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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잘 먹겠습니다6화

오늘도 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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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영혼을 적시는 닭곰탕

동이 트기 전의 시골 장터는 서늘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성운은 닭을 파는 가게 앞에 서서 진열된 토종닭들을 하나하나 살폈다. 겉껍질에 윤기가 돌고 살결이 단단하게 뭉쳐 있는 어린 닭이어야 했다. 너무 늙은 닭은 질긴 풍미가 강하고 기름이 과하게 나오며 너무 어린 육계는 뼈에서 우러나는 감칠맛의 깊이가 부족하다.

“젊은 양반이 새벽부터 닭을 꼼꼼하게도 고르네.”

장터 상인이 집게로 닭을 들어 올리며 웃었다.

“맑은 국물을 내려고 합니다. 껍질 아래 노란 지방이 적고 뼈가 굵은 놈으로 두 마리 부탁드립니다.”

“제대로 아네. 엊저녁에 막 잡아서 살이 차진 놈이야.”

닭을 품에 안고 돌아오는 길, 지리산 능선 너머로 붉은 여명이 번져 나가고 있었다.

마당으로 돌아온 성운은 곧바로 칼을 갈았다. 숫돌에 칼날을 문지르는 규칙적인 소리가 아침 마당의 고요를 깨웠다.

닭곰탕의 핵심은 맑음과 은은함이었다. 억지로 국물을 뽀얗게 우려내려고 센 불에 팔팔 끓이면 닭의 지방과 수분이 섞이며 에멀전화되어 탁한 기름내가 돌게 된다. 식사를 두려워하고 냄새에 예민해진 사람에게는 그 무거운 지방질의 향이 목을 틀어막는 거대한 장벽이 된다.

성운은 닭의 꽁지와 목 주변에 뭉쳐 있는 노란 지방 덩어리를 칼끝으로 세심하게 도려냈다. 껍질도 가슴살 부위는 아예 벗겨냈다. 찬물에 닭을 담가 뼈 사이에 남은 핏물과 찌꺼기를 세 차례 이상 말끔하게 씻어냈다.

가마솥에 맑은 지하수를 붓고 대파의 흰 뿌리 부분과 편으로 썬 생강 두 쪽, 통마늘 몇 알만을 넣었다. 황기나 당귀 같은 한약재는 일절 넣지 않았다. 한약재의 강한 향은 닭 본연의 단맛을 가리고 지친 사람의 후각을 자극할 뿐이었다.

물이 90도 근처에 도달하자 기포가 바닥에서 아주 작게 하나둘 떠올랐다.

성운은 장작불을 가장자리로 밀어내며 미세한 약불을 유지했다. 물이 결코 끓어 넘치지 않도록, 닭의 뼈와 살에서 감칠맛 성분인 이노신산과 글루탐산이 천천히 우러나오도록 온도를 다스렸다.

표면에 얇게 떠오르는 미세한 거품과 맑은 기름방울을 국자로 쉼 없이 걷어냈다. 맑은 국물을 얻는 과정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불 앞을 떠나지 않는 지루하고 성실한 기다림이었다.

성운은 닭가슴살을 뼈에서 분리해 진공 팩에 담았다. 여기에 약간의 청주와 닭 육수 몇 방울만을 떨어뜨린 뒤 63도로 맞춘 저온 온수조에 넣었다.

닭가슴살의 단백질인 미오신은 60도 부근에서 굳어지기 시작하지만 악틴은 66도가 넘어야 응고되며 수분을 뱉어낸다. 63도라는 절묘한 온도를 유지하면 가슴살은 질겨지지 않고 수분을 머금은 채 벨벳처럼 부드러운 상태를 유지한다. 퍽퍽하고 메마른 닭가슴살에 질려버린 사람에게 이 차이는 절망과 위로의 차이만큼이나 컸다.


정오 무렵 온기에는 어제처럼 소문을 듣고 찾아온 몇몇 손님이 들렀다.

