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만 치료하는 정골 네크로맨서

3화: 부러진 다리의 값
궤짝 아래의 아이
도윤은 쓰러진 약재 궤짝 앞에 무릎을 꿇었다.
“다친 다리를 움직이지 마. 이름이 뭐지?”
“토마…… 다리가 안 움직여요.”
소년의 목소리는 울음에 잠겨 있었다. 궤짝 모서리가 정강이를 누르고 있었고 젖은 바지 아래로 붉은 피가 번졌다. 부러진 뼈가 피부를 뚫지는 않았지만 정강이의 윤곽이 두 군데에서 꺾여 있었다.
도윤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계단 위 약초 가게의 처마 아래에 사람 셋이 서 있었다. 누구도 선뜻 다가오지 못했다. 피보다 그가 끼고 있는 장갑을 더 무서워하는 눈치였다.
“궤짝을 들 사람 둘만 필요합니다. 안쪽으로 미는 게 아니라 위로 들어야 합니다.”
“네가 손대면 애가 죽는 거 아니야?”
“지금도 죽을 수 있습니다.”
도윤은 짧게 대답했다.
“다리를 잡아당기면 뼈가 더 찢어집니다. 궤짝을 들어 올린 뒤 제가 아래를 받치겠습니다.”
마른 남자와 앞치마를 두른 여자가 서로 얼굴을 보았다. 그때 토마가 작은 손을 들어 골목 안쪽을 가리켰다.
“누나를…… 불러 주세요. 약방에 있어요.”
“약방 이름은?”
“리에나…… 벨로크 약방.”
여자가 골목 안으로 달려갔다. 도윤은 토마의 발목을 눈으로 확인했다. 발끝이 창백했지만 완전히 식지는 않았다. 발등의 맥박도 희미하게 뛰고 있었다.
“토마. 네 다리를 만져도 되겠니?”
“아파요.”
“맞추는 동안 더 아플 수 있다. 대신 지금보다 덜 어긋나게 만들겠다. 네가 싫다고 하면 멈춘다.”
소년은 이를 악물었다. 잠시 뒤 떨리는 고개가 움직였다.
“해 주세요.”
도윤은 토마의 허락을 확인한 뒤에야 궤짝을 들 준비를 했다.
“하나, 둘, 셋.”
두 사람이 궤짝을 들어 올렸다. 도윤은 양손으로 토마의 종아리 아래와 발뒤꿈치를 받쳤다. 궤짝이 들리자 토마의 비명이 밤안개를 찢었다. 도윤은 다리를 당기지 않고 무게만 받아 바닥에 내려놓았다.
손끝이 피부 위를 스치는 순간 시야가 흔들렸다.
젖은 돌계단. 한쪽으로 기운 궤짝. 토마가 미끄러지며 몸을 틀었다. 오른발이 계단 모서리에 걸리고 무거운 나무가 정강이를 찍었다. 뼈가 부러진 뒤에도 궤짝 안의 유리병이 흔들렸다. 깨진 병 하나가 살을 베었지만 깊지는 않았다.
도윤은 눈을 떴다.
“정강이뼈가 두 군데 부러졌습니다. 작은 뼛조각이 안쪽으로 밀렸지만 큰 혈관은 아직 괜찮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아?”
낮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검은 외투 위에 짙은 갈색 앞치마를 두른 여자가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붉은 갈색 단발이 빗물에 젖어 뺨에 붙어 있었고 금테 안경 너머의 눈은 도윤의 손부터 토마의 다리까지 빠르게 훑었다.
“토마에게 손을 댄 사람이 당신입니까?”
“아직 맞추지는 않았습니다.”
“그럼 손을 떼세요.”
여자는 작은 가죽 가방을 열며 말했다.
“이 골목에서 낯선 사령술사가 사람의 뼈를 만진다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그게 당신이라면 정화대가 오기 전에 떠나는 게 좋겠군요.”
“떠나면 이 아이의 다리가 더 어긋납니다.”
“당신이 고칠 수 있다는 증거는요?”
“없습니다.”
도윤은 토마의 발끝을 살폈다.
“하지만 지금 놓으면 혈관이 눌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아이는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여자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름.”
“강도윤입니다.”
“나는 리에나 벨로크. 이 아이의 고용주입니다. 보호자는 아니에요.”
“누나가 온다고 했습니다.”
“그럼 누나에게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리에나는 가방에서 짧은 칼과 붕대 그리고 냄새가 강한 맑은 액체가 든 병을 꺼냈다.
“당신 말이 맞다면 먼저 출혈을 막고 다리를 고정해야 해요. 뼈를 맞추는 건 그다음입니다. 그리고 이 아이가 거부하면 손을 대지 마세요.”
