 했다. 은채는 그를 업무에 끌어들이는 것과 사적인 만남을 구분하고 싶었다.

“그럼 정리 끝나고 저녁 먹을까요?”

“좋아요. 책 말고 다른 얘기도 합시다.”

“무슨 얘기요?”

“아직 모르겠어요. 그날 정하면 되죠.”

그들은 약속을 잡았다. 어느 쪽도 상대의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책장은 다음 날도 열릴 예정이었고, 필구는 다음 정류장에서 책을 반납하기로 했다. 밤버스는 운행을 끝낸 뒤에도 잠시 사람들을 책 가까이에 머물게 했다.

이용자 설문에는 책을 더 오래 읽고 싶다는 의견과, 정류장에서 짧게 빌릴 수 있어 편하다는 의견이 함께 나왔다. 은채는 두 요구를 평균으로 합치지 않았다. 도서관은 책장 운영 시간을 늘리는 대신 사서 지원을 한 번 더 배정할 수 있는지 검토했다. 교통 부서는 기사 휴게 시간과 차량 점검 시간이 줄어들지 않도록 운영 시각을 따로 정했다.

현수는 운영 시간이 늘어나더라도 차량 안에 남는 승객 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은채는 좌석 한 줄과 휠체어 공간을 비우는 기준을 유지했다. 필구는 그 조건을 이해하고, 다른 승객에게도 버스에서 모두 내려야 하는 종료 시간을 알려 주었다. 그는 이용자 안내를 돕되, 자신을 운영 담당자로 부르지 말아 달라고 했다.

“저는 책 빌리는 사람이지, 밤을 책임지는 사람은 아니에요.”

은채는 그 말을 운영 지침에 적었다.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의 경험을 듣더라도, 그 사람에게 책임까지 넘기지 않기로 했다.

한 달 뒤, 시범 운영은 정식 서비스로 승인됐다. 다만 주 2회, 운행 종료 뒤 40분, 사서 동행이라는 조건이 붙었다. 이용자 설문은 두 달 뒤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현수와 은채는 조건을 게시하고 첫 정식 운영을 준비했다. 필구는 대출증을 갱신했고, 다음에 읽을 책을 미리 예약했다.

“밤에 책을 빌리는 사람이 더 늘까요?” 은채가 물었다.

“모릅니다. 다만 오는 사람에게는 열려 있겠죠.” 현수가 답했다.

그날 막차는 정시에 출발했다. 좌석은 승객을 태우기 위해 비워졌고, 책장은 안전하게 잠겨 있었다. 운행이 끝나면 다시 열릴 예정이었다. 현수는 노선을 따라 달리며 다음 정류장을 안내했다. 은채는 차고지에서 책을 정리했다. 필구는 시집을 가방에 넣고 자신이 내릴 곳을 기다렸다.

마지막 정류장 안내가 나오자 필구는 일어섰다. 그는 이번에는 책을 놓고 내리지 않았다. 손에 든 책에는 자신의 대출 카드가 끼워져 있었다. 정해진 날짜에 돌아올 책이었다.
다음 운영 회의는 한 달 뒤로 정해졌다. 그때까지 이용 기록과 안전 점검을 함께 모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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