성운은 준비해 둔 소박한 채소 솥밥과 맑은 콩나물국을 정갈하게 내주었다. 손님들은 조용히 밥을 먹고 일어섰다. 도현은 오늘도 카메라를 켜지 않고 손님들의 대기 질서를 챙겼다.

손님들이 모두 떠나고 난 오후 세 시.

마당 평상에 드리운 감나무 그림자가 길어지기 시작했다. 장작불 위에서 다섯 시간 동안 은근하게 우러난 닭 육수는 이제 수정처럼 투명하고 맑은 황금빛을 띠고 있었다. 잡내는 사라지고 닭과 채소 본연의 달큰하고 구수한 온기만이 마당 공기에 은은하게 감돌았다.

대문 밖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도현이 고개를 들어 골목 쪽을 바라봤다. 감나무 돌담 모퉁이에 어제와 같은 짙은 감색 모자를 푹 눌러쓴 여자가 서 있었다.

그녀는 대문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채 발끝으로 흙바닥을 툭툭 건드리고 있었다. 들어가야 할지, 아니면 이대로 발길을 돌려야 할지 수십 번을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도현은 다가가지 않고 조용히 뒤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손님이 타인의 시선에 쫓기지 않도록 배려하는 침묵이었다.

성운은 부엌에서 손을 씻고 행주로 물기를 닦았다. 그리고 평상 위의 먼지를 털어낸 뒤 깨끗한 흰 천을 깔았다.

대문 쪽을 향해 소리치지 않았다. 그저 평상 위에 찻잔 두 개를 올려두고 따뜻한 둥굴레차를 따랐다. 고소한 차 향기가 바람을 타고 골목으로 흘러나갔다.

몇 분이 흘렀을까.

조심스러운 발소리와 함께 이설이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마스크를 턱 밑까지 바짝 올린 채 그녀의 눈동자는 여전히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아직 문 열려 있나요?”

모기 소리만 한 작은 음성이었다.

성운은 고개를 들어 부드럽게 눈을 맞췄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정말 국물만 보고 가도 되나요? 제가 오늘도 다 못 먹을 수도 있는데요.”

이설은 마치 자신의 무능을 미리 고백하듯 고개를 떨구었다. 세상은 언제나 그녀에게 끝까지 해낼 것을 요구했다. 정해진 기록을 깨야 했고 정해진 식단을 남김없이 삼켜야 했으며 구토감이 목을 찔러도 영양분을 채워 넣어야만 했다. 다 먹지 못하는 것은 나약함이자 패배였다.

성운은 찻잔을 그녀 앞에 가만히 밀어놓았다.

“여기는 기록을 재는 곳이 아닙니다. 남겨도 되고 냄새만 맡고 가셔도 됩니다. 오늘 이 자리는 온전히 이설 씨의 속도에 맞추는 곳이니까요.”

이설의 마스크 너머로 작게 숨이 새어 나왔다. ‘당신의 속도’라는 말이 메마른 가슴 한구석을 톡 건드렸다.

그녀는 주저하다가 평상 끝에 조심스럽게 걸터앉았다.


성운은 부엌으로 들어가 백자 대접을 꺼냈다. 뚝배기는 온도를 오래 보존하지만 뜨거운 열기가 오래 머물러 음식을 급하게 식혀 먹어야 하는 사람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었다. 온기를 머금되 손으로 쥐었을 때 기분 좋은 따뜻함을 전하는 백자가 알맞았다.

가마솥 뚜껑을 열자 뽀얗지 않은, 맑디맑은 황금빛 육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성운은 고운 면포에 육수를 다시 한번 걸러 미세한 찌꺼기마저 완전히 걸러냈다.

저온 조리해 둔 닭가슴살을 꺼내 결대로 얇게 찢었다. 살코기는 퍽퍽하게 부서지는 대신 촉촉한 수분을 머금고 젤리처럼 매끄럽게 갈라졌다.