도윤은 리에나를 바라보았다.
“동의합니다.”
“쉽게 동의하네요.”
“환자 앞에서 다툴 시간이 없습니다.”
리에나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 그때 숨이 넘어갈 듯한 여자가 골목 안에서 뛰어왔다.
“토마!”
소년보다 조금 나이가 많아 보이는 여자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젖은 머리카락 아래로 겁에 질린 얼굴이 드러났다.
“누나, 이 사람이…….”
“도망치지 않고 다리를 잡고 있었어요.” 리에나가 먼저 말했다. “하지만 부러진 뼈를 맞추겠다고 합니다. 토마가 허락하면 치료를 맡기겠습니까?”
누나는 도윤을 믿지 못하는 눈으로 보았다.
“성당에서 데려간다고 하면요?”
“제가 성당 사람이 아니라는 말밖에 할 수 없습니다.”
“치료하다가 더 다치면?”
“그 위험도 있습니다. 다만 그대로 두는 위험이 더 큽니다.”
도윤은 시선을 토마에게 돌렸다.
“토마가 결정하게 하십시오. 저는 설명한 뒤 손을 대겠습니다.”
소년은 입술을 떨었다. 그러다 누나의 손을 잡았다.
“누나…… 나 이 사람한테 맡길래.”
뼈가 맞물리는 소리
리에나는 토마의 다리 주변에 깨끗한 천을 깔았다. 골목의 주민 한 명은 가게 안에서 얇고 곧은 나무판 두 장을 가져왔다.
“이 약은 소독액이에요. 상처에 닿으면 따갑습니다.”
리에나가 토마에게 병을 보여 주었다.
“다리를 맞추는 동안 움직이지 않게 해 줄 수는 있지만 정신을 잃게 하지는 않아요. 도윤 씨가 하는 동안 제가 피가 나는 곳을 누르겠습니다.”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토마에게 계속 말을 걸어 주십시오.”
“지시하지 마세요. 약방은 제가 운영합니다.”
“그럼 옆에서 필요한 일을 해 주십시오.”
리에나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당신도 제법 뻔뻔하군요.”
도윤은 대꾸하지 않고 토마의 다리에 손을 댔다. 골흔의 잔상이 이번에는 한 번에 몰려오지 않았다. 부러진 위치와 근육이 당기는 방향이 여러 겹으로 겹쳐 보였다.
정강이뼈의 위쪽 조각은 뒤로 밀렸고 아래쪽은 바깥으로 돌아가 있었다. 작은 뼛조각 하나가 종아리 근육을 찌르고 있었다. 억지로 한 번에 밀면 그 조각이 혈관 쪽으로 파고들 수 있었다.
“토마. 지금부터 세 번 아플 거야. 첫 번째는 다리를 잡는 순간. 두 번째는 작은 조각을 빼는 순간. 마지막은 뼈를 맞출 때다.”
“세 번째가 제일 아파요?”
“아마도.”
“거짓말은 안 하네요.”
“그게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도윤은 한 손으로 무릎을 고정하고 다른 손으로 발뒤꿈치를 받쳤다. 리에나가 상처 주변을 눌렀다.
“첫 번째입니다.”
도윤이 다리를 조금 들어 올리자 토마가 신음을 흘렸다. 골절면이 서로 비비지 않도록 발목을 곧게 유지했다.
“두 번째.”
마력 실이 장갑 아래에서 가느다랗게 떨렸다. 도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실을 뼛조각의 모서리에 걸었다. 손으로 직접 밀지 않고 실의 방향을 바꾸자 근육을 찌르던 조각이 안쪽으로 미끄러져 나왔다.
토마의 손이 허공을 움켜쥐었다. 리에나가 그 손을 붙잡았다.
“내 손을 잡아요. 부러뜨려도 되니까 다리에는 힘을 주지 마.”
“약사 누나 손도 부러지면요?”
“그럼 새 약방을 차려야지.”
토마가 울면서도 짧게 웃었다. 그 틈에 도윤은 어긋난 두 골절면을 같은 축에 놓았다.
“마지막입니다.”
발목을 아주 조금 당기고 무릎을 반대로 눌렀다. 뼈와 뼈가 맞닿는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났다.
딱.
토마의 비명이 터졌다가 곧 끊겼다. 도윤은 손을 떼지 않고 발등의 맥박을 확인했다.
“맥박이 유지됩니다. 발가락을 움직여 보세요.”
토마의 발가락이 하나씩 떨렸다.
“움직여요.”
