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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만 치료하는 정골 네크로맨서7화

뼈만 치료하는 정골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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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붕대를 나르는 손

손이 모자라는 아침

도윤은 붕대 끝을 놓쳤다.

하얀 천이 바닥에 굴러가자 토마가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도윤이 먼저 손을 뻗어 아이의 어깨를 눌렀다.

“다리는 움직이지 마.”

“붕대만 주우려던 건데요.”

“그것도 안 된다.”

토마의 오른쪽 정강이에 댄 부목은 제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바깥을 감은 천 한 겹이 느슨해져 있었다. 도윤은 발가락의 색과 온도를 확인한 뒤 다시 붕대를 감으려 했으나 손가락 끝이 어젯밤처럼 뻣뻣했다.

리에나가 굴러간 붕대를 집어 세탁 바구니에 던졌다.

“바닥에 닿은 건 다시 삶아요. 새것은 저쪽 선반.”

“알고 있습니다.”

“알면서 왜 혼자 잡고 감으려고 해요? 손이 셋입니까?”

도윤은 대꾸하지 못했다. 토마의 누나는 물을 데우러 앞방에 나가 있었다. 리에나는 오전에 쓸 약초를 저울에 올려 둔 채 달려왔다.

“아저씨 손이 어제부터 계속 떨려요.”

토마의 눈이 그의 장갑을 쫓았다.

“뼈는 안정됐어. 내 손이 피곤한 거다.”

도윤은 아이의 발끝을 가볍게 눌렀다. 눌린 자리가 곧 제 빛으로 돌아왔다. 감각도 남아 있었다. 부목 바깥의 느슨한 천은 서둘러 바꿀 일이 아니었다.

리에나가 창문 틈으로 골목을 살폈다. 순찰 종이 멀어졌다.

“벤이 가져오겠다는 침상은 밤에나 오겠죠. 브람에게 옮길 사람을 더 구해 달라고 해야겠어요. 다친 어깨로 목재를 들게 둘 수는 없으니까.”

“그때까지는 이 진료대와 우리 손으로 버텨야 합니다.”

“조수 얘기를 했죠. 유골을 데려오면 칠판 다섯째 줄을 지울 겁니다.”

“지우지 않을 겁니다.”

“허락을 받겠다는 뜻이에요?”

“받을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도윤에게 떠오른 것은 폐창고의 장례 수레였다. 낯선 세계에서 처음 일어났던 해골은 바르트의 다친 팔을 받치고 길을 가리켰다. 도윤이 시킨 일이 아니었다. 다만 그 몸짓이 지금도 돕고 싶다는 뜻인지는 알 수 없었다.

“거기서도 대답이 없으면요?”

“뼈를 모아 장례를 돕겠습니다. 빈손으로 돌아오죠.”

리에나는 약초 봉지를 묶었다.

“좋아요. 하지만 몸을 일으키기 전에 내 앞에서 물어요.”

수레 아래 남은 이름

폐창고 문에는 새 은분 선이 그어져 있었다. 백은성당의 수거 표시였다.

“곧 수거하러 오겠군요.”

리에나가 은분을 손가락으로 문질러 보았다. 마른 가루가 묻어 나왔다.

도윤은 수레 바퀴가 남긴 홈을 피해 안으로 들어갔다. 무너진 손수레 밑에 천 보자기가 끼어 있었고 그 아래 흩어진 뼈들이 있었다. 누군가 서둘러 찾았다면 벌써 가져갔을 자리였다.

“내가 문을 볼게요. 오래 있지 마요.”

리에나가 바깥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도윤은 무릎을 꿇고 뼈들을 하나씩 보자기 위에 올렸다. 부러진 손가락뼈 한 마디를 집을 때 손바닥에 짧은 압력이 남았다. 젖은 소매 아래에서 팔을 받치던 마지막 움직임이었다.

그것만으로 뼈의 주인이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었다.

보자기 매듭 안쪽에는 나무 장례 표가 달려 있었다. 먹이 번졌지만 이름 두 글자는 읽혔다.

도치.

도윤은 표를 보자기 바깥에 놓았다.