대접에 잘게 찢은 닭가슴살을 소복하게 담고 그 위로 투명한 닭곰탕 국물을 조심스럽게 부었다. 송송 썬 실파 몇 조각과 볶은 천일염을 작은 종지에 따로 담았다. 간을 미리 맞추지 않고 먹는 사람이 자신의 혀가 원하는 만큼만 소금을 더할 수 있게 했다.

성운은 쟁반을 들고 나와 이설의 앞에 내려놓았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백자 그릇 속에는 티끌 하나 없이 맑은 국물이 찰랑이고 있었다. 기름 한 방울 둥둥 뜨지 않은 국물은 바닥에 놓인 하얀 살코기가 훤히 비칠 만큼 투명했다.

이설의 눈이 커졌다.

“이게…… 닭곰탕인가요?”

“네. 기름과 껍질을 모두 걷어내고 아주 약한 불에서 은근하게 우려낸 맑은 닭곰탕입니다. 간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향을 먼저 맡아보세요.”

이설은 마스크를 천천히 귀 뒤로 벗겨냈다. 드러난 그녀의 얼굴은 뺨이 깊게 패어 있었고 입술은 바짝 말라 있었다.

그녀는 두 손으로 백자 대접을 감싸 쥐었다. 그릇을 통해 전해지는 온도가 차갑게 식어 있던 손바닥을 따스하게 덥혔다.

조심스럽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 숨을 들이쉬었다.

느끼하거나 비린 닭 냄새는 전혀 없었다. 은은한 대파의 단내와 생강의 상쾌한 향, 그리고 닭 뼈에서 배어 나온 맑고 정갈한 구수함이 코끝을 스쳤다. 위장이 거부감을 일으키며 뒤틀리던 평소와 달리 굳어 있던 목구멍이 부드럽게 풀리는 기분이었다.

성운이 작은 나무 숟가락을 건넸다.

이설은 떨리는 손으로 숟가락을 쥐었다. 숟가락 끝으로 투명한 국물을 조심스럽게 떴다. 맑은 액체가 숟가락 위에서 찰랑거렸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국물을 입술 사이에 흘려 넣었다.

순간, 자극적인 조미료 맛도 기름진 무게감도 없는 놀랍도록 깨끗한 맛이 혀 전체를 감쌌다. 닭 본연의 은은한 단맛과 깊은 감칠맛이 혀 돌기 하나하나를 깨우며 목을 타고 매끄럽게 미끄러져 내려갔다.

“……앗.”

이설의 입에서 작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거북하지 않았다. 위장이 놀라 경련하지도 않았고 목구멍에서 역류하려는 메스꺼움도 없었다. 마치 지친 몸속으로 따스한 봄볕이 스며드는 것처럼 국물이 닿는 자리마다 차갑게 얼어붙었던 장기들이 편안하게 숨을 쉬기 시작했다.

“소금을 조금만 넣어보세요. 맛이 또 달라집니다.”

성운이 조용히 말했다.

이설은 볶은 소금을 숟가락 끝에 서너 알만 올려 국물에 풀었다. 짠맛이 더해지자 닭고기의 숨겨진 감칠맛이 폭발하듯 선명해졌다.

이번에는 국물 속에 담긴 닭가슴살 한 조각을 숟가락으로 떠올렸다.

선수 시절, 그녀에게 닭가슴살은 형벌이었다. 하루에 몇백 그램씩 기계적으로 씹어 삼켜야 했던 모래알처럼 퍽퍽하고 메마른 살덩어리. 씹을수록 목이 메어 물로 억지로 밀어 넣던 끔찍한 기억의 파편이었다.

이설의 손이 멈칫했다.

“그냥 닭가슴살이 아닙니다.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익혀 살결의 수분을 그대로 지켜냈습니다. 씹지 않고 혀로 눌러도 부드럽게 풀릴 겁니다.”

성운의 차분한 목소리가 그녀의 떨림을 붙잡아주었다.