누나가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리에나는 말없이 상처를 소독하고 나무판을 다리 양옆에 붙였다. 도윤이 붕대를 감는 동안 그녀는 매듭의 간격을 확인했다.
“너무 세게 감으면 발이 다시 차가워집니다.”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는 사람치고 손이 거칠어요.”
“뼈가 아직 흔들립니다.”
“그래서 더 천천히 해야 합니다.”
리에나는 붕대를 풀지 않고 매듭 하나를 옮겼다. 도윤은 그 손길을 지켜보았다. 약을 다루는 사람의 손이었다. 빠르지만 환부를 함부로 누르지 않았다.
“이 아이는 오늘 밤 다리를 펴면 안 됩니다.” 도윤이 말했다. “내일까지 발가락 색과 감각을 확인해야 합니다. 열이 오르거나 통증이 박동처럼 커지면 상처가 감염된 겁니다.”
“그건 제가 봅니다.”
“뼈는 맞췄지만 상처까지 낫게 한 건 아닙니다.”
리에나가 눈을 들었다.
“방금 그 말을 다시 해 보세요.”
“상처와 감염은 별도 치료가 필요합니다.”
“그나마 정직하네요.”
리에나는 토마의 누나에게 붕대 관리법을 설명했다. 도윤은 그 사이 장갑을 벗었다. 손목 안쪽이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뼈 사이에 얇은 모래가 낀 것 같은 감각이었다.
‘또 움직였어.’
그는 손을 쥐었다 폈다. 통증은 약했지만 손가락 끝의 감각이 둔했다.
“당신 손.”
리에나가 알아차렸다.
“다친 건 아닙니다.”
“손목을 쓸 때마다 얼굴이 굳는데요.”
“치료 피로입니다.”
“그런 병명은 처음 듣네요.”
도윤이 장갑을 다시 끼려는 순간 골목 입구에서 쇠종이 울렸다.
짤랑.
사람들의 표정이 동시에 굳었다.
약방의 닫힌 문
“백은성당 정화대다!”
골목 저편에서 목소리가 터졌다.
“유골을 일으킨 사령술사는 즉시 모습을 드러내라!”
주민들이 토마와 누나를 감쌌다. 하지만 누구도 도윤을 직접 숨기려 들지는 못했다. 성당의 이름은 빈민가에서 칼보다 무거웠다.
리에나는 약방 문을 바라보다가 토마의 다리를 보았다. 붕대 옆으로 피가 조금 배어 나왔다.
“당신을 숨기면 정화대가 이 약방을 뒤질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내 장부와 약재까지 뒤집히겠죠.”
“그럼 떠나겠습니다.”
도윤이 일어서자 토마가 팔을 뻗었다.
“도윤 아저씨가 가면 안 돼요. 다리 다시 안 부러지죠?”
“붕대를 풀지 않으면 괜찮습니다.”
“그럼 가지 마요.”
리에나의 시선이 토마에게 향했다. 아이의 누나는 그녀의 앞치마를 붙잡았다.
“리에나 씨. 부탁드려요. 성당 사람들이 오면 토마를 데려갈지도 몰라요.”
“나는 자선가가 아니에요.”
“약값은 나중에라도…….”
“약값을 받겠다는 말이 아니에요.”
리에나는 가죽 가방을 닫았다.
“이 골목에서 성당이 제일 먼저 찾는 곳은 사령술사가 치료한 환자입니다. 토마를 숨기면 그 아이까지 의심받아요.”
쇠종 소리가 가까워졌다. 도윤은 골목 반대편을 보았다. 도망칠 길은 있었지만 토마와 누나를 남겨 두면 정화대의 심문이 시작될 것이다.
“제가 나가서 시간을 끌겠습니다.”
“당신은 정말 도망치는 법을 모르는군요.”
리에나는 약방 문을 열었다.
“들어와요. 뒷방에 약재 상자가 있습니다. 그 안에 들어가라는 뜻은 아니고 빈 선반 뒤에 좁은 문이 있어요.”
도윤은 움직이지 않았다.
“왜 돕습니까?”
“도운 적 없습니다. 환자가 치료 중인데 가게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걸 싫어할 뿐이에요.”
“대가는?”
“나중에 정합니다.”
리에나는 그의 손목을 보았다.
“그리고 내 약방에서는 환자의 이름을 먼저 묻습니다. 당신 이름은 들었으니 다음은 당신이 왜 뼈를 일으켰는지 설명할 차례예요.”
도윤은 약방 안으로 들어갔다. 벽면에는 말린 약초와 작은 유리병이 빼곡했다. 카운터 아래에는 낡은 장부들이 쌓여 있었고 그중 몇 권에는 백은성당의 은빛 표식이 찍혀 있었다.