“도치 씨. 제 말을 들으십니까?”

손가락뼈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도윤은 눈을 감고 뼈에 남은 미세한 골흔을 따라 숨을 고르게 흘렸다. 마력 실을 감아 묶는 대신 들을 수 있을 만큼만 문을 열었다.

수레 밑에서 가벼운 덜컥임이 났다. 뼈손의 검지가 조금 들렸다.

“전에 다친 사람을 받쳐 주셨습니다. 그 일을 다시 원하시는지 묻고 싶습니다. 제 치료소에서 붕대를 나르는 일입니다. 싫으면 지금 그만두겠습니다.”

서늘한 기척이 손끝에 걸렸다.

‘팔…… 놓지 마.’

그 말로는 아직 충분하지 않았다. 도윤은 다시 물었다.

“오늘 낮 동안만 도와주시겠습니까? 해가 지면 쉬게 해 드리겠습니다. 내일 일은 내일 다시 묻겠습니다. 돕겠다면 제 손을 한 번 두드리십시오. 멈추고 싶을 때는 세 번 두드리십시오.”

도윤은 열린 손바닥을 보자기 옆에 두고 기다렸다. 아무런 대답이 없더라도 뼈를 모아 장례를 치르면 그만이었다.

뼈손이 천천히 움직였다. 손가락 끝이 그의 장갑을 한 번 두드렸다.

“자기 손으로 골랐네요.”

리에나가 낮게 말했다. 그래도 그녀는 보자기를 드는 도윤의 팔을 붙잡았다.

“환자 앞에서 거절하면 그때도 물러나야 해요.”

“물론입니다.”

리에나는 문 쪽을 돌아보았다. 종소리가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제 옮겨요. 해 지기 전에 반드시 풀어 줘요.”

도윤은 보자기를 들어 올렸다. 뼈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게 품에 단단히 안았다.

붕대 하나의 거리

도치의 뼈들은 뒷방 작업대 위에서 천천히 맞물렸다. 도윤은 헐거운 관절 사이에 푸른 마력 실을 짧게 걸었다. 실은 뼈가 흩어지지 않을 만큼만 이어 주었다.

해골이 일어서자 리에나는 곧바로 칠판을 가리켰다.

“다섯째 줄. 유골은 도구가 아니에요.”

“알고 있습니다. 도치 씨가 멈추면 저도 멈춥니다.”

“그리고 환자가 싫다고 해도 나가야 해요.”

“그것도요.”

도윤은 바닥에 분필로 선 하나를 그었다. 약재 선반과 진료대의 중간이었다.

“이 선은 넘지 마십시오. 환자의 뼈와 붕대에는 제 허락 없이 손대지 않습니다. 여기서 새 붕대 한 통만 제 손에 올려 주세요.”

도치는 선반에서 첫 번째 꾸러미를 집었다. 손가락 관절 사이로 묵은 천이 풀려 나와 긴 꼬리가 생겼다.

“그건 세탁할 것.”

리에나가 새 붕대 바구니를 들어 보였다. 도치는 도로 내려놓으려다 천 꼬리에 발목이 걸려 작업대 다리에 부딪혔다.

딸각, 딸각.

토마가 앞방에서 웃음을 참는 소리가 들렸다. 리에나도 입술을 손등으로 가렸다.

“환자 앞에서 저러면 다들 달아나겠네요.”

그녀는 곧 웃음을 거두고 바닥에 떨어진 천을 세탁 바구니로 옮겼다. 도치는 바구니를 따라 눈구멍을 돌렸지만 도윤이 손을 펼치자 제자리에 멈췄다.

“다시 하겠습니다.”

도윤은 바구니를 가까이 옮겼다. 도치는 새 붕대 통을 꺼냈지만 이번에는 붕대 끝을 잡아 길게 풀어 버렸다. 도윤이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밀었다.

“손바닥을 보이면 멈춥니다.”

뼈손이 허공에서 멎었다. 도윤은 감긴 천을 조심히 되돌렸다. 강제로 움직임을 꺾자 손목 안쪽에 한기가 번질 듯해 그 전에 마력 실을 느슨하게 했다.