이설은 결심한 듯 하얀 살코기를 입에 넣었다.

치아가 닿는 순간 고기는 질기게 버티지 않았다. 촉촉한 육즙을 뿜어내며 혀 위에서 솜사탕처럼 부드럽게 결대로 녹아내렸다. 퍽퍽함은 어디에도 없었다. 부드러운 순두부를 삼키듯 살코기는 향긋한 닭 육수와 어우러지며 순식간에 목을 넘어갔다.

“어떻게…… 닭가슴살이 이럴 수가 있죠?”

이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숟가락을 다시 움직였다. 한 숟갈, 또 한 숟갈.

누군가의 강요도 없었고 칼로리를 계산하는 초시계도 없었다. 오직 입안 가득 퍼지는 정갈한 맛과 가슴을 채우는 따스함만이 존재했다.

국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 위장에 닿을 때마다 꽁꽁 얼어붙어 있던 내면의 얼음벽에 쩍 하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대접 바닥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다.

이설은 숟가락을 쥔 채 멈춰 섰다. 자신이 음식을 이토록 아무런 거부감 없이, 그것도 스스로 원해서 그릇의 바닥을 볼 때까지 먹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더 드실 수 있겠습니까?”

성운이 갓 지은 가마솥 쌀밥을 작은 찻잔 크기의 그릇에 반 공기 담아 건넸다.

“국물에 밥을 조금만 말아서 드셔보세요. 쌀의 단맛이 국물과 섞이면 또 다른 따뜻함이 생깁니다.”

이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음식은 그녀를 짓누르는 공포가 아니었다.

따뜻한 밥알을 국물에 넣고 가볍게 말았다. 밥알 사이사이로 맑은 육수가 스며들었다. 숟가락 가득 밥과 국물을 떠서 입에 넣고 천천히 씹었다.

구수한 쌀의 단맛과 맑은 육수가 완벽하게 어우러지며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듯한 충만함이 차올랐다.

그 순간 이설의 목구멍 깊은 곳에서 뜨거운 덩어리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어린 시절, 수영을 처음 시작했던 날. 고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면 아버지가 말없이 끓여 내밀던 따뜻한 닭국물. 그때는 음식이 상벌이 아니었고 기록을 위한 연료도 아니었다. 그저 고생한 하루를 안아주는 다정한 품이었고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온기였다.

어느 순간부터 잊고 살았던 그 감각이, 지리산 자락의 이름 없는 팝업 식당에서 고스란히 되살아나고 있었다.

뚝.

이설의 눈에서 굵은 눈물 한 방울이 떨어져 백자 대접 가장자리를 적셨다.

“……죄송합니다.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이설은 당황하며 손등으로 눈가를 훔쳤다. 하지만 한번 터져 나온 감정은 멈추지 않았다. 억누르고 억눌러왔던 은퇴 후의 절망,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메마른 고통이 눈물이 되어 뺨을 타고 뚝뚝 흘러내렸다.

성운은 휴지를 건네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왜 우느냐고 묻지도 않았다.

그저 주전자에서 따뜻한 보리차를 새로 따라 조용히 그녀 곁에 놓아두었을 뿐이었다.

사람에게는 음식이 필요한 순간이 있고 눈물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그리고 그 두 가지가 함께 찾아왔을 때 비로소 상처는 아물기 시작한다.

이설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숟가락을 놓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밥알 한 톨과 국물 한 방울까지 깨끗하게 비워냈다.

완벽하게 비워진 하얀 백자 대접.

그릇에는 차가운 강박 대신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생명의 온기만이 하얗게 김을 뿜으며 남아 있었다.

노을이 지리산 능선을 붉게 물들이며 온기 마당으로 부드럽게 쏟아져 내렸다.

이설은 빈 그릇을 내려다보며 태어나서 가장 깊고 편안한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입가에 아주 작고 희미하지만 따뜻한 미소가 번져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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