리에나는 도윤의 시선을 따라 장부를 보더니 곧바로 천을 덮었다.
“그건 건드리지 마세요.”
“성당 장부입니까?”
“약방 장부예요.”
“표식이 있는데요.”
“당신은 숨는 일에 집중하세요.”
그녀는 빈 선반을 밀었다. 벽면에 사람 하나가 겨우 지날 만한 검은 틈이 나타났다. 안쪽에서는 오래된 약초와 먼지 냄새가 흘러나왔다.
“들어가면 문을 닫습니다. 세 번 두드리기 전에는 나오지 마세요.”
“정화대가 환자를 확인하면?”
“토마는 약방 환자입니다. 제가 설명합니다.”
“그들이 믿지 않으면요?”
“그때는 당신이 아니라 제가 거짓말을 해야겠죠.”
도윤은 잠시 리에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친절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대신 토마의 붕대와 피 묻은 천을 정확히 챙겼다. 도움을 주면서도 그 도움의 무게를 계산하는 얼굴이었다.
“리에나 씨.”
“왜요?”
“토마의 발가락 색이 변하면 바로 부르십시오. 뼈가 다시 밀릴 수 있습니다.”
“당신 손목이 더 먼저 변할 것 같은데요.”
“그건…….”
“뒷방에서 확인해요. 환자 앞에서 쓰러지면 곤란하니까.”
도윤은 좁은 문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선반이 닫히자 바깥 소리가 둔하게 울렸다.
“문을 열어라! 이곳에서 사령술사가 치료했다는 신고가 있었다!”
정화대의 목소리였다.
도윤은 어둠 속에서 숨을 죽였다. 주머니 속 부적이 미세하게 떨렸다. 이번에는 백은성당 돔 쪽이 아니었다. 약방 카운터 아래에서 차갑고 낯선 골흔이 한 번 울렸다.
누군가의 뼈가 이곳을 거쳐 갔다.
리에나가 숨긴 장부와 같은 방향이었다.
바깥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환자는 제가 치료합니다. 뼈를 맞춘 사람은 없어요.”
“약사 벨로크.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한 사람이 환자의 다리를 다시 부러뜨려 주던가요?”
잠깐 정적이 흘렀다.
“수색하겠다.”
“수색하려면 먼저 치료 중인 아이의 동의를 받으세요. 그리고 약병을 깨뜨리면 변상부터 하시고요.”
리에나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도윤은 손목을 감싸 쥐었다. 뻣뻣한 통증이 손가락까지 번지고 있었다. 혼자라면 이미 다시 골목으로 뛰쳐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닫힌 문 하나가 자신의 도주를 막는 동시에 다른 사람의 선택을 지키고 있었다.
얼마 뒤 쇠종 소리가 멀어졌다.
선반이 세 번 두드려졌다.
도윤이 밖으로 나오자 리에나는 카운터 위에 찻잔 하나를 내려놓았다.
“오늘 밤만 뒷방을 빌려 드리죠.”
“대가는?”
“내일 아침 토마의 상태를 확인하고 약재 상자 두 개를 옮겨요. 그리고 당신이 아는 뼈 이야기 전부를 듣겠습니다.”
“전부는 모릅니다.”
“그럼 모르는 것부터 말해요.”
리에나는 장부 위의 천을 다시 고쳐 덮었다.
“내 약방에서는 뼈만 고치지 않습니다. 환자의 이름과 허락부터 확인해요. 그 규칙을 어기면 문밖으로 내보냅니다.”
도윤은 찻잔을 들었다. 씁쓸한 약초차가 목을 타고 내려갔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강도윤 씨.”
“예.”
“당신을 아직 믿는 건 아니에요. 다만 오늘은 토마의 다리를 살렸으니 죽게 내버려 두지는 않겠습니다.”
약방 안쪽 어딘가에서 부적이 다시 한 번 떨렸다.
도윤은 천으로 덮인 장부를 바라보았다. 종이 너머에서 이름 없는 뼈들이 서로 부딪히는 듯한 감각이 올라왔다.
리에나는 그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그 장부를 보고 싶다면 내일 값을 치러요.”
“무슨 값입니까?”
“당신이 고친 사람들의 이름을 잊지 않는 값.”
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토마의 이름을 속으로 한 번 되뇌었다.
약방의 문이 닫히고 밤이 깊어졌다.
그날 도윤은 처음으로 도망칠 곳이 아니라 머물 곳의 규칙을 배웠다. 그 규칙의 첫 줄에는 토마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