“다시 해 주시겠습니까?”

도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턱뼈가 달그락거렸다.

세 번째에는 선반에서 붕대 한 통이 내려왔다. 도치가 분필 선 앞에 섰다. 도윤이 손바닥을 펴자 멈췄고 손을 뒤집자 천을 올렸다.

“됐습니다.”

리에나는 붕대 가장자리에 묻은 먼지를 확인했다.

“이건 쓸 수 있겠어요.”

토마의 누나가 뒷방 입구에서 굳었다.

“저게…… 여기 있는 겁니까?”

도윤은 도치와 진료대 사이에 섰다.

“환자를 만지게 하지 않겠습니다. 싫으시면 내보내겠습니다.”

누나는 토마가 누운 앞방을 돌아보았다.

“제 생각보다 토마에게 먼저 물으세요.”

토마가 고른 거리

토마는 도치를 보자마자 이불을 턱까지 끌어올렸다.

“뼈가 걷잖아요.”

“무섭다면 밖으로 보내겠다.”

도윤은 침상 곁에 앉았다. 아이의 붕대를 가리켰다.

“바깥쪽 천이 조금 느슨하다. 네 누나가 부목을 받치고 내가 다시 감을 거야. 도치 씨는 방 끝 선에서 깨끗한 붕대만 내게 줄 거다. 널 만지지 않는다.”

“그 사람도 저처럼 아팠어요?”

“그건 모른다. 아는 척하지 않을 거야.”

도윤은 아이가 대답할 때까지 기다렸다. 토마는 도치의 손에 들린 하얀 통을 한참 보았다.

“거기서 안 오면 괜찮아요.”

“중간에 싫어지면 말해라.”

리에나는 토마의 발가락을 짚고 누나에게 부목 아래를 받치게 했다. 도윤이 헐거운 겉붕대만 풀었다. 피부의 색과 온도는 정상이었고 상처도 새로 젖지 않았다. 부목을 옮길 이유는 없었다.

도윤은 손을 뻗었다. 도치가 한 통을 가져왔다. 바닥의 선 앞에서 멈춰 천을 그의 손 위에 얹었다.

토마가 숨을 들이켰다.

“잠깐.”

도윤은 즉시 손을 멈췄다. 도치도 배운 대로 얼어붙었다.

“아파?”

“아뇨. 저분 손가락이 빠질 것 같아서요.”

도치의 새끼손가락뼈가 붕대 고리에 걸려 있었다. 도윤이 붕대를 받치자 뼈손이 천천히 손을 뺐다.

“이제 계속해도 되겠니?”

토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윤은 붕대를 부목 바깥에 일정한 힘으로 감았다. 리에나가 발끝의 혈색을 다시 확인하고 매듭을 눌러 보았다.

누나는 줄곧 부목 아래에 손을 대고 있었다. 도윤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손을 뗐다. 셋 가운데 누구도 손이 모자라던 순간이 없었다.

“너무 죄지 않아요. 열이 나거나 발끝이 저리면 바로 풀어야 해요.”

“걸어도 돼요?”

“안 된다.”

도윤과 리에나가 동시에 대답했다. 토마가 이불 속에서 작게 웃었다.

도윤은 해골 쪽을 보았다. 도치는 선 앞에서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있었다. 도윤의 손목에는 조이는 감각도 환청도 없었다. 명령을 밀어붙이지 않은 대가였다.

“아저씨, 다음에도 저기서 붕대만 주는 거죠?”

“네가 허락하면.”

토마는 잠시 생각하더니 도치 쪽으로 손을 흔들었다. 도치의 손가락이 한 마디씩 들렸다가 내려왔다. 아이는 이번에는 이불을 끌어올리지 않았다.

바깥문이 두드려졌다.

리에나가 가림막을 내려 도치를 숨겼다. 도윤은 토마의 다리 앞에 앉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이곳이 정골소 마디입니까?”

문밖의 목소리는 낯설었다. 성당의 예식 종이 달린 지팡이가 돌바닥을 한 번 찍었다.

“뼈를 만지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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